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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06 07:41:21
Name 오만과 편견
Subject [기타] 야생에서의 기록, 듀랑고 : 오픈 (수정됨)
2018년 1월 25일 그 해의 기대작 듀랑고가 오픈하고, 2019년 12월 18일에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듀랑고 PD 이은석 : 우리 게임은 뭐든 할 수 있는 게임이지, 필요하다면 가죽 장화도 먹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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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온라인 MMORPG 를 주로 하던 저는 게임 불감증에 빠져있었습니다. 리니지의 확장판, 와우의 확장판, 인던, 파밍, 현질, 쟁 등 이미 존재하던 키워드들을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당시 시장의 전략이었고,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를 따랐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오픈 전날 티저영상을 보게 되었고, 저는 공룡, 생존, 자유도 이 세 가지 키워드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특히 공룡 때문에 스톤에이지를 했던 저로서는 티저영상의 브라키오사우루스만 봐도 끔벅 죽을 정도였죠. 듀랑고는 출시 직후 앱스토어 평점 4.7점이 말해주듯 정말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았던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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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초기 에러 화면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오픈 직후 3일에 걸쳐 서버에 접속하고 플레이도 수행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버그가 터졌습니다.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2점대 초반으로 치달았고, 이때의 일로 신규 유저의 탈주와 망겜이라는 치명적인 오명이 씌워지게 됩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7일에 걸쳐 총 12번의 정기점검이 있었고, 오픈 하루동안 11시간의 점검이 있었다고 합니다.

듀랑고의 맵은 개별적인 섬으로 되어있고, 유저는 목적에 맞추어 각 섬을 오가며 게임을 즐깁니다. 제한된 기간이 있는 불안정섬, 영구히 보존되는 안정섬으로 크게 나뉘며, 안정섬은 유저들이 거주하는 마을섬과 도시섬으로 사용됩니다. 불안정섬은 사냥 및 PVP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짧게는 2주 길게는 1, 2달까지 보존됩니다. 자유도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섬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대부분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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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늪 형태 불안정섬

또한, 유저가 이러한 오브잭트들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 유저가 섬에 집을 지었을 때 B 유저의 화면에서도 그 집이 보여야 하고, B 유저가 그 집을 부수거나 들어가는 등의 상호작용이 즉시 가능해야했죠. 사냥에서도 이것이 반영되어 A 유저가 매머드를 사냥하면, B 유저에게도 죽어있는 매머드가 보여야 했고, 해당 시체를 클릭하여 도축 가능한 자원이 보이며 A 유저가 이를 도축함에 따라 자원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변동되어야 했습니다.

서버 입장에서 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 유저가 pgr21 이라는 섬에 이동을 시도합니다. 그때 마침 pgr21 섬에 있던 B 유저는 가방 무게가 부족해 농사, 건축 레벨을 올릴 겸 섬 중심부 근처에 밭을 짓고 종자를 심고 울타리를 설치하는 행위를 합니다. B 유저가 종자 하나를 심을 때마다 pgr21 섬은 실시간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로딩이 끝나고 A 유저가 들어올때 쯤이면 pgr21 섬은 이동을 누른 시점에 비교했을 때 사뭇 '매우 다른' 섬이 되어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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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랑고의 도구 제작 레시피

듀랑고에서는 의, 식, 주를 위해 섬의 자원을 소비하는 행위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컨텐츠였습니다. 유저가 소비하는 자원의 양과 종류가 컨텐츠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기에 한 섬에 유저가 몰려 자원고갈이나 개인 공간 부족 현상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도축이나 채집행위가 잘 일어나지 않은 마을섬과 도시섬에서도 수많은 유저가 개인 공간을 설정하고 집을 짓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섬에 인구가 늘수록 유저 개개인의 공간이 줄어들고, 유저들의 만족감도 떨어질 것 입니다. 이를 대비하여 듀랑고에는 일정 기간의 활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섬을 새로 만들어 유저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새로운 섬을 생성하는 기능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픈 직후 유저가 서버에 몰린 유례없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이라는 기준은 굉장히 모호하고,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급속도로 유저가 늘어남에 따라 서버의 데이터베이스는 폭주하게 되고, 곧바로 물리적 한계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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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6일차 날에 만났던 무한로딩버그

문제는 이 게임이 '모바일' 게임이었다는 것이고, 점검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점검이 끝난 이후에도 서버 상태는 여전했습니다. 동접수를 만 명으로 고정해둔체 나머지 유저들을 막아보았지만, 대기열을 뚫은 유저들은 섬들간의 이동에 불편을 겪었고, 죽은 공룡이 도축되지 않는 등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서버의 불안정성은 적어도 2018년까진 고질적으로 존재했었는데, 한 섬에 80명 이상의 유저가 몰릴 경우 공격 모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일이 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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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에서 유저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소녀 찰리

넥슨은 이를 해결하고자 총 4차례에 걸쳐서 신규 서버들을 오픈시켰습니다. 1차로 신서버 2개를 오픈했던 2일 차에도 서버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고, 1/26 오후 8시 6차 긴급 점검 일정과 함게 3번째 신규 서버 '찰리 서버' 가 공지됩니다. 오픈한지 2일이 지났음에도 당시 많은 유저는 최대 12시간도 체 원활히 플레이하기 어려웠었었습니다. 반면, 운이 좋았던 유저들은 서버 대기열을 뚫고, 게임 안에서의 오류들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대기열이 있더라도 한번들어온 사람은 계속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썰도 돌았지요. 그 결과, 그렇지 못했던 유저 들간의 격차가 상당했습니다. 신규 신서버 소식이 들리자 서버를 옮기는 이른바 서버 난민들이 형성되었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예정대로 오픈 3일차 1/27 새벽 4시 신규 서버 찰리 서버가 오픈되었고, 저는 이곳에서 듀랑고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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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트럼프
20/01/06 07:50
수정 아이콘
제가 듣기로는 듀랑고가 사용한 게임서버 리소스가 역대급으로 큰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엔 문제 해결했나 모르겠네요
던파망해라
20/01/06 08: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해결을 못해서 서버굴리는 비용이 상당히 나갔던거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 비용에 비해 수익이 시원치않았고 작년에 주력게임들 분기 매출 박살나고 신작게임들 대부분 실패하고 넥슨 매각 실패하고 구조조정 들어가면서 데브캣 출신에게 철밥통 적폐이미지가 박혔죠. 듀랑고도 섭종하긴 했지만...
대부분 실패하는 와중에 출시전까지 타게임 홈페이지 들어가면 강제로 티저페이지 띄우면서 욕먹고 리니지2M 나오면 망할거라고 예측하던 V4가 아직 선방중인게 의외...
오만과 편견
20/01/06 08: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점검을 하면서 확실히 나아지긴 했었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부족 전쟁에서는 끝까지 나아지지 않았어요. 전 2018년까지 한 유저인데, 한 화면에 30 명 정도 보이면 무조건 렉이 걸리고, 딜을 받는 시점과 실제로 딜이 들어오는 시점이 엇갈렸죠. 듀랑고의 서버렉은 고질 문제라 이를 잘 활용하는게 우수한 전투요원들의 기본 덕목이었습니다. 크크크...
20/01/06 09:18
수정 아이콘
크크크 딜을 받는 시점과 딜이 들어오는 시점마저 계산해야 되는 크크크크
시린비
20/01/06 08:36
수정 아이콘
뭐든 할 수 있다고 '탄 얼음 돌판구이' 같은게 나와도 되느냐.. 가 참 미묘
20/01/06 09:59
수정 아이콘
아이스크림 튀김이 있는것 보니 있어도 됩니다.
그거 돈주고 사먹으라면 딱 한번은 사먹어 볼것도 같네요.
시린비
20/01/06 10:05
수정 아이콘
튀김옷같은거 없이 얼음을 태운다음에 돌판에 구운거라....
저도 존재할 수 있다면 먹어는 보겠지만 여러모로 존재할 수 있는지가 참으로 의문스럽군요
이십사연벙
20/01/06 20:22
수정 아이콘
튀긴누에를 번식시키도 했었죠...
20/01/06 09:45
수정 아이콘
이걸 모바일로 구현시킬 생각을 한게 미친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
거울방패
20/01/06 10:52
수정 아이콘
모바일이니까 그나마 이정도였다고 봅니다.

솔직히 그냥 서버를 너무 못 만들었어요.
담배상품권
20/01/06 09:55
수정 아이콘
차라리 콘솔 게임 기획해서 냈으면 좋았을걸, 넥슨도 그렇고 국내 회사들 콘솔에 무관심인거 짜증나네요.
20/01/06 10:24
수정 아이콘
지금은 무관심까진 아닙니다. 3N 포함 거의 모든 주요 게임사들이 콘솔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국내 콘솔을 만들어본 개발자가 '전무'해서 인력을 갖추는 것부터가 맨땅에 헤딩이란 것... 반면 MMORPG 경험자는 많다 못해 넘쳐흐르는 수준이라, 콘솔로 끈질기게 만든 끝에 망작을 내거나(ex.미스트오버) 그냥 MMO 프로젝트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도 환경이 너무 불안하다 보니 큰 투자를 하기 망설여하고요. 이미 악순환에 걸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스팀콘솔 시장 가능성은 게임사들이 이미 인지한 단계인데, 위와 같은 이유로 결과물을 제대로 내기엔 시간 좀 걸릴 거예요.사실 너무 늦게 눈돌렸죠. 1~2년만 일찍 주목했어도 듀랑고는 스팀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르는데...
담배상품권
20/01/06 10:50
수정 아이콘
해외에서 개발자로 참여한 분들도 몇 없는가보군요.
슬프네요
20/01/06 10:56
수정 아이콘
해외 나가서 콘솔 개발에 참여하는 분들이야 많죠. 그분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이유가 없어서 문제지 ㅠ
거울방패
20/01/06 10:52
수정 아이콘
스팀 프로젝트면 더 처참하게 망했죠

스팀에는 듀랑고같은 생활생존 온라인게임이 이미 널려있는 상황이었는데요.
20/01/06 10:59
수정 아이콘
뭐 IF의 영역이라서 정답은 없지만, 모바일에 비하면 최소한 개발비 정도는 회수할 가능성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급이 엄청나게 많은 건 사실인데 그만큼 수요도 많아서 말이죠.
거울방패
20/01/06 11:01
수정 아이콘
그렇긴한데 듀랑고의 처참한 서버기술력때문에 서버 유지비가 엄청 들어간걸로 아는데..

스팀으로 냈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테니까요
20/01/06 15:44
수정 아이콘
NDC 같은 곳에서 서버 기술 자랑 엄청 했던 걸로 아는데.. 결과물이...
하피의깃털눈보라
20/01/06 10:22
수정 아이콘
이건 피씨내지는 콘솔로 나왔어야...
거울방패
20/01/06 10:52
수정 아이콘
이미 피씨같은경우는 비슷한 게임이 워낙 많아서 차별화시킨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피의깃털눈보라
20/01/06 10:54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씨로 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터라 크크
거울방패
20/01/06 10:59
수정 아이콘
그랬으면 그냥 스팀에서 묻히고 끝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짜피 서버 기술력 문제라 피씨로 냈어도 서버 맨날 터졌을거구요
부동산
20/01/06 10:27
수정 아이콘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섭종과 최후의 A/S 까지 ㅠㅠ
20/01/06 11:00
수정 아이콘
미친듯이 재밌게 했는데 노가다가 너무 심했어요...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뭐 하나 만들라면 밑에서부터 다시 하나하나...
20/01/06 12:17
수정 아이콘
후반에 컨텐츠가 너무없었음...
20/01/06 15:26
수정 아이콘
아이디어는 좋은데 결국 "그래서 그게 재밌나?" 라는 질문엔 끝까지 물음표였던 게임이었습니다. 전 안맞더라구요.
스덕선생
20/01/06 16:50
수정 아이콘
처음에 받은 관심을 어떻게든 지켜낼 수만 있었으면 모회사 차원의 푸쉬를 받아서 컨텐츠도 빠르게 늘렸을겁니다.
서버 대폭발로 반은 말아먹은 게임이죠. 그렇게 이슈가 되었던 로스트아크가 받았던 관심 이상이었는데...
-안군-
20/01/06 17:48
수정 아이콘
개발자 입장에서...
오픈하기전 NDC 발표를 들었을때: 와... 저게 돼??
오픈 이후 게임에 접속을 해보고: 와... 이게 안돼??
20/01/06 18:57
수정 아이콘
자유도는 그닥... 게임은 할 만 했습니다만
샤르미에티미
20/01/06 21:10
수정 아이콘
지금 와서 보면 뭐 때문에 대기업들이라면 손 쉽게 꿀 빨 수 있는 모바일에서 넥슨은 연전연패 한 건지 참 신기합니다. 그냥 NC처럼 리니지 모바일화 해놓고 자동 사냥에 현질 요소만 잔뜩 추가하는 정도로만 해놔도 대박은 쳤을 텐데요. 물론 넥슨에겐 리니지는 없지만 할 만한 것들은 많았는데 말이에요.
아이고배야
20/01/06 21:4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망한 게임, 게임사가 한 둘이 아니죠 호호
샤르미에티미
20/01/06 22:23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지만...넥슨 IP 갖고 망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생각하네요. 그저 그런 IP 갖고 덤벼들었다 실패한 사례가 많은 거지 (게이머들에게는 평가가 좋아도) 온라인으로 대성공한 IP 갖고 망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IP갖고 양산형 모바일 성장 게임 요소만 넣으면 잘 팔리니까요.
아이고배야
20/01/07 00:57
수정 아이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거에요..그럼 메이플이나 테라나 왜 망했겠습니까..그들은 양산형 성장게임 요소를 몰랐을까요..
수부왘
20/01/07 14:01
수정 아이콘
물 레벨 나뭇잎 레벨에서 이미 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정체성은 없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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