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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01 23:02:57
Name 잠이온다
Subject [기타] VA-11 Hall-A Cyberpunk : Human Naver Change. (수정됨)
여러분은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시대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상은 변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억눌리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 공통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창작물 속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며 살았죠. 창작물 속에서 완성된 배역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우리는 힘을 가지고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미녀들을 매혹시키는 매력남이 되기도 하고, 악마를 떨게하는 한 남자가 되기도 하며, 천재적인 전략가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 현실에서 이루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죠. 그러나 이번에 다룰 작품은 좀 다릅니다.

발할라 사이버펑크는 특이하게도 베네수엘라 회사가 만든 비쥬얼 노벨입니다.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의 대부분이 글을 읽는 부분이 주류가 되는지라 비쥬얼 노벨이라고 더 부르고 싶네요. 사실 직접 플레이하신 분들 보다는 소녀전선 콜라보가 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전형적인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보여주는 오프닝. 다른 게임이었다면 질은 민주투사나 해커가 됬겠지만….]

발할라 사이버펑크의 주된 플레이는 바텐더인 주인공 “질”이 되어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술을 내주면 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품질이겠죠. 그래서 이야기에 대해 쓰기 전에, 먼저 게임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래픽

발할라 사이버펑크의 그래픽은 그저 그런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이 풀 프라이스 게임이 아닌 인디 쪽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는 않은 편이죠. 이런 2D도트스러운 그래픽이 주는 정감과 매력도 분명히 있고요.


[사이버펑크 세상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이긴 하다.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안드로이드 창부(…) 도로시]

다만,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류 게임에서 중요한 캐릭터의 표정까지는 그럭저럭 표현하고 있지만, 그 외 CG나 시각적인 요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음악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평점을 10점 만점에서 1점 끌어올려주는 부분입니다. 바 느낌이 나는 ‘Every Day is Night’부터 어두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듯한 ‘March of the White Knights’, 뭔가 트로트 느낌이 나는 ‘Your Love is a Drug’,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Snowfall’ 같이 다양하고 품질 높은 OST들이 많아요. 어두운 세계관에도 잘 어울립니다.

스토리


[표현의 한계가 있어서 그렇지, ‘살인’이 일상이 될 정도로 세계관이 어둡다.]

이 게임의 핵심은 글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세상을 뒤엎는 주인공”이 아니라 소시민 주인공 질과 그 주변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본작의 세계관은 사이버펑크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어두운 세계관입니다. 배경이 되는 글리치 시티는 부패한 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돈으로 암살자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이죠. 다른 작품이었으면 주인공은 이런 기업을 뒤엎는 해커거나 민주투사였겠지만, 주인공 질은 그냥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소시민에 불과합니다. 그저 집세나 안 밀리면 다행인 상황이죠.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이야기의 주가 되며, 끝까지 그런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물론 사이버펑크의 일상이긴 하지만요.


[유전자 조작으로 동물 귀를 가진 인물이나, 사설 탐정 등 사이버펑크 느낌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런 시시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것은, 많은 게임들에서 구현하기 힘들어 하는 세계관에 잘 녹아든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이죠. 안드로이드 창부, 통속의 뇌, 고양이 귀를 가진 여성, 현상금 사냥꾼 등, 이런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계관에 자연스레 존재하며 짧지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해옵니다. 술 한잔과 함께말이죠.


[세상이 어떻게 되든 간에 커뮤질은 안 없어질 듯. 요소요소에 세계관을 잘 녹여넣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어도 사람들은 똑같습니다. 과거의 인간관계로 상처 입은 주인공, 기레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편집장, 부패한 경찰 아래 있지만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경찰 등등. 바로 이런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약간 변주가 있긴 하지만, 게임의 진행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세계관을 잘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몰입을 높여주는 메인 스토리가 힘이 약해 이야기의 흡착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본 작의 메인 스토리라고 하면 주인공의 과거의 상처와 극복 정도인데, 이는 후반에 몰아서 나오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거대한 사건이 없어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뭔가 떡밥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없다.]

또한 많은 이야기들이 맥거핀으로 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입니다. 플레이어가 가장 궁금해할 인물 한 명, 그리고 상당수의 떡밥들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럭저럭 완결감을 주지만, 나머지 떡밥들은 그렇지 못하죠. 심지어 플레이어가 가장 궁금해할 소재조차도 뭔가 어물쩡 넘어가기도 하고요.


[돈을 벌고 다양한 엔딩을 보는 분기가 있긴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게임 시스템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텐더 일을 소재로 삼은 게임답게 게임의 진행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황에 맞춰 어떤 술을 주느냐에 따라서 대화가 변합니다. 이런 류 게임의 선택지의 역할을 주문을 받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서 힌트가 너무 없어 게임의 이야기를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초반에 잉그램이라는 손님에게 주문과 달리 달콤한 술을 3번 주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힌트가 부족해서 알기 어렵습니다.

총평


[게임 자체는 괜찮은데 뭔가 아쉬운 느낌….]

발할라 사이버펑크는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취향이 맞으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애초에 비쥬얼 노벨이라는 장르 자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니까요. 사실 본격적인 SF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이라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대중문화에 맞게 잘 풀어낸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좋은 한글패치가 있어 언어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저는 모든 도전 과제를 다 달성하는데 11시간이 걸렸고, 그냥 엔딩수집 정도만 하려면 8시간-9시간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스팀 세일로 1/3일까지 16,000원에서 33%할인된 10,720원으로 할인 중입니다.

추천 : 가벼운SF를 좋아하시는 분, 일상물 장르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 비쥬얼 노벨 장르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
비추천 : 비쥬얼 노벨에 거부감이 있거나 일상물 장르를 싫어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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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23:30
수정 아이콘
스토리는 머리속에 별로 남질 않았구요
사이버 펑크 시대의 바텐더는 이런거겠구나 하는 느낌밖엔 없었던것 같아요.
실제 바텐더들도 아마 그러했겠죠?
잠이온다
20/01/01 23:36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제작진도 그냥 술 한잔 마시면서 가볍게 즐겨달라고 했으니까 뭐... 의도를 달성한 것 아닌가싶네요. 뭐 현실적인 바텐더와도 비슷할 것같긴 해요.
20/01/01 23:46
수정 아이콘
소녀전선 콜라보로 접한 게임인데 술만들기가 재밌어서 구매했습니다.
잠이온다
20/01/01 23:55
수정 아이콘
소녀전선은 접은지 오래됐지만 콜라보 구현을 잘 했나보네요.
Reignwolf
20/01/01 23:47
수정 아이콘
전 소녀전선 콜라보로 접했는데, 미카팀에서 만든 이벤트 스토리가 역대급 호평이었어서 약간 흥미가 생기더군요.
잠이온다
20/01/01 23:57
수정 아이콘
스토리만 읽어봤는데 모범적인 콜라보인 것 같습니다. 어설프게 양념이나 캐릭터만 따온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것이 좋더라고요.
유자농원
20/01/02 00:24
수정 아이콘
예전에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보유를 위해 출국금지를 했다느니 등의 썰이 유게에 돌았던 그 게임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그때도 많이 해보셨을듯.
전 이게 술섞어주는게 묘하게 재미있어서 아주가끔 맥주캔 하나사서 아무시점의 세이브를 가져와서 하는 편입니다. 할만했어요.
잠이온다
20/01/02 09:19
수정 아이콘
19년 상반기에 그래서 게임 제작은 커녕 목숨부지도 걱정이라는 공식 설명문이 나왔던 것 같아요. 후속작인 니르바나는 나올 수나 있을지...
표저가
20/01/02 00:42
수정 아이콘
세계관이 너무 좋았어요. 사이버펑크 2077의 바텐더는 이런 삶을 살겠구나 하는 느낌.. +음악이 좋구요.
저한테는 거기까지가 다였네요.
잠이온다
20/01/02 09:20
수정 아이콘
보통 인디의 한계가 거기까지라...
20/01/02 00:46
수정 아이콘
꽤나 재밌게 했습니다. 업적도 2개 빼고 다 했는데, 그 업적이... 미니게임과 그 미니게임을 클리어해야 달성되는 모든 업적 달성...
잠이온다
20/01/02 09:20
수정 아이콘
슈팅 게임 은근히 어렵죠....
페스티
20/01/02 00:47
수정 아이콘
비슷한 커피타는 게임이 나온 것 같던데..
잠이온다
20/01/02 09:21
수정 아이콘
이게임도 술 타는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으니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할 듯.
Costa del Sol
20/01/02 02:50
수정 아이콘
저는 대화가 취향에 잘 맞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십점 만점에 8점은 넘게 줄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재미있는 시트콤 한 시즌 본 것 같은 게임!
잠이온다
20/01/02 09: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취향에만 맞는다면 참 재미있죠. 니르바나도 잘 나왔으면 합니다.
Asterios
20/01/02 09:46
수정 아이콘
한 번 엔딩까지 보고 접긴 했는데, 번역을 맛깔나게 잘 해서 좀더 재밌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밈들까지 끼워넣는 디테일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잠이온다
20/01/02 10: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한글화가 완벽해서 참 좋았습니다. 원본은 아마 미국판 디씨인 4ch인 것 같은데, 현지화를 잘 해서 디씨콘같은 것도 따로 만들어서 넣거나 하는 정성이 돋보이더라구요.
20/01/02 13:44
수정 아이콘
비르질리오 떡밥은 이사람이 내는 수수깨끼? 음료 다 맞추면 나중에 풀리긴 합니다.
잠이온다
20/01/02 14: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비르질리오 자체보다는 주인공의 직장 동료나, 전일담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되는 xx같은 인물(?)에 대한 내용이 어물쩡 넘어간 느낌이라 아쉬웠어요.
20/01/02 14:26
수정 아이콘
Every Day is Night 정말 전율이 흐르는 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술집에서 틀어질 만한 노래가 어떻게 갑자기 21세기 세상에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어요 크크크....

비쥬얼 노벨이 게임인가 아닌가 하는 근본 문제를 저에게 또 한번 고민시킨 작품이었습니다. 참 좋은데... 이게 과연 하나의 온전한 게임이 될 수 있는지는 좀 고민이 많이 되는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스카이림이 그랬듯이, 한번 살아보고 싶은 완벽한 하나의 가상 생태계를 보여준다면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라 꽤나 호의적으로 '재미있게!' (재미있었어? 라는 첨부 이미지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플레이 했습니다.
잠이온다
20/01/02 20:03
수정 아이콘
게임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1만원에 10시간짜리 이야기책+끝내주는 노래 라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서린언니
20/01/02 18:40
수정 아이콘
이게임은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있는데 그걸 살려주는 음악이 80%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안해도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한때 출근하고 발할라 OST켜놓고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만든 게임인데 사람사는데는 다 똑같구나 하면서 바에서 술 홀짝거리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했습니다.
잠이온다
20/01/02 20:04
수정 아이콘
Ost품질만으로 개인적으로는 2점은 더 높게 줄 수있을 것같아요.
20/01/02 22:07
수정 아이콘
소녀전선 콜라보에서 술 섞기도 해보고, 양쪽 세계관도 잘 버무려서 즐겁게 했었는데 이번에 사볼까 싶군요 :)
잠이온다
20/01/03 00:18
수정 아이콘
취향만 맞으면 플탐 10시간에 1만원이니 참 괜찮죠. 부담없기도 하고요.
20/01/04 14:45
수정 아이콘
네이버 체인지...:)
문문문무
20/01/08 21:45
수정 아이콘
근데 누가봐도 일본인디게임 인줄알았는데 베네수엘라 라고요?

저기도 2채널같은 쓰레드기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메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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