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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29 17:14:20
Name DavidVilla
Subject [일반] [잡담] 경찰서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났네요.
안녕하세요. pgr죽돌이 DavidVilla입니다.
간간이 댓글만 다는 주제에 감히 '죽돌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째 '호'처럼 고수하고 있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글쓰기는 역시나 부담스럽네요. 갈수록 제목학원 수강생까지 넘쳐나는 시기라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걸 느낍니다.



아,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어느덧 경찰서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당시에도 pgr에 글을 남겼지만, 제 인생 최초로 분실물(지갑) 신고를 하러 갔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났고, 제 책상에는 '습득물(매장물)소유권취득통지서'라는 게 놓여 있군요. 아쉽게도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나 봅니다.

사실 지난해에는 이상하게 제가 다니는 곳에 분실물이 많이 놓여 있었습니다. 지갑을 두 번이나 발견해서 경찰서에 가져다줬고, 휴대전화 역시 두 번 주워서 직접 주인께 인계하였었지요.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고 기쁜 얼굴로 고개를 숙이던 노년의 형제분들과 한 교회의 목사님 부부가 여전히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인을 직접 찾아줄 수 있는 휴대전화처럼 지갑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로 습득했던 지갑이야 신분증이 있었으니 경찰서 측의 연락으로 주인이 금방 나타났겠지만, 이 글의 목적인 첫 번째 지갑의 주인공은 '박OO'라는 이름과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사진들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학생증이 없었기에 이렇게 안타까운 '통지서'로 돌아오고야 말았네요.

통지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유실물법시행령 제5조 및 민법 제25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귀하께서는 습득물(매장물)의 소유권을 2011년 09월 21일 자로 취득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그 지갑을 경찰서에 가져다줬을 때 저와 이름이 100% 같았던 경찰관분이 하셨던 말은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를 비롯한 몇몇 pgr분들은 경찰 측에서 찾아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제법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분실물 발견 전후의 제 기억들과 이런 저런 검색을 통해서 직접 그 학생에게 연락해주는 방법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허사로 돌아갔던 그 날의 아쉬움도 다시 떠오르는 그런 날입니다.

저는 조금 전 통지서에 적힌 '문의전화' 번호를 통해 그 분실물의 소유권을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갑을 비롯한 각종 회원카드들과 사진들은 폐기 처분이 될 것이고, 지갑 속에 들어있던 약간의 현금과 문화상품권은 국고로 전환되어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 좋은 일로 끝나지는 못했지만, 나라에 현금을 기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네요.



사실 이 통지서를 받고도 '아쉽다'는 생각 외에는 별 느낌이 없었기에 그냥 넘기려 했습니다만, pgr분들의 노력들이 함께 했던 기억들 때문에 이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인증(?)글을 살짝 남겨봅니다. 그 당시에 댓글로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마음 속으로라도 바라주셨을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역시나 평범한 부모의 심정이셔서 그런지 앞으로는 그런 거 줍고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간혹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사기꾼, 나쁜놈들에게 아들이 역으로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겠지요. 그런데 저는 극도로 이성적이거나 최선의 판단으로만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제 앞에 또다시 지갑이나 휴대폰이 놓여져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지만, 어찌보면 피곤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렇게 저의 경찰서 방문 후 1년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우편함에서 저보다 먼저 통지서를 발견하신 저희 어머니는 어지간하면 자식 관련 편지 안 뜯어보는데, 이미 다 뜯겨 있더군요. '저 사고 안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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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9 18:01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에 지하철 벤치에서 머니클립 주워서 역 담당 공익한테 넘겨줬는데(열차가 들어오길래 빨리 집에 가고 싶었어요.ㅠㅠ)
주인을 찾아줬을지는 모르겠네요.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가긴 하던데
정지율
11/09/29 19:51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지하철에서 지갑 잊어버린 적 있는데 한시간도 안돼서 금방 찾았던 적이 있어요. 흐, 주워서 바로 갖다주신 분께 얼마나 감사하던지.ㅜㅜ
11/09/29 20:04
수정 아이콘
전 지하철 승강장 의자에 지갑을 놓고 타버렸는데 다음역에서 바로 역무원에게 이야기해 찾아 달라고했죠. 하지만 그 자리에 어떤 학생이 앉아있고 지갑은 없었습니다. 역무원이 물어보니 모른다고하고. 나중에 cctv보니깐 그냥 쓱삭하고 오리발을 내미는게 그대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못잡았어요.
11/09/29 21:27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저도 핸드폰 주인 찾아준적이 한번 있는데, 사례는 커녕 몹시 불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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