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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2 13:52:46
Name nickyo
Subject [일반] 경솔하기 짝이 없는 친구와 있었던 재미난 일.
에, 벌써 일주일이 다 갔네요. 금요일쯤 되면 슬슬 일하기도 지겹고, 쉬고도 싶은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이번주는 그래도

목요일이 공휴일이라 그런지 금세 한 주가 다 간것 같아 마음이 한층 가볍습니다. 더불어 국가대표 축구 월드컵 예선에서도

1박 2일 패밀리의 골잔치로 신명나고, 간때문이야 마약빤 CM도 신이나서 즐겁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비록 비가 좀 추적추적

하니 내려 우중충하기는 한데, 딱 들뜬 기분을 적당히 가라앉혀주어서 좋은 밸런스가 되었다 마 그렇다 시프요. 이제 오늘

점심밥만 맛있으면 괜찮은데..



그나저나 정말 오래간만에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기억은 하실련지 모르겠지만서도.. 이야, 요즘

세상은 정말 많이 발전했죠? 사람도 점점 배우는게 많아지고, 아는게 많아지는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지구에 거의

63억명 이상이 살고 있다는데, 이들이 거진 대부분 똑똑해 졌다니 놀랄 일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만.. 예전에는 멍청하고 경솔한 사람이 한 47억 6천 2백만명쯤 되었었는데, 지금은 똑똑한데 경솔한 사람이 한 47억 6천 2백

만명쯤 된다고 하니 참 우스운 일입니다. 다행히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야 경솔하지 않으시겠지만요. 그래서 예로부

터 지식과 지혜를 다르게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그래도 똑똑하고 계산적인 친구들보다는 경솔하고 얼렁뚱땅한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재밌고, 순수

한 느낌이 들잖아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솔한 놈들은 지루할 새 없이 참 재미난 일을 벌이거든요. 말을 길게 섞어봐야 피

곤할 것 같은 친구들인데 정작 그들의 경솔함이 웃음을 준다는건 역설적인 일인 것 같아요. 원래 경솔함이라는게, 평소에는

그렇게 모자라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지만 어째 꼭 어디 나사하나 빠진 것 마냥 얼렁뚱땅 대는지라 사람들한테 미움을 살 일

은 별로 없잖아요? 그저 직장상사만 아니면 SOSO. 암 오케이. 아! 그러고보니 저도 아주 예전에 옛날부터 전해진 경솔한 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랍니까?




먼 옛날,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즈음 되었겠지요? 마을사람들끼리 좋은 일 있으면 모이고, 나쁜일 있으면 슬퍼하고, 같이 논에

나가서 논메고 나무하고 쌀나누고 하는 평화로운 동네가 있었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동네라는게 특별한 일 없이 평화로이 흘

러간다 하여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하지만 마음이 태평성대라는건 사실 좀 지루하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그럭저럭

좋은 시골 농촌. 하루는 이 동네에 길에서 이유도 모른채 사람 하나가 죽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는다는일은 도시

나 국경정도가 아닌 이상에야 흔한 듯 흔치 않은 구경거리였기에 다들 소문을 듣고 시체를 구경하러 나왔지요. 이런 구경거

리를 놓칠 리 없는 그 마을의 건장한 청년이자 경솔한 친구, 영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뛰쳐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시신의 근처에는 다른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껑충 껑충 뛰어도 잘 보이지 않자, 사람들을 낑낑 밀쳐보았지만 계속 튕

겨져 나갈 뿐, 딱한 그의 처지에 저어기 주막집 죽돌이로 사는 털복숭이 한 놈이 "거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가서 보는게 어

떤가?"라고 하자, 그걸 보겠다며 남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코 기어들어가 맨 앞까지 나가더랬습니다. 사람들은 어이쿠 어이쿠

뭐 이런 상놈이 다있다냐~ 하며 와하하 웃었지요. 시체를 가까이서 둘러싼 사람들이 겨우 헥헥대며 기어나오는 그를 보고서

"오 자네 지금 왔는가? 이리 와 보게. 아직 못봤을 테니.."하며 손짓을 합니다. 그는 무릎을 탁탁 털며 기대가득한 얼굴로  

다가가서 말합니다. "어..그럼 이제 시작하나보군요?"


"아니 시작이라니, 이미 죽어있는데 무슨 시작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있는데, 뭐라도 벌어지는거 아닙니까? 춤사위라거나, 노래라거나..."

"예끼 이사람아, 사람이 죽어있을뿐인데 무슨 춤이란 말인가?"

"그래도 이렇게 구경거리가 났는데 이리 심심해서야.."

"거 참 이런 경솔한 친구를 보았나. 죽은 사람이 어찌 덩실덩실 춤을 춘다고 그러나? 에이, 자네랑 말을 길게 섞으면 피곤할

거 같으이. 자, 이리와서 죽은 사람 얼굴이나 좀 보시게. 혹시 아나? 자네가 아는 사람일지.."

구경꾼 한 명이 영수의 앞에서 슬그머니 시신을 뒤덮은 천을 슬쩍 들어올립니다. 영수는 "아이고, 제가 죽은 놈을 어찌 압니

까? 재수 옴붙는 소리 하지 마십쇼. 이렇게 찝찝하게 드러누워 있는 놈은 상것이 틀림 없을텐디요."하며 창백한 얼굴을 바라

봅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아니 이게 누구여! 철수아니여!!!"


"잉? 뭣이여, 자네 아는사람인가?"

영수는 금세 울상이 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 합니다.

"아이고 이보게 철수야 니가 여기 왜 있니! 아이고 아는사람입죠 아주 잘 아는 사람입죠! 이 친구가 우리 앞집에 사는 놈인

데..."

"어이구 이보게 잘 되었네! 안그래도 이 친구 얼굴은 알아도 어디 사는지 몰라 기별할 방법이 없었다네. 그럼 자네가 지금

바로 이 친구 식솔들에게 소식을 좀 전해주게나. 길에서 죽었어도 장례는 치러야 할 것 아닌가?"


그러자 영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하더군요.

"식솔이랄것도 없습니다요. 부모 친척 가족 하나 없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불쌍한 놈이라구요...야 이놈아! 태어난날은 달

라도 죽은날은 달라야 하는 사이건만 아이고..."


시체 옆에 선 한 중년이 갸우뚱 하며 묻습니다.

"이보게, 다른날 태어나 다른날 죽는 사이는 별 일 없는 사이 아닌가?"

"그렇습죠 별 거 없는 사이입니다요...아이고 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이 친구가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하더니.."

그러자 또 다른 시신옆에 있던 한 동네 아저씨가 코웃음을 치며 말합니다.

"아니 이보게, 이 친구는 어제 저녁부터 죽어있었는데 어떻게 오늘 아침에 기분이 나쁘단 말인가? 자네 뭘 잘못 아는거 아닌

가?"

영수는 고개를 강하게 휘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확실하다니까요! 이놈 철수가 오늘 기분이 안좋다고 그랬다니까요 지가 죽을줄 알았나봅니다 아

이고.."

"허허, 아니 이 사람아. 그러니까 이 친구는 어제부터 죽어있었다니까. 자네 꿈이라도 꾼 거 아닌가?"

영수는 답답한 듯 죽어있는 철수를 쥐고 흔들며 말했습니다.

"야! 철수 이놈아! 너 오늘 아침에 기분이 안좋다더니 이러려고..그런거여 뭐여!"

주변사람들은 모두 영수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친 사람이 아니냐고 손가락질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시신을 보여준 아

저씨도 슬그머니 이거 뭐하는 놈이야 싶은 기분이 들었죠. 아저씨는 다시한번 조소어린 얼굴로 영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철수는 어제부터 죽어있었다니까? 자네 말대로 오늘 아침에 기분이 좋고 나쁘고 할 수가 없어! 허허 참, 꿈에서

죽어 널부러진 곳이 찬 길바닥이라 등이 배겨서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기라도 했나보지?"


그러자 영수는,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저씨에게 대뜸 버럭하고 화를 냈습니다.


"아니! 내 말을 못믿는거요? 안되겠구만. 지금 당장 내 철수 본인한테 물어보고 오겠소! 오늘 별 일 없다고 했으니 아마 집

에 있을겁니다!"

그리고는 누가 말릴새도 없이 쏜살같이 뛰쳐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여깄는데 뭔 저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었지요

. 영수는 그런 시선과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순식간에 철수네 집 앞까지 당도합니다.


쾅쾅쾅, 쾅쾅쿠쾅카오카오쿠쾅콰릉쾅캉

영수는 철수네 집 대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철수야! 야 이놈아! 철수야!"

철수는 방에 누워서 엉덩이를 긁적긁적이며 뒹굴대고 있었지요.

"언 놈이 대낮부터 철수란 놈을 찾는거야? 철수란 녀석 바쁜 놈이로구만.."

"야! 철수야!!! 빨리 문좀 열어봐!"

"...아! 철수란게 나구나 철수란 놈이 나지! 어 그래! 나간다! 무슨일이야? 누가 죽기라도 했는가 뭐 이리 소란스러워?"

친구는 닮는다고 하나요? 경솔한 두 친구 답게, 철수는 자기를 부르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그제서야 황급히 문을 엽니다. 영

수는 헐떡이며 철수를 붙들고는 말하지요.

"야 ! 큰일났어! 이럴때가 아니야! 너 임마 죽었다고!"

철수는 덩달아 허둥지둥대기 시작합니다.

"뭐? 아이고 그거 큰일이네! 어디야 어디서 죽은거야? 난 가족도 없고 처자식도 없어서 슬퍼해줄 사람도 없는데, 참으로 쓸

쓸하겠구먼!"

그러자 영수는 답답한 듯이 철수의 팔을 질질 끌며 말합니다.

"아이고 임마, 그러기전에 일단 네 시체부터 좀 보러가자! 어쩌다 그렇게 죽은거여?"

질질 끌려가면서 철수는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어제 술을 실컷 먹고 길가에 오줌을 휘갈겨 싸면서 기분 좋~았던 것 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잘 모르것네? 아야, 밥도 안묵

었는디 밥이나 좀 먹고 가자."


꼬르륵

그러고보니 영수도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은 듯 하군요. 둘은 일단 배나 좀 채우자며 철수네 집에서 감자도 삶고, 생선도

굽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술이 한 잔 땡겨서 술도 꼴깍 마시고, 철수는 그 와중에 어찌 으슬으슬하고 소화도 안되는 것

같다며, 죽어서 그런가보다 농을 치고있고. 살판났군요. 오후 느지막히 지나서야 겨우 엉금엉금 기어나와서 시체를 찾으러

갔더니만, 이미 사람들은 다 어디 간 채 한쪽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야야 철수야. 끄윽. 저거 일단 니 얼굴좀 봐봐."

"끄응, 거 참 저 찬바닥에서 잘도 자는구만. 길에서 뻔뻔스럽기 그지없어"

"자네가 원래 좀 뻔뻔하잖아?"

"아주 낮짝이 두껍지 그럼.."

"자 어쨌든 자네 시신이니 자네가 좀 챙기게."


낑낑대며 이미 굳은 시체를 철수는 어깨에 들쳐맵니다. 영수는 왠지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한 기분에 "야아, 장례 치를 때

내 조의금은 받은 셈 쳐" 하며 웃습니다. 철수 역시 기분이 좀 나아진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 그런데 갑자기 철수가 갸

웃하며 영수에게 묻습니다.

"야아 영수야. 내가 죽었단 말이지?"

"그래 임마 니 어깨위에 시체가 있잖아."

"거 참 이상하다.."

"왜?"

"아니 죽은 내 시체를 내가 어깨에 메고있는데.........그럼 날 메는 이놈은 대체 누구란 말이냐?"



참 경솔하기 짝이 없는 놈들입니다. 이 이야기가 잘 이해가 안되실수도 있어요. 왜냐면, 죽은 놈이 살아돌아다니는 꼴이니까

요. 실상은 이렇습니다. 이놈은 지가 죽은지도 모르는 거에요. 죽어있는지도 모르고 집에와서 평소처럼 놀고먹고 뒹굴고 있

는거죠. 그러니 지 시체를 메고 올 때 쯤에서야 갸우뚱 하는겁니다. 내가 죽었으면 이 시신을 메는 나는 대체 누구여? 하

는.. 고전이기에 허용되는 허탈한 재미지요. 경솔함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경솔하면

본인이 죽은것도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저도 경솔한 친구덕택에 경을 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였을거에요. 저는 남학교를 다녔었

는데, 보통 여학교애들이 뒷담화도 많이하고 간사한 일이 많다고 하잖습니까? 아닙니다. 남학교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

을거에요. 뒷담화가 쪼르르르 넘어가서 뭐? 하고 불러다 싸우는 일이 하루걸러 하루도 아니고 한끼걸러 한끼 정도의 쿨타임

으로 돌고는 합니다.





하루는 친구랑 놀이터에서 학원 쉬는시간에 나와서 낄낄대다가, 저희 학교에 이종격투기를 하는 아주 몸이 단단한 친구에 대

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걔가 뭐 일진이나 이런건 아니었는데.. 저나 걔나 서로 얼굴을 몰랐고, 그냥 좀 유명하기에 이름은

들어봤었죠. 그도 그럴게, 막 껄렁껄렁 노는애들도 걔한테는 설설 기었고 싸움 잘하는 걔는 약간 어버버 하는 어리버리한 친

구였어서 시키는대로 데리고 다니는 대로 헤헤 하는 친구였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누굴 괴롭힌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어요.

근데 확실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자존심 하나는 엄청 세서 농담이라도 그 친구를 무시했다가는 피를 봐야하곤 했습니다. 으

아.




그 날도 누가 더 센가 걔가 어떻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학원을 같이 다니는 애 하나가 그러는겁니다. "야아, 근데

걔가 이종격투기 했어도 솔직히 애들이 너무 겁내는거 같지않냐? 미리 다 쫄아서 못싸우는걸껄?" 다른 친구는 "야 그래도 격

투기 건덕지가 있지"라고 반박하고, "싸움이랑 격투기랑 같냐? 깡좋으면 짱이야" 뭐 이런 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도 거기

에 그냥 추임새만 좀 넣으면서 히히덕거리고 있었지요. 누가 이길까? 누가 셀까? 어떨거 같다. 나랑 붙어도 솔직히.. 야 무

슨 헛소리하지마 너 그냥 이승하직이야 임마. 저승사자 김대리한테 너 저승갈길 보험은 들어놨냐? 개인석타고가라 임마 크크




그렇게 쉬는시간의 흥미로운대화가 재앙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며칠 뒤, 점심시간에 밥 먹고 친구와 이 록 밴드가

어떻네, 베이스가 어떻네 하고 떠들고 있던 저는 뒷 교실문이 꽝! 하고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위풍당

당한 일진들과, 처음보는 친구 한 명. 아, 물론 직감적으로 알아챘습니다. 교복위로 드러나는 그 체형만봐도... 아, 쟤구나.

그때 머리속으로 스쳐지나가는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야, 솔직히 맞짱뜨면 일방적으로 털리지는 않을껄?" "낄낄"하던 친구

의 말이.. 등골이 오싹했죠. 이런일이 중학교때도 종종 있었거든요. 예상대로라면 아마....



"야! 김태우라는 새끼 어딨어 나와."

하면서 '쾅'하고 의자를 걷어찼겠죠?


'쾅!'


..역시나.


"야! 김태우라는 새끼 어딨어 당장 튀어나와 뒤지고 싶지 않으면!"


...빙고

그 친구는 바로 제 앞에서 록밴드의 베이스를 어쩌구 하던 친구였습니다. 네. 친구야 그러게 입조심해야지.
측은한 눈빛으로 저는 친구를 쳐다봤습니다. 친구는 고개도 못돌리더라구요. 쟤들은 누구냐며 뒷쪽에 앉은 애들을 붙잡고 윽

박질렀습니다. 그러자 저희가 앉아있는 쪽을 향해 '쟤..쟤야'라고 하더군요. 아, 너 망했다 임마.



"얘.. 얘 얘가 태우야 얘!! 야 너 찾잖아 임마!"


..뭐?
앞에 있던 록밴드의 불타는 열정을 가진 친구, 태우는 갑자기 절 보고 태우를 하라고합니다. 내가 어어어버버버? 하면서 뭔

개...라고 하기도전에 뒷덜미를 붙잡혔죠. 당장따라나와 이 새끼야. 어 야 잠깐만 이건 아니잖아... 애들이 채 말리기도 전

에 저는 뒷뜰까지 질질 끌려나오게되었죠. 그리고 진짜 태우는 온갖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에 고개만 빼꼼히. 저런 ---

--가.......뭐라고 해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일진애들에게 둘러쌓여서, 그네들이 다른 애들보고 따라나오면 죽는다고 윽박

지르는 사이에 이미 결전의 장소에는 도착. 아아. 망했어요. 이건 무슨 뒷담화를 당한 작은 하마가 칼빵을 놓으러 오는것도아니고.......... 우리반이 무슨 떡갈나무반이여 뭐여........




"저.."


앞에서 보니까 와, 큽니다. 와, 세보입니다. 와, 큰일났습니다. 와, 작은하마가 아닙니다. 큰하맙니다.


"니가 나 조질 수 있다매?"

"..뭐?"


아, 씩씩대네요. 이건 아마 그겁니다. 태우가 "솔직히 맞고만 있지는 않겠지"라는이야기가 사람 한명 탈때마다 공방업해서

이야기가 전해졌을 테고, 아마 본인은 "너 X밥이래"정도의 뉘앙스로 넘어갔겠죠.


"니가 나 X밥이라며?"


...역시나. 진부하지만 진리의 클래식이네요. 그럼 아마 내가 종되는 시나리오일텐데 앙대!


"야 그게 일단 우리가 풀어야 할 오해가..."


그러자 주변에 진을 친 일진애들이 버럭하더이다. "야 씨부리지말고 넌 오늘 뒤졌어 !!!!!!! X밥한테 털려봐 한번 으히히히"



내 앞에서 씩씩대는 몬스터. 하, 이거 뭐 롱소드에 방패라도 챙겨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일단 태우도 아닌데 난..

오금이 저리네..이 상황을 어떡한다 싶더군요. 이미 앞에서는 푸르륵 푸르륵 대면서 들이받을 준비 끝난 놈이 씩씩대니. 거기에 몇몇 관객도 모이더군요. 그리고 태우도있네.. 태우도?




"야!!!!!!!!!!!!너!!!!!!!!!!!!"


태우를 보자마자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된 것 마냥 발길질이 날라오더군요. 어떻게 했냐구요? 뭘 어떻게해요? 맞고 나가떨어졌지. 그리고 아 졸~~~~~~~라 아프다 생각하자마자 주먹이 날라오길래 어이쿠 하고 일단 그놈한테 매미마냥 매달렸습니다. 덜맞아야지! 하면서 어떻게든 끌어안고 투닥투닥. 얼굴 밀어내고 머리잡고 막 난리도 아니었어요. 계속 툭툭 맞다보니까 열도 받아서 한 두대 때려봤는데. 그러다 또 퍽 맞고 으악! 안되겠다 싶어서 또 붙잡고 이리구르고 저리구르고. 결국 그 놈도 사람인지 헉헉대며 지치더라구요. 내가 맞아도 몇배는 더맞았는데 지가 더 열이받아서는.. 그때 종이 땡땡 울리더군요. 점심시간 끝나는 예비종이요. 아... 살았다. 일진애들은 죽여버리라고 하는데 걔는 지쳤는지 속이 풀렸는지 끝나고 보자며 집에 걸어갈 생각말라고 윽박지르고는 가더라구요. 주저앉아서 한숨을 푹 내쉬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머리를 북북 긁었습니다. 그때 누가 옆에오더군요. 누구겠어요, 태우지.



"저..저기 수훈아..."


"말걸지마 개XX야. 나 다말할거야."


"야 진짜 미안해 내가 미쳤었나봐 그땐 너무 무서웠고 야 솔직히 니가 나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말시키지마 꺼져"


"야 일단 일어나자 내가 부축해줄게."


그 밉상인 놈 어깨를 붙들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겨우 교실로 향했습니다. 이미 맞은건데 어쩌나 싶기도하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떠들때는 언제고 이러는 친구의 꼴을 보니 화낼 기운도 없더라구요. 근데 갑자기 우스운 생각이 드는겁니다.


"야."

"응?"

"너 집에 걸어서 못간대."


".........."


"근데 말야. 내가 태우면 날 부축하는 너는 뭐냐?"

".............."



결국 그날, 우린 그 반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일진애들이 왁왁거리는것과는 상관없이 의외로 그러냐고 하고 넘어가더라구요. 울컥한게 좀 풀렸다나? 내가 열이받아서 안되겠다고 했죠. 마음속으로만. 마음의 소리요. 어쨌거나 일이 평화롭게 끝났습니다. 그 격투기를 한다는 친구는 그 뒤로 생각보다 좀 가까워져서, 매점도 자주 다니고 공도 차고 그 친구 체육관에도 놀러가고 그랬어요. 우정은 싸우면서 싹튼다나? 그리고 절 강제로 사칭시킨 그 놈은, 한달 넘게 제 빵셔틀이되어주었죠. 그정도로 봐준것도 감사해야할거에요 흠흠.



역시 사람은 경솔하게 입을 놀리면 아주 종되는거에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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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콩알만한 권력에 불나방 이야기를 보고 기억난건데
안철수씨가 아직 대권주자 확정도 아니고 정치인확정도 아닌 마당에
벌써부터 각종 '정책제안서'부터 '선거전략'따위의 불나방 찌라시들이 우편물로 종종 오더라구요. 전화, 우편 할거없이. 도움이 되고싶다이런 순수한것도 아니고 내용 보면 아주 애매하게 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하시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저도 한자리얻고 권위득세하고)'이따위 제안이 국경없이 넘어오고 난리더라구요. 심지어 '교수'라는 직책특성상 '학자'타이틀이거나 '로비스트'타이틀이신분들도 꽤 날아듭니다. 참, 굉장하더라구요 여러 의미로. 촉이 빠른건지.. 이런 일련의 모양새가 참 역겹더라구요. 이렇게 감언이설로 꼬여드니 권력을 잡고도 청운의 뜻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싶고요.


위 본문의 옛날이야기는, 일본 고전 라쿠고 중에서 '소코츠나가야(연립주택에 사는 경솔한 이들)'이라는 내용에서 따왔습니다. 극단적으로 제한된 말, 어조, 억양,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라쿠고기에 나올 수 있는 웃음코드의 고전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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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
12/03/02 14:24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크크큭
PoeticWolf
12/03/02 16:19
수정 아이콘
아..아픈 일 아닌가요? 으으;;;
별로네
12/03/02 16:45
수정 아이콘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는데, 내가 와이프랑 아이들이랑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헐.... 이 상상 제법 무서운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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