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릇이나 컵을 깨뜨립니다. 설거지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아끼던 컵을 실수로 깨뜨렸다가 너무 아쉬워서 구매한 지 몇 년이나 된 걸 똑같은 제품이 있을까 싶어 한참이나 인터넷을 뒤진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산산조각이 난 경우에는 힘들겠지만, 두 동강 난 컵을 바로 집어 들어 손에 들고 맞춰보면 깨진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들어맞습니다.
아마 그때 접착제로 잘 붙이면 다시 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조각들 사이의 미세한 틈을 접착제로 잘 메꿔준다면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진 단면이 점점 무뎌지고 모양이 바뀌어 잘 맞던 아귀에 빈틈이 생깁니다.
가장 강력한 접착제를 써서 억지로 붙여놓아도 전체 구조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쓰다 보면 금방 같은 곳이 갈라져 떨어져 나가기 십상입니다.
사실 이 글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뒤에 서로가 금방 잘못을 깨닫고 화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별의 아픔은 화해의 기쁨으로 금세 덮여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호호 지내는 겁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봉합된 자국은 추억이 담긴 이야깃거리가 되고요.
하지만 이별 뒤에 바로 화해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서진 단면이 채워지고 무뎌지기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별한 연인들이 화해하고 다시 사귀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맞춰보려 해도 잘 맞지 않거든요.
억지로 만남을 이어간다 해도 이전에 헤어졌던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다투다가 또다시 파국을 맞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뎌진 단면만큼 이별의 아픔이나 후회도 많이 줄어들겠고요.
다시 깨진 그릇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일본에 '킨츠쿠로이'라는 공예가 있다고 합니다.
깨진 도자기 그릇을 옻칠을 해 다시 조립하고 접합된 부분에 금가루를 붙여 복원한다고 하는데요,
깨진 부분을 오히려 예술로 승화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미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은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는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말로만 행복을 찾으면서 바로 눈앞에 있는 파랑새를 몰라보았고, 무기력의 우물에 빠져 혼자 웅크리고 있는 저의 모습에 지친 여자친구가 결국 떠나버렸죠.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만,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마음을 굳힌 후였습니다.
4년을 만났고, 이렇게 좋은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이건 확실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녀에게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을 들여 다시 하나로 만들만한 훌륭한 그릇- 아니, 커플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녀가 저에게 돌아올 그 날, 그녀와 저는 다시 하나가 되어 깨졌던 부분을 황금색으로 멋지게 메우고 전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으로 행복을 누릴 겁니다. 그렇게 다짐했어요. 그걸 위해 열심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갑갑한 우물 속에서 나오려고요. 거의 써본 적 없는 공개된 게시판에서의 이 글이 그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