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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02 23:56:34
Name AlPha-Zerg
Link #1 https://www.facebook.com/%EC%9E%83%EC%96%B4%EB%B2%84%EB%A6%B0-%EB%85%B8%EB%9E%98-1755621184681281/
Subject [일반] 아직도 유효한 한 가수의 고백 - 금관의 예수


개인적으로 예언자라고 하는 단어에 굉장히 부정적이다. 예언자라고 하면 신탁을 받아 직접적인 계시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예언이 과연 예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제가 되었던 예언의 글들은 그 말대로 이뤄질 확률이 높다거나, 이미 예견된 현상을 남들보다 미리 이야기한 정도이다. 그러나 이건 예언이 아니다. 선지자라고도 불려지는 기독교의 관점에선, 하느님의 명을 받고 온 대리자이자 과거와 현재의 정치, 사회 등에 경각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까지 모두 예언의 범주에 속해있다. 따라서 예언자란 단순히 신탁에 의존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냉철한 비평을 통해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에 의한 것이다.

가수 김민기가 쓴 '금관의 예수'는 예언자적 통찰력이 잘 드러난 곡이다. 1973년 원주 가톨릭 회관에서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의 첫 도입부에 불린 노래이다. 1970년대에 김지하와 김민기가 보았던 기독교의 모습은 어떠했기에 이 곡이 쓰였는가? 희곡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러하다. 이 땅의 성직자들이 로마제국과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기득권세력에 박해당하다가 끝내 십자가 위에서 처형당할 때 이 예수를 조롱하며 씌운 '가시면류관'을 잊고 있다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예수가 이스라엘에서 선포된 세상의 가르침과는 다른 하나님 나라의 고백, 삶의 낮은 곳으로 나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는 그 가르침을 조롱하는 것이 바로 '가시면류관'이었다. 20세기 김지하와 김민기가 보았던 기독교의 모습에는 성직자들의 예수의 머리에는 어느새 '가시면류관'을 기억하기는커녕 '황금면류관'으로 치장한 모습일 것이다. 금관의 예수는 성직자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모습에 대한 김지하와 김민기의 현실고발일 것이다.

세월호 이전부터 터져 나왔던 교회개혁은 세월호 이후 더욱더 냉엄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독교계는 이젠 정당을 꾸려 정계에 진출하겠다고 한다. 예수의 머리에 금관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금배지를 쥐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번영과 교회의 대형화가 아닌 낮춤과 비움, 금관의 예수가 아니라 가시관의 예수를 더 주목하는 신앙적 태도는 21세기에 더욱더 주목받아지고 있다. 21세기의 예언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목사’이다. 성경을 시대와 발맞추어 읽어야 하며, 예수가 이 땅에서 보여준 사역을 사명으로 여기고, 세상에서 예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들의 참된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말 없는 태양 아래 한 줄기 빛이 내리고
어디에서 왔나 표정없는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텅빈 마음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아 어두운 저 마음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언덕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메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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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사막
16/05/02 23:59
수정 아이콘
아..오랜 만에 이 노래를 듣네요. 기지촌이 수록된 김민기 3집인가에도 실려 있는 노래인데,,, 비도 오고..해묵은 lp 꺼내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기독교에 관해서는 어릴 적 성경을 재미로 읽어본 게 다라...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지만.. 김민기 씨의 저러한 예수 해석을 생각해보니 남미의 해방신학 느낌도 좀 납니다.
AlPha-Zerg
16/05/03 08:31
수정 아이콘
정확하게는 김지하가 바라보는 예수의 관점이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곡이 만들어진 배경은 이런 희곡이 있으니 민기 네가 한 번 만들어 봐라 라고 해서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지요. 민중신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 당시 진보적 신학자들은 해방신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지요. 그 이후 전태일 사건과 더불어 결국 김지하의 예수이해를 통해 해방신학적 관점의 해방자적 예수이해와 동학사상적 관점의 민중적 예수 이해가 하나로 접목되고 그 관점은 민중신학의 시작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16/05/03 00:0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전혀 몰랐던 희곡이랑 노래였는데...
좋은 희곡 한편 더 알게 되어서 좋네요
AlPha-Zerg
16/05/03 08:33
수정 아이콘
희곡으로서 금관의 예수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곡에 대해 이것저것 찾다보니 이렇게 희곡의 배경에 있는 곡이었네요
-안군-
16/05/03 00:22
수정 아이콘
실제로도 세월호 이후에는, 신학생 등을 중심으로 신학의 조류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기존의 세상<->교회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교회 자체가 철저한 반성과 자기성찰을 하는 모습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세대를 전도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그런 담론들이죠.

문제는, 젋은 신학자들이야 그러할지라도, 주류 교회들의 태도는 여전하다는데 있을 겁니다.
이쪽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겁니다. 많이. 아주 많이요.
AlPha-Zerg
16/05/03 08:3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적어주신대로 신학생 뿐 아니라 젊은 목회자들을 비롯하여 진보적 신학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되는 메인스트림의 교회내에서도 분명 자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적어주신대로 시간이 아마 많이 걸릴것 같지요...
16/05/03 12:08
수정 아이콘
다릅니다... 큰 교회일지라도 중고대학생과 함께하는 사역자들 중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을 느낍니다...

다만... 한국 교회는 대한민국보다도 더 고령화 되어있습니다.
AlPha-Zerg
16/05/03 18:10
수정 아이콘
항상 저희 아버지가 제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젊은 신학자들의 새로운 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분명 기존신학에 대한 안티테제가 등장해야 함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적어주신대로 제가 큰 교단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교회와 신학관에 의구심을 품는 사역자는 조금씩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적어주신 교회의 고령화는 사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교회 전체의 문제가 되어가는 중이죠...ㅠ
스파이어깨기
16/05/03 00:37
수정 아이콘
`혀 잘린 하나님`을 만든 김흥겸 목사가 돌아가신지 20년인데, 한국 기독교는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봅니다.
16/05/03 05:15
수정 아이콘
더 밑으로 내려갈 곳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이미 종교로서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입니다. 다행히도(?) 미국에 있다보니 그냥 미국교회나가고 마는데, 듣자하니 한인교회는 정말 가관이더군요. 그래도 요즘 많이 변한건, 제가 미국교회다닙니다라고 말하면 한국교회사람들이 자기네 교회로 끌고가지는 않더라구요. 예전에는 가차없었는데 말이죠.
AlPha-Zerg
16/05/03 08:36
수정 아이콘
곧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한국교회에도 이젠 루터가 필요한 시기인것 같습니다.
Camomile
16/05/03 00:44
수정 아이콘
당시는 예수가 고통받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강림했다는 민중신학이 발생하기 직전이었으니까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끼리는 민중 중심의 성경 해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증거 중 하나겠죠.
AlPha-Zerg
16/05/03 08:42
수정 아이콘
민중신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이 전에 이미 저런 통찰력을 지닌 시인과 가수가 대단해보이지요...
jjohny=쿠마
16/05/03 09:22
수정 아이콘
PGR에서 해방신학+민중신학 글/댓글을 보게 될줄은!

보수적인 신학적 입장을 가진 개신교인으로서 민중신학은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그 통찰력은 참으로 놀랍고, 참고가 많이 됩니다.
-안군-
16/05/03 10:19
수정 아이콘
하시는 짓(?)만 보자면, 누가봐도 민중신학 계열로 보입.. 쿨럭;;
jjohny=쿠마
16/05/03 10:27
수정 아이콘
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교인입니다!! (그 전엔 고신쪽)
-안군-
16/05/03 12:59
수정 아이콘
아, 그럼 좌익 용공세력...;;
jjohny=쿠마
16/05/03 13:02
수정 아이콘
저는 좌익이 아니고 공익, 만기 소집해제했습니다!
Atticgreek
16/05/03 11:42
수정 아이콘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혼란스러운 고국의 현실에서 예수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던 이유와도 비슷하군요
AlPha-Zerg
16/05/03 18:12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그리스 작가시네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작가셨네요
Atticgreek
16/05/09 23:16
수정 아이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도, 그리스도가 기존 기득권자에게 저항하고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이외에도 전쟁과 신부, 성자 프란체스코, 수난(저는 최후의 유혹보다 수난이 조금 더 인상깊었었습니다. 수난은 현재 예수가 오면 우리는 다시 그를 핍박하고 살해할 것이며 못된 기득권은 여전히 배부르고 기득권에 현혹된 중산층은 예수와 예수의 삶을 따르는 이웃들을 종북이라며 내쫓을 것이라는 희망없는 파국으로 끝을 맺어요) 등의 내용이 모두 현재 예수를 팔아먹고 있는 종교 또는 권력구조 등을 비판하는데 있었어요. 실제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기독교정교회로부터 파문되기도 했지만, 그 자신은 예수의 진실한 삶을 따르며 종교적 삶을 지향했던 분이셨죠.
16/05/03 15:09
수정 아이콘
대학교 때 ivf 했었습니다. 거기서 하는 일은 좀 많이 답답 했었습니다.
기성 부패한 교회를 욕하지만 딱히 욕할 자격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AlPha-Zerg
16/05/03 18:14
수정 아이콘
파라 처치(Para -Church)도 결국 교회니깐요...
저 또한 선교단체에 몸 담았었습니다. 기존 교회에서 충족할 수 없는 부분을 채우고자 찾아갔지만 비슷한 결론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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