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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14 20:47:00
Name 황무지
Subject '시'를 씁니다. 그런데.
              쥐


잘 보이지 않는 쥐일수록
단단한 벽을 긁는다
포우의 검은 고양이는
벽 속에서 울면서 굳어갔다지만
쥐는 사각거리며 도시의 벽에 구멍을 내며
가지 말라고 뽕짝 가지 마알라고
찐득하게 애원하던 달라붙던 아스팔트와
칙칙하게 녹아붙던 매연빛의 눈길에도
숨어서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던
네발 달린 쥐가 인간의 벽을 긁어대며
사각거리며, 그 길 가지 말라고
가 봤자 발자국 하나 남길 수 없으니까
덧나고야 말 송곳니나 뚝뚝 꺾으라고
숨어서 벽이나 긁으라고"


윗 글은 제가 쓴 것입니다.
어느 '문학사이트'에 올린 글인데
그에 대한 반응이랄지 댓글이랄지...

"그런 쥐가 있군요.
동물을 사랑 하나 봅니다.

님의 서재에 고양이 한마리 놓아둡니다"

그런데 이 댓글을 쓴 분이 그 '문학사이트'에서 최고의 조회수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시인' 이자 '화가'라는 분인데...
거 참, 허허 웃고 말아야 할 일인지...

이분이 쓴 '시'를 한번 보시죠...

'사랑한다 그 순간만을’

시인 화가 : *** (모자이크 처리)

창밖에 하늘빛은 재빛이다
내 화실공간은 핑크빛으로
음악이 흐르고 차향기가 피어오른다

물감 내음이 캔버스 위에서 너울거리고
작업하는 손 차잔에 실려 몸 속으로 스며드는데
감성에 젖어 고이는 눈물 한 방울 함께 마신다

이 순간만은 행복 한자락
가슴 가득 채워져 황홀하다

오페라핑크색을 짜 놓은 곁에
에머럴드그린과 울트라마린이
팔레트에서 섹시함을 뿜어내어 요염하다

나도 모르게 짜릿하게 황홀하여
몽롱속으로 빠져든다

그릴 수 있는 공간과
그림 그리는 나를 사랑한다

이 순간만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내 곁에 영원히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사랑한다 그 순간만을…



그날 오른 '시'들 중 최고의 조회수에 이런저런 댓글의 추천에...
도대체 지금 '시'란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란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쓴 '글' 하나 올립니다.



                                             사량도 1


그 시절 사랑에 찌든 사람들은 제 몸뚱이 허공 중에 띄우지 못하고 제 한몸 가누지 못하고 쓸쓸함의 무게까지 발목에 싣고 다녔지, 누군가가 제 손 하나 잡아 주기를 바라고 제발 그 손 놓아주지 않기를 바라고 여름날 뚝뚝 땀방울처럼 떨어지는 발길 사이로 지리듯이 뿌려놓은 발자국 사이로 섬과 情事하던 꽃들 피곤한 줄 모르고 붉게 상기된 얼굴 내밀며 선홍색 붉은 꽃잎 꽃잎마다 여름날 사량도 짠내 갯내 햇살에 얼룩진 숨결로 불꽃이 일고

그 여름날 사랑에 찌들은 사람들은 짠내 갯내 지린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길 구덩이 속에 잠 못 이루고 이곳의 하늘은 마음보다 어두운 별빛, 별빛보다 더 깊은 밤, 밤보다 더 무거운 쓸쓸함 감추지도 않으니 아아 짠내나는 이 사랑, 그대는 이곳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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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먹자~
02/11/14 21:07
수정 아이콘
좋아서 읽은것은 아니지만 시라는것을 수없이 읽어보았지만 그것의 정의는 정말 어려운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않아서 더욱 그런듯 하기도 하고...
읽는 사람이 무지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시가 이상한것 같기도 하고.... 퍽~
사랑의사막
02/11/15 00:50
수정 아이콘
내가 10여년전 쯤에 즐겨 읽던 모모모 시인들의 시들처럼 빛이 천장의 갈라진 틈새만큼도 들어오지 않아요. 나도 천장의 갈라진 틈새를 뚫고 나오려는 쌀통에 빠져 돌아오지 않는 엄마쥐를 기다리는 우리의 쥐아기들처럼 가망이 없어요. 나는 천장에서 찍찍거리는 소리에 쌀통을 뒤져 엄마쥐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우리의 쥐아기들이 가망없이 굶어죽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쥐아기 => 등록불가로 인한 불가피한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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