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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19 11:44:21
Name elaborate
Subject [일반] 무위험(zero-risk)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회
벨기에 보건위원회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모두 분위기에 휩쓸려 EMA(유럽 의약청)의 권고를 무시하고 한 방향으로(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보류) 우르르 몰려갈 때, 그 대열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다.

이 결정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 결정으로 시간이 긴박하고 다른 대안이 아직 없는 이 시기에 더 많은 유럽인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몇몇 유럽인들은 규제 당국과 정부의 조치의 결과로 죽게 될 것이다. 몇몇 유럽인들은 장기에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백신의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혀 왔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프랑스는 접종의 50% 이상을 AZ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2주 동안 38%를 AZ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모두 3차 웨이브를 맞닥뜨리고 있다. AZ를 둘러싼 무능한 대처가 안티 백서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최근의 AZ 접종 중단 사태는 마크롱이 그의 대통령직을 걸고 하는 위험한 정치적 도박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만들 것이다. 그는 지난 1월에 과학적인 조언을 무시하고 또 다른 록다운을 시행하기를 거부했다. 매주 그것을 미루는 것이 사회와 경제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제 파리는 필수 병상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환자들은 여러 지역들로 이송될 것이다. 곧 보르도를 향해 코로나 고속 열차가 달리게 될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탈리아를 따라서 또 다른 록다운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 기간은 최악의 경우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관광 시즌은 물 건너 갈지도 모른다. 봉쇄 완화가 늦어지면서 들어가는 추가적인 막대한 비용이 생길 것이다. 구조적인 피해가 너무 깊고 커서 절대 회복이 어려운 구간까지 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으로 인해 사전 예방의 원칙은 EU법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노쇠하고 방어적이고 현상 유지를 좋아하는 사회의 규정적인 이데올로기적 특징이 되었다. 1997년은 유럽이 미국과 디커플링(decouple)되고 경제적 쇠퇴가 시작된 순간의 시작이었다.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판데믹 이전에도 유로존의 1인당 GDP가 39,928달러에 머무는 동안 미국은 벌써 62,795달러 수준이었다.

사전 예방의 원칙은 EU의 기형성과 짝을 이루었다: 굉장히 느리고, 경직되고 법률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정신과 19만 페이지에 달하는 절대 되돌릴 수 없는 EU 조약들. 이러한 시스템은 브뤼셀의 게임을 하는 방법을 아는 기득권들에게 매우 완벽하다. 무위험 코드는 자신의 라이벌을 셧아웃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동안 EU는 그저 기술 발전을 즐겁게 구경하는 관중 역할로 전락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가? 사전 예방의 원칙이 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20개의 테크 회사 중에 유럽 기업이 단 한 개도 없는지, 그리고 왜 AI에서 유럽이 뒤처지는지를 설명해주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바이오엔테크의 매우 혁신적인 mRNA 백신이 독일에서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오엔테크의 창립자는 터키 이민자이며, 그들의 대부분의 임상 실험은 주로 미국, 터키, 브라질, 남아공, 아르헨티나에서 이루어졌다.

사전 예방의 원칙이 앵글로 색슨 사회에도 스며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여전히 “혁신의 원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마다하지 않는 성향과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의지말이다.

혹자는 이러한 철학이 법적으로 분명하게 금지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느슨한 영국의 관습법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의 관습법은 확실하게 허가 및 인가를 받지 않으면 행위를 금지시키는 나폴레옹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 “무죄가 증명될 때까지는 유죄로 간주한다.”

혁신의 철학은 또한 귀납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사실에 대한 과학적 심문: 프란시스 베이컨과 그의 동료들(뉴턴 등)의 상향식 경험주의.

유럽 대륙에도 물론 위대한 베이컨주의자들이 있다. 그러나, 비율적으로 아주 두드러지진 않는다. 유럽 대륙에서 우세한 것은 베이컨주의자들이 아니라 하향식의 데카르트주의자들이다. 데카르트의 사상은 프랑스와 EU의 관료 체계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것은 현대 독일의 무위험(zero-risk)에 대한 추구와 결합하여 사전 예방이라는 괴물과 파괴적인 정책이 담긴 장황한 리스트를 만들어냈다. EU의 GMO 작물(더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를 변경하는 기술) 전면 금지의 결과는 결국 더 많은 화학 비료의 사용이었다.

독일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종의 히스테리아적 반응으로 원전 폐쇄를 시작했을 때, 독일의 중공업은 대안으로 석탄에 의지해야 했고 이는 결국 이산화탄소 방출을 늘리고 유독 물질로 여러 사람을 죽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번 AZ 백신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영국인과 유럽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백신 확보까지는 굉장히 놀라웠다. 소셜미디어에 오염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사람들은 이성적이었으며 과학의 권위를 믿었다.

이 이슈는 EU가 허둥지둥대는 동안 영국이 백신 보급을 더 잘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과 가치관의 차이다. 우리는 베이컨주의자들이 극단적인 수준의 사전 예방 원칙에 사로잡힌 안티 베이컨주의자들과는 더 긴밀한 정치, 법률, 사법 연방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관계는 절대로 지속될 수 없다.

유럽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른 세계가 변하고 움직이는 동안 유럽인들은 여전히 계속 방어적으로 움츠리기를 원하는가?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문명의 힘으로서의 무위험 사회는 이미 끝났다. 아니, 이미 죽었다.



https://www.theage.com.au/business/the-economy/the-zero-risk-mentality-stifling-europe-is-now-killing-its-people-20210317-p57be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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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11: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번역 감사합니다
단비아빠
21/03/19 11:54
수정 아이콘
로마 제국 말기도 지금 유럽같은 분위기였을까요?
계층방정
21/03/19 14:10
수정 아이콘
서로마든 동로마든 말기에는 뭘 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었죠... 오히려 오현제 시절이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겨울삼각형
21/03/19 11:59
수정 아이콘
아까 뉴스보니까 유럽에서 AZ백신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던데요
21/03/19 13:08
수정 아이콘
그거 영국발일겁니다...
RapidSilver
21/03/19 12:21
수정 아이콘
독일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종의 히스테리아적 반응으로 원전 폐쇄를 시작했을 때, 독일의 중공업은 대안으로 석탄에 의지해야 했고 이는 결국 이산화탄소 방출을 늘리고 유독 물질로 여러 사람을 죽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생각할거리가 많은 글이네요. 좋은 글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21/03/19 12:26
수정 아이콘
이게 참...애매하죠.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 윗 글에서의 베이컨식 사고방식으로 전진하다가 터지는 사고들이 참 역사적으로 많긴 한데. 데카르트식 사고방식이 요즘같은 변동성 넘치는 시대에서는 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거 같아요. 팬데믹 이전에는 유럽과 일본의 수많은 안전장치와 제도를 보면서 저게 선진국이지 싶었는데... 결국 다른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정도가 중요하다'는 뻔한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는거 같네요;
느타리버섯
21/03/19 12:34
수정 아이콘
이번 사태는 유럽도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지만, 한국은 zero-risk에 집착하는 문화는 절대 아니고 정치적 감수성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Your Star
21/03/19 12:40
수정 아이콘
노리스크 노리턴
로우리스크 로우리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lck 보면서 들은 소리인데 현실에서도 적용되더군요.
좋은 번역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 글이 보고 계속 이런 식으면 이 닫힌 세상이 영원히 지속될 거 같네요. 흡사 알과 같은 상태처럼 밖으로 안 나오는 그런...
번개맞은씨앗
21/03/19 13:03
수정 아이콘
일반론으로 볼 때,
세상은 불확실성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작은 피해를 모두 철저히 막으려다가,
예측불가능한 막대한 피해, 즉
블랙스완이 일어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醉翁之意不在酒
21/03/19 13:45
수정 아이콘
돌고도는거죠뭐. 리스크를 감수하고 승승장구하다가 또 그 리스크에 한방에 무너지기도 하는거고. 그때되면 또 본문과 정반대의 칼럼이 나올것이고.
한국안망했으면
21/03/19 13:51
수정 아이콘
편의상의 용어로 무위험을 쓰는건 몰라도
진정한 무위험이란것은 없는데 사람들이 착각을 많이함
합리적 리스크테이킹하는사람에게 돌던질수록 세상은 망해갈듯
비포선셋
21/03/19 14:42
수정 아이콘
철학자들이 보면 치를 떨거나 혀를 내두를만한 결론이네요.

괜히 모르면서 철학적, 역사적 맥락을 어설프게 갖다 붙이려는 부분은 무시하고 내용에만 집중하자면
AZ 접종을 막은건 제로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기존 리스크 측정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죠.
그런 의문이 들만한 상황이 형성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일방적 진행은 사회 불신만 강화시킬 뿐입니다.
단순히 A 아니면 B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큰 복잡계를 고려하며 접근해야 하는거죠.

그리고 은근히 영국을 미국 쪽에 밀어 넣어서 좋게 보이는데,
미국은 트럼프 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고, 영국 역시 가장 변이가 활발한 국가였죠.
저자의 주장은 딱 이 순간 얼마나 질병이 퍼져있는 가에만 집중했을 때만 옳은 말입니다.
코로나 대응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얼마나 단순한 사고 방식입니까?

한마디 더 덧붙이면
아빠 후광 없었거나, 영국인 아니었으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닌 인물이었을 사람.
계층방정
21/03/19 14:53
수정 아이콘
이 댓글 덕분에 원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봤습니다. 영국의 작가 겸 기자 앰브로스 에반스프리차드로, 인류학자 에드워드 에반 에반스프리차드의 아들이라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별로 언급이 없는데, 외국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나요?
비포선셋
21/03/19 14:57
수정 아이콘
텔레그라프에서 오래 있던 기자인지라 이름값은 좀 있습니다.
근데 빌 클린턴 관련해서 쓴 책을 읽어보면 그냥 음모론 렉카 수준...
elaborate
21/03/19 15:03
수정 아이콘
전반적인 코로나 대응이 아니라 유럽의 혁신 정신의 부재를 비판하는 거 같은데요.
비포선셋
21/03/19 15:08
수정 아이콘
핵심 근거는 현재의 코로나 대응이니까요.
Janzisuka
21/03/19 15:09
수정 아이콘
하지만...주식들을 하지....
전자수도승
21/03/19 15:35
수정 아이콘
성공에서 원인을 분석하는 방식이야 인간이 시간을 다스릴 수 없으니 불가피한 선택이더라도 성공이란 타이틀 아래 나머지 요소를 금칠하는건 그냥 바보짓이죠
한비자에서 말하듯 옷소매가 길면 춤을 표현하기 쉽다는 말처럼 애초에 힘이 쎈 미국이라 극복한건데 미국의 방법이 옳다고......허 참.....
저 논리대로라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가 효과가 없었는데 시노백만 효과가 있었다면 그땐 중국의 방식이 옳다고 해야겠네요
운좋아서 코로나로 안 죽은 지극히 얄팍한 글쟁이의 오만한 승리 선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elaborate
21/03/19 15:57
수정 아이콘
화모아 효과가 없는데 시노백이 효과가 있으면 중국의 방식이 옳다고 해야겠네요 ->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현실은 중국은 3상 데이터도 부족하고 화모아가 오히려 자료가 가장 풍부하고 신뢰도가 높으니까 서방의 방식을 신뢰하는 거죠
전자수도승
21/03/19 16:00
수정 아이콘
지금 본문은 백신의 예 하나로 사회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니까요
정체된 유럽은 진일보한 백신 개발에 실패했지만 영미는 성공했다
이유는 그만큼 리스크 테이킹이 되는 역동적인 사회기 때문이다
정도인거 같은데 중국만 성공한다면 저 사람이 말한 바가 들어맞겠냐 이거죠
elaborate
21/03/19 16:06
수정 아이콘
백신 하나로 모든 걸 다 설명한다기보다는 백신의 예로 들어 화제를 꺼내고,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사상과 사고와 가치관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사전 예방의 원칙 등 지나치게 리스크를 회피하는 성향이 결국 독일의 원전 폐쇄, EU의 GMO 작물 금지 등의 행위로 이어지고, 이런 전반적인 차이가 결국 영미권과 유럽의 혁신의 차이를 만든다, 제가 읽을 때는 이런 느낌입니다.

+)전세계에서 오로지 중국만 성공한다면 당연히 서방의 방식이 아니라 중국의 방식이 맞다고 해도 되는 거죠. 현실은 그 반대니까 문제지..
전자수도승
21/03/19 16:21
수정 아이콘
독일의 원전 폐쇄는 일본이 계기지만 노이로제 반응의 뿌리는 체르노빌일 것이라 단발성 리스크 헷지로만 판단하긴 어렵다고 보고, gmo 금지는 무역장벽의 일종이었지 싶습니다
유럽애들이 만드는 대체로 무역장벽은 어느나라껀 얼마만 판다 식의 노골적인 조치보단 주로 환경오염이나 윤리적인 부분을 걸고 넘어지는 것들이 많이 보여서

그에 비해 미국의 룰은 꽤 노골적이고 심플하죠
슈퍼 301......

이런 둘의 태도차이는 역사의 경로 의존성과 구성원의 문화,사회적 의견도 일견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는 국력에 따른 포지션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여서 말이죠
과거보다 쪼그라든 국가에게 선택지는 상당히 제한적이니까요

이런 사정들을 간과하고 본문같이 사례들을 입맛대로 골라서 갖고 온다는게 참......
elaborate
21/03/19 16:36
수정 아이콘
단순 국력차이라기엔 EU는 인공지능 등 신산업 관련 통계를 보면 영국보다도 못한 모습이 보이고, 금융위기 터지기 이전까지 EU의 경제력이 미국을 능가했던 데다 70~80년대에는 훨씬 우월적인 위치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그렇게 많은 혁신이 벌어지는 동안 유럽이 뭘 했나 생각해 보면 국력차라기보다는 대서양 양안 사이의 사상과 가치관의 차이가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전자수도승
21/03/19 16:06
수정 아이콘
고생해서 번역해오신 글인데 너무 공격적인 언행이라 기분 상하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영국 gnome 이 저리 뻣대는게 빈정 상해서 말이 쎄게 나왔네요
글쓴 분에게 뭐라 하는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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