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단과대 위원회에서 시국선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정확히는 중앙 쪽에서 시국선언 초안? 을 주고, 그것에 대한 참여 여부를 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시국선언은 좀 뭐랄까, 이상한 곳에서 강경하게 나가는 면이 적지 않아 있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과 디도스 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요. 뭐,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시국선언 전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뭔가 필요하긴 하니까요.

그런데 위원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런 거 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제 개인적인 입장이 아니라 제가 속한 단체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선뜻 찬성할 수 없었고요. 그렇게 아무도 참여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나오면서 상당히 씁쓸했습니다. 사람들이 과연 현 사회에 관심이 없는가, 아니면 시국선언이 싫은 것인가, 아니면 시국선언을 하는 사람들이 싫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국선언에 있는 단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그래도 알아주는 대학의 알아주는 학과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사회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 개인적인 일들에만 관심 있어 하고, 그리고 이기적인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저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학교를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뭐, 그런 건 젖혀두고서라도, 제 주위가 대부분 우파 쪽 성향이 강하단 것이 슬픕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의견이 맞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뭐, 어찌 되었든, 시국선언은 물 건너갔고, 저는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할 듯합니다. 개인의 신념…. 이 아니라 제 개인의 표준을 관철하기는커녕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것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