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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24 22:05:02
Name 초콜렛
Subject [EVER 3.4위]남자는 역시 근성
2005 EVER 스타리그 3.4위 결정전을 굳이 챙겨본 것은 순전히 서지훈과 박태민라서였다. 원래 3.4위전 잘 안 보는데다(실은 결승전도 잘 안 본다.-_-) 시드가 달린 일전이라고 해도 결승만한 긴박감이 없는게 3.4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GO시절 단짝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이 두 선수간의 경기는, SK로 스카우트 된 한 사람과 스폰도 없는 팀에서 에이스로 남은 또 다른 한 사람의 경기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를 끌었다.

어찌됐던 박태민은 현존 최강의 저그로 성장했고 그에 비해 서지훈은 과거의 포스만 못하다는 인상을 주면서 최강 테란에서 번번히 제외되기 일쑤였다. 오랜만에 스타리그로 복귀한 서지훈과 아마도 결승행을 쥐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박태민의 3.4위 전은 박태민의 일방적인 승리로 1경기를 끝냈다.

서지훈도 이제 다 됐나 보군. 송병구 같은 신인에게도 실망스럽게 지더니 어떻게 3.4위 전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거의 이런 생각 팍팍 들게 만드는 졸전 중에 졸전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최강 저그라지만 퀸에게 커멘드센터를 먹힐 지경이란 좀 심하다 싶었다. 그러나 2경기에서 보여준 서지훈의 힘은 기대 이상이었다.

투배럭 더블 빌드를 숨길 생각도 없이 시작된 2경기는 그야말로 GG스런 상황의 연속이었다. 틀렸다. 틀렸어. 박태민이 너무 잘한다. 비록 상대의 빌드를 짐작한 듯 두개의 커맨드에 컴셋을 달면서 어떻게 겨우 겨우 막고 있기는 하지만 고지식한 그에 비해서 박태민의 게릴라는 너무 화려했다. 정직하게 말하면 서지훈은 엄청 두들겨 맞고 있었다.

어느덧 해설자들까지 저렇게 맞고도 살아있는 서지훈이 장하다는(-_-) 심정에 이르렀을 때 순간 사태가 역전됐다. 모일 듯 모일 듯 안 모이는 병력을 어떻게 수습하고 수습하고 또 수습해서 상대의 멀티를 잘라낸 그는 결국 2경기에서 박태민의 GG를 받아낸 것이다. 서지훈의 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저 상황에서 그 뚝심을 저렇게 보여주다니.

개인적으로 그의 경기 스타일은 그의 외모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예쁘장하고 시큰둥하고 여우 같은 외모는 멋 부리기 좋아하고 이기적인 요즘 남자애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하긴 지금처럼 스타일리쉬한 세상에서 누가 참고 참고 또 견디면서 훗날을 도모하겠는가. 연애를 할 때도, 입사면접을 볼 때도, 심지어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스피드와 재치인데.

그러나 가끔은 그런 것이 그립다. 멋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고 요령도 없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꾸준함 같은 것들. 언젠가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센스와 개인기에 밀려 환영 받지 못하는 덕목이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그것만큼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없어 보인다. 오늘 서지훈의 경기가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너무나 뚝심과는 거리가 멀게 생긴 선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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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24 22:10
수정 아이콘
빼빼마른 서지훈 선수입니다만, 오늘 2경기를 보고 해설자들도 참 맷집이 좋은 선수라고 하더군요. 흐흐...
goodprice
05/06/24 22:12
수정 아이콘
확실히 서지훈 선수는 그 빠른 손덕분에 중후반 운영이 좋은것 같습니다..초반에 약간 어려움을 격어도 후반의 운영으로 이를 극복하는것 같습니다
05/06/24 22:12
수정 아이콘
오늘 2경기... 전 웬지 올림푸스 결승 2경기가 생각나더군요..
서지훈이 졌네 졌어..저 상황에선 도저히 이길수가 없다~ 그러고 있는데.. 희망의 끈을..선수는 선수본인은 안놓고 있었죠....
그리구선 결국은 이기는걸 보니..참 기가 막히더라는..^^;;
서정호
05/06/24 22:16
수정 아이콘
역시 서지훈정도의 테란을 잡으려면 한방병력을 완전히 잡아내든가...아니면 한방병력 자체를 마련하지 못하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2경기를 통해서 확실히 보여줬죠. '나의 한방을 남겨둔채 게릴라따위는 절대 하지마라. 결국 그것이 너의 패인으로 작용할거다' 인거 같았습니다.
안정현
05/06/24 22:21
수정 아이콘
전 그런 지훈선수의 뚝심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고요
05/06/24 22:36
수정 아이콘
글 느므 잘쓰시네용~
잔잔바라바라
05/06/24 22:42
수정 아이콘
2경기에서 테란이 불리한적이 한번도 없엇습니다. 저그가 '공격적'이었고 테란은 막은것뿐..
초콜렛
05/06/24 22:54
수정 아이콘
잔잔바라바라//알겠습니다. 개인적인 감상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서지훈선수 팬도 아니니까요.

모든 사람이 게임의 승패를 짐작하는 해안을 가지고 게임을 보는 것은 아닐테고 1경기에서 느껴지는 기세를 가지고 판단되는 부분도 있었겠죠. 해설자의 해설이 틀려지는 것도 '현장'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withsoul
05/06/24 23:11
수정 아이콘
저도 화려하진 않지만 그의 그런 뚝심이 너무 좋습니다. 남자는 근성~! 남은 우주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봤으면 좋겠습니다. GO 화이팅
llVioletll
05/06/24 23:46
수정 아이콘
전 프로토스 유저지만.. 서지훈의 바이오닉과 이병민의 바이오닉을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물론 이윤열 최연성 임요환 변길섭 선수 등등...

바이오닉하면 안빠지는 선수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서지훈선수는 개인전에서..

이병민 선수는 팀플레이에서..

각각 바이오닉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서지훈선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의실력은..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전사실 박성준선수를 이기고 결승에 갈줄알았지만..

3위를 차지했군요.. 서지훈선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제가인정한 또한명의 바이오닉강자 이병민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과자공장사장
05/06/25 00:59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서지훈선수가 이 글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05/06/25 01:23
수정 아이콘
바이올렛님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
저도 서지훈선수와 이병민선수의 바이오닉을 엄청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병민선수.. 활약.. 기대해 봅니다.
05/06/25 03:13
수정 아이콘
저도 서지훈선수가 특별히 불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그가 뮤타 갔다가 러커 조금 갔다가 드랍하고 가디언가고.. 더블커맨드 테란이 어찌어찌 막으면서 멀티체크만 꾸준히 해주면 결국 마린 업그레이드로 인해 후반에 저그가 힘을 못쓰게 되죠. (저그가 첨부터 히드라, 러커 위주로 업그레이드 했을경우는 다르구요.) 겜중에 박태민선수가 울트라리스크 섞어줄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게 그 겜이 박태민선수입장에서 별로 유리할것이 없었다는걸 증명하지요.
초콜렛
05/06/25 04:42
수정 아이콘
시로//아. 2경기는 처음부터 서지훈 선수가 필승, 박태민 선수가 필패.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전 그렇지 못했습니다.

1. 개인적으로 1경기처럼 무력하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서지훈 선수가 컴셋과 터렛, 그리고 병력의 배치로 박태민 선수의 뮤탈과 드랍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처음부터 보여줬기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민 선수의 공격은 서지훈 선수의 본진 배럭까지 불붙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3가스를 견제 받지 않고 돌린 것은 그리 대단한 유리함이 아니더라도 뮤탈로 병력을 유인, 러커로 한번에 병력을 소진시키는 등 박태민 선수의 센스가 돋보였던 경기에서 서지훈 선수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 대부분의 경기는 누가 불리하고 누가 유리하다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스타경기의 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초장부터 도박사처럼 승패를 확신할 수 있다는 생각 안들고요. 경기는 매 순간마다 불리함과 유리함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한순간 무게 중심이 흔들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1경기를 제외하면 말입니다.-_-

3. 2경기 앞서 바로 보여준 서지훈 선수의 졸전 때문에 관중은 2경기에서경기능력을 다소 얕잡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쓰지만 1경기를 미루어볼 때 지기 십상이겠지.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이리 막고 저리 막아 승리하는 선수를 보면서 ‘서지훈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는 감동 먹은 것은 님의 말처럼 ‘서지훈 선수가 내내 불리했다고 생각하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일까요? 님은 어찌 어찌 막았다고 하시지만 저로써는 그 어찌 어찌 막은 것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이 글은 말씀드렸다시피 개인의 감상기입니다. 이런 글에 오셔서 ‘처음부터 불리한 경기 아니었으니까 서지훈 선수의 승리는 절대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죄송합니다만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원글을 쓴 저도 그렇지만 서지훈 선수의 팬들은 얼마나 속 상하겠습니까.

지가 글 올려놓고 지가 옹호하는 리플을 달아서 죄송합니다.-_-;; 말씀대로 전 스타를 잘 모르고 여러분들처럼 경기의 승패를 짐작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저도 아래 글 위에 이런 글을 올린게 참 난감모드가 되버렸네.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이렇게 경기를 바라본 사람도 있구나.라고 편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긴 리플 죄송합니다. (젠장. 이넘의 성질은ㅜ.ㅜ)
눈시울
05/06/25 09:37
수정 아이콘
2경기에서 테란이 불리하지 않기는요. 미네랄도 못 캐게 계속 견제받다가 결국 앞마당은 날려먹고 9시 멀티 견제받고
11시는 돌리지도 못하고 깨진 테란과 기본 3가스에 1시 멀티를 돌리기 시작하는 저그와의 경기였죠.
불리한 경기와 지는 경기는 다른 겁니다. 서지훈 선수 불리하지만 이것만 어찌어찌 막아내면 미래가 있는 경기라고 보는 게 맞죠.
주먹들어가는
05/06/25 11:19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 대 박태민 선수같은 테란대 저그전을 보면 예전에 NC - No1유병준 선수가 선수가 생각난다는.. 우주하게 방어하다가 순회공연하는 테란의 로망!!
그러고 보니 김정민 선수를 보면 NC길드의 테란들이 대부분 그런 성향인듯 하네요 정유석 선수도 생각나고...
네오크로우
05/06/25 14:51
수정 아이콘
어제 서지훈 선수.. 정말 얄미울 정도로 멀티 체크 잘하고 잘 끊어먹더군요.... 그리고 제일 짜릿 했던 순간은 뮤탈 유인을 통한 스탑럴커의 대박...... 이런 맛에 스타를 못 끊는듯 합니다. 어제의 두경기.. 두 선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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