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인트로 게시물에 큰 기대를 표해 주셔서 큰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 뭐 , 그치만 누가 목에 칼 들이밀며 잘 쓰라고 협박하는 건 또 아니니 밑밥
삼아 언급한대로 그냥 가볍게 두서없이 써내려 가려구요 .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a. 사진까지 첨부하는 건 뭔가 귀찮습니다 . 진심입니다 .
b. 각 장소들을 기록차원에서 찍은 사진들은 있지만 , 어디까지나 기록용이라 어디
내보이기 좀 그럴 정도로 형편 없습니다 .
c. 스스로의 작문 실력이 보잘 것 없음을 아주 잘 자각하고 있습니다 . 결과물이야
어차피 용을 써도 글줄이겠지만 , 그마저도 오롯하게 작성에만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 못봐줄 정도로 형편없게 될 거란 판단이 딱 섰습니다 .
d. 소개해 드릴 모든 장소들은 이미 네이버 블로그들에 사진기록으로 차고
넘치도록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 검색 고고 .
동선은 고려하지 않고 동인천 내에 소재한 카페들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고로 기재 순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또한 커피맛과 인
테리어에 대한 고려도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 작성 기준은 오로지 제 자의적 판단
입니다 . 디테일한 부분에선 분명 틀린 내용도 많을 겁니다 . 그저 동인천을 꽤 애정
하는 한 개인이 이러저러한 연유로 추천한다는 그 지점에 의의를 두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긴 글이 부담되시는 분들을 위해 각 카페 소개마다 말미에 한줄요약을 달아놓겠
으니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 이하 소개 들어갑니다 .
1. 싸리재
싸리재는 한 때 인천 내에서 혼수거리로 유명했던 경동을 일컫는 지명입니다 .
길가에 싸리나무가 많은 고개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죠 .
동인천의 쇠락과 함께 싸리재라는 지명도 어느 연배 이하에선 잊혀져 가던 무렵 ,
본업에서 은퇴한 한 어르신께서 지금은 싸리재 카페거리로 통칭되지만 당시만해도
이미 쇠락할대로 쇠락해 버려 별 볼일없던 그 곳 한복판에 개업한 카페가 싸리재 입니
다 . 과거 의료원으로 쓰이던 건물을 매입해 카페로 탈바꿈 시키셨습니다 .
노사장께서 굉장한 수집가이신지라 카페 내에 이런저런 진귀한 옛물건들이 잔뜩
있습니다 . 어지간한 생활사 전시관 못잖케요 . 특히 2층에 오래된 , 하지만 딱봐도
아주 고급져 보이는 전축이 있는데 , 아직도 작동 가능한 녀석입니다 . 손님 적을
때 가서 조심스레 요청드리면 틀어주십니다 . 막귀를 지닌 제가 듣기에도 참 묘한
소리를 내더라구요 .
처음 가시면 아마 꽤 단호하게 특정 음료를 권해주실텐데 , 본인의 기호는 잠시
내려놓고 사장님의 강권에 따르시는 게 좋습니다 . 사장님 당신의 단단한 프라이
드에서 기인한 강권이니까요 . 물론 강권이 어색하지 않을만치 그 음료의 맛도
준수한 편입니다 .
O 싸리재 카페거리의 터줏대감 . 싸리재가 처음이라면 일단 싸리재 카페부터 .
2 . 브라운핸즈
과거 이비인후과로 쓰이던 5층짜리 폐건물을 카페로 만든 곳입니다 . 부산에도
같은 상호와 같은 컨셉 , 같은 사업주체에 의해 운영되는 카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비인후과로 쓰이던 당시의 각종 자재들을 살려둔 인테리어가 특징입
니다 .부드럽게 은은한 조명과 뉴트로를 완벽히 구현해낸 컨셉덕에 방문 인증샷
찍기에 매우 좋은 곳입니다 .
투입 자본이 컸고 운영비용이 만만 찮아서인지 커피와 베이커리류의 가격이 꽤
쎈 편입니다 . 비싼만큼 맛이 준수하-
O 인스타하시면 가세요 . 인증샷에 아주아주 딱 입니다 .
3 . 일광 전구 라이트하우스
과거 산부인과로 쓰이던 2층짜리 폐건물을 카페로 만든 곳입니다 . 계단 오르기가
버거운 산부들이 주로 이용한 건물답게 2층뿐이지만 부지가 무척 넓어서 연면적은
상당합니다.
일광전구라는 기업에 의해 개장되어 or 카페영업주와 콜라보를 하여 카페이름 그
대로 전구를 활용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무척 낡았지만 동
작은 하는 오래된 전구 제조기계가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 카페 컨셉이 컨셉인지
라 밤에 봐야 더욱 아름다운 곳이란 평이 자자합
니다 . 안에 미술작품들도 꽤나 많이 배치
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눈요기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
투입 자본이 컸고 운영비용이 만만 찮아서인지 커피와 베이커리류의 가격이 꽤 쎈
편입니다 . 비싼만큼 맛이 준수하-
O 인스타하시면 가세요 . 인증샷에 아주아주 딱 입니다 .
4 . 동양가배관
동인천엔 카페가 무척 많습니다 . 물론 21년 기준 전국에 카페가 무려 8만개가 넘는
다하니 어느 정도 사람 몰리는 번화가거나 관광지로써 이름있는 곳은 카페가 무조건
많다고 단언해도 맞는 얘기겠죠 .
여튼 , 근 2년간 동인천에 거의 매주 왕래하며 맛집은 애써 많이 안다녀도 카페만큼은 이
곳저곳 많이도 가봤는데 , 최소한 제가 가 본 동인천 카페중에서 커피맛이 제일 좋았던
곳은 이 곳입니다 .
원래 서울에서 활동하시던 젊은 바리스타 사장님께서 본인의 고향인 인천에서 사업을
해보고자 동인천 배다리에 자리 잡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카페 입지로썬 위치가 상
당히 애매한 곳인데 , 순전히 커피맛 하나로 입소문이 나서 손님의 왕래가 꽤 되더군요 .
요즘 구도심을 돌아다녀 보시면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카페가 부쩍 눈에 띄일 겁니
다 . 저도 그런 카페에 꽤 다녀 봤는데 , 제 개인취향에 가장 좋았던 그런 컨셉의 카페가
바로 이 곳입니다 .
2층짜리 양옥집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 처음엔 양옥집 개조 카페가 체인점 상호 , 그것도
보통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그런 브랜드를 달고 있어서 눈으로 보고도 이게 뭐지 싶었
습니다 . 아주 쌩뚱맞은 조합이니까요 . 속는 셈치고 들어가봤는데 , 왠걸 . 기분좋게 뒤통
수 맞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소극적이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의 내부개조 , 가격 감안할시 맛에
딴지걸면 양심없다 소리들을 무난한 커피맛 , 롯데월드에서 파는 딱 그 맛이 나지만 롯데
월드 대비 훠얼씬 저렴한 츄러스까지... 정말 그냥 잠깐 쉬려고 일말의 기대없이 들어간
카페였는데 , 여러모로 대만족을 하게 된 곳이었습니다 .
저가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을 감안하면 그냥 가서 츄러스 하나 , 커피 한잔 시키고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내부구경만 즐겨도 충분히 돈값하는 아주 훌륭한 카페입니다 .
O 혜자 . 그냥 혜자 . 전부 다 혜자 . 반박시 님 히틀러 .
6 . 더벤티 동인천역점
아니 , 왠 체인점 카페 소개를 또 하냐구요? 그것도 진짜 저가 브랜드의 완전 대명사
격인 더벤티를? 다 이유가 있습니다 . 한 번 들어보세요 .
동인천역 앞 오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 딱봐도 연식 엄청 되어보이는 건물에 자리한 가게
입니다 . 1층은 더벤티이고 3층은 요즘 거의 보기힘든 전당포가 있는 그런 건물이죠 .
제가 이 카페를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2층의 존재 때문입니다 .
1층은 오직 주문을 받고 음료를 내어주기에도 벅찬 협소한 곳이라 좌석 따윈 없습니다 .
그래서 마련된 게 2층인데 , 그마저도 약 2평 남짓한 정말 작은 공간입니다 .
그 작은 공간에 2인용 테이블이 2개던가 , 3개던가...
주머니 사정이 뻔한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방과후 사랑방으로 이용되는지 벽엔
시끄러운 낙서가 한가득입니다 .
그 작은 공간은 높은 확률로 전세낸 것 처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5번 정도 갔는데 , 1번 빼곤 항상 저 혼자 이용했었으니까요 .
오거리 한가운데를 향해 뚫린 창가쪽 좌석에 앉아 분주히 움직이는 행인들을 보고 있노
라면 뭔가 굉장히 묘한 감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 마치 자신이 어느 픽션 속 관찰자라도 된
듯한 그런 느낌이요 .
그 작디 작은 공간의 존재 때문에라도 이 흔하디 흔한 브랜드의 카페는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커피맛과 별개로요 .
O 입장료 단돈 1500원으로 누리는 특별한 경험 . 커피는 덤 .
7 . 낙타사막
제게 있어서 ' 나만 알고 싶은 ' 에 딱 부합하는 그런 카페입니다 .
청일조계지계단 바로 옆에 위치한 허름하고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
작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항상 잔잔한 톤으로 말씀하시는 여사장님께서 조용히
반겨주십니다 .
주문을 하고나면 어김없이 2층에 올라가실거냐고 물어 오십니다 . 당연히 2층에 가
야죠 . 이 카페는 2층이 핵심이니까요 .
2층은 전형적인 다락방의 느낌입니다 . 다락방치고 천고가 그리 낮진 않지만 그래도
딱 다락방의 그 느낌이긴 해요 . 어릴적 친척 시골집에서 경험한 다락방이 무척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저로썬 매번 갈 때 마다 아련한 감상에 젖게 됩니다 .
창가에선 한 조각 바다가 보입니다 . 괜한 시적 표현 같은 게 아니고 정말 딱 한 조각
만큼만 바다가 보입니다 . 직접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
다 .
커피의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 그럼에도 커피맛은 꽤나 훌륭합니다 .
손님이 그렇게 많이 드는 가게가 아니어서 원두회전이 녹록치 않을텐데 , 그런데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그런 커피를 내어주십니다 .
커피를 주문할 때 마다 참 크래커를 이용해 만든 작은 카나페를 항상 서비스로 주시
는데 , 그것도 참 좋구요 .
너무 좋은 곳입니다 . 그냥 좋다는 표현 이상으로 달리 수식하기 힘든 그런 곳이에요 .
O 정말 좋은 공간 . 커피맛도 아주 좋은 .
8 . 카페 인 모자이크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재밌는 이름의 카페입니다 .
눈치가 아주 빠른 분은 이름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셨을텐데 ,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에 의해 운영되는 배다리 소재 카페입니다 . 도시재생 차원에서 인천 동구의 지원을 받아
공실로 장기간 방치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운영중인 곳입니다 . 2층은 향후 소개할 , 같은 협동
조합에 의해 운영되는 멕시칸 식당이고 , 3층이 카페 , 4층의 전시관과 루프탑은 카페 이용시 함께
이용 가능한 공간입니다 .
처음엔 카페에서 커피 내릴 때 오직 로부스타 품종을 썼습니다 . 조합 취지에 맞게 베트남
에서 들여온 원두였죠 . 개인적으론 로부스타의 묵직한 쓴맛과 빵빵한 크레마가 좋아서 꽤
선호하는데 ,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는 아라비카가 국룰이라 여겨선지 클레임이 많았
어서 결국 아라비카를 주로 쓰게 되었다더군요 . 로부스타는 따로 요청받는 경우에만 사용
하시구요 .
디저트류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데 비해 대체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
특히 가장 추천드리는 메뉴는 망고플롯입니다 . 그 비싼 생망고를 아낌없이 쓰는데 비하면
책정된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고 , 깔려있는 크림&크래커 시트도 아주 맛있어요 .
4층에 마련된 이주 여성분들의 출신국을 테마로 한 전시관의 수준이 매우 훌륭합니다.
어설프게 그 나라 느낌을 낸 정도가 아니라 해당국 출신 여성분들이 손수 준비한 아이템으로
정성스레 꾸며 놓았으니까요 .
루프탑은 이 카페를 소개하게 만든 가장 큰 요소입니다 .
동인천에도 루프탑을 갖춰놓은 공간들이 좀 있는데 , 이 카페의 루프탑은 다른 곳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바로 입지 때문이죠 .
안락한 빈백 , 쉽게 경험하기 힘든 해먹도 매력 포인트지만 바로 코앞에서 1호선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루프탑의 입지는 정말 엄청난 강점입니다 .
특히 해질녘 빈백에 몸을 뉘인 체 노을을 배경으로 기차 특유의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상행성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정말 형언하기 힘든 뭉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딱히 제가 감성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보통의 감성을 지닌 그 누구라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
낙타사막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입니다 .
O 맛있는 디저트 . 감동을 주는 루프탑 .
소개해드린 카페 외에도 좋은 카페들이 동인천엔 정말 많지만 , 순전히 제 멋대로 추리고 추려서
소개해드렸단 점을 재차 말씀드리며 글을 맺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인천시민의 글이라 반갑네요. 본문에 소개된 카페들 모두 훌륭한 곳이니 월미도+차이나타운+@ (신포시장, 동화마을 등) 로 나들이오시는 분들은 필히 읽으셔야 할 글입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중구청 뒷쪽 언덕의 카페 보눔까지 추천에 넣고 싶습니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쿠션이 놓인 방에서 조용하게 커피를 즐길 수도 있고, 루프탑에서는 바다를 약간이나마 즐길 수 있는 경치가 펼쳐지는 이색적인 곳이거든요. 커피도 맛이 좋구요.
일광전구는 홈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가보세요.
루이스폴센, 비트라, 아르떼미데 같은 조명(정품기준 대략 싼게 30에서 비싼건 400만원 선) 관심있는데 가격이 부담스럽다하면 일광전구 제품 추천합니다.
저도 좀 외산브랜드 선호자였는데 실제로 보고 체험해보니 고객분들에게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신혼부부나 메이져에서 약간 벗어나면서 유니크한것 보고싶으신 분들은 보면 재미있을듯합니다.
(수정됨) 라이트하우스는 직원도 많이 쓰시던데 주말 피크 시간대에도 자리가 널널해서 좀 걱정되더라고요.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말이죠...
개항장 쪽에 가면 오래된 일본식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관동오리진에 가면 다다미방까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거기서 먹는 건 안 됐던 걸로 기억하고요.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의 카페들은 브라운핸즈 쪽에 여럿 포진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깔끔하고 이쁜 거 그 이상의 메리트가 있는 곳은 딱히 없는 거 같더라고요.
탁트인 뷰를 원하시는 분들은 자유공원 쪽 카페들이 좋습니다. 카페1920, 위크엔드 라운지 등이 있는데 카페1920은 일본풍, 위크엔드 라운지는 성수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벚꽃 시즌에 위크엔드 라운지를 가면 벚꽃과 탁트인 뷰를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이쁜 거 원툴이긴 하지만 그 정도 이쁘면 됐다 싶어요.
피지알 횐님들과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배다리 쪽 제피렐리라는 카페도 좋습니다. 소녀틱한 인테리어의 카페인데 파이가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