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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0/28 03:02:30
Name kama
Subject (팬픽)Head on Collision
  문은 작고 볼품없었다. 사실 문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모자란 감도 있을 정도다. 그냥 공간과 공간을 막아버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통과점이라는 것에 의의를 둔 정도라고나 할까. canata는 그 사실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그를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는 문이 마치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살며시 째려보고서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작고 가늘지만 간결하고 깊게 스며드는 목소리다. canata는 그 목소리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두 명이라는 사실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도 잠시, 안으로 들어간 그는 다시금 얼굴을 굳히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문이 그 모양인데 안쪽 공간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최대한 기능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 장비들과 서류가 여기저기 엉켜서 나뒹굴고 있는 모습은 테란 군 최고사령관의 집무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마감에 쫓기는 소설가의 독방에 더 어울릴 것과 같은 풍경이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편의성이나 청결을 따질만한 시기가 아니다. 목적지를 향해 거대한 부대가, 정말이지 거대한 부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무슨 일이지?”

  “아, 네.”

  들려오는 목소리에 canata는 들고있는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방이 난장판이던 아니면 공허한 들판과 같던 간에 이 방의 주인은 이 남자이고 이 남자, oov는 테란 군의 최고사령관을 역임하고 있는 자였다. 그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그는 상대가 그 서류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서류를 다 읽은 oov는 역시 이런저런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책상 위에 집어 던졌다.

  “이겼군. 아슬아슬했지만.”

  “네, 프로토스의 병력은 예상보다 더욱 거셌던 것 같습니다.”

  “예상만큼.......이겠지. 상대는 그 남자였다고. 결코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야.”

  “확실히......하지만 결국 황제께서는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난감하게 됐군.”

  “네?”

  canata는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 황제는 같은 테란 소속임과 동시에 그 중에서도 oov와 같은 SKT파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상대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 발자국 위로 올라섰는데 난감하다니.......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고, 그 모습을 본 oov는 시원한 웃음을 내보였다.

  “그래, 같은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고, 이 우주에도 지배자가 둘일 수는 없어.”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기억이었다. 1년이 좀 넘었을까나. 그 둘은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만났었다. 아무리 같은 세력, 같은 파벌이라고 하더라도 우열은 가리고 최후의 승자는 가려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 있는 남자는 그 치열하고 처절하기까지 했던 전투에서 최후까지 일어서 있던 사내였다.

  “그렇게 되면 네가 꽤나 난감하겠군.”

  “아, 아닙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canata는 황급하게 부정을 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이나 목소리의 떨림이나 표정의 급격한 변화는 이미 난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이에 다시 oov는 미소를 띄었다. 서둘러 자기관리에 들어가면서도 canata는 그 미소를 보고 정말이지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한 웃음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야. 시기적으로는 가깝지만 나에게는 산 하나가 남아있으니까.”

  oov는 의자를 뒤로 당기고서는 빙글 돌렸다. 의자가 좋지 못한 것이라 그 동작을 그다지 부드럽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는 몸을 반대로 돌리는 것에는 성공을 했다. 그 앞에는 작은 창문이 나있었다. 임시로 지은 건물이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은 머물 것이고 그만큼 공을 들인 것이다. canata도 oov의 시선을 따라서 그 창문을 바라보았다. 빛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천연색의 물결이 그 너머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oov는 그 물결을 만지려는 듯이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이긴다.”

  역시나 짧지만 깊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한 마디. 그것은 예상이나 바람이 아니었다. 예언도, 의지의 표명도, 그리고 어떠한 자존심이나 자부심 혹은 그것을 위장한 오만도 아니었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사실의 거론이었다. 승리는 미래에 일어나길 바라는 목적이 아니라 현실에 이미 고정되어있는 역사였다.
  catana는 그 어지러운 방의 모습이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 무수한 서류들은 단순한 종이들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지금 이 장소에 있는 그 병력들,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는 시즈 탱크와 전장을 종횡무진 누빌 벌처들, 공중과 지상 모두를 아우르는 골리앗, 그 무시무시한 병력들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 수많은 서류들을 통해서 이 모든 병력들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이 남자와 대결을 해야 하는 상대에 대하여 약간의 동정심마저 느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anata로부터 동정을 산 그 사내는 지금 작은 홀 한 가운데 서있었다. 적어도,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는 그랬다. 주변은 언제나 그렇듯이 짙은 어둠 속에 가려져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시력이라는 것은 부가적인 것에 불가하니까.
  
  “그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약간의 동요. 홀 가운데 있는 남자, zerobell은 자신의 정신파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상대가 비록 황제이기는 했어도 그 자라면 당당히 그 난관을 뚫고 나아갔을 것으로 생각했었으니까. 그는 잠시 한때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그 남자에 대해서 생각했다. 위로는 필요 없을 것이다. 강한 인물이니까. 그리고 그보다는......자신의 일이 먼저다. 그가 패배했다는 소리는 결국 이제 남은 것은 자신뿐이라는 소리이니까.

  “그리고 테란의 다른 병력이 이제 그쪽을 향해 진군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그들을 막을 세력은 이제 너만이 유일하다.”

  “그렇다. 네가 그들을 막지 않는다면 그들은 핸드폰 시장을 점령......흠흠, 전 우주를 지배할 기세이다.”

  “하지만 지금 너의 상대는 저 사악한 저그는 물론 같은 테란들마저 두려워하는 괴물이라는 자이다.”

  정신파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사실 이 장소에는 그 외에 다른 이들은 없다. 이 목소리-니름은 멀리서 사념파를 통해서 뇌 속으로 직접 전해지는 것들이었다.

  “자신은 있는가.”

  “물론.”

  생각할 시간 같은 것은 필요치 않는다는 식의 간결한 대답과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것은 어떤 사념파가 아니었다. 뭔가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직접적인 소리였다.

  “우리는 결정했다. 이제 전설의 유지를 이을 자는 너밖에 남지 않았고 너는 그 유지를 충분히 이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zerobell은 어둠 속으로 손을 뻗었다. 원래는 텅 비어야 하는 공간에 뭔가가 잡혀졌다. 파일론을 통해서 워프가 된 그 물건.

  “이것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사이블레이드(Psi-blade)였다. 그것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어차피 정신력의 힘으로 검날이 생기는 장비인 만큼 명작이니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치 내부에 남아있는 정신력의 파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설마 이것은 영웅의? 아니, 더 이전으로 넘어간다.

  “그렇다. 그것은 그 자의 것이었다.”

  프로토스 족에는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전설이 존재한다. 과거 황제의 세력이 전 우주를 뒤엎었던 시절. 프로토스마저 그의 정복행렬에 지배를 당할 뻔 했었다. 하지만 본성 아이어에 황제의 군대가 내려왔을 때, 농촌에서 유유히 홀로 농사를 짓던 한 사내가 한 쌍의 사이블레이드와 함께 단신으로 황제의 기지로 향하였다. 그리고 황제의 군대는 그 정복행렬을 멈추었고 우주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 사내의 이름은.......garimto.

  “가거라. 그 자의 정신이, 그리고 그 뒤를 이었던 영웅의 혼이 그 안에 담겨있다.”

  정신적인 연결이 끊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서는 자신이 쥐고 있는 사이블레이드를 물끄럼히 바라보는 것처럼 하다가 그것을 오른손에 장착시켰다. 별 다른 것은 없다. 전설적인 물건이라고 갑자기 어마어마한 위력을 내뿜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었고 결국은 자신의 재량에 모든 것이 결정될 뿐이니.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뭔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의 몸에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지였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흙은 흙으로. 황제건 괴물이건 사신 앞에서는 한낱 인간일 뿐.......’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주변을 가득 메웠던 그 어둠 사이로 사라졌다.  




  .......에, 팬픽입니다. 이번 4강 2차전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고 여전히 미약한 글솜씨에 다분히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zerobell의 마지막 대사 중 재는 재로.....부분은 모 만화의 킬러가 쓰는 말입니다.(아시는 분 손~) 그 킬러 이름도 제로 였기 때문에 언젠가 꼭 써보고 싶었죠~ 그리고 제목은......생각나는게 없어서 그냥 네이버 끄적이다 찾은 단어입니다. 정면충돌이라고 하는군요. 물량의 대가인 만큼 정말 제대로 충돌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다음에는 고인규 선수를 주인공으로 써보고 싶으니 다다음 스타리그에는 꼭 올라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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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28 03:10
수정 아이콘
오옷~!멋지군요.+_+이런 팬픽을 너무 좋아해요.저도 내일 영종선수가
이기면 쓸 계획이 있고 지면...그냥 프로토스 만세!모드로 열심히 만세
운동이나 할 생각입니다.^^;;
체념토스
05/10/28 03:10
수정 아이콘
와 감동입니다... 멋져요 만약에 만약에... 결승에 올라가면 결승에대한 팬픽도 부탁드립니다,.
05/10/28 03:1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Wizard_Slayer
05/10/28 03:35
수정 아이콘
헐..정말 재밌네요..어딜봐서 진부하다는건지 -_-; 솔직히 잴첫문단봤을땐 별 흥미가없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을보니 이상하게 호감이가서 끝까지읽었는데 정말 다읽을때까지 흥미진진하군요! ㅋ 그런데 중간에 핸드폰관련대사는 분위기를 좀 깨는면이..(뭐 재밌다고하실분들은 있겠지만;;)
아무튼 읽으면서 정말궁금한것이있는데 kanata는 누구입니까? 팬픽을위해 등장한 가상인물입니까? 아니면 ..?
05/10/28 04:33
수정 아이콘
에... 고인규선수 아이디는 canata인데 잘못쓰신 듯 하네요.
05/10/28 04:36
수정 아이콘
언급하신 만화는 '어둠의 이지스' 인 것 같군요. 대중적이진 않지만 꽤 재밌는 만화죠^^
아케미
05/10/28 07:45
수정 아이콘
멋있어요T_T
05/10/28 09:04
수정 아이콘
Dizzy님//수정했습니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군요^^;;
마술사
05/10/28 10:46
수정 아이콘
재는 재로. ash to ash 혹은 dust to dust.
뭐 꼭 만화에 나오는 단어라기보단 유명한 격언이라고나 할까요
항즐이
05/10/28 11:15
수정 아이콘
정말 멋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팬픽을 +0+
burn it out
05/10/28 11:43
수정 아이콘
oov 와 zerobell의 강한충돌... 두근 거리네요.
잘 읽었습니다
LHforever
05/10/28 14:01
수정 아이콘
멋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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