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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1/11 17:21:38
Name Alan_Baxter
Subject [스포유,스압]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클라우드 아틀라스〉입니다. 영화 사이트 평점을 보더라도 0점 아니면 10점으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무슨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부터 시작해서 ‘시종일관 윤회만 외치는 영화’, ‘단순한 주제를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았다’라는 말까지 입니다. 이러한 평가를 정리하자면 과연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무엇을 말하는 영화인지가 중요합니다. 비판을 가하는 분들 말씀 처럼 시종일관 ‘윤회’만 계속 외치는 걸까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언론 기자 조차 영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비판을 가한 부분이 있어서, 정말 ‘이건 아니다. 비판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비판해야 한다’ 는 생각과 PGR21에서 몇개월 전부터 이 영화 개봉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영화 소개글도 썼기에 제 글 때문에 이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일종의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에서 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머리만 아프고 재미없다고 생각한 분들을 위해 제가 정리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어떤 영화인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고 장장 세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지 한번 살펴보시고, 다시한번 판단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세분의 감독도 아니고, 이 영화를 보면서 다양하게 풀어볼 수 있기에 제가 쓴 글이 꼭 맞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시간에 걸쳐서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나름의 노력을 다했으니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관람하신 관람객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1. 〈클라우드 아틀라스〉 란?

Cloud [klaʊd] : 구름
Atlas [atlɑːs] : 지도책

‘구름 지도’라는 뜻입니다. 원작에서 모양이나 색조나 크기는 다르다 해도, 구름은 여전히 구름이라고 하는데 이는 여섯가지 이야기에 나온 주인공이 다른 시대, 다른 인종, 다른 성별, 다른 상황이라고 해도 모두 혜성 무늬의 버스마크를 소유한 본질은 같은 ‘영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영화 속 2번째 이야기인 ‘제델헴에서 온 편지’에서 로버트 프로비셔가 작곡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서로 겹치는 독주자들을 위한 6중주〉라는 곡명과 동명인 것은, 여섯개의 악장이 하나로 만나, 하나의 곡으로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2. 너무나도 다른 여섯가지 이야기

하지만, 같은 영혼이라고 하기에는 여섯가지 이야기가 전혀 다른 시대와, 배경, 주인공, 상황, 주제, 장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작은 여섯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1-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1849년-남태평양-아담 어윙-우정-미스테리
2-제델헴에서 온 편지-1936년-스코틀랜드-로버트 프로비셔-욕망-로맨스
3-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1973년-샌프란시스코-루이자 레이-진실-스릴러
4-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2012년-영국-티모시 캐번디시-자유-코미디
5-손미~451의 오리즌-2144년-네오서울-손미451-존엄-SF
6-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2321년-빅섬-자크리-용기-판타지

영화를 보더라도 표면상으로는 같은 버스 마크를 지닌 주인공이 환생하는 것만 보일 뿐,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에서는 닮은 점을 찾기가 힘들고, 각 인물들의 삶에서 어떤 인과관계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표면상 이렇게나 다른 이야기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결국에는 하나로 도달하는 이야기

1) 당대의 ‘문명’에 따른 성격

원작 소설 속에서 서로 닮은 점이 없는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문명’이라고 했습니다. 각각 다른 시대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각기 다른 식으로 자기 시대의 문명을 경험하면서, 그들의 성격은 당대의 문명에 따라 맞춰서 변화합니다. 1에서의 애덤 어윙은 서구의 앞선 물질문명이 전 인류의 삶을 밝혀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에 부풀려 있기 때문에, 의사라는 과학을 맹신하여 살인마의 계략에 쉽사리 빠져든 것이지만, 반면 2에서의 프로비셔는 1차 대전 직후 유럽의 암울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로 인해 음울한 성격으로 그려진 것이며, 3에서의 루이자 레이는 1970년대 당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으로 인해 냉철하고, 시니컬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4에서의 캐번디시는 다른 이야기들 처럼 당대의 병폐 때문에 대항한 것이 아니라, ‘자유’라는 본인의 문제 때문에 대항한 것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법한 일들을 보여준 것이며, 5에서의 손미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당당하지만 눈에는 항상 눈물이 고여있는 슬픈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6에서의 자크리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2) 반복되는 폭력과 착취의 역사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두번째는 희극으로..." -칼 마르크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반복되는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억압당하는 인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이라는 과거엔 ‘흑인’이, 5라는 미래엔 ‘복제인간’이라는 약자가 끝없이 착취를 당하고, 2라는 과거엔‘유명 작곡가’라는 한 개인이 4라는 현재엔 ‘출판업자’라는 한 개인은 모두 탐욕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3이라는 과거와 6이라는 미래 모두 인류는 멸망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 처럼 태평양을 항해하던 시대나 산업이 발달한 시대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또한, “약한 자는 고기가 되고, 강한 자는 먹는다.”라는 대사 처럼 1은 흑인과 여성이, 2는 동성애자와 유대인이, 3은 선량한 모든 사람들이, 4는 노인들이, 5는 복제인간들이, 6은 자크리와 같은 부족민들이 착취당하고 노예처럼 살아왔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이렇게 시대가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처럼 우린 지났던 자리를 지나고 또 지나지’

3) 인-연-과, 과거가 현재로 현재가 미래로

많은 분들이 불교 사상 중에 윤회 사상이 이 영화에 주제로서 사용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인-연-과’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연-과는 과거에 내가 지은 행위가 씨앗(인)이 되어, 지금 살아가는 모습(연)에 따라, 결국 내세에 열매를 맺는 것(과)를 말합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과거에 내가 지은 행위가 반작용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반작용이 구체적인 형태(편지, 영화, 교리...)로서 나타내고, 이러한 것들이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하나의 끈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첫 번째 스토리에서 애덤 어윙 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훗날 프로비셔 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마스터 피스인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작곡하는데 매우 중요한 영감을 제공되고, 이렇게 완성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는 핵발전소의 폐해를 고발하는 기자 루이자 레이 가 즐겨 듣는 음악이 됩니다. 또한 출판사 사장인 캐번 디시 는 목숨을 걸고 취재한 루이자 레이의 기사를 출간하려 하고, 하루 아침에 출판사 사장에서 양로원에 갇히게 된 캐번 디시는 자신이 양로원에서 탈출한 스토리로 영화를 만듭니다. 톰행크스 주연의 영화 ‘티모시 캐번디시의 끔찍한 나날들’은 클론인 손미-451의 신념으로 거듭나고, 훗날 세상을 바꾸게 되는 손미-451의 영상(연설)은 하나의 교리가 되어 미래 원시 유목민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향과 이유를 제시해 줍니다.

이러한 ‘인-연-과’는 우리 삶의 지표가 되어 우리는 까마득한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역사를 통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현재 우리가 하고 있던 행동에 의해서, 작던 크던 후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는, 손미가‘모두가 존귀한 존재에요.’라고 말한 것 처럼, 모든 인간들은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입니다. 아무리 하찮고, 별볼일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요.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니다. 자궁에서 무덤까지 타인들과 묶여 있고,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며, 우리가 저지른 악행과 우리가 베푸는 선행이 새로운 미래를 탄생시킨다.’


4) 현실과 운명을 넘어서기 위한 물방울의 도전

다시 2)로 돌아가서,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여섯명의 주인공은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야만성에 치열하게 도전합니다. 1과 5에서 ‘짐 스터게스’는 흑인과 복제인간이라는 소수자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5에서 장혜주가 왜 손미를 도와주었는지에 관해 의문을 품는 기사를 본적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1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소수자를 돕게된 원인은 1에서, 결과는 5에서 볼 수 있는거죠. 2와 4에서 ‘짐 브로드벤트’는 하나 같이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려져 있고, 재물 욕심이 있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2에서의 비비안 저택은 4에서의 요양원이 되고 2에서 감금했던 그는 4에서 반대로 감금되면서 그 결과는 달라집니다. 2에서는 그냥 허무하게 죽을 뿐이지만, 4에서는 남의 것을 탐하면 어떤 고초를 겪는지 일깨우게 됩니다. 3과 6에서 ‘할리 베리’는 두번의 방사능의 위험으로 부터 인류를 ‘톰 행크스’의 도움을 통해 극복 하게 됩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야만성을 맞닥뜨리고 그것에 맞섭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문명과 야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말 인간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고, 온몸으로 답을 얻고, 의지를 다지며 실천합니다. 예를 들어, 1에서 어윙이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열등했다고 여겨지던‘흑인’에 대한 당시의 상식을 뛰어넘는 우정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2에서 나오는 대사‘이젠 알아 소음과 소리 사이의 경계선은 그저 관습이라는 걸. 모든 관습들은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야. 사람은 어떤 관습이라도 초월 할 수 있어’처럼, 관습과 편견으로 부터 극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부터, 어윙은 변화되고 어윙의 장인이‘자네가 뭘 하든 무한한 바다 속의 물방울 하나보다 못한 일이 될 거야’라며 비웃을 때, 어윙이‘바다는 수많은 물방울들의 집합이 아닌가요?’라고 맞받아 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에, 나로부터 가능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편견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연의 섭리란 게 있지 그 섭리를 거스르는 자의 인생은 힘들어지기 마련이야.”라는 대사처럼 서구 문명의 폭력성과 배타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잘 살수 있었던 것은 어윙으로 부터 시작해서 노예제도가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물방울이 점점 커져 가면서, 결국 어윙의 후대에 거대한 바다가 되어 변화된 것이며,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물방울들의 희생과 도전에 의해서 우리 세상은 멸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고, 다시 그러한 순수성을 가지길 바라는 것입니다. 이해가 안되신다면, 손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다시한번 곱씹으면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니다. 자궁에서 무덤까지 타인들과 묶여 있고, 과거를 지나 현재를 살며, 우리가 저지른 악행과 우리가 베푸는 선행이 새로운 미래를 탄생시킨다.’

손미가 반군의 계획이 실패할거라 믿었지만,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것도 최소한 진실은 숨겨지지 않고, 단 하나의 물방울이라도 전해진다면 언젠가 바다가 되어 변화시킬거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그러한 변화도 인류가 멸망해야 가능했지만요.

저 개인적으로 이영화가 제가 손꼽을 정도로 가슴에 많이 남고, 지금도 먹먹한 감정이 든 이유는 제가 과거에 제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저 혼자의 삶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박수 쳐주지도 않고 혹여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니더라도 ‘물방울 하나가 바다가 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 지는 것’ 처럼 언젠가 누군가가 절 계승하고 이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아가자는 생각을 더욱 심어준 것 같습니다.

5) 두번의 배드엔딩, 네번의 해피엔딩이 아닌 영원한 해피엔딩

마지막 결말에서, 1-3-4-6은 각각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음모를 파헤치는데 성공하고, 탈출에 성공하여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하게 살고, 다른 행성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반면에, 2와 5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죠. 하지만 2와 5 둘다 배드엔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두 주인공 모두 마지막엔 희망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어, 식스미스. 나은 세상. 거기서 너를 기다릴게. 영원히’
‘제 말은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요. 저는 문 하나만 있다고 믿어요. 그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죠. 제가 천국을 상상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희망일 거에요. 그 뒤에서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죠.’

역사가 아무리 양육강식의 전혀 변하지 않는 미래가 반복된다고 해도 언젠가 그러한 예정된 운명을 끊어버리고,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영화의 결론 같습니다.

6) 결론

이 영화는 ‘윤회’라는 세계관 속에 ‘인-연-과’ 로부터 개인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 양육강식과 탐욕으로 점철된 반복된 역사 속에서 개인은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야만성에 치열하게 도전함으로서 물방울이 언젠가 바다가 되어, 좋은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4. 왜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나?

원작을 읽으신 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비판을 제기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구성은 영화 속에서 감동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됩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장면이 전환되고, 그 장면을 음미하려고 하면 또 장면이 바뀌고... 이러한 위험성을 누구보다 감독들이 더 잘 알고 있는데도, 이러한 구성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야기들 사이의 연관성을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반복되는 인연을 강조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지 말입니다. 그리고, 손미가 표면적으로는 사랑을 이루진 못했지만, 전생에서 이루어진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건 아닐지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야기가 시대와 장소를 넘어갈 때마다 상황이나 대사가 절묘하게 딱 맞아들어가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만약 책과 같은 1-2-3-4-5-6-5-4-3-2-1의 구성이었다면, 오히려 지루함만 더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영화 끝나고 나서의 남는 여운도 줄어들었을거라 생각이 되네요.


5. 네오 서울의 ‘왜색 논란’

이름만 네오 서울일 뿐, 다다미방이 나오는 장면이나 벚꽃이 휘날리는 모습 때문에 왜색 논린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시아의 대한민국 서울을 제외하고는 일본과 중국등 대부분의 아시아가 물에 잠겼다고 나옵니다. 게다가, 서울 또한 구서울은 이미 잠긴 상태이고 신서울은 100년 안에 잠긴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결국, 네오 서울은 대한민국이 아닌 아시아를 대표하는 곳으로 모든 아시아 문화가 공존한 곳인 것입니다.  

하필 그 많고 많은 도시 중에 ‘서울’을 선택한 이유를 생각하면 서울을 영어로 발음하면 ‘영혼(Soul)’이 되는 것으로, 이 영화가 가진 도구인 윤회 사상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워쇼스키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 속 2144년의 미래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경계라면서 우리가 사는 소비·물질주의·이기주의 사회가 멸망하고 그 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국경이나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 ‘융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섯개의 실타래는 풀기 매우 힘들 정도로 꼬여 있습니다. 포기하고, 가위로 자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그 어려운 실타래를 풀고 여섯개의 실을 서로 묶어 하나의 실로 만드는 순간 비로소 이 영화는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영화는 보았을 때 대부분 어떤 공통적인 감정을 느껴야 진정한 영화이지,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글을 읽어야 이해되는 영화는 부족한 영화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프로모션에서도 나왔지만, 퍼즐 맞추는 지적 유희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이런 영화가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견상 드러나는 감동 보다, 하나하나 짜 맞추면서 느끼는 감동도 클테니까요. 저 또한, 이 글을 쓰고,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소름도 돋기도 했고, 감탄도 했고,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영화를 보시거나 여건이 안된다면 몇분만이라도 머리 속에 정리하시면서 이 영화가 과연 어떤 걸 말하려고 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영화는 이 밖에도, 말 모양의 조각상, 루이자레이의 목걸이, 단추 등의 아이템이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계속 등장하는데요. 이러한 아이템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특히, 영화 엔딩에 나온 분장쇼는 재밌으셨을텐데 또 한번 보고 싶으시다면 (http://anne2anne.blog.me/70155532963) 여기서 다시 한번 자세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해보셔요.


DVD프라임 이용자분 계시다면, 대신 올려주실 수 있나요? 몇년동안 눈팅족이라 눈팅만 해서 가입도 안했는데 글을 올리려고 가입하니까, 글을 올리려면 가입 한지 며칠 지나야 가능하더라고요. ㅠㅠ 그 밖에, 이 글이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관람하신 관람객의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출처 명기 하시고, 저에게 쪽지로 말씀해주신다면 언제든 퍼가셔도 괜찮습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1-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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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11 17:49
수정 아이콘
인셉션 이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영화라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정독 해버렸네요.

주말을 이용해서 영화 정주행 한번 더 해야 할까봐요.
진짜 좋아요 이런 부류의 영화
13/01/11 18:21
수정 아이콘
영화의 감동만큼이나 글도 감동적입니다. 좋은 글 굉장히 잘 읽었습니다. 다시 영화를 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TheWeaVer
13/01/11 18:35
수정 아이콘
꼭 영화를 보고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Paranoid Android
13/01/11 18:44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일요일날 예매해두었습니다..
긴 런닝타임에 밤샘 후 보는거라...
마음의준비 컨디션관리에 집중하고있습니다..흐흐
사자비
13/01/11 19: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전 영화는 별 지루함 없이 잘 봤습니다만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조각조각 잘라진 이야기들을 6개의 연속된 덩어리로 만들었을때 그 각각 이야기들이 아무런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뻔하디 뻔한 6개의 이야기들을 잘개 나누고 유기적으로 결합해 보는 사람의 흥미를 잡아당긴 편집에는 큰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는 거죠.

메멘토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같은 영화는 새로움이라도 줬지만
이 영화는 더 잘게 나눴다는 것 뿐 대단히 참신한 시도라고 보기도 힘들고..

세세하게 찾아볼 재밌는 구석이 많은 영화라는 건 인정하지만 대단한 걸작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드는군요.
엘에스디
13/01/12 07:06
수정 아이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제 느낌도 그랬습니다.
하나씩 떼어놓고 봤을 때 각 단편이 가지는 매력이 너무 부족해서, 결국 배치의 기교에만 집착하는 작품이 된 느낌...
Alan_Baxter
13/01/12 13:53
수정 아이콘
하나 하나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강하더라고요.... 하나 하나 너무 이야기가 좋아서 따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분도
있고, 너무 평범한 이야기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매력이 없었다는 분도 계시구요.
후자쪽으로 생각한다면, 당대의 가장 전형적인 일들은 결국 ‘폭력과 착취의 역사’로 귀결된다....
시대가 지나도,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숙명은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라고 생각해보았네요.
불쌍한오빠
13/01/11 21:41
수정 아이콘
영화를 굉장히 깊게 보셨군요
저같은 머글이 보기엔 복잡한 구성에 비해 메세지는 간단했습니다
(메세지가 너무 착해서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소재가 예고편만 보면 어려운 sf영화 같지만 사실 굉장히 감성적인 영화더군요
영화가 끝난후엔 여운때문에 쉽게 일어나기가 힘들정도로(빵빵터지는 분장쇼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영화 볼까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영화에 몸을 맡기고 편하게 즐기셔도 될만한 영화에요
다만 집에서 본다면 3시간의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는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낭만토스
13/01/12 04:45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의도도 알겠고 뜻도 알겠는데
그걸 표현하는 기술 자체가 허술했고 의미가 없었습니다.

글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꿈보다 해몽이라는 느낌이고요.
설령 의도가 그랬을지언정 대중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네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는 그저 [뽀록]이었을까요?

조금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지만요
Alan_Baxter
13/01/12 13:29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정말 기대가 큰 영화인 만큼 어느정도의 실망과 '?'를 던져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쓴 글이 해몽이라고 보지 않는 이유는 제가 쓴 내용 전부는 단편적인 장면에서 해석한 것이 아닌, 장면 전환에서 비롯된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저기 쓴 거의 모든 대사가 장면 전환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상태에서 나온 대사들입니다.

솔직히, <매트릭스>나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이나 <배트맨> 처럼 굳이 뭔가를 해석 안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보는 재미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식으로 했으면 어떨까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감동을 찾아가는 재미도 제
개인적으로는 저로선 감동을 더욱 배가 시킨 부분인 것 같습니다.
13/01/13 23: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신예terran
13/01/31 07:14
수정 아이콘
명작까진 아니었지만 분명 저애겐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색다른 영화였고 Alan_Baxter님 만큼 이해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영화의 편집이 대략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면서 더 재밌어졌습니다.
단지 약간 힘들었던건 각 이야기가 워낙 꽉짜여지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교차편집되는 각각의 스토리 한두개 쯤은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놓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히려 전 워쇼스키 남매의 역량을 다시 확인해본 계기였습니다.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각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스토리 외적으로 주연들을 분장시켜 서로다른 이야기에 배치하면서, 각각의 스토리의 연계성을 강조한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를 통해 각 이야기에서 누가 누구인지 찾는 재미는 덤이었고요. <매트릭스1> 이후로 액션만 맛깔나게 찍는 감독이 되는가 했는데 이번 영화는 다음 차기작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nal_후니
13/01/31 12:13
수정 아이콘
영화를 한번보고 다시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리뷰글을 읽어 보던중인데
뭔가 의미를 두고 찾아보는것보다

스스로 놓친 장면을 리뷰로 읽고 다시 보는 정도로 해야할것 같습니다.

전 영화 보면서 내내 윤회라는 테마가 주 라면 왜 톰 행크스의 역은 선과 악을 왔다갔다 하는가 .. ?
두나 배는 왜 멕시코 여연이 되었나 .. 뭐 이랬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선형대수세이지
13/02/02 03:37
수정 아이콘
톰 행크스 외 다른 배역들도 선악을 왔다갔다 합니다.

뭐 해석하기 나름입니다만, 이 영화의 주 테마가 윤회가 아니기 때문에 선악을 오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영혼이라 할 지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어떨 때는 선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악해지기도 한다. 이런 거 아니었을까요.

만약 착한 영혼은 계속 착하게만 나온다면 너무 운명론적인 이야기가 되니까요. 평범한 사람의 영혼이 어떤 때는 영웅이 되기도 하고

악당이 되기도 하고, 그걸 결정하는 건 이 영화 주제처럼 모두가 노력해야 된다, 뭐 이런 게 아닌 가 싶네요.

휴고 위빙과 휴 그랜트는 어쩔 수 없이 악역이 필요한 영화 구조 상 계속 악역으로 나오긴 했지만요.
ace_creat
13/02/02 09:29
수정 아이콘
이 영화가 가장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게 같은 배우가 여러역할을 함에있어, 그들이 같은 사람이 환생한게 아니라는점을 크게 부각시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확실한 환생인물은 몸에 유성흉터가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들은 6개의 스토리에서 주인공급의 비중으로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에서 세상에 맞서싸우는 사람들이죠. 결론은 뉴서울의 배두나가 식인종과 싸우던 시대의 톰행크스와 같고 또한 로버트 프로비셔이며 양로원을 탈출시도한 노인이며 흑인 노예와 우정을 나눈 훈훈한 청년이자 여기자입니다.
13/02/01 22:36
수정 아이콘
영화가 아쉬운 점이 많고 완벽하지 않은건 3시간이라는 한정된 러닝타임(?)의 한계라고 봅니다만..
물론 이보다 더 잘 만들었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했다고 박수받고도 남을 영화죠.
전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기때문에 아무래도 책이 몇배는 더 낫지만요.
선형대수세이지
13/02/02 03:31
수정 아이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동진 기자와 김태훈 씨의 평론에 실망하게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두고 '워쇼스키는 윤회라는 개념을 막 깨달아서 신나서 여기 이런 신기한 게 있어 라고 떠들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하시고
'이 영화의 주제는 환생과 윤회다' 라고 말씀하시던데 영화를 제대로 본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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