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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2 03:48:10
Name 마동왕
Subject Legend Killer 박성준
(편의상 존칭 생략하겠습니다.)

그럴 일이야 절대 없겠지만,

이쯤에서 '박성준'이라는 프로게이머가 갑작스럽게 은퇴한다해도 그의 이름은 스타계가 망하는 그 날까지 거론되는 그런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혜성처럼 나타나 동시대 S급(소위 본좌급)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타이틀을 거머쥐는 그의 압도적인 모습은 지금까지의 저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그'로써 최연성, 이윤열처럼 데뷔 1~2년 이내에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만 생각되는 시기였으니까.

물론 그도 사람이기에 첫 PC방 예선 도전만에 스타리그까지 질주하진 못했다. 현재는 해설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임성춘에게 패배하여 첫번째 첼린지 예선을 마감했고, 두번째 첼린지 예선에서는 이제는 먼옛날의 전설로 남아버린 기욤을 꺽고 분전했으나 김근백 선수에게 패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썩 변변찮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 MBC게임의 마이너 리그 예선과 WCG 예선 등 나머지 각종 예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약 10개월 간의 PC방 예선을 전전하던 것이 경험이 쌓였던 것일까, 그는 세번째 첼린지 예선에서 듀얼까지 직행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낸다. 모두가 부활을 손꼽던 귀족테란 김정민과 프로토스의 전설 기욤에게 PC방행 티켓을 쥐어보내고 자신은 듀얼로 올라선 것이다.

그렇지만 방송에서 거물급 선수들과의 맞붙음에 긴장한 탓일까, 듀얼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SCV의 아버지, 워크와 스타크래프트 두개종목 동시 4강 등의 화려한 업적을 가진 베르트랑과 폭풍저그, 저그의 전설 홍진호에게 연패하면서 스타리그행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때 당시의 듀얼 제도는 승리한 두명은 스타리그 진출을, 탈락한 두명은 다시 한 번 3전 2선승제로 경기해 첼린지에 잔류하느냐 첼린지 예선으로 떨어지느냐를 가르는 그런 제도였다. 즉 베르트랑에게 최종진출전에서 패배해 스타리그행이 좌절된 홍진호와 첼린지 잔류권을 놓고 경기를 펼치게 된 것이다.

.... 결과는 홍진호의 2패. 박성준은 수많은 환호와 응원을 받던 홍진호를 떨어뜨리고 첼린지에 잔류하게 된다.(이때 이후로 홍진호 선수는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완승을 거둬 홍진호를 내려버린 박성준 선수가 지금은 박성준의 천적이라니.. 항상 홍진호가 이때를 생각하며 대 박성준 전을 연습하는 건 아닐까 라는 추측도 해본다;;

박성준은 김정민과 기욤, 홍진호를 PC방으로 내려보내면서 원치 않는 악역을 맡게 된 듯 싶다. 올드팬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전설들의 부활을 꺽어버렸으니까. 그의 전설 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폭풍을 잠재우고 첼린지에 잔류하게 된 그는 한달 후에 다시 첼린지 리그를 갖게 된다. 오랜만의 방송경기에서 긴장한 탓일까, 그는 첫경기 vs 박경수(이 두선수들 정말 많이 붙었다.) 전에서 패배하며 패자조로 내려앉게 된다. 그는 바싹 감각을 곤두세우고 패자조에서 한웅렬을 상대로 승리, 박경수와 리턴매치를 갖게 되고 최종진출전에서 2승 1패로 아슬아슬하게 다시 한 번 스타리그로 향하는 길에 올라서게 된다.

듀얼토너먼트 조 멤버는 임요환, 박정석, 박성준, 전상욱이었다. 지금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조지만 당시 전상욱, 박성준 선수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고, 역시 모두가 바라는 승리는 임요환과 박정석의 승리였을 것이다.

영웅에게 일격을 당한 박성준은 패자조에서 전상욱을 이기고 최종진출전에 올라선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당시까지 유일한 2회 스타리그 우승자이자 vs 저그전 슈퍼 스페셜 리스트 '임요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계 그 자체이자 모든 전설을 써나아갔던 임요환과 그는 맞서야만 했다. 아마 신인으로서 듀얼토너먼트 최종진출전에서 그와 만난다는 것은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압도적인 임요환을 향한 응원과 함성소리, 그를 응원하는 것은 그 자신뿐인 것처럼 느꼈을테리라.

하지만 그는 그 자신을 믿었고, 자신의 스타일을 믿었다. 박성준은 자신의 스타일로 능히 '전설'을 제압했다.

... 모두가 바라던 '전설'의 부활이 그의 손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동안 박성준이 1년간 꿈꿔왔던 전율의 스타리그 진출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가 첫 진출했던 질레트배 스타리그에는 박성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또 이 시절이 투신 박성준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물론 신호탄 치고는 너무 컸다.

16강. 전태규-최수범-한동욱을 상대로 전승, 8강행 티켓을 손쉽게 거머쥔다.

8강에서 박성준은 올림푸스의 황태자 서지훈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그는 '저그의 전설' 홍진호가 넘지못했던 1mm의 벽 하나, 그 벽을 격파하며 S급 테란이자 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세계대회 우승자이자 올림푸스의 전설 서지훈을 4강에서 좌절시킨다.

그러나 전설을 무너뜨린 경외감도 잠시, 관중들에게 곧이어 그의 4강 상대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MBC게임 3회 우승, 공식랭킹 1위, 당시 '최강''천하무적' 이라 불렸던 최연성이었다.

'임요환, 서지훈, 홍진호 전부 무너뜨렸지만 최연성에게는..' '최연성한테는 안된다.'

모두가 비관적이었다. 이윤열마저 격파한 최연성에게 더이상 걸림돌은 없을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마 이때 박성준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10%도 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박성준은 자신을 믿었고, 악전고투 속에 그는 그의 스타일대로, 5경기까지 끌고 나가게 된다. 이때 머슴 최연성이 박성준에게 기가 밀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뿐이었을까. 그조차도 5경기까지 갈 것을 예상치 못한 것처럼, 그의 플레이에서 당황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정찰조차 제대로 못하고, 병력은 다리조차 제대로 건너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 절대 카리스마 최연성이 무너졌는데 무엇이 그를 막을 수 있었을까.

영웅 역시 그를 막지 못하고, 결국 그는 첫 진출에 스타리그 우승 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질레트배에서 그는 무적이었다.

이어지는 통합리그에서 역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이윤열과 박태민을 무너뜨리고 2004 프리미어 리그의 통합 타이틀까지 차지하게 된다.

....

최연성, 이윤열, 임요환, 서지훈, 홍진호, 박정석.

그가 첫 스타리그 진출 후 약 반년간 무너뜨린 전설들이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봐도 이러한 전적은 찾기 힘들며, 특히 저그라는 종족을 봤을 때 이것은 경이적인 레전드 킬러로서의 명칭이 걸맞지 아니할 수가 없다.

OSL 우승 2회, 준우승 1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1회, 스니커즈 올스타리그 3위.
현 케스파 공식 랭킹 1위.

주목해야할 점은 그가 '지는 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젊고, 그 어떤 전설이 덤벼도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 강하다.

앞으로도 그의 시대가 남았다는 것은, 이제 그가 전설을 무너뜨린 경외감으로 보여지는 선수가 아니라,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스타계의 전설을 써내려갈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투신, Legend Killer 박성준! 그는 현존 최강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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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02 03:54
수정 아이콘
잘쓰셨네요~
05/08/02 04:09
수정 아이콘
프리미어리그우승때가 정말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전 개인적으로 박태민선수 관련글들도 좀 올라왔으면 ~~
황제의재림
05/08/02 04:14
수정 아이콘
확실히 박성준선수때문에 저그가 하고싶어지긴 합니다 ㅠㅠ
강력한 공격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컨트롤이 최고봉인 선수
제 기억속에는 불리한 저그전을 컨트롤로 극복해낸 김근백선수와의 8강전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ㅠㅠ 강추 아마도 아이옵스였나? 암튼 대단했었습니다!
발업까먹은질
05/08/02 05:07
수정 아이콘
저그로 이런게 가능하다고 믿었을까요?; 결승과 4강에서 좌절한 그동안 지나간 궁극의 저그유저들을 보면...홍진호 조용호 강도경 박경락 변은종...과연 누가 알았을까요....;; 박성준 선수를 다른 저그유저들이 안타까워보이기도하고, 또 심하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05/08/02 06:14
수정 아이콘
박선수의 라바는 공격을 위한 워밍업..
닭큐멘타리
05/08/02 06:18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는 스타크래프트계의 랜디 오튼이었군요!!
이디어트
05/08/02 07:33
수정 아이콘
박서를 보며 스타를 시작했고, 리치를 보며 스타를 못 접었고, 줄라이를 보며 스타를 다시 시작해버렸습니다...-_-;
아케미
05/08/02 07:41
수정 아이콘
듀얼에서 베르트랑 선수는 패러독스에서 프로토스로 경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결국 박성준 선수가 지긴 했지만, 대단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저는 "저 선수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임요환-전상욱-박정석-박성준 조에서 임요환 선수와 박성준 선수를 응원했었습니다-_-;; 속으로는 박정석 선수 미안해요를 외치면서. 뭐 결국 올라간 것은 박정석 선수와 박성준 선수였고 그 두 사람이 질레트배 결승전까지 가게 되었지요.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저그 유저들의 플레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함이라고 할까… 지금의 그라면 우승자 징크스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날라라강민
05/08/02 07:59
수정 아이콘
잘못된 정보가 하나 있다면, 그 당시 2회우승자가 임요환 선수 말고 김동수 선수도 있었죠. 비록 은퇴했지만요.
letter_Couple™
05/08/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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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가 생각나네;;;
혜선날다
05/08/02 08:12
수정 아이콘
랜디오턴;; ;;
05/08/02 08:22
수정 아이콘
8차 MSL에서는 뭔가 좀 보여주기 바랍니다. 일단 진출이 우선~
료코/Ryoko
05/08/02 09:09
수정 아이콘
유일한 2회 스타리그 우승자이자 vs 저그전 슈퍼 스페셜 리스트 '임요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부분 이상한거아닌가요? 제가이해를못한건가..
이디어트
05/08/02 09:12
수정 아이콘
2연속우승을 잘못 말하신건가...
05/08/02 09:17
수정 아이콘
저도 박성준 선수를 좋아합니다. 특히 테란 잡는 장면은 상성을 무색하게 만들죠.
임요환 선수와의 듀얼은..처음에는 임요환 선수의 컨트롤에 넋을 잃고 바라봤는데 어느새 한발한발 앞서나간 운영
서지훈 선수와의 8강전..엄재경 해설위원이 말했죠. '아니 테란이 실수한게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될 수 있나요?"
최연성 선수와의 4강전은...1경기와 5경기를 보면 전율입니다. 5경기때 최연성 선수는 언덕 입구에 벙커하나, 배럭 주변에 벙커 하나를 추가로 지었죠..얼마나 1경기때 시달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박성준 선수 앞으로도 화이팅!
EpikHigh
05/08/02 09:42
수정 아이콘
저는 박성준 선수 포스를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Pluto님이 만드신 영상보고 덜덜덜 하고있었습니다.
망고탱고쥬스
05/08/02 09:47
수정 아이콘
역시 최연성선수와 5차전이 멋진경기였죠.다리도못건너보고 방어만하는 최연성,계속 몰아치는 박성준....잊혀지지않는 경기엿습니다
마나님
05/08/02 09:56
수정 아이콘
저그로 이기는 스타일은 박태민이지만 저그로 따라하고싶은 스타일은 박성준입니다. 정말 나를 불붙게 만들어주는 선수죠..
05/08/02 10:03
수정 아이콘
테란진영에선 그를 잠재울 언더테이커가 필요하군요.
하지만 최근포스를 봤을 때, 없을듯한..
D.TASADAR
05/08/02 10:27
수정 아이콘
이미지나 포쓰로 봤을 땐 오튼보단 브록 레스너가 더 어울리지 않나요?

오튼은 데뷔초반에 집안 후광을 얻은 귀족 이미지로 나와서리...;;

그건 그렇고 진짜 까놓고 질레트 4강에서 최연성이 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10%도 안될 겁니다.

정말 전율의 승부였죠.

1~5경기 동안 박성준의 건물을 단, 단 하나도 깨지 못하고 수동적인 플레이를 일관하다가 패배해 버린 최연성...
prestonia
05/08/02 10:29
수정 아이콘
질레트배 4강전때 1234 경기는 다만 5경기의 전주곡이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올멀티 관광;
이현규
05/08/02 10:44
수정 아이콘
질레트 4강전 최연성 선수하고의 경기는 박성준 선수의 완벽한 압승이었죠. 1,2 경기의 완벽한 공격과 3,4 경기의 져도 상관 없도는 공격 그리고 또 공격..

심리적으로 완벽히 압도당한 최연성은 5경기에서 결국 수비만 하게 되고, 그걸 역 이용한 박성준의 올멀티..

박성준 선수의 완벽한 시나리오 엿습니다.
05/08/02 12: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은 이윤열 선수가 남아있지 않나요?
05/08/02 15:27
수정 아이콘
Frank로 시작하는 그분이 오실 시간인듯..
발업까먹은질
05/08/02 16:20
수정 아이콘
누구나 천적은 있죠
박성준 선수에게 그 천적은 이윤열 선수인듯...;
Liebestraum No.3
05/08/02 18:33
수정 아이콘
지난 MSL과 스니커즈를 거쳐서
이번에 또다시 Legend와 그 킬러가 맞붙는군요.
이번 스타리그 16강 대진 중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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