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도 좀 있겠지만 저는 텍사스 살(았었)지요. 일하는 직장이 텍사스에 있어서 그런 거였는데, 이번에 직장을 옮기게 되어서 뉴저지로 온 가족이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텍사스 살기 전에는 보스턴에 살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개념의 이사였습니다. 대충 보스턴과 뉴저지는 동부 해안 따라서 북에서 남으로 다섯 시간 정도 떨어져있는데, 미국에서 다섯 시간이면 가까운 셈이거든요. 하여튼 이사 관련해서,

1. 아이 교육

아이가 고등학생이다보니 이사가게 된 것을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더군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고, 상당히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뭐 저 하나 잘 살자고 직장을 옮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피치못할 부분이 있어서 직장을 옮긴 거고, 아이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사가게 된 것, 최대한 아이에게 충격이 덜 가고 교육 환경도 좋은 곳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학생이 좀 있는 곳을 알아보게 되더군요. (원래 저는 한인을 피하는 쪽에 가깝게 살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마음 먹고 변화를 주는 셈입니다) 뉴저지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아마 캘리포니아 다음 2등 아닐까 싶네요. 그러다보니, 텍사스에서는 한국 아이가 한 학년에 서너명인 학교를 다녔는데, 새 학교는 한국 아이가 정원의 30% 나 되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한국 아이 많은 곳 가는 게 오히려 더 큰 모험이다 좀 더 널럴한 곳 가지 그러냐' 라는 조언을 주는 분들도 좀 계시긴 했는데, 일단은 그래도 교육 환경 좋은 곳이 우선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아이 본인의 의견도 마찬가지였고요.

2. 노루

미국도 뉴욕같은 대도시는 동물이 돌아다니지 않지만, 중산층이 거주하는 동네는 대부분 대도시 외곽의 전원도시들이죠. 텍사스에서도 그런 곳에 살았고 뉴저지도 그런 곳에 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살던 북부 텍사스에는 토끼와 다람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정말 너무 많아서, 귀여운 동물로 보이지 않고 괴물로 보이는 수준이죠. 특히나 다람쥐는 집 천장 같은 곳으로 뚫고 들어와 (미국은 웬만하면 나무로 외장을 하기 때문에, 좀 낡은 집이라면 토끼나 다람쥐가 뚫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전기 배선 같은 것들을 갉아먹거든요.

반면에 뉴저지로 오니까 노루가 엄청 많네요. 동네의 공터에 상주하면서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자기 할 일 하는데,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긴 합니다. 근데 얘들이 옮기는 벌레 중에 틱이라는 놈들이 워낙 무서운지라, 귀엽지만 만지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3. 한인 사회

뉴저지에 한인이 많다는 소리는 위에 이미 했습니다만, 정말 많더군요. 뉴저지 전체 인구는 텍사스의 1/3 정도인데, 한인 인구는 3 배 정도 많대요. 그러니까 체감 한인 밀도는 9 배 (물론 아주 단순하게 볼 때) 라는 소리잖아요? 한국 식민지 아닌가 싶은 동네가 제법 많습니다. 길을 걸어가는데 앞에 보이는 사람의 절반인 한국인인 그런 느낌인 거죠. 근데 요즘은 중국인 유입이 늘면서, 아시아 커뮤니티의 주류 자리를 놓고 제법 신경전이 있다고 하더군요. 뭐 저야 직장 다니는 입장이니까 체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자영업 하는 분들은 상당히 스트레스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4. 8렙

저 이제 운영진 아닙니다. 이사도 하고 새로 직장도 옮긴 시점인지라, 피지알 운영진 자리를 반납하게 되었거든요. 앞으로는 일반 회원 입장에서 종종 신상글이나 번역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4 번 이야기를 하려고 1,2,3 이야기를 한 거나능. 그렇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