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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10 11:59:33
Name 王天君
File #1 eye_in_the_sky.jpg (106.2 KB), Download : 59
Subject [일반] [스포] 아이 인 더 스카이 2차 관람


- 캐서린은 사각형의 세계에 살고 있다. 사각형은 멈춰있는 채로 공간 안의 것을 가두는 도형이다. 그는 사각형으로 된 사진을 보고 모니터를 찾으며 그의 시야는 드론의 타겟창이 사각으로 테두리를 짓는 곳에 한정된다. 케냐의 소녀는 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 소녀는 훌라후프를 하며 논다. 소녀는 동그란 빵을 판다. 소녀의 아버지는 자전거 바퀴를 수리한다. 원은 멈추지 않는다. 원은 회전하고 이동한다. 사각형과 원이 만났을 때 원은 더 이상 돌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보다 움직일지도 모르는 것에 멈춰있던 사각형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서 사라진다. 오로지 내려다보고 가둘 뿐인 시선은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서 수평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살아있던 소녀가 훌라후프를 하고 노는 모습을 횡으로 360도 돌면서 쫓아가는 카메라는 테크놀로지가 보지 못하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한 소녀의 세상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그저 신나게 돌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는 면 위의 점으로 보이던 것들이 가까이에서는 한 세상의 축이며 중심이었다.

- 네모와 원은 두 아버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벤슨 중령은 딸아이에게 사줄 인형을 고르며 등장한다. 케냐에서는 소녀의 아버지가 훌라후프를 직접 만들어주며 등장한다. 벤슨은 인형을 잘못 골랐고 부하에게 이를 교환해오기를 부탁한다. 정무에 바쁜 아버지가 넘긴 인형은 다른 세계 소녀의 방 안에 있는 인형으로 대체되며 두 세계가 연결된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한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의 모든 것이 기어이 파괴시킨다. 한 아버지는 딸을 잃는다. 다른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간편하게 딸에게 줄 선물을 넘겨받는다.

- 영화 내 미국의 시선은 섬뜩하다. 와츠 중위와 같은 팀인 흑인 병사나 하와이의 감식반 병사는 테러용의자들을 향해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다. 미국의 외무장관이나 다른 관계자 역시 시민권자가 아닌 테러리스트로 이들을 분류하고 대응을 촉구한다.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를 여기던 미국이 정작 테러에 대해서는 엄청난 노이로제를 보이며 이성적 판단을 거부한다. 3개국이 합동작전을 수행하는데 거기서 가장 큰 외교적 힘을 가진 국가가 이런 편향을 바탕으로 신속함을 주장한다면 과연 이는 공정한 판단이 될 수 있을까.

- 영화 속 정치인들은 판단을 망설인다. 그들은 폭탄돌리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모호한 답변만 하다가 결국 폭격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의 탁상공론은 더더욱 불필요한 것으로 보여지게 된다. 마치 이들이 빨리 승인만 했더라면, 자살테러촬영을 확인하자마자 결단을 내렸다면 소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여론의 반발과 정치적인 판단을 우선시하더라도 이들의 망설임을 행정적 소모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살인에 불필요한 이의 희생이 수반된다면 민주적 절차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소녀를 희생시키지 않으려 했던 안젤라 의원의 노력은 의심할 수 없다.

- 영화는 이미 이 작전의 실패를 암시하고 있었다. 왜가리 작전은 원래 감시가 주 목적이었지만 캐서린은 왜 미사일 탑재량을 줄였냐면서 드론의 살상기능을 중시한다. 자살테러가 녹화되기 이전 목표물이 생포가 곤란한 분쟁 지역으로 이동하자 벤슨은 곧바로 사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영화는 폭격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을 그리지만 그 전부터 이미 작전의 책임자들은 언제든지 죽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드론 폭격을 통한 살인이고 캐서린과 벤슨은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계속 찾고 있었다.

- 이는 전쟁의 본질과 결부된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제거로 이어지는 게 바로 전쟁이다. 결국 죽이기 위한 싸움이다. 우리 편의 희생, 무고한 시민의 보호, 법적 절차를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 이 모든 것들은 "죽이는 게 가장 편하고 확실한" 본질로 수렴한다. 그래서 이들은 타겟을 죽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아예 내려놓지 못한다. 소녀를 죽이면서 목표물을 죽이든가, 소녀를 죽이지 않고 목표물을 죽이는 두 개의 선택지 사이를 오갈 뿐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소녀는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목표물을 죽이면 소녀도 죽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는 인격체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지 않도록 현실 속 노력을 보여준다. 소녀가 빵을 다 팔게 하려고 잠입 요원은 정체가 탄로날 위험을 감수하고 빵을 산다. 결국 정체가 발각되어 쫓기다가 숨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자의적 판단으로 빵을 산다. 캐서린은 미사일의 범위를 조종한다. 와츠 중위는 하극상을 감수하면서 타겟을 재산정하도록 요구한다. 각기 다른 층위에서 임무를 완수하려는 이들은 지혜와 양심을 동원해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소녀는 결국 빵을 팔던 자리를 벗어나 폭발범위권에서 멀어진다. 소녀를 살리기 위해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 그렇지만 소녀는 죽는다. 전쟁은 실패한다. 마이클 샌델식의 선문답은 영화를 즐기는 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아닐 것이다. 이는 단 한명을 죽여서 수십명을 살릴 것이냐 반대로 한명을 살리고 수십명을 죽일 것이냐는 윤리적 딜레마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을 고발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무고한 누군가가 죽는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전쟁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방법론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정치와 외교의 영역으로, 그리고 결국 그 모든 논의와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로 문제를 끌고 가며 예정된 실패를 보여준다. 이는 부분의 미진함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폭력이다. 결국 누군가가 죽는다.  

- 기어이 누군가를 죽여야 지킬 수 있는 평화를 누리며 우리는 살고 있다. 임무가 끝나고 평화를 걱정하는 이들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이어간다. 쉽게 비난할 수 없다. 그렇게 해야 얻을 수 있는 평화고, 그것만이 유일한 진리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전쟁은 더 빠르고 날카롭게 진화하지만 평화를 위해 또 다른 평화를 깨치는 모순의 벽은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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