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3/23 02:44:04
Name 그로테스크
Subject [일반] 안녕...
10여 년 전 이별을 직감하고 빠져들었던 러브홀릭의 rainy day가 퇴근길에 생각났던 건 단지 비가 와서였을까...
1년 반을 좀 넘어 2년을 향해 꽤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던 우리가 이렇게 됨을 암시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그 가사를 조그만 더 뚜렷하게 떠올렸다면 마지막 문자의 내용이 다르지 않았을까...
그녀는 내게 여느 때처럼 미안해하며 전화를 하진 않았을까...

pgr 글쓰기 버튼의 무게보다도 수십 배나 더 무거워 보이던 폰 문자 전송 버튼.
장고 끝에 그 버튼을 우측 엄지로 꾸욱 누른 뒤에도 지금과 조금은 다른 결과를 기대했었는데...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와 rainy day를 들으며 글을 쓴다.

빈 담뱃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책상 위에 그녀와의 연을 보여주는 물건들이 곳곳에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매일 앉는 책상이지만 담뱃갑만 쌓여있다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그 물건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반지, 향수, 넥타이, 지갑, 그녀에게 빌렸던 핸즈프리, 미처 그녀에게 건네지 못한 포장된 선물....

2달여간의 마음 고생을 끝내서 홀가분한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은, 진정한 착각이 무언지 가슴 속에 박혀 깨닫게 해주고...
그 깨달음에 뒤이어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미리 아파했었기에 지금 같은 슬픈 여운이 이리도 날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 안 했었는데...너무 많이 아프다.

잠도 많고, 눈물도 많은 내가...잠도 못 이루고,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한다.
너 역시 많이 아프길...그래서 주말 오프 때 여기에 와서 내 손을 잡아주길...
이 헛된 기대는 나에게 또 다른 상처만을 남김을 알기에 담배 연기에 실어 날려보낸다.

안녕......
이 두 글자 입력에 시야가 흐릿해 진다...

고마워요...짧지 않은 시간동안 날 사랑해줘서...내 옆에 있어줘서...
미안해요...그리고 안녕...







이별했어요.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 두어 시간 뒤척이다 글을 썼네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펑펑 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른 넘은 나이에 꺼이꺼이 울고는 담배 한 대 태우고 더 말똥말똥해졌네요.
저에게 있어서의 헤어짐은 뭔가 만남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미화시키는 것 같아요.
울분을 토하고 쌍욕을 할만한 일들조차 차분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추억으로 만들어서 자신을 더 힘들고 아프게 하네요.

긴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벚꽃피는계절에
12/03/23 02:48
수정 아이콘
저도 이별을 할때, 이별의 마음을 준비 할때면,
좋지않았던 기억 없이 오롯이 '그 사람과의 좋았던 추억' 만 남아서 자꾸만 기대하고, 미련을 두게 되는것 같아요.
힘내세요, 긴 밤.
一切唯心造
12/03/23 08:39
수정 아이콘
봄이 되니 저부터 시작해서 이별하는 분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힘내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167 [일반] 뉴스 타파 9회 예고편 [5] 멍멍깽깽꿀꿀4381 12/03/24 4381 0
36166 [일반] 픽업과 연애 #12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8] Love&Hate17077 12/03/23 17077 5
36165 [일반] 국회의원이 하는일 <부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 > [10] Theboys3886 12/03/23 3886 1
36164 [일반] 전여옥 의원, 결국 국민생각 비례 1번에 공천 [41] sungsik6154 12/03/23 6154 0
36163 [일반] 오늘 전국언론노조 총궐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7] 타테시2964 12/03/23 2964 1
36161 [일반] 여러분은 칼퇴근 하시나요? [97] 삭제됨5500 12/03/23 5500 0
36160 [일반] 종북주사파는 아직도 존재했다. 경기동부연합 [79] 방구차야6101 12/03/23 6101 0
36159 [일반] 차세대 웹 표준시대의 도래 [35] 泳昊4736 12/03/23 4736 0
36158 [일반] 약국을 다녀왔습니다.... [23] 스타카토4308 12/03/23 4308 0
36157 [일반]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누구를 예상하십니까? [120] 내일은5244 12/03/23 5244 0
36156 [일반] [정치]UAE원전 때 받은 50만달러, MB 알고보니 아직도 기부하지 않아... [108] opieo5048 12/03/23 5048 0
36155 [일반] 중국에 사는 백호입니다. 여행에 대한 글입니다. [9] 백호4576 12/03/23 4576 1
36153 [일반] "김정은 위해 일하라" 강정마을 회장에 막말 해군 대령 보직해임 [32] kurt5372 12/03/23 5372 1
36149 [일반] 매직 마자르에서 바르셀로나까지 - (0) 서론 [38] 구밀복검5003 12/03/23 5003 1
36148 [일반] 새삼 느껴지는 열린우리당의 죄악 [54] 팔랑스5276 12/03/23 5276 1
36146 [일반] [정치]이정희씨 사퇴했네요. [312] 아우구스투스8628 12/03/23 8628 1
36144 [일반] 박주영은 국대로 과연 뛸수 있을까요? [92] 키토6081 12/03/23 6081 1
36143 [일반] 허밍 어반 스테레오 허밍걸 이진화씨가 22일 돌아가셨습니다. [16] Cherry Blossom5755 12/03/23 5755 0
36142 [일반] 주관적인 국산차 디자인 best4 [77] 삭제됨8826 12/03/23 8826 0
36141 [일반] [스포츠] 최은성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더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20] Tiffany4431 12/03/23 4431 0
36140 [일반] 청와대의 비리. 그리고 예견되는 야권의 패배. [125] Bergy107004 12/03/23 7004 0
36139 [일반] 실제로 성격이 나쁠 것 같은 일본 연예인은? 앙케이트 [12] 리리릭하9526 12/03/23 9526 0
36138 [일반] 네이버가 새벽에 댓글 시스템을 전격 수정하였습니다. [43] 저녁달빛8070 12/03/23 807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