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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10 02:40:43
Name 쎌라비
Subject [일반] 무릎을 깨물다
B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보게 됐어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160도 안되보이는 키에 약간 처진 눈꼬리 빈말로라도 높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코에 얇아보이는 입술 그리고 살짝 남아있는 젖살까지. 조금 양보해서 귀엽다고 말할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예쁘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외모였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화장도 한 것 같은데 신입생 특유의 그런 느낌 있잖아요. 좋게 말하면 풋풋함일거고 나쁘게 말하면 어색함정도로 말할 수 있을거 같은데. 아무튼 그런 느낌을 지울수는 없더라구요.

옷이요? 사실 제가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남자옷도 잘 모르는데 더군다나 여자옷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근데 여자 동기는 그 애가 입은 옷이 강심장에서 누군가가 입었던 옷이라고 하더라구요. 서인영이라고 그랬었나? 아니 장재인이라고 그랬었나? 여튼 그 나이 대 여자애들은 종종 그러잖아요. TV에 누가 나오면 그 옷 따라 입고 막 그런거요.

아 근데 그러고보면 딱히 우리도 할말은 없죠. 그 최창민이라고 기억하세요? 아뇨 아뇨 강자 빼셔야 되요. 우리형이 그 사람 엄청 팬이라서 형 옷 거의 전부가 그 사람이 광고하는 스포트 리플레이거였어요. 저요? 저는 곧 죽어도 STORM이었죠. 옷에 보면 292513=STORM이라고 써있는데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민지도 몰랐어요. 하긴 의미가 중요한게 아니죠.  오히려 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그 옷이 더 멋있었으니까요. 292513이 무슨 뜻인줄 아세요? 글쎄 “이것이 옷일세“ 래요. 그 오만함이라니. 스톰 정말 멋있지 않아요? 스톰이 더 멋있는건 옷도 옷인데 뱃지가 정말 죽음이죠. 전체적으로 보면 날개 편 독수리 모양인데 요즘 말대로 하면 간지를 뿜어내는 그런 오라가 있었어요. 그걸 가슴팍에 차고 있으면 웬지 포스가 함께하는 느낌? 포스가 뭐냐고요? 수학여행때 버스 뒷자리에 앉아도 아무 탈 없을 것 같은 그런 것?

근데 저는 수학여행 때 맨 뒷자리에 앉지는 못했어요. 그 바로 앞자리긴 했지만요. 맨 뒷자리는 누가 앉았냐구요? 싸움 잘하는 친구 둘하고 반에서 제일 웃긴친구 한명 그리고 잘난 애 한명 이렇게 네명이 앉아서 제 자리는 없었어요. 4명 모집인데 5등을 한거죠. 후보 1번이긴 한데 그런건 아무짝에 쓸모 없잖아요. 아 그 잘난애요? 말 그대로 잘난애에요. 얼굴도 좀 잘생기고 공부도 꽤 잘하고 축구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집도 잘 사는 그런애 있잖아요. 다 부럽긴 했는데 저는 딴거보다도 그 친구가 입고다니는 옷이 정말 부러웠죠. 스톰, 보브, T2R, 닉스, 겟유즈드 암튼 그 당시 잘나갔던 브랜드는 다 입고 다녔어요. 뱃지도 무지 많았죠. 뱃지를 친구들한테 나눠주기도 했으니까요. 아버지가 꽤 큰 빌딩도 가지고 있다고 하고 큰 공장도 운영한다고도 했고 직원만 해도 몇백명이라고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잘 살았던 친군데 IMF가 좀 오래가면서 그 친구네 가세가 확 기울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때 그 친구가 버스에서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을 부르더라구요. 진짜 기가 막히게 부르는데 그때 그 노래에 꽂혀서 집에가서 몇백번씩 돌려듣고 그랬죠. 그러고보면 고등학교때부터 군대가기 전까지는 거짓말 같은 시간 아닐까요? 요새 애들 뭐 옷입는거 보고 산악인 납셨네 등골브레이커네 하지만 전 다 이해가 된다니까요. 사는게 꿈같고 거짓말 같으니까 흘러가는대로 그렇게 사는거죠. 옆에 친구가 입으니까 입고 마시니까 마시고 피우니까 피우고 그런거죠 뭐. 그렇게 살다가 이제 전역하고 나면 한파가 쫙 몰아치면서 정신이 확 드는거죠. 그때부터 완전 리얼로 가는거죠. 몸에 소름도 돋을정도로 오케이? 네? 그게 무슨 리얼이냐고요? 결혼하고 애 낳아보면 진짜 리얼이 뭔지 알수 있다고요? 그런가요? 전 지금도 충분히 리얼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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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페군
12/01/10 02:49
수정 아이콘
거짓말 같은 시간... 정말 좋은 노래지만 부르기 참 어려운 노랜데 친구분이 노래를 참 잘했나 보네요.

저도 가끔 노래방에서 컨디션 좋을때 한번씩 불러보는데... 정말 올해에는 거짓말처럼 누군가 앞에 나타나줬으면...
퀘이샤
12/01/10 02:51
수정 아이콘
숙제는 미룰 수 있습니다.
시험은 안치고 재수강하면 되죠.

아이가 똥을 쌉니다. 처리해야 합니다.
아이가 배고프다고 웁니다. 먹여서 처리해야 합니다.
아이가 잠온다고 웁니다. (자면 될 것을..) 달래서 재워야 합니다.
아이가 이유없이 웁니다. 귀에 체온계 대고 급하면 병원으로 갑니다.
상기 과정이 반복됩니다. 보모는 한숨 자지 못해도 계속 처리해야합니다.
아이가 자랍니다. 그에 따라 부모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바뀝니다. 처리해야 합니다.
옛날보다 아이키우는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세상 흐름에 맞춰 키워야합니다. 집에만 데리고 있으면 놀 친구도 없습니다.
가끔 아이키우는 것이 힘든데,,,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먼저 이 과정을 거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열심히 합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턴 방식 게임에서 상대가 PC이고, 잠시 세이브 해둘 수 있는 게임"이리면,,,
결혼해서 앞가림하고 애키우는 것은 "(스타 안한지 10년 된 것 같은데...) 베틀넷에서 사람을 상대로 벅차게 다양한 공세를 실시간으로 버티야 하는 게임" 정도가 아닌가 싶네요.
리치나다옐로
12/01/10 02:56
수정 아이콘
292513아놔크크크크크크킄크
불량품
12/01/10 03:15
수정 아이콘
너의 미소~ 널 기다리며 서성대던 공간과 그 때 내 머리 위로 쏟아지던 햇살 그 하나까지도 잊지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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