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의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이런 지극히 사적이고 가벼운 주제를 위해 누르게 되는 날이 제게도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 와버렸군요.

밤은 깊었고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휴양보낸 우리팀 선수들은 돌아오려면 10분이 남았고... 그러다보니 어디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사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2~3년 전 '이 사람 아니면 결혼 안 해!' 라고 생각했던 - 7년을 넘게 만났던 오랜 인연과 헤어진 후부터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결혼이라는 것이 오히려 제 삶과 제 꿈을 옭아맬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거든요.

친구들 결혼식에 가서도 항상 한숨만 나왔더랬죠. - 아 .. 이 짓을 얘네는 어떻게 했을까. 난 죽었다 깨나도 못하겠다. - 이런 생각에요.

혼자 산지도 어언 14년차. 이제 혼자사는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익숙했으니까요.

한 손으로는 볶음 요리를 하고 한 손으로는 찌개를 끓이면서 발로는 걸레질을 하더라도 혼자 살고 말지 '부인' 이라는 생판 남 기분 맞춰주고

신경써주고 하면서 살 자신은 없더란 말이죠. 부모님과도 그렇게 살라고 하면 힘들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몇 달 전부터 제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결혼이 좋게만 보여지는 건 아닙니다만, 저에겐 필요한 무엇으로 다가오더란 말이죠.

한창 인생을 열심히 살아나가야 할 나이에 - 라고 생각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입니다 - 혼자 새벽까지 술이나 홀짝이면서 pgr을 하며

씁쓸한 미소나 짓고있는건 아닌 것 같더란 말이죠. 주독야경하는 녀석이 밤에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게으름만 피우고.

결혼이라도 하면 부인이 구박해서 공부라도 하지 않을까 싶더란 말이죠.

아아. 그런 생각이 한 번 들고나니 누군가의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겁니다. 아.. 야생마처럼 날뛰던 청춘은 이제 안녕이구나. 이제 나도

누군가가 내게 고삐를 매어주길 바라고 있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더란 거죠.

그래서 뭐, 어쨌건 결혼 준비는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습니다. 결혼 자금도 예전부터 마련해뒀고 집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예식장 비용등도 꼼꼼히 조사하고 있고 그 외 여러가지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일 중의 하나 아니겠어요? 이왕 하는 결혼,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기 위해 지난 몇 달 간 열심히 준비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만 딱 한 가지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결혼할 상대방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네요. 예식장이다 신혼여행지다 신혼집이다 이거저거 알아보다 보니 그런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

었네요. 뭐, 결혼식 날까지야 어떻게든 되겠죠. 그렇지 않나요?

열심히 살기 위해 결혼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요새 들어 조금씩 '결혼해야 진정한 독립이지'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네요. 조만간 결혼 예정입니다. 많이들 축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