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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27 13:51:11
Name 알테마
Subject [일반] 멕시코는 왜 이렇게 되었나? 카르텔판 춘추전국시대 (4)
원래 글을 두개로 나누어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재미없는 정치사 얘기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쳐내고 굵직한 카르텔 전쟁사 위주로 다뤘습니다. 마지막 글입니다.

패권을 놓고 다투던 엘 차포와 첸테가 손을잡게 만든 적 '로스 세타스'는 걸프 카르텔에서 파생되어 나온 조직입니다. 걸프 카르텔은 가야르도의 카르텔에서 파생된 시날로아, 티후아나, 후아레스와는 완전히 별개의 조직입니다. 마리화나가 근본인 3개 카르텔과 달리 걸프 카르텔은 도박, 매춘, 차량절도 사업 등을 하던 조직이었습니다.

카리브 해를 통해 플로리다로 마약을 반입하던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은 운송 루트 다변화를 위해 멕시코 만(Gulf of Mexico)에 있는 국경도시 마타모로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후안 가르시아 아브레고'는 메데인 카르텔의 마약을 휴스턴으로 운송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세력이 커졌고 걸프 카르텔을 조직했습니다.

NAFTA가 시행된 이후 걸프 카르텔이 지배하던 타미울리파스 주의 누에보라레도는 텍사스 라레도-미네소타 덜루스로 이어지는 주간고속도로 35호선(I-35 highway)과 연결되어 제 2의 후아레스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살리나스 대통령 퇴임 후 걸프의 배후였던 라울 살리나스가 체포되고, 보스 후안 가르시아마저 체포되었습니다. 외적으론 메데인 카르텔이 붕괴하면서 코카인 공급망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흔들리는 걸프 카르텔을 시날로아 카르텔이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날로아는 멕시코 중서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당시 4대 카르텔(걸프, 후아레스, 티후아나, 시날로아) 중 유일하게 국경도시를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시날로아는 정치권의 보호막이 벗겨진 걸프 카르텔을 맹렬하게 공격했고, 그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걸프 카르텔은 멕시코 육군 특별기동타격대 소속 특수요원들을 카르텔에 섭외했습니다. 요원들은 걸프 카르텔 내에서 독자적인 작전권을 부여받고 특수부대로 운용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로스 세타스' 입니다.

당시 걸프 카르텔의 리더 '오시엘 카르데나스 기옌'은 이들의 차원이 다른 무력에 대단히 만족했고, 이들을 중용하면서 더 많은 군인들을 카르텔 내로 끌어들이기 시작합니다.

카르데나스 기옌은 미국 FBI 와 DEA 요원에게 위협사격을 가한 일로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타겟이 되었습니다. 2003년 멕시코 정부군의 습격으로 카르데나스가 체포되자, 로스 세타스는 준 독립조직화 되었습니다.

멕시코 카르텔 역사상 가장 잔혹한 리더라고 꼽히는 '에리베르토 라스카노'의 카리스마 아래 로스 세타스는 국경도시 누에보라레도를 차지했고 걸프카르텔의 플라자들을 하나둘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로스 세타스는 근본이 멕시코 육군이었기 때문에 이전 카르텔들 처럼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군처럼 이끌었습니다. 로스 세타스는 멕시코의 군인들에게 10배 더 높은 봉급 및 의료보험과 생명보험을 보장하여 그들을 스카웃 했습니다.

엘 차포는 로스 세타스가 차지한 노른자위 땅 누에보라레도를 가지기 위해 동생을 죽인 첸테와 손을 잡고 전쟁에 나섰습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조직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월등했지만, 로스 세타스의 무력과 잔혹함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걸프 카르텔과 동맹을 맺어 로스 세타스를 고립시키려 했던 엘 차포였지만, 새로운 걸프의 리더 '안토니오'는 이를 거부했습니다.(안토니오는 카르데나스 기옌의 동생으로 로스 세타스가 걸프의 품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믿었습니다)

누에보라레도 공략전 실패 이후 엘 차포는 로스 세타스를 벤치마킹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시날로아로 돌아와 와신상담을 하며 멕시코의 군인들을 스카웃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무력부대 '로스 네그로스(Los Negros)'의 창설로 이어집니다.

로스 세타스의 리더 라스카노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통제했지만 그의 지나친 잔혹함에 반발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로스 세타스의 멤버 '나사리오 모레노 곤살레스' 통칭 '엘 차요'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과 독립해 고향 미초아칸 주에서 '라 파밀리아'를 창설했습니다.

이제 멕시코는 4개의 카르텔(시날로아, 걸프, 후아레스, 티후아나)과 그에 파생된 조직(로스 세타스, 라 파밀리아)의 각축전으로 변했습니다.

2000년 멕시코 정치사에선 대사건이 벌어졌습니다. 70여년간의 제도혁명당 일당 독재가 깨지고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비센테 폭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폭스 대통령은 유부녀이자 자신의 공보비서관 '마르타 사군'과 불륜관계였으며, 당선 뒤 그녀는 영부인이 됩니다.

영부인은 정권의 막후실세로 국정에 관여했고 폭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즈음 자신이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 국민행동당의 지지율이 급락했습니다.(그녀는 엘 차포와도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여당 후보 '펠리페 칼데론'은 야당 민주혁명당(PRD, 제도혁명당에서 파생)의 '로페스 오브라도르'에 밀리고 있었습니다. 멕시코시티 시장 오브라도르는 카르텔에 뇌물을 받지 않는 드문 정치인이었습니다.(멕시코 제일의 부호 카를로스 슬림이 그의 친구입니다)

2006년 석연치 않은 부정투표 의혹 속에 새로 대통령에 취임한 칼데론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개시합니다. Mexican Drug War를 전담할 새로운 부서 공공안전부(SSP)를 신설했고, 장관에 38살의 젊은 야심가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를 임명합니다.

가르시아 루나는 29살에 마약정책담당 보좌관, 33살에 연방수사국(AFI)의 초대국장을 지낸 엘리트로 뛰어난 커리어만큼이나 부패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임기내내 부정부패와 엘 차포와의 연루설로 서방 언론의 공격을 받았습니다.(2019년 미국에서 기소되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카르텔의 돈에 오염되어 썩어버린 경찰을 배제하고 군부를 동원해 마약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멕시코 군대는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에 노출되었고, 카르텔들은 많은 돈과 복지로 그들을 유혹해 탈영 후 시카리오로 합류시켰습니다.(로스 세타스를 필두로 멕시코 군인의 연간 탈영병 숫자는 2만명에 달했습니다)

라 파밀리아가 있던 미초아칸 주를 시작으로 멕시코 정부군은 전국적인 카르텔 소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카르텔들은 대부분 엘 차포와 경쟁관계에 있던 카르텔이었습니다. 군인과 시날로아의 시카리오들이 연합작전을 펼치는 목격담이 들려왔습니다.

6년간의 범죄와의 전쟁 결과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 제일의 카르텔로 우뚝 섰고, 그 뒤를 로스 세타스가 이었습니다. 로스 세타스는 군, 시날로아, 걸프, 라 파밀리아의 연합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압도적인 무력을 뽐냈습니다.

칼데론 대통령은 마약 근절을 위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했으나, 마약 카르텔은 이제 멕시코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전국구급의 카르텔의 숫자는 전쟁전 6개에서 2010년대에 두자리 수로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훈련된 군인(시카리오)과 미국의 무기거래상과의 암거래로 얻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통제 불가능한 군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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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Cook
20/02/27 14:05
수정 아이콘
소설처럼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현재진행형이라 결말은 없는 거였군요 잘 읽었습니다
알테마
20/02/27 14:09
수정 아이콘
지금은 로스 세타스는 잘게 쪼개졌고 엘 차포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몽키.D.루피
20/02/27 14:10
수정 아이콘
요즘 피지알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20/02/27 14:12
수정 아이콘
연간 2만 명 탈영이라니 잘못 읽은 거 아니죠? 으아아...
알테마
20/02/27 14:18
수정 아이콘
로스 세타스가 만든 트렌드의 위엄입니다. 기존 조직원들에겐 하부 조직원이 아닌 바로 시카리오 대우를 받고 입단하는 그들이 낙하산입니다.

멕시코 카르텔 조직원들은 늘 인사적체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서 오히려 전쟁이 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을 세울 기회가 생기니까요.
20/02/27 15:27
수정 아이콘
아랫글에서 로스세타스가 망했다고 하셨는데.. 거기까지 이어지지 않고, 글이 마무리되네요.
한편 더 쓰실 생각 없으신지 으흐흐..
알테마
20/02/27 16:35
수정 아이콘
이후로는 미국의 압력을 받은 멕시코 정부가 카르텔 보스 및 간부들을 체포or사살하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살아남은 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며 조직들이 쪼개지는 5호16국 시대 느낌입니다. 시날로아를 제외하면 다 조직이 쪼개져서 길게 쓰면 재미가 별로 없을 거에요 ^^;

댓글로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엘 차포는 본인과의 밀월설로 곤혹을 치르던 정부와의 뒷거래로 2인자 벨트란-레이바 형제를 내주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알게 된 벨트란-레이바 형제는 독립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카르텔을 차렸고 로스 세타스와 동맹을 맺어 시날로아 카르텔과 맞섰습니다.

로스 세타스는 보스 라스카노가 2012년 멕시코 해군에게 사살되었고 2대 보스 미겔 트레비요 모랄레스가 다음해에 체포되면서 흔들렸습니다. 결국 아버지뻘인 걸프, 아들뻘인 라 파밀리아 등에게 밀려 조직이 잘게 쪼개지고 흡수당했습니다.

라 파밀리아는 한 때 시날로아와 맞서기 위해 걸프, 로스 세타스와 동맹을 맺은 적도 있지만 후에 시날로아와 손을 잡고 로스 세타스 몰락에 힘을 보탰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도중 1대 보스 엘 차요가 사망하고, 조직이 두개로 쪼개졌는데 여기도 아들뻘 조직인 로스 카바예로스 템플라리오스(속칭 나이츠 템플라)가 더 잘나갑니다.

걸프, 티후아나, 후아레스 역시 전성기 시절에 비해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조직이 줄어들었고, 전성기를 꾸준히 유지했던 건 엘 차포와 시날로아 카르텔 뿐이었습니다.(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엘 차포의 로비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엘 차포는 2019년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앞으로 시날로아 카르텔이 어떤 격변기를 거치게 될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묘이 미나
20/02/27 15:30
수정 아이콘
마약으로 국가가 어떻게 막장으로 치닫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멕시코일듯.
20/02/27 16:22
수정 아이콘
슈카에서 재밉게 본 그 소재군요 관련 드라마도 찾아볼랬었는데 까먹고 있었네요
꺄르르뭥미
20/03/04 03:5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재밌어서 더 검색해보니 NBA 매니아에도 같은 주제로 2019년 1월에 연재된 글이 있더라구요. 더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합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3964925&sca=&spt=-23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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