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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09 22:43:18
Name 이치죠 호타루
Subject [일반] 간단하게 보는 링컨 이후의 미국 대통령들 그리고 트럼프
문자 그대로 간단하게입니다. 수박 겉 핥기 정도에 가깝죠.

간단하게 보는 것치고는 꽤나 장문인데, 글의 축은 두 개입니다.
1. 링컨으로 남북이 대충 봉합된 이후에 과거 대통령들이 누가 있었는가를 한 번씩 짚어보고,
2. 트럼프에 과거 대통령들을 투영하는 것.



우선 링컨 이후에 각 당에서 선거로 당선된 적이 있는 대통령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대통령이 된 순서죠.

공화당 - 그랜트(18), 헤이스(19), 가필드(20), 해리슨(23), 매킨리(25), 시어도어 루스벨트(26), 태프트(27), 하딩(29), 쿨리지(30), 후버(31), 아이젠하워(34), 닉슨(37), 레이건(40), 아버지 부시(41), 아들 부시(43), 트럼프(45)
민주당 - 클리블랜드(22/24), 윌슨(28), 프랭클린 루스벨트(32), 트루먼(33), 케네디(35), 린든 베인스 존슨(36), 카터(39), 클린턴(42), 오바마(44)

대통령 유고로 인해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부통령은 앤드류 존슨(17), 아서(21), 시어도어 루스벨트(26), 쿨리지(30), 트루먼(33), 린든 베인스 존슨(36), 포드(38)이 있는데 이 중에서 앤드류 존슨과 아서는 차기 대선에 불출마했고, 포드는 카터에게 패했습니다. 나머지는 선거를 거쳐 한 번씩 당선된 경력이 있죠.

선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공화당에서는 16명의 대통령(트럼프 포함)이, 민주당에서는 9명의 대통령이 선거로 당선된 겁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시대가 많이 변하기는 했었습니다. 예컨대 지금은 공화당 몰표인 지역은 예전에, 그러니까 루스벨트 이전에는 얄짤없이 민주당 몰표인 지역이었죠. 15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양 당이 갖는 가치관과 주 지지층이 뒤바뀐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변혁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결국 그나마 확실한 "당적"으로 양 당의 라인업을 비교해 볼 수밖에 없게 되네요.

뭘 해 보지도 못한 앤드류 존슨은 제외하고... 1868년 그랜트가 당선된 이래, 공화당은 84년(트럼프가 할 4년은 제외), 민주당은 64년을 집권했습니다. 최근 40년 기준으로 보면 1976년 지미 카터 이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각각 20년씩 집권했죠. 뭐, 어찌 보면 공화당 턴이기는 했죠.



우선 1900년 이전에 민주당에서 당선된 사람은 클리블랜드가 유일하고, 이 사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럭저럭 평균은 한 대통령" 정도라고 봐야 합니다. 2015년에 APSA(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미 정치과학협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내렸을 때 클리블랜드는 43명의 대통령 중 23위를 차지, 평균 정도로 평가받았죠.

같은 기간 동안 선거로 당선된 공화당의 다섯 명의 대통령 - 그랜트, 헤이스, 가필드, 해리슨, 매킨리 - 에 대한 평가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매킨리를 제외하면 그리 좋지 못합니다.

그랜트는 임기 내의 어마어마한 부정부패로 인한 추문에 항상 휩싸여 있었고(정작 본인은 지인에게 사기당해서 빈털털이로 죽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죠), 헤이스는 본명이 러더포드였는데 Rutherford가 아닌 RutherFRAUD(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사기포드 정도)로 불릴 정도로 큰 선거 스캔들에 휘말렸으며, 가필드는 뭘 해 보기도 전에 여섯 달 만에 암살당했고, 해리슨은 재계 인사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놀아난 대통령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순위는 뭐 약속이나 한 듯이 사이좋게(?) 28~31위를 마크하고 있죠.



산발적인 민주당의 집권(그나마도 대통령은 클리블랜드 한 사람)을 잠깐 거친 미국은 1896년 이후로도 꽤 오랜 기간 공화당이 정권을 잡게 되죠. 매킨리가 5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7년, 태프트가 4년, 합계 16년. 이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입니다. 매킨리는 중간과 중간 이상을 왔다갔다하고 있고, 루스벨트는 근 20년간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 왔던 거물. 태프트 역시 정확히 중위권에서 놉니다. 뭐 대통령이 이제 10명째면 모르겠으되 3~40명의 대통령이 뜨고 졌던 미국 역사를 생각해 보았을 때 평균이면 그럭저럭 잘 한 거죠.

그렇다면 뭘 잘했냐 이건데, 대체적으로 이들은, 나쁘게 말하면 미국의 경제적 제국주의의 기반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여간 현대의 "강력한 미국"의 초석을 닦아 놓은 대통령으로 평가받습니다. 대표적으로 매킨리 때 일어난 미-스페인 전쟁이 있죠. 이 때 쿠바를 스페인에게서 털었고, 이 때 기병대인 러프 라이더(Rough Riders)를 이끈 게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루스벨트는 여기에 셔먼 안티트러스트법(대충 이야기하면 독과점금지법쯤 되겠네요)을 이용해서 재벌들의 손을 일부 쳐내기도 해서 인기가 꽤 높았죠. 태프트는 임기 내내 루스벨트와 싸우는 통에 이미지를 상당 부분 깎아먹었습니다마는(중위권에서 놀기는 하는데 위쪽이 아닌 아래쪽을 오락가락하는 이유입니다)... 뭐, 나중에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나름대로 잘 지냈으니 패스.

아, 그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태프트가 그 태프트고, 그걸 체결한 게 루스벨트라, 우리 입장에서는 마냥 잘 한 대통령이라 칭찬하기에는 매우 입맛이 쓰죠. 미국 입장에서야 잘 한 대통령이었겠지만...

이후 윌슨이 민주당 소속으로 8년간 집권합니다. 윌슨은 대충 열 손가락 안에는 드는 인물, 그러니까 평균 이상은 한 대통령 정도로 인식됩니다. 내치보다는, 보통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을 가장 크게 평가받죠. 아이러니하게도 윌슨은 전쟁에 미국이 끌려가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만(실제로 그걸 공약으로 내세워 재선되었습니다), 치머만 전문 사건(독일 외무장관 치머만이 멕시코에게 "우리 편으로 참전하면 미국 남부 영토를 되찾는 것을 눈감아주겠다"고 하는 메시지를 암호로 보냈는데 이게 해독되어 버린 사건)이 터지자 미국 입장에서도 답이 없었죠. 뭐 하여간... 미국은 참전했고,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전후 세계질서 재편에서 너무 이상적으로 나가다가 졸지에 모조리 씹혀버린 꼴이 되어서 문제였을 뿐...



그리고 당분간 공화당의 집권이 이어집니다.

윌슨이 국제연맹을 창설하기는 했는데 가뜩이나 "야 우리는 왜 괜히 유럽문제에 끼어들어서 피만 보고 얻은 건 아무것도 없냐?"라는 불만이 팽배했던 시기라 국제연맹 가입에 대한 여론 자체가 굉장히 나빴고, 이걸 지지로 돌리겠답시고 윌슨이 연설을 돌다가 그만 무리해서 반신불수 크리를 먹어버립니다. 뭐 하여간 민주당의 정책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떨어져 갔고, 정권 교체가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등장한 게... 일명 연기로 가득찬 방(Smoke-filled room). 네. 그 유명한 워렌 게메일리얼 하딩의 등장인 것이죠.

대체 뭣 때문에 듣보잡 신세였던 하딩이, 엄청난 표차(미 대선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차이)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하딩 얼짱설이 진지하게 돌아다닐 정도로(...) 미스테리한 일이라고들 합니다만, 역시 그 때까지 민주당이 펴 왔던 정책, 특히 외치가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하딩의 슬로건이 가관인데... "비정상의 정상화". 정확히 하면 "정상으로의 귀환"입니다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 아닙니까?

하딩은 앞서 언급한 APSA의 평가에서 뒤에서 두번째(최하위는 15대 대통령인 제임스 뷰캐넌, 남북전쟁의 파국을 불러온 인물로 평가받습니다)에 위치합니다. 뭐, 깽판을 치기는 쳤죠. 그나마 그게 미국 내의 스케일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부패했던 미국 대통령을 꼽으라면 하딩의 이름은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금주법을 공화당에 있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찬성해 놓고서는 백악관에서 밀주를 즐기지를 않나, 포커판을 벌이지를 않나(그냥 포커판만 벌였으면 유희 정도로 끝났겠습니다만 같이 포커를 친 양반들이 소위 말하는 오하이오 갱(Ohio Gang)들이었다는 게 문제), 불륜 등 개인적인 추문이 사후에 밝혀지지를 않나... 의외로, 외치에서는 그런대로 멀쩡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이었기에 역설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평가들은 모조리 개인의 추문으로 덮여지고 말았죠.

쿨리지 역시... 뭐, 평가는 그닥입니다. 그나마 하딩 때 추문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을 쳐내서 인기를 얻었고, 거기에 말수가 적고 진중한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땅에 떨어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되돌려놓는 데 성공햇죠. 그래서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만, 그 역시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인 대통령이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죠. 무엇보다 대공황을 불러온 장본인이어서...

대공황은 터지기는 후버 때 터졌습니다. 후버가 하위권에 위치하는 것은 철저하게 대공황 때문이죠. 여기에 대공황 때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사태까지 터지면서 후버에 대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죠. 후버는 개인적인 처신도 잘 했고, 도덕성도 뛰어났으며, 행정적으로 매우 유능했지만 안타깝게도 대공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게 비극이었습니다. 대공황만 아니었으면 어쩌면 후버는 평균 이상은 했던 인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개인의 도덕성이나 능력에 점수가 더 가면 중하위권에 위치하고, 그 점수가 적으면 바닥권으로 가기도 하죠. 어쨌든 중상위권은 못 올라옵니다. 어찌 보면 전임자 때문에 피를 본 케이스이니 꽤나 안습한데, 본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거기다 빼도박도 못할 시위 무력진압까지) 거기까지 실드를 쳐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이 후버를 꺾고 올라온 것이 그 유명한 루스벨트입니다.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여기저기서 넘쳐나고, 루스벨트는 역대 대통령 중 세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뛰어난 대통령이었으며 트루먼 역시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그 평가가 올라가는(10위권에서 6위를 오락가락) 인물이라서, 자세한 평가는 생략해도 되겠지 싶습니다. 이들 대통령은 특히 외치에 있어서 강점을 보였죠. 정치력도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었고.

그 뒤를 이은 게 전쟁영웅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로, 루스벨트-트루먼 민주당 20년 집권을 끝내고 간만에 공화당 출신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도 꽤나 호의적인 편입니다. 지도력과 위기관리능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는 하죠. 특히나 한국전쟁을 휴전의 형태로나마 종식한 것이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인 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평화를 유지한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주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젠하워 본인의 인기가 좋았어요. 비록 경제 공황이나 비서의 스캔들로 인한 추문 및 U-2기 격추 사건으로 임기 말년에 이리저리 고생하긴 했지만(실제로 민주당이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었습니다) 아이젠하워 본인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이제 "현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시기에 접어들면서 평가가 각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도 아이젠하워의 뒤를 이은 케네디에 대한 평가는 "중간 이상은 해낸 대통령" 정도로 집약할 수 있겠네요. 비록 쿠바 전복에 실패하면서 엄청나게 이미지를 깎아먹었습니다마는 이후 미사일 협상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고, 지도력에서 인정받아서 중간 이상은 해냈다고 평가를 받죠. 다만 임기를 수행한 게 2년 반 가량인데 이걸 가지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존재합니다. 사실, 케네디 자체가 최연소 당선인(대통령으로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42세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젊고 패기에 찬 능력있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게 자연스러웠죠. 본인이 정말로 니키타 흐루쇼프를 상대로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었고(앞서 말한 쿠바 위기 말입니다)... 그 이미지가 얼마나 "거품"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게 다 거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거품은 아니라는 쪽에 가깝고... 여하간 그래요. 논란의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린든 베인스 존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놈의 월남전 때문에 모든 것을 말아먹었습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중간 이상을 받는, 어찌 보면 참 기묘한 대통령이긴 합니다. 이래저래 자주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던 만큼 오늘날 대통령이 되었다면... 음... 트럼프가 정신을 차리면 어쩌면 존슨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잠깐 듭니다. 좋은 쪽으로 if가 다 터져 줘야 해서 문제지... 아니면 존슨이 오늘날 트럼프와 같은 취급을 받았을 수도 있죠. 쓰고 보니 후자 쪽이 좀더 가까워 보이네요. 아무튼, 월남전만 아니었으면, "더러운 전쟁"에 손대는 일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대통령이 되었을 테죠.

닉슨은... 딴 거 다 필요없습니다. 워터게이트. 이 하나가, 그가 어쩌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을 그 모든 가능성을 망쳐버렸죠.



이후로는 민주당의 카터, 공화당의 레이건, 공화당의 부시, 민주당의 클린턴, 공화당의 아들 부시, 그리고 민주당의 오바마. 이렇게 여섯 명의 대통령이 있죠. 여기서는 아무래도 제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완벽하게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이거든요. 공허의 유산에서 아르타니스가 했던가요... 대충 "역사는 그 결과가 자리잡고 난 후에야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말이었는데, 제 역사관이 그와 비슷합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소위 말하는 레드넥이라 불리는, 플로리다 인근의 미국 남동부의 주들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짧게 잡으면 아예 지미 카터 이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76년 선거에서 서부 전체(캘리포니아 포함)와 일리노이, 미시간, 뉴 저지 등은 공화당 소속의 제럴드 포드에게 표를 던졌죠. 현재와 같은, 서부는 민주당, 남부는 공화당류의 판세가 확립된 것은 클린턴 이후로 봐야 합니다. 레이건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서부 남부 할 것 없이 표를 싹 쓸어담았었고...

지미 카터는 임기 중에 이란에 있던 미 대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잡혀버리는 큰 사건이 터지고 이걸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평가를 엄청나게 깎아먹었고, 이 때문에 재선에 실패하기도 했으며, 그래서 평가가 그렇게 좋지는 못합니다.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그게 카터 정부의 실책을 가려주지는 못했죠.

레이건은 20년 전에는 그 평가가 완-벽-하-게 엇갈렸습니다만 최근의 평가는 10위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능력있던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대세군요. 역시 소련을 무너뜨린 공이 커 보입니다. 내치에 대해서는 말이 좀 많이 엇갈리는 것으로 압니다. 임기 때는 그런대로 경제가 잘 나갔지만 레이거노믹스의 후폭풍은 후임자들이 뒤집어썼다는 평가가 공존하니 말이죠.

아버지 부시는 자칫 잘못하면 미국의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날 수 있는 최악의 위기를 걸프전으로 모면함으로써 무려 89%에 달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마는 레이건 정부의 엄청난 빚더미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외친 클린턴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죠. 그래도 아버지 부시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입니다. 그 평을 아들놈이 다 까먹어버렸지만...

클린턴에 대한 평가도 중위권이라 봐야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하고 있는 2015년 APSA 순위에서는 8위지만 그건 "아웃라이어"로 봐야 할 것 같고, 경제 호황을 누리기는 했습니다만 본인은 탄핵당할 위기에까지 몰리는 등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문제가 분명히 발목을 잡았죠. 앞으로도 발목을 잡을 것이구요. 그래도 그런대로 미국이 잘 나갔던 시기였으니 앞으로도 중상위권 정도는 유지할 것 같네요.

아들 부시에 대한 평가는... 설명이 필요할까요? 광종(狂宗), 조지고 부시고, 미국의 재앙... 실제로 2015 APSA에서의 순위는 43명 중 35위로 이는 닉슨의 바로 아래이며, 그 밑으로 있는 대통령 중 오늘 제 글에서 다룬 대통령은 후버와 하딩뿐입니다.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네요.

오바마에 대한 평가는 좀더 시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간략하게 쭉 봤는데... 트럼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그가 어떻게 미국을 이끌어나갈지 상상조차 잘 가지 않습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는 슬로건은 어쩌면 레이건과 부시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싶군요. 그... 고립주의를 표방한다는 것 때문에 자꾸만 하딩이 오버랩되기는 하네요. 레이건이나 부시는 고립주의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컸으니까요.

트럼프가 공직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히 발목을 잡고도 남을 겁니다. 대통령직이라는 공직을 소극적으로 수행한 이들이 바로 하딩, 쿨리지인데 이 둘에 대한 평가는 위에서 언급한 그대로입니다. 바닥이죠. 이걸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올바른 인사(Appointment)인데, 공직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트럼프가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여기에 또 연계되는 문제가 있는데, 좋든 싫든 트럼프는 주변인들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요즘 시대는 대통령이 말 한 마디 한다고 그게 바로 실행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니, 그걸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죠. 특히나 트럼프처럼 공직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물일수록 더더욱.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얼마나 잘 뽑을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인 이상 깜깜해 보일 수밖에요.

미국 제일주의... 그냥 그건 그거거든요. 뭐가 되었든간에 미국에 이득이 되게 만들겠다. 그게 근데 그렇게 잘 될까 싶기는 합니다. 단기적으로야 그렇게 할 수 있겠죠(그리고 우리 나라는 아마도 그런 움직임으로 인해서 피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구요). 근데 그게 장기적으로 합쳐지면 미국에게 카운터펀치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시 때 입증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번 선거를 보고 있자니 미국인들의 생각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네요. 이게 단기적으로는 그 잠재적인 폐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트럼프의 훗날을 예측하는데 있어 골때리게 하는 요소입니다.



역사가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봅니다. 트럼프와 비슷한 대통령을 찾기조차 어려운 것이 저 같은 아마추어 역사가들의 머리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죠. 과거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봐야 하는데 그 볼 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어쩌면 볼 과거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일 겁니다. 볼 수 있는 과거가 하나같이 깜깜해서 도저히 답이 없다고 느껴져서 볼 과거가 없다고 둘러댈 뿐일지도 모르죠.

역사책을 뒤져보건대, 그나마 가장 희망적인 가능성은 트럼프가 제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의 길을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은 사람" 정도이며, 실제로 그는 20달러의 도면에 자기 얼굴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평가도 괜찮은 편입니다. 대중 민주주의, 다시 말해서 현대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니 그 정도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어쩌면 트럼프의 당선은, 비록 그 지지자들의 측면(어쩌면 전면)에 인종주의나 파시즘 등의 면모가 보이고 있어 크게 우려되기는 해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좀더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오늘날에 있어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고개를 쳐드나, 이미 트럼프가 당선되는 것을 번복할 수 없는 이상 그나마 가장 희망적인 가능성이라고 봐야겠죠. 트럼프 같은 금수저가 대중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솔직히 그럴 리 없다는 쪽에 호주머니에 든 500원을 걸겠습니다만, 가장 희망적인 가능성을 상정한다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자신을 위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트럼프를 지지했죠. 여담으로 앤드류 잭슨은 오늘날 인종차별주의자로 평가받는데,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한 발언들을 생각해 보면...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가능성은 역시 내내 이야기한 하딩이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트럼프라는 인물이 그 복잡함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직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가? 실제로 하딩은 바로 이 점에서 철저하게 실패했습니다. 그에게 남은 평가라고는 "나는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하딩의 독백뿐이죠. 하딩이 그렇다고 선거전을 안 나갔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대통령직에 대한 트럼프의 이해가, 트럼프의 과거 행적을 놓고 볼 때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까운 이상, 그 역시 하딩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정책에 대한 비전이 없고, 본인이 주변에게 휘둘렸던 인물치고 제대로 된 정치자는 없었습니다. 앤드류 잭슨에게는 "평민의 대통령(People's President)"이라는 청사진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자기 소신대로 그대로 실행함으로써 오늘날에도 (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오르는 인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딩은 비전은커녕 본인이 뭘 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그저 친하다는 이유로 올바르지 못한 인사정책을 폄으로써 주변인들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파멸로 몰고 갔던 최악의 대통령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청사진은 지금으로서는 "위대한 아메리카"입니다. 그는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지, 실행하면서 얼마나 제 갈 길을 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방향이 얼마나 옳을지, 이 세 가지가 훗날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구성할 것입니다. 그의 슬로건이 훗날의 미국에게 이익이 될 슬로건일지,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망상일지는 앞으로의 역사가 알려 주겠죠.



난잡하군요. 정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제가 보는 트럼프의 모습은 단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 특히나 매스 미디어라는 제한적인 매체를 통해 접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비록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상황일지라도 여러 측면을 통해서 트럼프의 모습을 과거에 투영하고 그 과거를 재구성함으로써 앞날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 그게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많은 대통령들이 있었고, 그런 대통령들을 통해서 저는 트럼프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봅니다.

위대한 미국이라는 슬로건에서는 레이건과 부시 부자를 봅니다.
그가 현안에 있어 무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공직에 대한 경험이 적다는 사실에서는 하딩을 봅니다.
대중주의적이라는 점에서는 앤드류 잭슨을 봅니다(이건 솔직히 말해서 훗날 잭슨에게 있어 모욕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만).
수많은 구설수에게서는 린든 존슨을 봅니다.
그의 친기업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을 통해서는 과거 그랜트 이후로 벤저민 해리슨까지 이어졌던 공화당 대통령들을 봅니다.

그리고 그 재구성의 결과는 보시다시피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못합니다. 트럼프의 모습에서 시원찮은 대통령이 투영되었거나, 괜찮은 대통령에게 있어서 결점으로 작용하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주변인들에게 있어서는 무지했던 그랜트와 하딩. 대기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해리슨. 방임주의로 나가면서 대통령직을 소극적으로 수행했던 쿨리지.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평판을 땅에 떨어뜨린 아들 부시... 트럼프의 모습에서 이들의 모습이 자꾸 보이기 때문에, 또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글을 쓰면서도 깜깜합니다. 훗날의 여론 또는 학술적인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닥을 길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입니다. 저도 과거의 사례를 놓고 비추어보았을 때 트럼프가 높은 확률로 하딩 아니면 조지 워커 부시의 길을 갈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과거의 사례에서 우리가 어떻게 버티고 또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를 조명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전략을 짜는 일입니다. 비록 그 일이 몹시 심적으로 괴로운 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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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스
16/11/09 22:47
수정 아이콘
진중하게 읽었는데...맥이 안잡히는???? 다시한번 정독하겠습...
이치죠 호타루
16/11/09 22:49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럽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이런저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트럼프에게서는 이러한 사람들이 보인다. 그 결과가 우려스럽다. 이 정도입니다. 저도 쓰면서 맥이 안 잡혀서 혼났으니 독자분들도 잘 잡히기는 어렵겠죠. 그 정도로 좀 멘붕이 심하네요.
질롯의힘
16/11/09 22:52
수정 아이콘
트럼프 사주 분석입니다. 참고로 이글은 16년 5월에 읽은겁니다.

혹 장수 가 되어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우고, 혹 고관대작으로 권한 밖의 일을 하고  윗사람을 능멸함에 거리낌이 없으며, 혹 위태한 곳에 처해있으면서도 권한 밖의 위엄과 복을 멋대로 처리하는 사람이다. 문장이 세상에 뛰어나고 도덕과 의리가 뒤지지 않고  중책도 잘 감당하여 큰 공을 세운다.

도덕과 의리가 뒤지지 않고 중책도 잘 한답니다. 어떻게 될지 두고 봅시다.
이치죠 호타루
16/11/09 22:53
수정 아이콘
멘붕상황에 빵 터졌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크
하긴, 트럼프 본인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 하딩이나 그랜트처럼 비리사고 안 치고 외부 인사들이 제대로 일하면 미국을 말아먹을 수는 없는 거죠.
성큼걸이
16/11/09 22:53
수정 아이콘
트럼프가 당선된 것부터가 예상 밖의 일이니
예상 외로 트럼프가 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의외의 일이 많이 일어나는군요. 레스터시티의 우승, 롤챔스에서 두번 연속 티모픽, 브렉시트, 최순실 게이트, 시카고 컵스 우승에 이어 킹럼프까지...
이치죠 호타루
16/11/09 22:54
수정 아이콘
저도 마찬가지로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일 뿐... 좋은 쪽으로 IF가 터져 줄 가능성도 충분히 높죠. 그나저나 참 올해 다이나믹합니다...
오쇼 라즈니쉬
16/11/09 23:03
수정 아이콘
그걸 바라고 찍은 사람 많이 않을까요. 어찌되었든 변수 그 자체 같은 사람이니
김철(32세,무직)
16/11/09 23:07
수정 아이콘
예상밖으로 저도 취업이되길 바라봅니다 흐흐
16/11/09 23:14
수정 아이콘
저도 왠지 트럼프 잘 할 것 같다능... 어쨌든 정체되고 기득권 위주로 굳건해질 수밖에 없는 기존의 사회를 '개혁' 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요.
-안군-
16/11/09 23:17
수정 아이콘
부조리가 차곡차곡 쌓여서 문제의 원인과 그 근원이 드러나지도 않는 상황에서는...
그냥 다 들어엎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 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흐흐흐...
다크템플러
16/11/09 22:59
수정 아이콘
재밌게읽었습니다.
먼나라이웃나라 미국 대통령편이 새삼 참 잘뽑혔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화 읽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잘 읽었어요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01
수정 아이콘
쓸데없이 작가의 정치관이 들어가 있다거나 일부 대통령들에 대한 의도적인 폄하가 들어가 있어서 문제지만(대표적으로 앤드류 잭슨. 이 사람이 괜히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 아닌데 묘사는 무슨 권력욕의 화신처럼 몰아갔죠) 걸러 가면서 볼 수 있다면 만화의 구성이란 측면에서는 탁월한 명작이라 할 만하죠.
-안군-
16/11/09 23:01
수정 아이콘
따지고보면... 그랜트, 헤이스, 하딩...같은 대통령을 겪으면서도, 그 시기에 미국이 심각할 정도로 퇴보하지는 않았다는게 인상적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트럼프가 아무리 심각하게 말아먹어도, 사람들이 우려하는 정도의 막장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05
수정 아이콘
그렇죠. 결과적으로 미국은 그런 시련을 겪고서도, 최근의 그 아들 부시를 겪고서도 엄청나게 퇴보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그건 "미국이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미국에서 어 춥다 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후에취를 외쳐 대니 그게 걱정일 따름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퇴보하지는 않았다는, 제가 간과하고 있었던 역사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네요.
-안군-
16/11/09 23:16
수정 아이콘
그렇죠. 미국사를 깊게 공부해 본 것은 아니지만, 미국사를 읽다보면, 생각외로 막장 대통령 vs 괜찮은 대통령의 비율이 5:5에 가까운 것에 놀라게 되더군요. 게다가, 조지워싱턴 이후의 미국의 초기 대통령들을 보면 더 심각한데;;;
그런 면에서, 가끔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역량이 너무 아쉽고 갑갑할 때가 있긴 해도, 이 정도의 진통은 미국도 만만찮게 겪었던 거라고 생각해보면 나름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만 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지 않습니까? 크크크....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20
수정 아이콘
잭슨까지는 좋았는데 잭슨 이후 매킨리까지가 링컨과 클리블랜드 빼고 역대급으로 개판이었죠 -_-;;; 그것도 햇수로 따지면 무려 70년 가까이 되는데(링컨 5년, 클리블랜드 8년 빼도 50년이 넘죠) 그럼에도 초강대국이 된 거 보면 인생, 아니 국운은 역시 타이밍이다 싶을 때도 있죠 크크
구밀복검
16/11/09 23:25
수정 아이콘
부시 당선 직후와 퇴임 직후의 상황을 놓고 보면 엄청나게 퇴보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라크 전으로 세수 낭비에 아랍 정세 박살나고, 서브프라임 위기로 경제 터지고, 그러면서 90년대 같았으면 미국과 겨룰 생각도 못하던 러시아/중국이 치고 나오고, 중동과 남미에 대한 통제력이 극도로 떨어지고...물론 이 모든 걸 부시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여하간 클린턴 때의 미국이 세계제국에 준하는 위치까지 도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시 이후의 미국은 꽤나 몰락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미국은 90년대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지 못할 테니까...현재의 중동 정세, 흔들리고 있는 EU,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 디플레이션 같은 문제들도 따지고 보면 부시와 무관한 게 아니기도 하고요. 10년대 세계 정치의 최대 화두는 무슬림과 불황이고 양자 모두 부시로부터 나온 것..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30
수정 아이콘
그걸 어느 정도는 오바마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큰소리칠 만큼 메꿔놓았다고 생각해서 "엄청나게" 퇴보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현재의, 흠, 작년 정도의 미국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댓글을 쓴 거죠. 흠... 이렇게 쓰고 보니 오바마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게 되네요.
예루리
16/11/09 23:5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에 크게 동의하는게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 중 남북/미국 관계를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8.06 정주영 소떼방북
1998.11 금강산 관광개시
1999.06 제1연평해전, 계획적 도발이었던 제2연평해전과는 달리 1차때는 우발적인 접경지역 충돌이었음
2000.06 남북 정상회담
2001.01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취임, 네오콘 집권.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강경책으로 선회.
2001.09 9.11 테러 발발
2002.06 제2연평해전, 이번에는 계획적 도발 실시.

부시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민주당에서 계속 당권을 이어받고, 한국에서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섰으면 지금쯤 연방제 통일방안 같은 것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수 년간 공들인 탑이 조지부시 당선 하나에 와르르 무너졌죠.
구밀복검
16/11/09 23:57
수정 아이콘
네. 미국이 강경 노선 타면서 한국의 햇볕정책이 고립될 수밖에 없었는데, 정작 미국의 주 관심사는 중동이었던데다가 자국 경제 사정도 좋지 못해 동북아에 대해 적극적인 접근을 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중국에 대한 견제력이 떨어지면서 북한에 대한 미/남의 통제력도 떨어지고, 일본도 이에 발 맞춰 재무장 꾀하고... 물론 중국의 대두는 필연이었지만 미국이 중동에서 발목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동북아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유와 의지가 있었다면 동북아가 지금 같진 않았겠죠.
예루리
16/11/10 00:10
수정 아이콘
게다가 엘 고어가 힐러리와는 다르게 평판도 괜찮고, 정치 실적도 있고, 잘 생기고 달변인 백인 남성에, 참전 경험까지 있던 엄친아였는데 플로리다의 600표 때문에 나가리된게 참 억울하죠. 지금 트럼프의 상대가 엘 고어였으면 엘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ㅠㅠ
래쉬가드
16/11/09 23:02
수정 아이콘
크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비교적 어려울수있는 글인데 트럼프 당선을 중심으로 잘 정리해주셔서 쏙쏙들어오네요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정리한다고 무진장 애썼는데, 초고는 아마 제가 지금까지 PGR에 썼던 글 중에서 역대급으로 난잡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이렇게까지 사람 머릿속을 헤집어놓을 줄은 정말 몰랐네요.
래쉬가드
16/11/09 23:29
수정 아이콘
미 대통령 200년 역사를 트럼프 당선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고 다가올 미국의 모습을 예측하는 글이 손쉽게 정리될수가 없겠지요... 그래도 핵심을 잘 정리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필력이 대단하시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31
수정 아이콘
칭찬의 말씀 깊이 감사드립니다 :)
BetterThanYesterday
16/11/09 23: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역사란 게 여러 각도로 이모저모 생각할 게 정말 많아서 참 어려운 것 같네요.
둥굴레,율무,유자
16/11/09 23: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트럼프에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예측 불가함 입니다. 특히나 외교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되는데 보호 주의, 고립 주의라는 틀만 말했을 뿐 뭔가 단계를 밟아가고 조율을
거치는 외교적인 수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 타국의 국민으로써 느껴지는 가장 큰
불안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확실성을 극약이라 생각하는 자본주의 기반 경제에도 트럼프의
여러 공약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기가 힘들고 말이지요.
트럼프가 보수 가치의 최우선으로 안정을 꼽는 공화당 소속 후보였다는게 아이러니 같아요.
당첨 될지 예상 전혀 못한 복권이었는데 긁어보니 대박이었네라는 평가를 국내외적으로 받길 바랩니다.
미국 혼자 잘못되어 나락에 빠지면 모르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니까요...
이치죠 호타루
16/11/09 23:52
수정 아이콘
그 예측 불가가 진심으로 저를 포함한 많은 역사가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웃프네요 크크크 ㅠㅠㅠ 미국은 지금 역사적으로 역대급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네띠네
16/11/10 00:09
수정 아이콘
트럼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워낙 바닥이다보니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막장일거란 생각은 안듭니다.
다만 언론들이 주구장찰 깔 것만 같아서 임기 중에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공화당 상원, 하원이 결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와 협조체계가 형성될지 역시 봐야겠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6/11/10 00:16
수정 아이콘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는 한데... 트럼프와 협조체계가 형성되려면, 트럼프가 바지사장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겠죠. 한동안은 트럼프와 공화당 사이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칼자루는 트럼프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자하르
16/11/10 00:30
수정 아이콘
전 공화당 티파티후보들 보다는 트럼프가 훨씬 낫다고 봅니다.
트럼프정책이랑 성향은 티파티그룹과는 괴리가 있고 오히려 민주당쪽에 가깝죠.
이치죠 호타루
16/11/10 00:35
수정 아이콘
문제는 이렇게 되면 공화당과 트럼프의 불협화음이 예상된다는 거죠. 트럼프가 정치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공화당을 꼼짝못하게 한다면야 또 모르겠으되... 이런 케이스가 미국 역사상에 있긴 했습니다. 존 타일러. 타일러는 휘그당의 강령을 거의 따르지 않았고, 결국 자기 당과의 내전을 치르느라 평판을 완전히 깎아먹었죠.
bemanner
16/11/10 00:46
수정 아이콘
미국이야 워낙에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전쟁만 크게 안 일으키면 그냥 그럭저럭 굴러가리라 봅니다.

수단, 절차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등 트럼프의 언행들은 히틀러마냥 전쟁 느낌을 주는 게 불안하지만.. 방위산업주식들이 일제히 오른 걸 보면 저만 무서워하는 거 같지는 않은데 말이에요.
이치죠 호타루
16/11/10 03:07
수정 아이콘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주변인들이 전쟁불사를 외치다가 진짜로 미국이 전쟁에 빨려들어가는 건데 말이죠... 그래도 부시라는 선례가 있고 네오콘과 트럼프 사이가 그닥이라 확률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위안입니다.
16/11/10 01:42
수정 아이콘
어짜피 누가하든 4년짜리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위안삼아봅니다.
그래도 이왕 되었으니 제발 잘 하기를 빕니다.
이치죠 호타루
16/11/10 03:09
수정 아이콘
4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정책이 완전히 뿌리내리기에는 짧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갑작스럽게 거꾸로 돌리기에도 짧은 시간이라고 봅니다. 제발 잘 했으면 좋겠네요.
안개곰
16/11/10 03:03
수정 아이콘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앤드류 잭슨으로 보시니 흥미롭네요. 실제로 말씀하신대로 잭슨의 평가는 미국 내에서 지난 몇 년간 나락으로 떨어졌죠. 주위에 미국사람에게 잭슨에 대해서 물어보면 "인디언들을 내쫓은 양아치" 정도의 평가가 나올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20불 지폐에서도 잭슨의 얼굴을 없애자는 논쟁이 있었고, 노예해방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초상화로 교체하기로 결정이 됐죠.
미국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여러 정부 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인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둘 다 가져가버리고 대법관 공석도 트럼프가 많게는 3개나 채울 수 있을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대해 좋은 말을 쓰고 싶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네요. 그냥 4년동안 허우적거리다가 2020년에 상하원과 더불어 통째로 갈렸으면 좋겠습니다. 동성결혼이 다시 위헌 판결나고 오바마케어도 갈려나가면 민주당이 칼을 갈고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리 부커 같은 인물을 기대해봅니다.
이치죠 호타루
16/11/10 03:17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원주민들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잭슨이라는 인물을 좋게 볼 수는 없습니다만, 민중을 향해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의를 갖는 잭슨식 민주주의라는 족적을 남긴 건 업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칠과삼인지 공삼과칠인지는 시대에 따라 평가가 갈리겠습니다만 민주주의의 발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공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정도죠...
만일 트럼프가 최선의 길을 걸을 능력이 없다면, 어쩌면 그 차선은 공화당과 트럼프의 서로 어깃장을 놓는 이전투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내부가 혼란해야 밖에 신경(외교 정책 급변 등)을 못 쓸 테니 말입니다. 존 타일러 때처럼... 이래저래 골치는 골치입니다.
안개곰
16/11/10 03:49
수정 아이콘
네, 그 점에는 동의합니다. 후세의 잭슨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잭슨은 미국이라는 연방의 초석을 놓는 데 큰 몫을 했죠. 다만 50년 후 사람들이 트럼프를 평가할 때 그의 "공"으로 내세울수 있는 점이 뭐가 있을지는 딱히 보이지는 않습니다. Alt-right 무브먼트의 확산과 정치적 올바름의 쇠퇴를 트럼프의 "공"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어찌 보면 50년 후에 이런 현상들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의 흐름으로 보여질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트럼프 때문에 비주류로 몰려난 케이식, 롬니, 멕케인 등의 공화당원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깨닫고 깽판을 쳤으면 좋으련만, 지금까지 보여준 줏대없는 모습을 보면 기대할 가치도 없어보이네요. 마르코 루비오가 어제 상원 재선에 성공한 뒤 연설에서 트럼프와 똑같은 소리를 하는거 보면서 구역질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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