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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19 20:42:06
Name 라쇼
Subject [일반] 닌자는 어떻게 일본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는가? -하편- (수정됨)
도-모 PGR=미나상. 라쇼입니다. 전편이 닌자에 대한 설명과 실제 역사와 민담에서 나왔던 닌자들을 소개했다면 이번 글은 창작물에서 닌자를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닌자 슬레이어 - Naraku Within

닌자 관련 글이니 닌자 브금이 빠질 수 없죠. 노래 들으면서 본문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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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후타로 山田風太郎 (1922.1.4 ~ 2001.7. 28)



첩보 공작원인 고전적인 닌자와 현대 창작물에 나오는 닌자의 차이점이라면 단연 인술, 즉 인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문을 외우며 수인을 맺으면 불을 뿜고, 바람을 일으키며, 사람을 노려보기만 해도 죽이기도 하며, 분신술을 쓰기도 하고, 불사신의 몸이 되기도 하는 온갖 기상천외한 요술을 사용하는 것이죠. 창작물에선 이들 인법을 둔이나 술이라 명칭합니다. 나루토만 봐도 화둔, 뇌둔, 진둔, 수둔 등등 별에 별 술법이 다 등장하죠.

인법은 우리나라 홍길동이나 전우치가 사용하는 도술과, 서양의 멀린 같은 마법사가 부리는 마법과 비슷한 기술인데요. 닌자에 인법이란 초능력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닌자 창작물은 무궁무진한 장르로 발전하게 됩니다. 소설, 만화, 게임에 닌자만 등장해도 한 편의 훌륭한 이능력 배틀물이 완성되는 셈이죠.

이런 인법을 최초로 창작물에 도입한 사람이 바로 현대 닌자의 아버지 야마다 후타로입니다. 그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하나로 무려 120여편이나 되는 소설을 남겼다고 하네요. 본래 추리, 시대 소설을 주로 쓰다가 1958년 코가인법첩(甲賀忍法帖)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닌자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야마다 후타로가 창시한 인풍첩 시리즈의 시작인 셈이죠.

야마다 후타로는 인풍첩 시리즈를 쓰기 전에 금병매나 수호지 같은 중국 고전 소설에 요괴담을 추가하여 각색한 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거미나, 뱀, 두꺼비 같은 요괴들의 다양한 요술들을 부리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닌자에 요괴가 사용하는 요술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게 인풍첩 시리즈가 쓰여지게 된 계기였죠.





야마다 후타로 원작을 애니화한 바질리스크 코우가 인법첩. 부제 바질리스크의 의미는 동술 마안과 정안을 지닌 남녀 주인공의 입장을 마수 바질리스크에 비유한 것입니다. 바질리스크끼리 서로를 바라보면 죽는 다고 하죠. 작품의 비극적인 엔딩을 암시합니다.  



인풍첩 시리즈의 첫 작품인 코가인법첩만 봐도 정말 다채로운 인법이 등장합니다. 상대를 바라보기만해도 죽여버리는 마안인 동술, 바람으로 육체를 반으로 갈라버리는 풍둔, 체내에 독을 쌓아두어 같이 정사를 한 남성을 죽이는 미인계 독술?, 죽여도 죽여도 좀비 같이 되살아나는 불사신의 술 같은 것들이 등장하죠. 이 중 눈동자 술법인 동술은 나루토에서 사륜안의 모티브로 사용되어 더욱 개량된 술법으로 등장합니다.

야마다 후타로의 인풍첩 소설을 키워드로 구분해보면 잔혹, 관능, 비극적인 사랑 세가지를 꼽을 수 있겟는데요. 코가인법첩의 플롯은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합니다.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집안인 주인공과 히로인이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을 하다가 마침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는 스토리지요. 야마다 후타로는 여기에다 인법이라는 초능력 대결 요소와 두 집단이 서로 죽고 죽이는 비정한 배틀로얄 설정을 추가해서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을 창조해냅니다.

그리고 야마다 후타로는 우리들이 게임이나 만화로 익숙한 섹시한 여성 닌자 쿠노이치의 이미지를 정립하기도 햇는데요. 코가인법첩의 차기작 쿠노이치 인법첩에서 여성닌자를 주역으로 등장시킵니다. 여성 암살자만이 구사하는 미인계란 특성에 집중하여 관능적이면서도 으스스한 쿠노이치만의 개성을 부여한 것이죠. 인풍첩 시리즈를 집필하기전에 썼었던 요이금병매란 작품에선 여성 등장인물들이 거미나 뱀 같은 요괴여서 요술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이런 요괴들이나 부릴 법한 요술들을 섹시하고 몸매 쭉쭉빵빵한 눈나들이 사용합니다. 정말 범인은 떠올리지 못할 천재적인 발상이죠. 역시 한 장르를 개척하는 선구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쿠노이치 인법첩은 도요토미 히데요리의 후손을 잉태한 센히메를 보호하기 위해 사나다 가의 여닌자들이 활약하는 내용인데요. 작중에선 직접적으로 여성 닌자를 쿠노이치라고 언급하진 않지만, 주역인 사나다가 여닌자와 적대하는 이가 닌자들 둥 한 악역이 여성의 정기를 흡수하여 여자로 변하는 '쿠노이치 화장술'이란 인법을 사용합니다. 이후 '쿠노이치'가 여자를 부르는 암호로 사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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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후타로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마계전생. 원작에선 미야모토 무사시가 최종 보스였으나, 영화판에선 아마쿠사 시로가 최종 악당으로 변경되었죠.




인법과 쿠노이치 이외에도 야마다 후타로의 인풍첩 소설은 후대 창작물에 크게 영향을 끼친게 있습니다. 검호 야규 쥬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야규 인법첩 삼부작 중 마계전생을 보면 이미 사망했던 과거와 당대의 유명한 검호들이 마인으로 되살아나 도쿠가와 막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야규 쥬베가 이들 마인 검사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역사적으로도 민담 같은 지어낸 이야기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던 검호 올스타 드림 매치를 마계전생에서 이뤄낸 것이죠. 이따금 커뮤니티에선 서브컬쳐 관련으로 VS 놀이를 하곤 합니다. 김용 무협소설에서 가장 강한 고수는 누구냐. 슈퍼맨과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 같은 떡밥 말이죠. 그걸 야마다 후타로는 무려 60년 전에 선보인 셈이니 참으로 놀랍지 않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역사 위인들의 올스타 배틀이라 하니 뭔가 떠오르는게 없으신가요? 네,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게임 페이트 시리즈입니다.

역사적 위인들이 서번트란 영령으로 소환되어 성배를 걸고 배틀로얄을 벌인다는 스토리 골격은 마계전생의 그것과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로 유행했던 마계전생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페이트 시리즈도 나오지 못했을 거라 주장하면 너무 무리한 논리일까요? 비록 마계전생이 없었다 하더라도 후대 창작자들의 손에 의해 비슷한 컨셉의 스토리는 등장했겠지만 마계전생이 후대의 창작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도 서번트 미야모토 무사시, 아마쿠사 시로, 야규 무네노리가 등장하는 이벤트에서 마계전생을 오마쥬 하기도 했지요.

여하튼 다른 닌자 창작물 이야기도 해야하니 야마다 후타로의 인풍첩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원작 소설은 오래되서 접하기가 힘든데 만화가 세가와 마사키가 야마다 후타로의 인풍첩 시리즈를 만화화한 만화들이 한국에도 정발 되어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일독하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각색을 하지 않고 원전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옛날에 쓰여진 스토리임에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바질리스크 코우가 인법첩, Y十M 야규인법첩 , 쥬 인법 마계전생등이 만화로 나왔죠.




비단 야마다 후타로 이후 소설 뿐만 아니라 만화 게임에서도 닌자 창작물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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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닌자 아카카게.


다양한 인술과 도구를 사용하는 초능력 전사라는 닌자 이미지를 최초로 영상화한 작품이었죠.   바벨3세 60부작 전략 삼국지의 작가로도 유명한 원로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가면닌자 아카가게라는 작품을 연재하기도 했죠. 만화는 지금 보면 평범한 시대극 닌자물이지만 이게 특촬물로 제작되면서 로봇이나 괴인 같은 SF판타지적인 요소가 합쳐지면서 닌자물이라고 꼭 시대극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장르적 틀을 깨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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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핫토리 군. 성인 취향이었던 닌자물을 저연령층도 편히 볼 수 있게하여 닌자가 일본 국민에게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지도록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친구가 핫토리 군 가면을 쓸 걸로도 유명하죠.



가면닌자 아카카게 이후로 장르적 틀의 제한을 벗어난 닌자 창작물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제작됩니다. 아동물인 닌자 핫토리군(국내명 꼬마닌자 토리), 닌자보이 란타로. 로봇물과 결합한 닌자전사 토비카게. 만화는 아니지만 특촬물과 닌자가 결합된 슈퍼전대 시리즈. 야마다 후타로의 인풍첩을 그대로 애니화 시킨 듯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쥬베이 인풍첩. 서양으로 닌자 창작물이 넘어가서 제작된 닌자 거북이. 이런 서양 오타쿠들이 왜곡된 닌자 이미지를 역으로 비튼 B급 닌자물 닌자 슬레이어.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대망의 닌자 만화 나루토까지. 선배 창작자들이 이룩한 유산들을 헛되게 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키고 개량하여 닌자라는 컨텐츠를 일본의 대표 문화로 안착시키는데 성공시키지요.

게임업계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세가가 제작한 고전 게임 시노비 시리즈. 테크모에서 제작한 닌자 용검전, 닌자 가이덴 시리즈를 시작으로 닌자 소재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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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용검전. 저 퍼렁 두건 아메리칸 닌자가 나중에 꽃미남 류 하야부사가 된다니 어째 매치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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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로. 발컨은 못하는 게임, 패링 너무 어렵습니다 크크.


이후 닌자 소재 관련 게임은 나날이 발전하여 닌자에 미소녀 격투 게임이 접목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여기에 한 술 더 떠 오타쿠 미소녀물이 가미된 섬란 카구라, 내용은 야하지만 대마인 아사기 같은 작품도 있었고요. 그리고 오히려 전통적인 닌자 이미지로 돌아간 잠입 액션 게임 천주 시리즈, 천주 시리즈를 계승하여 다크 소울 시리즈의 어려운 난이도를 도입한 최신작 게임 세키로 까지 닌자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활용한 게임들은 계속 이어져 개발되고 있습니다.

후대 닌자 창작물 설명에 분량을 더 할애해서 3편까지 쓰고 싶었으나 분량상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을 이해해 주셧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요는 닌자가 일본 문화의 아이콘이 된 이유가 역사, 민담으로 존재햇던 자국 문화 소재를 현대의 수 많은 창작자들이 끊임 없이 발전시켜왓다는게 중요한 것이지요. 지금도 일본 창작물의 닌자 관련 컨텐츠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어째서 자국 전통 문화가 문화 상품으로 발전하지 않았느냐 한탄하기 전에 훌륭하게 활용될만한 전통 문화를 우선 돌아다 보고 더욱 발전시켜 보려는 마음 가짐을 갖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글을 마쳐보겠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들여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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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꿀
20/12/19 20:47
수정 아이콘
예전에 강동원이 주연을 맡았던 전우치를 봤을때 이거 잘만 성공시키면 우리나라도 도사 아니면 퇴마 판타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당시 상대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라서..... 뭐 그래도 손익분기는 넘은걸로 알고 있는데 아쉽네요.
20/12/19 20:59
수정 아이콘
영화 전우치는 참 아까운 작품입니다. 잘만든 수작 동양 판타지물이었는데 경쟁상대가 아바타라니.. 국내 영화에 더욱 다양한 장르가 제작될 좋은 기회였는데 더 흥행하지 못한게 안타카워요.
20/12/19 20:56
수정 아이콘
아이에에에에에---!!! 닌쟈?! 닌쟈 왜?!!?
20/12/19 20:57
수정 아이콘
나무삼 훌륭한 헤즈시군요.
20/12/19 21:08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바질리스크 만화로 나오고야 처음 접했었죠. 나중가서 원조격이란거 알게되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나루토랑 함께 일본애들은 왜이렇게 눈동자 갖고 난리냐 이런 이야기 넷에서 나눴던 기억도 나고 크크
20/12/19 21:20
수정 아이콘
나루토만 보면 혈통 빨 사륜안으로 다 해먹는 눈깔대전이긴 하죠. 야마다 후타로 옹이 너무 설정을 잘짜시는 바람에 그만 크크크.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20/12/19 22:02
수정 아이콘
도모 라쇼=상! 실제 유용한 정보였다.
20/12/19 22:39
수정 아이콘
인살어에 유창하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닌슬이 매니악한 괴작인데 역시 pgr의 덕력은 스고이하군요.
無名堂
20/12/19 22:21
수정 아이콘
이런 내용을 알고계시다니, '고사기'를 읽으셨군요.
20/12/19 22:40
수정 아이콘
위-히히히히! 닌자가 한국에서 유래되었음은 수박도에도 그려진 사실이죠.
20/12/19 23:38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김곤잘레스
20/12/20 05:3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저런 닌자 이미지의 창작물을 어디서 처음봤나 생각해봤더니 드래곤볼에서 처음 봤더군요.
goldfish
20/12/20 07:4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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