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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9/28 22:17:42
Name K.DD
Subject '차라리 댓글을 달지 말던가.'
일단 어떠한 사례가 있었는지 봅시다.

사례 1.

프로리그에 동족전이 많이 속출하는 일이 벌어지자 어떤 분이 프로리그 동족전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글로 쓰셨는데 그에 대한 댓글로는 '팀 리그 부활은 안됀다.' 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게 뭐냐.' 라는 식으로 댓글이 폭력적으로 번져져서 결국 삭제 (자진 삭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작 본문에는 팀 리그 부활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는데.



사례 2.

포룸님의 임요환 축제 글에서는 임요환 선수에 대한 비판이라고는 단 한 줄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댓글에는 '왜 가만히 있는 임요환 선수를 괴롭히냐.' '그래봐야 임요환 선수가 대단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등등으로 달린 댓글이 다수. 이 글은 자진 삭제.



사례 3.

어떤 글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테란 Vs 저그 전의 변화에 대한 글이었던 것으로 추측..어쨌건 글 내용중 '임요환,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으로 이어지는 테란의 계보.'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댓글 중 여러개가 그 부분만을 찝어서 '서지훈은 거기에 끼일 수 없다.'는 식으로 반박하는 내용. 저 부분이 글의 중요 주제가 아니었음에도.


여기 들었던 사례들은 공통적으로-댓글이 본문을 말아먹은 경우이다. 본문들은 모두 다 좋은 글들이요 오랜 시간을 거쳐서 작성된 글임이 틀림없는데 댓글이 이상하게 흘러가서 쓸데없는 논쟁과 반론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본문에는 있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또는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가지고 뜬 구름 잡는 댓글을 다는 게 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여러가지로 추측해보건데 난독증이 있다거나 한글을 못 읽는다거나 아니면 헛것을 본다거나..하는 억측은 뒤로 하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은..

'본문을 안 읽고 댓글을 단다.'

라는 것이다. 아니. 본문을 읽기는 읽을 것이다. 문제는 세세하게 읽지도 않고 제목과 글쓴이와 글 전체 중에 단어 몇개만 대충 읽은 다음 '이 글은 이런 내용이겠거니.' 라고 멋대로 판단을 내린뒤 댓글부터 달고 보는 거다. 그러니 오해가 생길 수 밖에. PGR에 있는 수많은 글들이 다들 최소 15줄은 넘는 글이요. 심하면 스크롤의 압박까지 있는데 그 긴 글들을 제대로 읽지않고 그저 쑥 내려버린뒤 댓글부터 달고나니 이상한 헛 댓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렇다고 하자. 그럴수도 있으니까. 세상 많은 사람들 중 긴 글 읽기 싫어하는 사람 한 둘 아닐테고 댓글을 하나라도 안 달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여기서부터 커진다.

'댓글 읽고 댓글 다는 사람이 댓글을 단다.'

이젠 본문은 그냥 건너뛰고 댓글을 위해서 댓글을 단다. 댓글만을 본 뒤 댓글이 본문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은 댓글 읽고 댓글 다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 본문의 주제는 4차원의 신세계로 날아가고 남은 것은 댓글의 연속일 뿐이다.

그 이후의 결과는?

뻔하다.

본문에는 없는 내용으로 논쟁이 벌어진다. 네 말이 그르네 내말이 옳네. 하면서.
그 100여개가 넘는 댓글 들 중. 본문과 제대로 연관이 있는 댓글은 참 보기 힘들다. 있기는 있다. 있기는 있는데 댓글을 위한 댓글들 때문에 파묻혀버려서 잘 보이지를 않는다. 이쯤되면 댓글이 본문과 본문을 위한 댓글들을 모조리 파먹는다고 할 수 있다.

이쯤되면 이렇게 외치고 싶어진다. '차라리 댓글을 달지 말던가.'


뭐 좋다. 사람들 중 누구는 이럴 것이다.

'좀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달면 어떠냐? 그럴 자유도 없냐?'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그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가 된다. 그냥 생각없이 댓글 하나 둘씩 심다가 보니까 그게 바오밥나무 인양 무식하게 자라나서 어린왕자의 작은 소행성을 박살낼 정도로 커지듯 위협적이라는 게 문제다. 글쓴이가 어린 왕자처럼 바오밥 나무 새싹을 모조리 뽑아버릴 수 도 없는 것 아닌가.

악플 보다 더 나쁜것은 무플이라는데 이건 무플보다도 심하다. 악플은 그냥 무시하든가 하면 되고 무플은 차라리 조용하기라도 하지 글과는 전연 딴 내용으로 맞붙잡고 싸움질하면 글쓴이는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댓글을 달기 전에 내가 본문을 잘 읽었는지 잘 이해했는지 조금 생각을 하고 댓글을 달았으면 좋겠다. 정 모르겠으면 차라리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스크롤 쭉 내려서 댓글 만 읽고 댓글 달기 전에 부디 글쓴이의 수고를 위해서라도 본문에 대한 언급은 조금은 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이 정도만 지켜지더라도 위의 사례와 같이 좋은 글이 댓글로 인해 망가지는 어이없는 일과 쓸데없는 논쟁은 PGR에서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그렇더라도 본문 안 읽는 사람들은 이 글역시 안 읽고 댓글부터 달테니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안타깝다.)






덧붙임: 어제 올렸던 글에서 있었던 일은 제가 생각해도 졸렬한 대응이었습니다. 그것때문에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 좋아지셨던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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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텍스
06/09/28 22:23
수정 아이콘
테란의 계보 글은 왠지 제 글 같네요 하하 ;;
메디쿠
06/09/28 22:26
수정 아이콘
반성합니다. 아카디아 10:0 일때 한창 논쟁일때 앞만 보고 다른사람을 귀 기울이지 않았던것을
프토초보
06/09/28 22:31
수정 아이콘
본문을 안읽고 댓글 다는 사람도 있지만..
댓글을 안읽고 댓글 다시는 분들도...[나온애기가 또 나오는..]
벨로시렙터
06/09/28 22:32
수정 아이콘
'댓글에 댓글을 단다'
토론 게시물의 열의 아홉은 저런 댓글로 50개의 댓글이 넘어가죠.

글쓴이에게 댓글을 삭제할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도 가끔 생각될정도로, 댓글이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습니다.

댓글도 글입니다.
pgr의 기본 에티켓이, 'write버튼을 누를때 다시한번 생각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적는 오른편에도 write버튼이 있습니다.

ps . 댓글인가요? 덧글인가요? 원래의 뿌리가 요즘은 애매모호합니다 ;
06/09/28 22:34
수정 아이콘
이래선 안되지만 전 댓글싸우는것을 보면 읽으면서 너무 웃겨요..
도토리 키재기 하는꼴인데 서로 자기말이 옳다고 싸우는거 보면 참 재미있죠... 근데 읽어보면 다 맞는말임.
felblade
06/09/28 22:41
수정 아이콘
도토리 키재기라는 표현 굉장히 보기 안쓰럽네요..
naphtaleneJ
06/09/28 22:43
수정 아이콘
공감..
한빛빠할랍니
06/09/28 22:44
수정 아이콘
말로하는 대화가 아닌 의사소통이 글로 이루어지다보니 상호간에 조금씩의 오해나 논쟁은 어쩔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표현의 한계라던지 실시간으로 의견교환이 안되는 부분들이죠. 그리고 보통의 문제의 발생은 댓글에서보다는 본문자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본문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문제를 제기한 그 사람만 이상한 사람이 될뿐 논쟁이 될 이유가 없는거죠. 무언가 잘못된 이야기를 하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문제를 제기하는거겠죠. 그래도 이곳에서의 논쟁은 그나마 다른곳보단 편안해서 좋은것 같네요.
06/09/28 22:50
수정 아이콘
본문에 써있는 생각들 적극 동감합니다.
저역시 그런 생각때문에 한번 탈퇴를 했었고, 다시 가입을 하게됐죠.
댓글을 달때는 글쓴이의 의도에 맞는 댓글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6/09/28 23:04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저부터도 반성을 해야겠군요.
벨로시랩터님 // 네이버사전 보니까 둘 다 맞는 걸로 나오네요.
Cazellnu
06/09/28 23:06
수정 아이콘
어쩌다보면 정말로 본문을 읽지 않고 혹은 일부만 읽고 댓글을 다는게 정말 많은거 같다고 생각되네요
댓글을 단다면 최소한 본문을 다 읽고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달아야 하는게 인지상정이 아닐런지
G.s)TimeleSs
06/09/29 00:00
수정 아이콘
몇몇분들은 게시물을 한번 쓱 읽어보고 느껴지는 뉘앙스만으로 그 글을 판단하고 댓글을 달죠. 글쓴이가 의도했던바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말이죠..그야말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꼴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화섭翁™
06/09/29 00:43
수정 아이콘
다른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유머게시판의 글들에 이건 재미없는데 머야 왜 올린거야 라는 시비조(?)의 글들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Eye of Beholder
06/09/29 01:07
수정 아이콘
본문에 본문을 읽은 사람만이 알수 있는 다빈치 코드 같은걸 넣고... 모르면 생까는..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06/09/29 04:2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06/09/29 09:04
수정 아이콘
eye of beholder//그럼 댓글달기전에 그 코드를 미리 입력하고 적어야 하나요? 재밌는 현상이 발생할듯 하네요 하하 ;;;
김주인
06/09/29 10:22
수정 아이콘
본문글과 상관없는 댓글에
안 좋은글이 쓰여 그것과 관련하여 싸우다가..
정작 좋은 글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지요.

저 같은 경우도 선수들 상처 안받게 우리가 조심하자...라는 쓴
글을 올렸는데, 댓글로 올스타전 서지수 전에서의 홍진호선수를 비난하는 댓글과 옹호하는 댓글로 나뉘어져..결국,
삭제됐다는..........ㅜㅜ
anti-terran
06/09/29 15:30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 하고 싶으면 글 따로 쓰고 그놈의 난독증만 해결돼도 게시판 싸움이 1/3으로 줄어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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