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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8 00:14
사이버시티 아닙니다. 나이트시티입니다. [엄근진]
이 애니를 보고 나니, 내가 플레이했던 V가 얼마나 개쩌는 인물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V너는 전설이야!!
22/12/28 00:25
주인공의 등교장면이 정말 잘 만들어진 신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뮤직비디오 한편 정도의 짧은 시간에 나이트시티가 어떤 곳인 지를 함축적이고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22/12/28 00:30
원작겜은 진짜 심부름 엄청 하다가 질려서 안하는중인데...
이 애니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엔딩을 잘 만든데다가 사이버싸이코라는 (게임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주제에 대한 고찰까지 더해지니까 저도 대충 볼수가 없었어요. 원래 사이버펑크 류에 대해서 공각기동대로 접하고나서 문화충격을 받고 계속 접하던 입장에서는 이정도만 돼도 대중적으로는 흥행에 성공한 괜찮은 작품으로 봅니다
22/12/28 00:37
'엣지러너'라는 작품은 곰씹어볼 수록 정말 뻔하고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이나 '공각기동대'라면 몰라도, 엣지러너라는 만화가 스스로를 대놓고 '사이버펑크'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엣지러너가 아니면 보여주지 못했을 독창적인 사이버펑크적인 요소와 미래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됩니다. 당장 이야기의 중심인 '사이버 사이코'도 생각해볼 수록 진짜 다른 세계관에도 비슷한건 하나씩 있는 뻔한 이야기거든요. 느와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면모만 보자면 서부시대 은행강도 이야기에 집어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고요.
근데 그래도 저는 입을 열지 않고 전뇌로만 전화를 주고 받는 연출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중요한 순간에 글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요. 흐흐흐 서부시대에는 그런거 없었을거 아니겠습니까? 삼진아웃!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였습니다. 전작 (원작) 팔이도 노골적으로 하고, 스토리도 뻔한데, 보는 내내 손에 빰은 흐르고 끝나고 가슴은 웅장해지는 흑마법을 부립니다. 도대체 무슨 흑마법이길래 다른 작품들은 따라하지도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크크크
22/12/28 01:25
스스로 사이버펑크라 부르는 이유는 원작 롤북의 제목이 사이버펑크이기 때문(...)
사이버펑크라서 사이버펑크라고 부르는데 왜 사이버펑크냐고 물으시면...
22/12/28 06:00
WoD가 수많은 어반 판타지의 원형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클리셰 덩어리인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흐흐흐. 엣지러너가 만일 홍보용 애니라는 점을 이용해서 세계관 원조부심을 중심적으로 이용해 극을 이끌어가려고 했다면, (당장 초기안이 픽서 파라데이를 중심으로 하는 옴니버스식 작품이었다더라고요) 오히려 앞선 선구자들이 만든 이미지 안에서 구현한 지금 본편만큼의 파급력은 없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2/12/28 01:22
본문이랑 댓글에도 나와있지만 1화에서 그냥 건조한 내용전개만으로 세계관을 표현한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화만에 돈 없어서 안돌아가는 세탁기->등교씬->돈 없어서 불법 프로그램 사용->사고가 났는데 돈 없어서 어머니 안 구하는 구조대 ->돈 없어서 싸구려 병원에서 죽기전 마지막 말 이런것도 없이 그냥 죽고 뼛가루가 된 어머니->돈 없어서 안 열리는 집 문 15분만에 '이것이 사이버펑크 세카이다'를 보여주는
22/12/28 01:34
다시 한번 볼때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이 답답해서 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OST를 들을때마다 먹먹해지는거보면 정말 좋은 작품같습니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나니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창조를 더해 넣는게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느껴집니다 연말에 게임 다시 해야겠어요
22/12/28 04:25
최근 미래 기계적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할리우드 순한 맛이라서 느낌이 안 살아났는데 아쉬웠는데 싸펑은 애니에 넷플이라 그런지 무자비한 잔인함과 인간성을 상실한 세계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절망감을 보여줘서 장르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22/12/28 07:05
순수하고 여린 감수성을 지닌 청년이 뒷세계에 투신했다가 거친 풍파에 인간성이 마모되면서 종국엔 파멸을 맞이한다는 스토리는 피카레스크 갱스터 물에서 숱하게 반복된 플롯입니다. 엣지러너는 그런 갱스터물에 sf스킨을 씌운 느낌이죠. 강한 힘을 얻으려고 사도적인(부작용있는 임플란트) 방법을 추구하다 이성을 상실한 미치광이가 된다는 사이버사이코 설정도 무협의 주화입마와 별 다를게 없죠.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를 다룸에도 제작진의 연출 실력이 탁월하기에 상투적인 느낌은 별로 들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sf물을 좋아하기에 처음 엣지러너를 결말까지 다 봤을때 간만에 명작 sf가 나왔구나 하고 여운에 잠겼는데, 이야기를 곱씹을 수록 그렇게 좋았나?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왜 그렇게 느꼈나 하니 보이밋걸 로맨스 플롯 면에서 보기에 데이빗과 루시의 사랑 이야기가 배드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달에가서 데이빗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루시의 모습과 함께 흐르는 주제가가 좋아서 그렇지 정말 답답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였죠. 루시 본인도 진정으로 원하던 꿈은 달에 가는게 아니라 데이빗과 함께 있는 것임을 빨리 자각해서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고, 데이빗을 위해 벌인 일이 아라사카의 표적이 되었을 때 대책 논의를 해야 했다고 봅니다. 초반에 주인공을 뒷세계로 이끄는 능동적인 히로인이었던 루시가 후반으로 갈 수록 그저 데이빗 손에 구출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히로인 상이 되는 것도 캐릭터의 매력을 죽였다고보네요. 루시보다 더 능동적인 성격이었던 레베카가 팬들에게서 많은 지지 받은 걸 보면 루시의 캐릭터 조형이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데이빗은 데이빗대로 죽은 사람의 꿈에 사로잡혀 자기 인생을 돌보지 않는데, 자기와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어하는 루시의 마음을 진작에 깨달았더라면 보다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연출이 좋았기에 아름답게 느껴질 뿐 데이빗과 루시 두 남녀의 삶에 초점을 맞춰보면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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