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의 인기 남자BJ와 사석에서 만날 일이 있었는데, 최상위권 여성BJ들의 연수입이 2억여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별풍선 환전 수수료가 기본 40%고 인기BJ가 30%라고 들었는데, 그걸 감안했을 때 실제 매출은 2억원을 상회한다는 이야기겠죠. 인터넷 개인방송이 통신법 상 방송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만, 최근 종편의 처참한 시청률이나 케이블tv채널의 경영난 같은 이야기를 떠올려봤을 때 참 신기한 일로 느껴집니다.

부분유료화 컨텐츠에서 유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인터넷 방송에서 별풍선을 지르고 쏘게 만드는 매력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졌지요.

1.        기능성
글쎄요. 부분 유료화 온라인 게임의 캐쉬템이나 싸이월드의 도토리에 비해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의 기능성에 특출난 점이 보이는 건 아닙니다. 풀방 우선입장기능이나 고화질 방, 광고 제거 등의 기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그정도만으로 요즘 유저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는 건 아니거든요.

2.        방송이 재미있으니 별풍을 쏜다
가장 기본적인 이유겠습니다만 딱히 절대적인 이유로 와닿을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시청자가 개그프로를 보고 실컷 웃었다고 해서, 개그맨에게 송금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3.        BJ가 예쁘니까 별풍을 쏜다.
2번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tv에서 김태희보고 감동했다고 김태희에게 송금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지요 보통. 최상위권 BJ는 모두 여성BJ이긴 합니다만, 여하튼 남성시청자가 남성BJ에게 별풍을 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4.        BJ가 섹시하니까 별풍을 쏜다.
3번과 같으면서도 약간은 다릅니다. 과거 불법 성인 컨텐츠의 PJ(포르노 자키)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들의 노출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공짜 포르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단지 섹시함만으로 지갑이 열렸다고 보기는 힘들겠죠.

5.        피드백
이게 가장 유력하겠죠. 개콘이든 김태희든 포르노자키든 감상만이 가능한 일방향인데 비해 BJ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되죠. 별풍을 많이 쏴주면 ‘xxx님 별풍선 감사해요~ 알라뷰~♥’ 같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데, 예쁘고 섹시한 여자 (혹은 되게 재밌는 남자)가 자신만을 향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해준다는 게 꽤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그 재미만으로 자기 돈을 흔쾌히 쓸 수 있다고? 글쎄요…

인기BJ방의 경우 웬만한 거액의 별풍선 투척이 아니면 사실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그리고 또 피드백이 PJ수준으로 파격적인 경우도 없구요. 별풍 많이 쏘면 BJ랑 따로 만나서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인기BJ에게 압도적으로 어필할 수준의 별풍선 금액이라면 차라리 윤락업소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윤락업소에선 연예인급 외모와 최고급 스킬, 애인모드 피드백을 쉽게 접할 수가 있으니.



기능성도 있고, 재밌고 예쁘고 섹시한 BJ에게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서 난 별풍을 지르지! 라고 그려러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뭐 편하겠습니다만 뭔가 좀 명쾌하지가 않아요. 별풍을 지르게 되는 사고의 흐름이 말이죠. 단지 제 취향이 그들과 달라서 이해를 못한다고 보기도 힘든게, 전 명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그렇다고 명품족들의 심리가 이해 안되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별풍투척의 심리는 참 명쾌히 이해가 힘들단 말이죠. 게임에 돈쓰는 걸 신기해하는 사람에게 우리 게이머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처럼, 실제 별풍 투척을 즐겨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돈을 받는 입장인 BJ에게 들었던 이유로는 썩 명쾌하지가 않았거든요.

제가 이해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청률 상승을 위해, 캐쉬템 판매를 위해 방송국과 온라인 컨텐츠업체가 머리를 쥐어뜯는 걸 생각해보면 아프리카tv와 BJ에게 경외감이 들기도 합니다.


덧붙임) 댓글의 기조가 얼추 한방향이어서 따로 대응하지는 않고 덧붙임으로 대신합니다.
과시욕과 시청료/응원의 개념이라는 말씀들이 많으신데, 적절한 수준(모호하긴 합니다만)의 별풍투척은 어느정도까지는 이해가 됩니다만 한번에 수십만원 상당의 별풍투척은 아직도 이해가 힘듭니다. 단순 희귀케이스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런 케이스가 고소득BJ의 수입에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수천만원 상당의 리니지 집행검의 경우, 되팔기가 가능하기에 감가상각의 비용만 지출하면 되지요. 그마저도 시세에 따라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리고 집행검 같은 고액 캐쉬템의 경우 압도적인 과시욕 충족과 기능성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에 만약 도토리 백만원어치의 초화려 스킨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걸 구입하는 유저가 고액별풍투척자 만큼 많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집행검만큼의 과시욕/기능성 충족은 안될테니까요.
그런데 별풍선의 경우 별풍 열개 투척자와 오천개 투척자의 피드백 차이가 천원짜리 걍소드와 천만원짜리 집행검의 차이와 비교하면 현격히 떨어지는 건 도토리 백만원짜리 스킨과 비슷할텐데 별풍선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단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해 보고 싶어지네요.

덧붙임2) 약간 선정적인 제목을 찾다보니 '편하게 돈버는 양아치들 같이 까자... / 난 저런 애들 이해가 안돼. 바보인듯?' 이런 뉘앙스로 느껴지는 분들도 계신가봅니다. 결론적으론 '까자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이해해보고 싶어요. 들어나 봅시다요' 이런 마인드이므로 오해는 말아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