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9/05 18:41:23
Name 분홍돌고래
Subject [일반] 멋진 매너남을 만났어요!
그와 만난지 한 시간 가까이 되어가고, 겨우 몇 초간의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설렘이 가시질 않네요. 아이쿠야.

몇 달 남지 않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터라 매일을 독서실에 다니고 있는 이십대 여자입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독서실을 나서는데 반대쪽에서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길래 잠시 멈춰섰지요.
투명한 유리문인지라 상대가 훤히 보였고 전 당연한듯이 닫히는 문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어요.
먼저 들어온 남자가 그 자리에 서서 무거운 문을 붙잡고 있더라구요. 뭐. 이정도의 일이야 흔히 볼 수 있는 매너였기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상대방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었거든요.  




딱 봐도 10살이 채 안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어요. 책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더라구요. 많이 봐야 3학년 정도?
그렇기에 전 유리문 너머로 걸어오는 아이를 보며 급하게 들어오다 문에 부딪히는건 아닐까. 조심해야지. 뭐 이런 오해(?)들을 하며 서있었는데
도리어 그 아이는 온통 유리로 되어있는 무거운 문을 낑낑대며 붙잡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혹여나 다칠까 재빨리 문을 잡았지만 잠시동안 멍해 있었네요.

아, 고마워- 얼떨떨하게 한 마디를 건네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참 뭐랄까. 기분이 좋았어요. 자꾸 웃음이 났구요.
한편으로는 왜 가방 속엔 사탕 하나 없었을까. 머리라도 쓰다듬어줄걸.. 부터 시작해서 아니야, 한번 격하게 껴안아줬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까지...
............. 네. 아주아주 잠깐 정신도 놓았었지요.

(독서실만 있는 건물이 아니라 교회와 가정집도 함께 있습니다. 아이는 지하에 있는 교회로 내려갔어요.)


그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자라고 있을지, 부모님들이 서로에게 또 타인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계셨을지 보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그런 부모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들뜨는 오후였어요.
현재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선선해진 날씨에 다가오는 추석에 많이 심란했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예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빨리 독서실로 나가봐야겠어요.



고대 성추행 사건 관련 글로 시끌벅적한데 바로 위에 상반되는 제목의 글을 쓰려니 망설여졌지만,
지금의 기분과 마음을 행여나 잊을까싶어 제가 참 좋아하는 피지알에 부끄럽지만 살짝 글 올려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레지엔
11/09/05 18:43
수정 아이콘
.... 내가 이랬으면 흑심있냐는 소리나 들었겠지!
라고 생각해봅니다ㅠㅠ
11/09/05 18:49
수정 아이콘
제가 10살 때 문열어주는 매너를 몰라서 지금까지....
지니쏠
11/09/05 18:50
수정 아이콘
첫줄을 보자마자 반전이 있다는걸 예측! 피지알 오래했네요. 크크.
세미소사
11/09/05 18:54
수정 아이콘
저도 도서관에서 자주 그랬습니다. 상대가 훅 지나쳐가서 그렇지..
루크레티아
11/09/05 18:54
수정 아이콘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여성을...
농담입니다...;;
민들레커피
11/09/05 19:15
수정 아이콘
고맙단 말이라도 하셨으면 충분한 겁니다.
저런 상황에서 '이 놈 뭥미??'라는 눈빛으로 처다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Nowitzki
11/09/05 19:17
수정 아이콘
당연한듯 보이는 예절이나 매너를 자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게 굉장히 힘든일인데.. 그 아이의 부모님들이 어떤분이실지 궁금하네요

얼마전에 여친님이랑 밥먹고 나오면서 문이 좀 무겁길래 먼저 나와서 잡고 있었는데
어떤 커플이 잽싸게 비집고 들어와 무슨 자동문인양 당당하게 먼저 지나가버렸던 어이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Love&Hate
11/09/05 19:19
수정 아이콘
제가 그러면 모든사람한테 친절하다고 ㅠ
초등교사
11/09/05 19:20
수정 아이콘
저도 죽을거같이힘이들어도 그런애들보며 힘을냈지요 이제 67일쯤 남은거같은데 남은시간 힘내서 공부하세요 후딱 지나갑니다~ [m]
비비안
11/09/05 19:23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연약해도 맨날 그렇게 힘들게 문 잡고 있는데 ㅠㅠ;;;; 흑흑 아무도 -_- 말한마디 안건네 주는데 ㅠㅠ
DavidVilla
11/09/05 19:29
수정 아이콘
보통은 남자건 여자건 마음속으로만 고맙다고 할 텐데, 멋지십니다.
11/09/05 19:31
수정 아이콘
제가 매너남의 정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Noam Chomsky
11/09/05 19:32
수정 아이콘
아... 이제 10살짜리 꼬마애와도 경쟁해야 하나?ㅜ_ㅜ
남은 기간 화이팅 하셔서 좋은 결과 얻길 바랍니다! 힘내요.
매콤한맛
11/09/05 19:32
수정 아이콘
제가 비매너남의 정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사신아리
11/09/05 19:38
수정 아이콘
저는 10살에 곰을 잡았습니다..
11/09/05 19:41
수정 아이콘
저도 항상 문 잡고 기다리는 편인데, 별로 썸씽은 없더라구요...
에위니아
11/09/05 19:42
수정 아이콘
전에 친구네 집 가려고 엘리베이터 탔는데 처음 보는 꼬마애가 대뜸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몇층가세요 물어보더만 먼저 내리면서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 거 보고 뉘집 자식인지 몰라도 부모님이 참 잘 키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더군요.
ArcanumToss
11/09/05 19:50
수정 아이콘
음... 될썽부른 떡잎이로군요.
딴 건 몰라도 이미 솔로는 아닐 거라는 데에 100원 겁니다.
PGR끊고싶다
11/09/05 19:54
수정 아이콘
멋진꼬맹이군요 크크 [m]
Angel Di Maria
11/09/05 19:59
수정 아이콘
사실 그 아이는 남기한 이었다(?)
델몬트콜드
11/09/05 20:02
수정 아이콘
경쟁자가 이제 어린아이들까지...이런....ㅠㅠ
11/09/05 20:07
수정 아이콘
사겨라! 사겨라! [S2]
오동도
11/09/05 20:17
수정 아이콘
저도 10살 정도의 꼬마아이랑 썸씽이 있었어요..
저희 집 문 밖에 철로 된 문이 하나 더 있는데, 어제 아침에 살짝 열려있길래, 문을 닫았습니다.
근데 철문이라서 닫을때 소리가 좀 요란해요...그 소리에 놀랐는지..밖에 지나가던 10살쯤 된 꼬마아이가 "깜짝이야 씨xxx야" 이러길래
문 열고 나가니깐 도망치더군요.. 제가 지금 몸이 안좋아서 쫒아가지를 못했는데,분노가 가시지를 않네요..
다음에 동네에서 꼭 마주쳤으면 좋겠습니다..
Lainworks
11/09/05 21:02
수정 아이콘
아....두분 이쁜 사랑 하세요! 마음으로 기원하겠습니다!!(.....)
sad_tears
11/09/05 21:04
수정 아이콘
내가 10살때는 20살 여자나 40살 여자나 똑같다고 생각하고 대했었죠.
11/09/05 21:15
수정 아이콘
나이차 그건 아무것도아니에요..
랜덤저그6드론최강
11/09/05 21:32
수정 아이콘
제가 매너남의 정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두유매니아
11/09/05 21:34
수정 아이콘
저도 매너는 쩝니다..
11/09/05 22:15
수정 아이콘
제목 얼핏 보고 마네님인 줄 알고 3초 설레였네요...
하지만 난 멋지질 않아....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594 [일반] 운전면허 기능간소화의 함정 [40] 진군8029 11/09/06 8029 0
31593 [일반] 블레이드앤소울 할만 하네요 [41] AkiRa.SEnDoH7520 11/09/06 7520 0
31591 [일반] [슈스케] 악마의 슈퍼위크... 진출자를 예상해볼까요?(스압) [37] 언뜻 유재석10288 11/09/06 10288 0
31589 [일반] (제목수정) 안철수 원장 서울시장 불출마, 박원순 상임이사로 단일화 [267] 타나토노트12025 11/09/06 12025 0
31588 [일반] 헬싱 HELLSING 캐릭터 소개.(스포 엄청 다수 함량) - 뱀파이어 좋아하시나요 ? [10] ace_creat18744 11/09/06 18744 0
31587 [일반] [KBO] 유격수 자리의 4선수를 보고있자니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47] OnlyJustForYou6149 11/09/06 6149 0
31586 [일반] 미국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소개합니다.. [28] k`5319 11/09/06 5319 2
31585 [일반] 한국에서 철권tt2발매는 힘들겠네요 [35] lionheart7457 11/09/06 7457 0
31584 [일반] 공부를 못한게 아니라 안한거임 [37] 김치찌개9933 11/09/06 9933 0
31583 [일반] [MLB] 올시즌 AL/ NL 사이영상에 대해서. [31] StevenGerrard3839 11/09/06 3839 0
31580 [일반] 곽노현 교육감 16시간동안 소환조사(귀가 새벽 3시30분), 그리고 10시간후(오후 1시30분) 재소환 [25] higher templar5287 11/09/06 5287 0
31579 [일반] 삼성앱스에서 이벤트로 게임하나를 풀었습니다[갤럭시s2 전용] [14] 그래프5551 11/09/06 5551 0
31578 [일반] [경제이야기?] 복지는 세금으로한다. 그런데 우리는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19] sungsik5257 11/09/06 5257 2
31577 [일반] 부모님께 해드려야할 45가지 효도 [3] 김치찌개5761 11/09/06 5761 0
31576 [일반] [아이돌] 카라 정규 3집 타이틀곡, JYJ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수정) [59] ShuRA5619 11/09/06 5619 0
31575 [일반] 이런게 노블레스 오블리제 [27] 김치찌개9178 11/09/06 9178 0
31574 [일반] [리버풀] 리버풀을 떠난 선수들 1-아름다운 이별 [90] 아우구스투스8903 11/09/05 8903 0
31573 [일반] 삼성카드에서 고객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기사가 떳습니다. [9] Best[AJo]5577 11/09/05 5577 0
31570 [일반] 멋진 매너남을 만났어요! [34] 분홍돌고래9157 11/09/05 9157 0
31567 [일반] 고대 성추행 의대생 3명 모두 출교 [288] 삭제됨11470 11/09/05 11470 0
31566 [일반] 뉴스 위주의 해외음악 관련 잡설/링크질. [7] hm51173404105 11/09/05 4105 0
31565 [일반] 이 날이 저에게도 오네요. 내일 전역...이 아니라 입대합니다. [67] 기차를 타고5167 11/09/05 5167 0
31564 [일반] 대출제한,재정지원제한 대학 발표.. [23] 제크5832 11/09/05 583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