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7/28 13:44:38
Name 네로울프
Subject 그런 것을 최선이라고 말합니까?
혹시 공필성 선수를 기억하십니까?
전 오래 된 롯데 자이언츠의 팬입니다. 고향이 부산이라 철모를 어릴 때 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부산팀이라기에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론 그 것이 관성이 되어 여직 자이언츠의 팬입니다. 물론 한마디로 거지같은 구단주와 프런트 때문에 20여년 가까이 속을 끓이기도 하고 실망을 되풀이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직도 자이언츠를 응원합니다.
제가 20여년 가까운 자이언츠의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공필성 선수입니다. 등번호에 자신의 성과 발음이 같은 '0'을 쓰던 선수. 평균 타율은 2할대 초반이고 잘하면 2할대 중반을 넘기던 선수. 3루 수비에선 가끔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던, 그래서 폭탄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선수.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선수도 아니었고 그래서 당연히 스타도 아니었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난 오랜동안 항상, 그리고 지금까지 역대 자이언츠 최고의 선수라고 그를 기억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 하다가 비아냥을 많이 듣긴 합니다만....--;) 왜냐면 그는 진정한 파이터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때 시즌 최다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쳇말로 방망이가 안되니까 몸으로 때웠던 시즌이었죠. 원체 탄탄한 전력을 구가한 적이 별로 없는 자이언츠이다보니 참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여주던 시즌이 많았죠.  (깜짝 우승 두번으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었습니다만.) 그 해도 롯데가 바닥을 기던 그런 시즌이었습니다. 그는 타석에 설 때마다 타자 박스 맨 앞쪽으로 바짝 붙어서 타격을 했습니다. 거기다 몸까지 잔뜩 움츠려서 상체부위는 홈 플레이트 쪽으로 내밀어지게 했죠. 그리고 공이 던져지면 상체를 더 한층 앞으로 내밀면서 타격을 했습니다. 방망이에 맞던지 아님 몸에 맞던지 둘 중에 하나는 된다 이거였습니다. 어찌나 몸에 맞는 볼이 많았던지 그의 몸에 맞는 볼 행진이 작은 화제가 될 정도였습니다. TV 중계에서 해설자들도 그 사실을 언급하며 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는 그를 보며 허허 거리기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당시 서울로 학교를 와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룸메이트는 베어스 팬이었죠. 룸메이트 녀석은 저와 TV 중계로 자이언츠 전을 보면서 '저XX 또 데드볼로 나갈려고 그런다.' 라며 비아냥 거리기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전 공필성 선수가 나올 때 마다 룸메이트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곤 했습니다. 그는 뭔가 보여주리라. 비록 2할대 초반의 그저 그런 타자지만 그래도 그가 나오면 분명히 무언가를 한다. 이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어찌보면 눈물겨운 그의 몸에 맞는 볼 행진은 계속 되었습니다만 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도 그 것을 이어가기엔 자이언츠의 전력이 워낙 시원치 않았던 터라 대부분 그의 몸빵은 부질 없는 짓이 돼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즌 이후로 전 공필성 선수의 광팬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진정한 파이터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140킬로 대를 넘나드는 공에 몸을 들이민다는 건 사실 자살행위에 가까울 겁니다. 모르긴 해도 그 시즌에 그는 골병이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타자로서의, 그리고 선수로서의 그가 해야할 것에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야구에서 타자의 목적은 출루하는 것이니까요. 비록 시원한 안타를 쳐내서 갈채를 받으며 출루하진 못하지만 그는 타석의 그 순간에 출루하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행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파이터입니다.
최선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스포츠고 엔터테인먼트고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말이죠. 이번 김동수 선수와 박정석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공필성 선수, 그가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습쓸하더군요. 그래도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납득이 안되더군요. 그정도의 것이 최선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건 마치 두명의 격투기 선수가 '우리 돌려차기는 상처를 입힐 수도 있으니 그 기술은 안쓰기로 하자' 하고 미리 담합을 하고 경기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친구들 끼리의 '5분내 러쉬없기' 와 또 무슨 별다른 차이가 있을까요? 정말 팬이라면 진짜 팬이라 그들의 그런 모습에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료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래서 혹여 멀어질까봐. 그런 것이 받아들여지는 게 정말 이상합니다. 동료끼리의 친선경기가 아니었으니까요. 그 경기의 승패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알 수 있습니까? 그 게임의 승패를 통해서 어쩌면 누구 한명은 위의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한명은 고배를 마실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같은 팀 동료니까 자기들끼리는 이해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리그의 다른 선수들은 뭐가 될까요? 마지막에 그 두선수의 1패가 또는 1승이 간절히 필요해지는 경우가 생기면요? 다른 선수가 그들의 우정의 랜덤전을 속으로나마 조금이라도 원망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면 그 것은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해 싸워왔는 데 다른 두 선수의 우정어리고 사려깊은 랜덤전 때문에 그 선수의 진출이 좌절된다면요.
세가지 이유로 두선수는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플토 대 플토의 경기를 해야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같은 조의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의 최선을 보고 싶은 팬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전략적으로 준비해 온 것도 아닌 즉흥적인 랜덤 대 랜덤에, '나 플토야, 난 테란이야, 다시하까?' 라료. 그리고 '동료라서, 혹시 상처를 입을까봐, 멀어지기 싫어서'라뇨.
그들의 마음이 그렇다면 전 앞으로 온게임넷이든, 겜비시든, 겜티비든 그 모든 경기에 이제 손에 땀을 쥐고 누가 이길까?, 어떻게 될까?, 속 끓이지도 않고 땀에 범벅이 된 그들의 얼굴에 감동받지도 않고, 그들의 허탈한 얼굴에 마음 아파하지도 않으면서 게임을 보렵니다. 그들이 최선이 아닌데 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게임을 볼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불안정한 게임계에서  불안한 미래를 등에 지고 있는 그들의 앞날을 염려하고 프로게임계가 안정되게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접으렵니다. 왜냐면 그들 또한 진지하지 않으니까요. 이기적이어선진 몰라도 전 그런 손해는 보고 싶진 않으니까요.

                                           ..............z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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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28 16:00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만.. 이제는 그만 했으면 하네요.
(네로울프님께만 드리는 말이 아닙니다)
02/07/28 16:14
수정 아이콘
한 팀에 같은 종족을 다루는 선수입니다. 요즘 가뜩이나 여기저기서 어렵다 말듣는 종족이라 서로 머리맞대고 파해책 찾느라 서로의 빌드, 유닛 다루는 버릇 등등을 자신의 것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회에서 만났습니다. 사실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 그를 아는 내가 다 어렵고 눈치가 보이죠. 그래서 차라리 같은 종족 싸움으로 꼼짝못하고 드러누울 바에야 랜덤전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막상 게임에 들어가 보니 제안한 사람에게 덜컥 주종족이 걸려 버립니다. 네, 입닦고 있을까요? 나 주종족 걸렸는데, 내가 제안한 건데 이렇게 되버렸는데 미안함도 쑥쓰러움도 느낄 필요없이 그냥 입닦고 자기 종족 안나온 것처럼 하고 있어요?
랜덤전 제안 한 것 사실은 험한 길 싫어 약간 돌아가자 싶었던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전례가 없었다면 모를까 그랬던 것도 아니고, 채팅창에 종족 알려준 것도 역시 랜덤을 제안한 사람이 다른 이였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겠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가 꺾였다면 거기에 대해 실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지 않습니까? 전 어색하고 미안해 그저 웃어줄 수 밖에 없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게임을 펼친 가림토를, 리치와의 전면전을 보지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 이야기할 때가 됐긴 했군요. 사실은 지금까지만으로도 넘칩니다.
GrayToss
흐...게임내용도 못 봤는데...상당히 애기가 크게 불궈진 모양이네요...저는 온리 플토 유저고..두 선수의 팬입니다..표면적인 얘기만 보면 조금 프로의식에서 벗어난 느낌은 있네요...(저도 겜을 못 봤으니)...저 번 최인규 선수 사건 때도 저는 '프로답지 못함'을 지적했었고..이번도 지적하고 싶기는 하네요..
허나...너무 더운 날...이런 장문을 작성하실 정도로 심한 사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최프로 사건처럼요...아마 최프로김프로박프로...다 이 정도만 되어도 느낀 바는 많을겁니다......
시청자가 추구하는 재미이전에..지금의 프로들도 결국 처음부터 먹고 살자고 스타를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그들이나 우리나 아직은 비슷한 거죠....어쩌다가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 되었다 해도....'프로'란게 자리잡힌 다른 종목하고는 다를겁니다...그들은 '프로'이기에 우리보단 의무가 무겁습니다....하지만 결국 그들도 유리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로 한번 감싸주지요...
스타는 아직은 축구와 야구하곤 다르지요....우리 아마추어들이 그 전엔 똑같은 아마추어였던 그들을...조금만 이해해주십시다...

그리고 김프로와 박프로도 장기리그라면...다음부턴 서로간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이 좋을 겁니다...아마 그 프로들도 피쥐알을 볼테고...그리고 아마 느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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