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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2 01:15:37
Name 이블낙서
Subject 펌)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타난 은유 (스포일러 많음)
디씨 영갤에서 퍼왔습니다 영갤의 규모와 시간떄문에 많은 분들이
이글을 못보는게 아쉬워서 이렇게 퍼왔습니다
영갤이 ROXKID님이 글입니다


사실 설익은 지식자랑하는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본게 꼭 맞는것 같지도 않아서 글올리는건 생각 안해봤는데,
그냥 듣고 싶다는 사람 있으니깐 이야기 해볼께.
하나 먼저 말할게 있는데, 난 내 말이 이 영화의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내 생각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줘.

르네 지라르라는 유명한 프랑스 비평가가 쓴 <희생양>이란 책이 있어.

인간세계에서 행해지는 제의(제사, 의식)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것과는 다른 진실이 있다는것이 그 사람이 말하는 진실이야.

예를 들면 희생제의 같은건데, 옛날 아즈텍 문명같은 곳에서는 태양신을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으로 공양하지 못하면 세계가 빛을 잃고 멸망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람을 죽여서 심장을 꺼네어 공양했어. 그런데 말야 마빈 헤리스 같은 사람은 이런 의심을 하는거야. 진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마빈 헤리스 같은 사람의 대답은 '노'였지. 아즈텍은 짐승의 고기를 구하기 매우 힘든 곳이야. 기후와 지형이 적합하지 않아 사육을 할 수도 없고 사냥을 할 수도 없지. 그 사람들이 고기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전쟁을 통해 포로를 잡아서 잡아먹는 것 뿐이였지. 실제로 아즈텍 문명 흔적을 조사해보면, 10만명이 넘는 인간의 유골이 발견되고 있고 희생된 고기가 신속하게 먹을 것으로 나뉘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중국같은 나라도 마찬가지였어.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죽었을 때 자로의 시신을 젓을 담갔다는 기록이 논어에 나와. 우리나라 고구려가 멸망했을 때도, 부흥운동을 했던 왕족중에는 젓을 담궈서 중국 귀족들에게 나누어졌다는 기록이 있지.

이렇게 우리가 제사를 행하는데에는 실제적인 필요성이 그 잔혹함때문에 인간의 양심을 건드림으로 해서 그럴듯한 신화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면 예수의 부활 신화처럼 말이지. 예수가 인간을 위해 희생양이 되고 부활했다는 신화 있지? 그건 희생양을 만든 사람들이 느끼는 죄책감을 은폐하기 의한 장치라고도 볼 수 있어.

그런데 르네 지라르라는 사람은 희생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생각을 하는거야. 사실 희생이란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불과했다고. 먼 옛날 인간이 문명을 이루기도 전에, 집단생활을 하면서 맹수의 의협을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영위했을때,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개체는 어떤 존제였을까? 맹수가 인간집단을 덥친다면 누가 가장 먼저 희생될까? 용감한 어른? 노, 바로 가장 약하고 어린 개체들이 되는거야. 아프리카에서 맹수들이 탐슨가젤 사냥하는 걸 봐. 가장 어린 놈이 잡히고 나면 다른 놈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지. 아마 인간도 마찬가지였을꺼야. 바로 그게 희생제의의 심리적 기원이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양심이라는 기제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양심이 없다면 집단생활자체가 유지될 수 없거든.

그래서 그럴듯한 희생제의에 대한 신화를 만들게 돼. 희생물은 가장 어린 양과 같은 존재로서 순진하고 죄가 없어. 순백의 마음을 가진 깨끗한 존재야. 그들은 희생을 통해 세계를 구원하고 하늘로 올라가 부활하는거야. 영생을 얻는거지. 그런식으로 사실은 인간의 무의식 심연에서 드글드글 끓고있는 욕망을 채우면서 그 무의식이 의식속에 옮겨놓을 충격적이고 냉혹한 진실을 은폐하는거야.

영화에서 붉은 초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촛불이 보이지? 샹들리에 위에서 빛나는  초는, 그리고 원모의 붉은 구슬이 하얀색 타일접착제로 채워진 홈통을 굴러가는 이미지는? 그것이 바로 감동적이고 고귀한 신화(흰색)아래 감추어진 욕망의 진실(붉은색)을 의미하는거야.

결국 그들이 나누어 먹은 건 아이들의 고기였어. 그랬기 때문에 케익을 나누어먹으면서 그 냉혹한 현실을 은폐하는 천사가 언급되고 부활을 의미하는 생일축하노래가 불리워진거지. 으스스하지 않아? 사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의식속에는 이런 무의식의 진실이 담겨 있는거야.

생각을 해봐. 영화를 보면 아이들의 부모가 비디오를 보고 땅을 치며 울부짖는 장면이 두 번 언급되지? 소리없이 정교하게 편집된 한번, 그것이 끝나고 금자가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소리가 섞인 한번, 그 충격적인 상황에서 우리 경찰아저씨는 뜬금없이 홍차, 커피중에 뭘 드시겠냐고 묻고 돌아다니고 있어. 그 상황에 차를 마실 수 있겠어? 하지만 삶은 그래. 부모가 죽고 아이가 죽어도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고. 첫번째 보여진 화면은 우리가 믿고 있는 복수에 관한 내용이고, 두번재 내용은 복수의 현실적인 모습이야.

아이들을 위해 복수의 의식을 행하면서도 사람들은 보는 금자가 한심할만큼 몸을 사리고 의견통일이 안되고 서로를 의심하지. 거기에 무슨 복수가 있지? 아이들에 대한 복수보다는 자신들이 살아갈 생활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은게 사람이야.

결국 백선생은 죽고 남은 사람들은 의식을 끝낸 후에 경건한 마음에 젖어서 제사를끝낸 사람들이 고기를 나누어 먹듯 핏빛 흥건한 초컬릿 케익을 나누어 먹지. 다섯 아이들을 상징하는 다석개의 초가 꼽힌 케익말야. 거기서 유일하게 다른 살마들 처럼 날뛰지 않았지만 신속하고 조용하게 복수를 끝낸 할머니가 그걸보고 깜작놀라며 표정을 일그러뜨리는건 당연한거겠지.

인간들의 의식적 위선은 경건하게 아이들을 위해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면서 먹는 케익 조각 아래로 건내지는 계좌번호에서 절정에 달해. 나중에 눈이 내리는걸 보고는 경건고 온 세상의 죄를 사해줄 것 같은 눈이 내리는 걸 보고도 투덜거리면서 집에 갈 걱정을 먼저 하는거야.

그런데 금자는 그걸 몰랐어. 사실 여기서 금자가 한 역할은 제의를 집전하는 제사장의 역할이야. 붉게 칠한 눈화장은 흡사 샤먼의 몸단장처럼 섬뜩하고 엄숙해보이지. 금자는 정말 속죄를 하려고 복수의식을 행한거지.
하지만 의식을 거행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실을 알아가는거야. 그 사람들을 보면서 금자가 어렴풋 흘리는 비웃음 비슷한 표정 기억하지?

결국 금자는 자신의 복수가 온전한 것도 아이들을 위한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거지. 원모는 뭐라고 변명할듯 한 금자의 입을 막아버려. 금자가 백선생에게 그랬듯이. 그리고는 담배를뻑뻑피워대다가 커다란 유지태가 되서 올드보이때와 똑같은 냉소를 흘리는거야. "나는 진실을 알고있다."는 거지.

진실을 알게된 금자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마지막 장면에 눈을 맞으면서 짓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어.
인간의 진실, 냉혹하고 위선적인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됐지만 그걸 포기할 수는 없는거야. 불완전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삶을 지탱할 수 없는 양심이란 것. 그 속에 금자는 얼굴을 파묻어버려. 흰색 두부같은 케익속에 말이지. 기억나지? 오대수도 진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어떻게든 살기위해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려고 했던 거.

인간의 진실은 거기 있는거야. 우리는 인간이라는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괴물같은 존재라는걸 알게 된다음에도 결코 생을 포기할 수 없어. 그게 지긋지긋한 인간의 진실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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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02 01:18
수정 아이콘
이런 것에 대해 너무 깊이 파고들고, 너무 많이 알고... 그러다 보면 정말 살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섭습니다.
feat. Verbal Jint
05/08/02 01:25
수정 아이콘
전 방금 보고왔는데.. 뭐 그냥 그렇더라구요..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 중에 제일 별로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이영애씨의 연기는 일단 제 취향이 아니니 그냥 패스하고, 이 영화에서 바라보는 복수를 바라보는 시각같은 것도 이해는 하겠는데 그게 그렇게 다가오지도 않고, 화려한 카메오들은 왠지 영화를 보는데 몰입감을 방해하더라구요.. ("오, 누구 나왔다..") 박찬욱 특유의 미장센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고, 새롭긴 한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많내요..
OverCoMe
05/08/02 01:28
수정 아이콘
저는 며칠전에 친절한 금자씨를 봤습니다.. 저는 영화보는 눈이 낮아 영화의 깊이, 내용, 구성등등 다른건 잘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드보이를 너무 감명 깊게 본지라 너무 기대를 많이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별로 였습니다..
허클베리핀
05/08/02 01:39
수정 아이콘
저는 또보러갈건데요;;;; 한국영화중에 그렇게 디테일한 영화는 첨봤습니다;
딥퍼플
05/08/02 01:52
수정 아이콘
어떤 의미에서는 '올드보이'보다 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지막 하얀 눈이 쌓인 골목길을 금자의 딸이 뛰어가 금자에게 안기는 장면이 며칠간 머리에서 떠나지 않군요. 하지만 '올드보이'의 반전과 같은 강렬한 무언가를 원했던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어떻게 느낄지는 각자의 몫이겠죠.
최유형
05/08/02 01:57
수정 아이콘
거참. 저는 유지태 나올 때.

것봐라. 상우는 아직도 은서한테 아무말 말고 닥치란다. 나 같아도.

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 혹시나 모르실까. 봄날은 간다 주인공들입니다.)
Connection Out
05/08/02 02:53
수정 아이콘
최유형님 댓글보고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듣고보니 그렇군요. ^^

이 영화에서 복수 3부작의 결말을 지으려고 노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결론은......인간이 하는 것인 이상 완벽할 수 없고, 복수를 통해서 결코 영혼의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윤수현
05/08/02 02:55
수정 아이콘
처음 볼때는 지루하더니 한번 더 보니까 그때는 재밌던데요.
올드보이를 기대하고 가면 좀 지루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제사장이나 희생같은건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위선이나 때에 맞지않는 행위(커피?홍차?..이런거요)로인한 블랙 유머는 복수 3부작에 꾸준히 나오던 것들이죠.
유지태...장면은 ...음........처음 볼때는 글쓴님이랑 비슷하게 생각했는데
두번째 보니까 꼭 비웃음이 아닌거 같기도..... 헷갈리네요
05/08/02 10:49
수정 아이콘
음 괜찮았습니다.
부분적인 구성에 신경을 쓴 덕에 전체적인 조화가 좀 밍밍해진게 단점이긴 해도, 영화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만,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을 기대하고 가신 분들은 꽤나 실망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위의 글 중에서는 아느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고 그런데..음; 자로의 경우는 늬앙스가 공자가 젓을 담근것 처럼 나와있군요-.-; 그게 맞다면, 공자가 담근게 아니라 공자에게 담근게 보내진겁니다..당연히 공자가 좋아했을리도 없죠-ㅅ-

ps 미쟝센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보면서 '박감독, 돈좀 벌었어' 하는 생각도 들었고, 상당한 노력을 쏟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지나친 카메오는 영화의 집중도에 문제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영애씨의 연기는 이제껏 영애씨 연기본것 중 최고였습니다.
최고다! 언빌리버블! 까지는 멋해도 나름대로는 꽤나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Dennis Rodman
05/08/02 11:29
수정 아이콘
이번 영화처럼.. 영화팬들에게 극명하게 대조되는 평을 듣는 영화도 없을거 같네요....

전 솔직히..영화내내... 지루 했습니다. 언제쯤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왜 케잌에다가 얼굴을 들이 댔을까요? 그리고 따라온 청년은 왜 하늘의 눈을 보면서 돌면서 웃었을까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 도저히 이 영화를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05/08/02 13:17
수정 아이콘
에너지가 부족해...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완성도의 유.무를 떠나서
"올드보이"의 그 치열함 대신 우아함이 자리를 차지한 영화.
Liebestraum No.3
05/08/02 18:35
수정 아이콘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올드보이는 원작이 있던 영화이기 때문에 논외의 작품이지만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는 정말 많이 닮아있는 영화입니다.
많이 닮아있지만 그 전개는 전혀 다르죠. 보여주는 것도 전혀 다르고.
복수는 나의것과 연결지어 생각해 봤을 때 이번 작품 친절한 금자씨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05/08/02 18:39
수정 아이콘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은 다르기 때문에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박찬욱 감독 자신만이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금자역을 맡은 이영애씨라고 알고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애씨 자신이 느끼고 이해한 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의미와 느낌을 가지고 영화를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고등학교 시험문제가 아닙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죠. 제 생각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더욱 그러한 것 같네요.
답이 없는 서술형문제...



답이 모두 같으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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