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01 18:07:44
Name 윤여광
Subject [yoRR의 토막수필.#18]Photo Essay

[BGM - Nickelback]
[Photograpg]




  방안에서 가만히 누워 위로 손을 뻗으면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아무것도 잡히질 않는다. 졸린 눈은 자꾸만 감겨만 오고 답답한 마음에 손만 휘젓는 나한테 보이는 것은 깜깜한 방 천정에 붙어있는 형광등 하나. 저 따위 등 하나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두운 방안에서 저렇게 선명하게 보이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즘이면 눈이 감긴다. 다시 눈을 뜨면 역시나 나에겐 아무 의미 없는 형광등 따위가 제일 처음 보인다. 참 하릴 없는 짓거리.




  또 얼마나 쳐마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딴에는 조금이나마 정신이 남아있어 무단 횡단은 하지 않는 웃기지도 않는 다리 두 짝. 붉게 점등된 신호등 아래로 길게 뻗은 저 길처럼 내가 사는 날들이 바로 정렬될수는 없는걸까. 그게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진리 따위 깨닳은지 오래지만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걸 보면 나 역시 다른 무지한 짐승들과 다를 바 없는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렇게 살다 그저 그렇게 눈 감을지도 모를 사람 중 하나인가 보다.



  답답한 속이나 좀 풀어보려 엉금엉금 기어나간 산책로에는 늦게 일어났다고 놀리기라도 하는 것인지 저무는 태양치고는 너무나 화려한 빛이 2인 벤치에 비쳐지고 있었다. 풀썩 주저 앉아 탁한 호수를 쳐다보니 어젯밤의 길게 뻗는 길이 생각나 또 짜증이 났다. 저 탁한 깊은 수렁이 내 인생인것 같아 울컥하는 못되먹은 성질을 참지 못해 또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만 가져다 대면 또 아무 의미없이 잠시 피어오르다 꺼질 역겨운 연기...담배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런 암울하기만 한 현실만을 상상하기엔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은 상쾌하다.



  그래도 지난 날 날 달래준 이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하기엔 꼴에 얼마 남지 않은 내 감상은 사치다. 별 일 없이 만나서 마시고, 속이 쓰린 날 풀어보자고 만나 마시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지 않는 내 그리움을 달래보려 마시고. 이제는 한 동안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난 이 친구를 혼자서 만나기엔 아직은 어색하고 힘이 드니까. 그래도 가끔은.....찾아가서 어리광부리고 맨 정신에는 차마 담지 못할 말도 뿜어 낼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뭘 믿고 저렇게 활짝 피었는지 모르겠다. 저렇게라도 피어있지 않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초라한 잡초가 되기 두려워 발악을 하는 것인지,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감에 지는 태양 아래 오만하게도 몽우리를 다물줄 모르는 건방진 행위일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그 모습을 동경한다. 동경만으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답답해지는 내 좁은 가슴.



  남의 속도 모르고 어물쩡 넘어가 버리는 태양은 이내 보이지 않고 달빛이 없어 어둡기만한 산책로를 가로등이 다시 밝게 비춘다. 이제는 돌아가야지. 나의 집으로 돌아가 다시 내일 하루 준비를 해야 하고, 아니 그 이전에 허기진 배를 뭐라도 먹어서 채워야지.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고들 하는데. 나는 왜 오늘 지는 저 해가 이리도 안타까울까.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하는 어제의 한숨이 기억나서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쨌든 오늘이 다 지나가는 이 시간에 나는 또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하는 대답없는 한 숨만 내쉬고 있다는 일.

어쨌든 내일 뜨는 해를 맞이해봐야 알 일이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03 07:2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김이
06/03/01 18:43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보는 토막 수필이네요. 오늘은 색다르군요.^^

내가 원하는 미래가 아직은 확실히 보이지 않지만,
그걸 제대로 잡을 수 있을 지 확신도 안 서지만,
언젠가는 선명하게 다가올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다보면
활짝 피어있는 저 꽃처럼,
길게 뻗은 저 길처럼 멋진 미래가 오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06/03/01 18:47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힘은 내는것이 아니라 만드는것이라더군요. 그것도 마음에서.
넘어지지 마시기를.
말이 할 수 있는것은 별로 없어서, 고맙다는 희미한 웃음 남기겠습니다 ^^;
아케미
06/03/01 19:13
수정 아이콘
사진도 좋고 노래도 좋고 글도 좋고…… 고맙습니다.
06/03/01 22:13
수정 아이콘
요즘들어 하루 하루가 더욱 소중해지는듯한 느낌입니다.
여광님도 그러신것 같네요.^^;;
오늘이 아쉬운 만큼 내일을 열심히 보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그래도 노력은 해보렵니다.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06/03/01 22:50
수정 아이콘
늘 잠깐이라도 쉴 공간과 시간을 주시니 고맙네요.
잘 봤습니다. (잘 들었구요.^-^)
06/03/01 23:10
수정 아이콘
Good ~
Timeless
06/03/02 00:23
수정 아이콘
정말 좋네요^^
06/03/02 00:3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06/03/02 02:11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사진이군요.. ^^

노래도 좋고.. 멋져요. 감사합니다. ^ㅡ^
06/03/02 08:00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좀 색다르네요..
그래도 좋네요....^^
나는 나!!
06/03/02 23: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글을 읽으면서
나도 나도....
이러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54 [잡담] 버스는 주장한다. [10] Bar Sur5590 06/03/08 5590
653 저그...그 끝없는 변태 [11] 데카르트6731 06/03/08 6731
652 저그의 대테란전 새로운 패러다임, 방업히드라+ [39] Ase_Pain7935 06/03/07 7935
651 청춘을 위한 글 [10] kaka5554 06/03/06 5554
650 [2006 다섯번째 제안] 차륜전방식의 팀플레이 [22] 마술피리5250 06/03/06 5250
649 지극히 개인적인 2006년 스타 희망뉴스 8 [27] 버관위☆들쿠6042 06/03/06 6042
648 그렇다.. 난 그래서 'July'를 좋아한듯하다.. [10] 나무5570 06/03/06 5570
647 캐터배틱 마재윤,,,,토네이도 이윤열.. [8] yellinoe7628 06/03/05 7628
646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 개척시대 - [7] AttackDDang5131 06/03/05 5131
645 강민의 출사표 [19] legend7306 06/03/04 7306
644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27] AhnGoon6263 06/03/02 6263
643 [yoRR의 토막수필.#18]Photo Essay [11] 윤여광5051 06/03/01 5051
642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58편 [36] unipolar6433 06/02/28 6433
641 랜덤맵은 과연 꿈인가? [40] 마술피리7314 06/02/28 7314
640 슈퍼패미콤에 재미난 게임들이 많네요. [67] SEIJI10791 06/02/28 10791
639 떨리는 손 - 그들의 애환 [15] 중년의 럴커6111 06/02/27 6111
638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57편 [20] unipolar6198 06/02/24 6198
637 OSL, MSL 스타리거의 차기리그 잔류가능성 시뮬레이션 [8] 마술피리6832 06/02/24 6832
636 한국계 동양인, 헐리웃 영화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 [38] 럭키잭9818 06/02/22 9818
635 세번째 제안.. 여성부리그의 대안화.... [18] 마술피리5248 06/02/22 5248
634 조용호, 그에 대한 소사(小思)... [16] Sickal6341 06/02/22 6341
633 수학 글이 나와서 하나 씁니다. [38] sgoodsq2896885 06/02/21 6885
632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56편 [17] unipolar5856 06/02/20 585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