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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 02:09
심지어 그 편견이 무례하지도 않았다는게 재밌죠. 거실에서 뒷담화를 했다지만 그건 주인공 가족도 한거고, 주인공 가족을 대할 땐 언제나 예의를 차렸으니까요
20/01/06 02:26
객관적으로 보면 이선균 캐릭터가 속으로는 가난한 계층에 대한 편견도 있고 위선적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예의바르고 댄디한 사람이긴 합니다. 가족에게 대한 사랑도 많은 것 처럼 묘사되고. 그런데, 몇몇 군데에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 간접적으로 묘사됩니다. 가령, 원래 가정부가 폐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의 조여정 캐릭터의 반응을 보면, 식구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 보다는 남편에게 혼날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큽니다. (능지처참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평소에는 와이프를 사랑하는 것 같아도 수틀리면 엄청 무섭다는 거죠. 와이프가 요리와 집안살림 못한다고 흉보다가 송강호가 "그래도 사랑하시죠" 라고 물었을 때, 표정을 정색하는데 이게 선넘는 사적인 질문이 들어와서이기도 하지만, 정곡을 찔려서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사랑하죠... 사랑이라고 봐야지." 라고 대답하는 데 이것은 별로 사랑하지 않지만 그 정도도 사랑이라 할 수 있다고 정당화 하는 듯한 표현이죠. 스스로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이룬 능력자인 이선균에 비해 조여정 캐릭터를 보면 '영 앤 심플'이라는 표현대로 생각이 별로 깊지 못하고 잘 하는 것도 없고 그냥 이쁘고 젊은 '트로피 와이프'의 느낌이 나는데, 아마 동등한 부부의 지위가 아니라 상당히 기울어진 종속적인 관계였을 것 같습니다.
20/01/06 07:08
뉘앙스나 억양이 외국인들한테 전달이 잘 안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죽을 죄를 지었나 하면 아니겠지만 가정적이고 멋진 남편인가 하면 아니라는 게 이선균이 풍겨주는 연기만으로도 느껴지는데..
20/01/06 08:40
저 정도면 가정적이고 멋진 남편이죠. 아내에 대한 표현은 그저 권태기고요.
감독이 이선균 캐릭터에 지배 욕구를 넣고자 했다면 자식에게도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아니라 아내에게도, 심지어 성욕을 느꼈는데 의사를 타진하는 게 이선균 캐릭터예요. 아내를 감정적으로 핍박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소파 씬에서 말 없이 어깨를 누르면서 바지를 벗어야죠. 영화 내에서 타인의 의지를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모습이 단 한 컷도 없습니다. 그냥 오랜 결혼생활과 현명하지 못한 아내에 지친, 그래도 가끔 연애시절이 생각나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남자를 입체적으로 그린 거죠.
20/01/06 16:50
그렇담 조여정이 남편에게 가정부 폐렴 건을 들킬까봐 패닉에 빠지는 것이 설명이 안되죠. 게다가 그 가정부는 전주인인 건축가가 추천한 사람이라서 조여정에게 고용한 책임이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제시카가 처음 온 날, 아들이 그린 그림을 놓고 상담하다가 울기까지 했는데도, 이선균은 퇴근해서 조여정의 눈이 부은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합니다. 와이프에 대한 무관심이죠. 그리고, 이선균은 말로는 한가지 일을 오래하신 분들 존경한다고 해놓구선, 그리고 전임 가정부의 칭찬을 막 하고나서도, 또 그런 가정부야 쎄고쎘다라고 하죠. 가정부와 별반 처지가 다를 바 없는 운전수인 송강호가 들을수 있는데서요. 디테일을 중시하는 봉감독의 연출스타일을 보면, 이선균은 겉보기엔 능력자에 인격자이지만, 그뒤에 숨겨진 저급함과 위선도 같이 표현하려고 한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코 악인은 아니지만 완벽한 선인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봐선 결코 죽임을 당할 만큼의 큰 죄를 지은건 아니지만, 송강호의 입장에선 감정적으로 큰 타격을 준 그런 죄(?)가 있죠. 그렇게 보지 않으면, 송강호가 이선균을 죽인 것이 뜬금없고 이해 안되는 짓이 되버리죠.
20/01/06 17:36
1. 말씀하신 그 모든 게 평범함의 범주 안에 있다는 거죠.
평범한 사람도 다 저속하고 저급하고 편협한 부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선균을 깨끗하게만 그렸다면 영화가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2. 감정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씬을 잘 살펴보세요. 조커가 첫 살인을 저지르는 지하철 씬에서 양아치들은 아서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고 악의를 내뿜습니다. 죽어 마땅한 이유를 계속해서 감독이 부여해 주는 거죠. 하지만 이선균이 죽임을 당하는 씬에서, 그는 그저 악취에 눈쌀을 찌뿌렸을 뿐입니다. 이건 본능적인 거죠. 감독이 이선균에게 죽임당할 이유를 부여하고 싶었다면 거기서 공격성을 드러냈어야 해요. 댄디한 모습 안에 감춰져 있던 악의를 표출해야 송강호에게 면죄부가 부여되니까요. 하지만 감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가 그리고 싶었던 건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을 뿐이니까요. 악마가 천사를 죽이는 건 비극이 아니예요. 평범한 인간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시작해서 걷잡을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또다른 평범한 인간을 죽이게 되는 것이 비극이죠.
20/01/06 10:03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전혀 악역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선균 가족들이 훨씬 순수했어요.
조커와는 전혀 다릅니다. 영화 끝나고 저 외국인들 같은 느낌 받았습니다. 그만큼 봉준호 감독 능력에 감탄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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