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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7 04:42:32
Name sO.Gloomy
File #1 011004isler.jpg (101.0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너에게 건배..(신경림시인 - 가난한 사랑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약간 익숙하지 않은 단어.
그러면서도 상당히 익숙한 단어.
가진 자와 못가진자.
가난하다. 라는 공허한 문장에서 오는 신경림시인이 느꼈을
젊은이의 눈물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지금도 그러하다.
물질의 가난함보다 마음의 가난함이 더 심하다는 현실에
지금도 그러하다.
과연 나는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는가.
가난때문에 이별했을 그 안타까운 사랑에 건배.
가난때문에 더 행복했을 그 아름다운 사랑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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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07 11:55
수정 아이콘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간만에 마음 적시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하나 남기고 갑니다...


나는 사랑에 빠진 아주 가난한 젊은 남자를 만났다.

그의 모자는 다 낡았고 외투는 해졌으며

팔꿈치가 튀어나왔고 구두는 물이 샜다.

하지만 그의 영혼에는 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 빅토르 위고
10/08/07 14:39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다시 보니 좋네요.고맙습니다.

한참 전부터 시의 실종시대인것 같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입시목적 말고 순수하게 시를 즐기는 시의 열풍이 분적이 있나 싶습니다.
저때만 해도 신달자님의 백치애인 이라는 시는 읇조려야 방황하는 청소년 같았죠
전 가난을 얘기하는 시는 기형도 시인이 생각납니다.
기형도시인과 청상병시인은 그곳에서 행복할까요?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스타바보
10/08/07 20:02
수정 아이콘
신경림시인 정말 저도 정말 좋아해요~
가난한 사랑노래는 제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시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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