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1/11/22 16:08:27
Name VKRKO
Subject [청구야담]귀신의 구슬(鬼物每夜索明珠) - VKRKO의 오늘의 괴담
횡성 읍내에 한 여자가 살았는데, 시집을 간 뒤 갑자기 매일 밤 어느 남자가 들어와 강간을 해댔다.

여자는 온 힘을 다해 거부하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남자는 매일 밤마다 반드시 찾아왔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남편이 있을 때도 여자를 강간했는데, 매번 그 고통이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자는 그 남자가 귀신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딱히 물리칠 방도가 없어 끙끙 앓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묘하게도 여자의 5촌 숙부를 보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여자가 숙부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숙부가 말했다.

[그러면 내일 그 놈이 오거든, 몰래 무명실을 바늘에 꿰어 놨다가 그 놈 옷깃에 꿰매버리거라. 그러면 그 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겠지.]

그래서 여자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다음날 그 계책에 따라 여자는 바늘에 실을 매어서 남자의 옷소매 아래에 찔러 두었다.

여자가 소리를 치자 그녀의 숙부가 들어왔고, 귀신은 놀라 달아났다.

그러자 무명실 뭉치가 슬슬 풀리기 시작했고, 숙부는 그 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따라가보니 실이 지하로 들어가 있었기에 땅을 파 봤더니, 그 안에는 썩은 나무 밑둥이 하나 있었다.

밑둥 아래 실이 매여져 있었고, 밑둥 윗머리에는 총알만한 크기의 보라색 구슬이 하나 있었는데 그 광채가 눈부셨다.

숙부는 구슬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그 나무 밑둥은 불에 태워 버렸다.



그 이후 귀신은 여자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밤, 숙부의 집 앞에 어떤 이가 찾아와 애걸하였다.

[그 구슬을 제발 돌려주세요. 만약 돌려만 주신다면 부귀공명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숙부는 구슬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사람은 밤새도록 빌다가 갔는데, 며칠 동안 계속 이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또 와서 말했다.



[그 구슬은 저에게 무척 소중한 것이지만, 당신에게는 그렇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가 다른 구슬로 바꿔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이 구슬은 당신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겁니다.]

그래서 숙부는 [그럼, 한 번 보여주시오.] 라고 대답했다.

그 귀신이 밖에서 검은색 구슬 하나를 방으로 들여 보냈는데, 지난번 보라색 구슬만한 크기였다.



숙부는 그 검은색 구슬도 자신이 챙기고, 보라색 구슬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귀신은 통곡하며 그 곳을 떠났고, 이후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숙부는 이후 사람들에게 늘 구슬을 자랑했으나, 그 사용법을 알지는 못했다.



귀신에게 구슬의 사용법을 묻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그 후 숙부가 외출했다가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구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틀림 없이 귀신이 다시 구슬을 가지고 간 것일 것이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5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1/22 16:40
수정 아이콘
앞부분은 견훤설화와 비슷하네요.
쌀이없어요
11/11/23 12:53
수정 아이콘
일부러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식의 으스스한 괴담 너무 좋아요!
11/11/23 20:11
수정 아이콘
역주행 완료했습니다. 아주 재미있네요. 재미있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별
11/11/30 01:16
수정 아이콘
궁금하네요.. 그 구슬 대체 뭐였을까.
옛날부터 여우나, 여우에 깃든 짐승이 구슬을 품은채 사람을 100명 잡아먹는다거나 천년을 살면 사람이 될 수 있다던데,
뭐 비슷한 이야기겠지요?
검은구슬과 바꾸었다면 아마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이런 글들은 궁금하게 만들어버리네요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95 [실화괴담][한국괴담]화상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529 11/12/10 6529
294 [번역괴담][2ch괴담]손자국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762 11/12/08 5762
293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아들 [10] 눈시BBver.28816 11/12/07 8816
291 북유럽 신화 - 아스가르드의 성채 [10] 눈시BBver.28302 11/11/28 8302
290 [실화괴담][한국괴담]손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049 11/11/28 7049
289 [청구야담]여자의 한(洪川邑繡衣露踪) [5] VKRKO 6440 11/11/26 6440
288 [번역괴담][2ch괴담]바다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991 11/11/24 5991
287 북유럽 신화 - 스카디 [4] 눈시BBver.28865 11/11/24 8865
286 [청구야담]귀신의 구슬(鬼物每夜索明珠)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149 11/11/22 7149
285 [번역괴담][2ch괴담]흙인형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441 11/11/21 5441
284 [번역괴담][2ch괴담]바다는 어느 쪽인가요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111 11/11/14 6111
283 [실화괴담][한국괴담]낡은 의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361 11/11/13 6361
282 [청구야담]수령의 아이를 가르친 중(敎衙童海印僧爲師)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6223 11/11/12 6223
281 [번역괴담][2ch괴담]안경 - VKRKO의 오늘의 괴담 [8] VKRKO 6324 11/11/10 6324
280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장난 (2) [7] 눈시BBver.27638 11/11/10 7638
279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장난 (1) [4] 눈시BBver.27828 11/11/07 7828
278 [번역괴담][2ch괴담]햄버거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049 11/11/07 6049
277 [실화괴담][한국괴담]경찰 학교의 귀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501 11/11/06 6501
276 [실화괴담][한국괴담]기숙학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110 11/11/05 6110
275 [번역괴담][2ch괴담]정글짐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690 11/11/04 5690
274 [번역괴담][2ch괴담]마네킹의 집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38 11/11/03 5938
273 북유럽 신화 - 로키, 합류 [10] 눈시BBver.28011 11/11/02 8011
272 [번역괴담][2ch괴담]실종의 땅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674 11/11/02 567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