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gr21.com./?b=8&n=53798 첫번째
https://pgr21.com./?b=8&n=54327 두번째
어쩌다보니 시리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전해드리는 이야기가 될거 같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전해드리고도 한달이 채 못된 시간이 흘렀네요.
그때 당시 응원말씀 주신 분들과 쪽지로 좋은 제안 주셨던 분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다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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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을 올린 후, 한달여 시간동안 다시 아주머니는 박스줍기를 시작하셨고 예전과 크게 다를바 없는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날은 좀 더 추워졌고, 저는 곧 다시 전단지를 드리기 위해서 전단지 디자인을 시작했고요.
그런데 보름전쯤 저희 가게 옆에 노점형식의 붕어빵 가게가 생겼습니다.
없던 가게가 생긴거라서 관심있게 가서 붕어빵 사장님이랑 말도 붙이고 금새 친해졌어요.
박스 아주머니가 일하시는 곳(슈퍼에서 박스가 나오는 곳) 바로 옆이라서 아주머니도 신기하신듯 옆에 구경하러 종종 다가오시고,
타이밍 맞추어 손님이 오면 마치 알바생인것처럼 '얼마치 드릴까요?' 하고 말도 건네시더군요.
붕어빵 사장님이랑 얘기를 나누어보니 건물주인분 사모님과 아는 사이시고, 성격도 호탕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저랑 같은동네에 사셨었고, 자제분께서 저랑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까지 같은곳을 나온
신기한 인연도 있더군요!! 이런 우연이!
'붕어빵 기계' 가격에 대한 질문을 드리면서, 사실은 3년뒤~4년뒤 혹 제가 영업장을 이전하게 된다면
박스아주머니에게 하나 사드리고 갈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다고 하며, 박스 아주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붕어빵 기계가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ㅠㅠ)
아주머니 사정을 간단히나마 말씀을 드렸고, 알바생으로 같이 일하시면 어떤가 하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놀라운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보다 10여살 많아보이시던 파지아주머니가 사실은 저랑 3살차이 밖에 안나는 누님이었어요!)
그런데 붕어빵 사장님이 몸이 좀 불편하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붕어빵을 맘먹은만큼 팔기 힘드시고,
체력때문에 일찍 들어가셔야 할 것 같은데, 같이 일할 수 있다면 붕어빵 사장님은 체력을 아끼셔서 좋고, 박스 아주머니는 돈을 추가로
버실 수 있으니 좋은, 서로 윈윈되는 상황이 될것 같다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내 곧 박스 아주머니에게 붕어빵 굽기를 시켜보기로 하셨습니다.
저도 옆에서 지켜보았고요. 조금 서툴긴 하시지만 원체 성실한 스타일이라 잘하시긴 하는데, 불조절 하는것을 좀 힘들어 하시더군요.
저도 얘기나누다가.. 제 오지랖을 살려 직접 짬짬히 붕어빵을 구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고,
제가 음식만들고 이런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요령도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
그날부터 몇일간 시험삼아 두분이 같이 일하셨어요.
체력이 약한 붕어빵 사장님은 손님에게 인사하고 붕어빵 내주시고 기타 관리를 옆에서 하시고,
박스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구우시고요. 그리고 그렇게 같이 일한시간동안 번 돈은 두분이서 재료값을 제외하고 반반 나눠갖기로 하셨어요.
아참, 그리고 붕어빵 가게 자리가 정말 좋습니다.
주변에 아이들이 많은 자리고, 옆에 슈퍼가 있는 자리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이라서
손만 빠르고 손님 대하는게 능숙하면 정말 매출이 어느정도는 안정적으로 나올만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박스아주머니가 익숙치 않으셔서 그런지 붕어빵을 좀 많이 태워먹으시고,
손님이 오면 눈을 마주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걸 못하시고,
옆에 사람이 말을걸면 붕어빵 굽는게 헷갈리셔서 매우 정신없어 하시고.. 등등
(박스를 주우시다 보니 동네에 아는 분들이 많고, 특히 나이드신 분들이 와서 '이제 붕어빵 장사도 하느냐'며 간섭을 많이 하세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러니까 태운다. 주변이 더럽다. 등등등)
그렇지만 붕어빵 사장님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크게 뭐라하진 않으셨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붕어빵 사장님이 저에게 상의를 하시더군요.
'나는 옆에 식당을 얻어서 운영할 생각인데, 박스 아주머니가 괜찮다면 넘겨주고 싶다'
와... 너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스 아주머니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셨어요.
근데 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전단지 알바를 제안할때도 그랬으니까요.
아주머니가 일단 '글쎄요' '너무 힘들다'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겠다' 라는 말씀만 하시지
한번도 '네 제가 해볼께요' 라고 적극적 의사를 표시하신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알바를 몇일 시켜드리고 돈을 받아가신다음 '내일 또 하실거죠?' 라고 여쭤봐도
'글쎄요.. 너무 힘들어서.. 내일 봐서요' 이런식으로만 말씀하시곤
다음날이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해진 시간에 올라오셔서 일을 받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런게 아니다. 원래 말 습관이시다. 겁이나셔서 그러신거다 하고 해명을 해드리곤 했는데,
몇일간 옆에서 같이 일하며 그런 제안을 해도 박스 아주머니가 워낙 하겠다는 말을 절대 안하시고 소극적이니까
붕어빵 사장님도 마음이 좀 바뀌시는것 같더라고요. '왜 내가 이렇게 사정하면서 이걸 하라고 해야하나?' 하고요..
그리고 오늘은 마침내
'그냥 다른사람 하라고 하던지 해야겠다. 이곳에서 장사 하겠다는 사람 꽤 있는데, 나는 xx사장(접니다) 말을 듣고 사정이 딱해
시키려 한거고, 수입은 붕어빵이 잘나가는 2월까지만 수입을 나눠먹고, 그 이후엔 이 자리에서 어떤 장사를 하든 이제 맡아서 하라 하고,
나는 식당운영만 하려고 하는데.. 저렇게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안해주니 이젠 모르겠다..'
저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3시간이나 제가 옆에 붙어서 불조절하는법, 붕어빵 굽는법, 손님대하는 요령을 가르쳐 드렸었는데,
노력한게 허사로 돌아가는듯한 마음에 더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략 3시간 가까이 옆에서 설득을 했어요.
저렇게 좋은 제안 해주시는 사장님이 어디있느냐, 수입은 얼마나 좋아지겠느냐, 딸을 생각해라,
내년부터는 이제 혼자 독립해서 장사하면 더 벌 수 있다, 내가 짬짬히 나와서 도와주겠다,
두려울게 뭐가 있느냐. '하겠습니다' 라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해야 아주머니에게 넘길 수 있는거다. 등등..
그리고... 장장 3시간만에... 마침내!!!!
박스 아주머니가 '네.. 하..하겠습니다. 할게요 이모님!!' 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이제 이번주말까지만 두분이 같이 하시고, 다음주 부터는 붕어빵 아주머니의 홀로서기, 홀로장사가 시작됩니다.
제가 중간에서 너무 오지랖을 부린 덕분에.. 저도 한동안은 붕어빵 굽는 냄새 실컷 맡으며 중간에서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 물론 필요하시다면 전단지 알바도 계속 드릴꺼고요.
그리고 요 얘기는 여담이지만
아주머니 얘기를 전해들으신 제 어머니께서 아주머니께 전해드리라며 지갑을 하나 선물하셨습니다. 비싼건 아니고요.
선물을 전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받으셨고, 전에 쓰시던 지갑은 약 10 여년 넘게 쓰신거라고 하시더군요.
'지갑 선물해드렸으니 돈 많이 버세요' 라고 말씀드렸어요.
붕어빵 사장님께서는 '왜 나는 안주냐' 며 시기하셨고요. 크크.
여담 한가지 더,
그동안 여러번 보면서도 단 한번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던, 박스 아주머니의 딸아이 목소리를 드디어 들어볼 수 있었네요.
박스아주머니가 붕어빵일을 하니까 아이도 좋은지 옆에 앉아서 박스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더군요.
옆에서 보다가 '엄마가 붕어빵일 하는게 좋아?' 하고 물어보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하더군요.
아이 표정이 매우 밝아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박스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끝... 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네요. 크크..
하지만 제가 전해드리는 이야기는 이게 마지막일것 같습니다.
부디 아주머니가 장사 많이 하셔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아주머니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12-29 12:3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