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5/14 17:44:21
Name pioren
Subject [write 버튼의 중요성]사자의 기호품은 코끼리 똥이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나왔던 재밌는 사실중 하나.
사자는 코끼리 똥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기운이 없는 사자에게 사육사가 코끼리 똥을 던져주면 가까이 다가가 냄새도 맡고 하다가
온몸에 바르고 뒹굴거리면서 놀며
즐거워 한다더군요. 똥 위에서 말이죠.
우리에겐 똥이지만, 사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보물인 셈입니다.

기나긴 임진록의 시작이었던 2001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VOD 조회수 130만이 넘어갔을 정도로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였던 홀 오브 발할라의 1차전이 결국 임요환 선수에게로 돌아가자,
결승전의 분위기는 가라앉는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아깝다. 다음번엔 이길 수 있을 거다.....이런 분위기도 존재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엔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해도 임요환을 이길 순 없는 건가' 하는, 그 생각 말이죠. 다음 맵도 당시로서는 테란이 할만한 맵인
정글 스토리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중앙에서 바이오닉 병력과 히드라 럴커 부대가 치열한 대치를 이루고 있던 순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가디언 부대가 테란의 안마당을 초토화시키면서 결국 2차전의 승리는 예상을 깨고 저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때의 관객들의 엄청난 함성을 전 잊지 못합니다. 두시즌 내내 임요환 선수에게 압살당해 온 저그 유저들의 괴성이랄까요,
정말 엄청난 함성이었죠. 또한, 드디어 임요환을 맞대결로 꺾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났다는 놀라움까지요
이 여세를 탄 홍진호 선수는 3차전까지 가져가며 앞서나갔지만, 결국은 4차전 라그나로크와 5차전에 다시 쓰인 요환 오브 발할라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역전패해 준우승에 그칩니다. 하지만 이때의 승부로 홍진호 선수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지금까지도 최고 게이머 중 하나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속에 그 가디언의 공격장면과, 그 순간 사람들의 함성은 스타리그를 보아왔던 기억 중에서 절대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의 시점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죠
과연 이 극적인 장면은 어떻게 해서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중앙 접전 상황이라 함부로 다른 곳을 찍을 순 없었겠지만
뻔히 가디언 테크를 올리는 것까지 확인해 주었음에도 그 이후 뮤탈리스크의 위치라던가, 가디언 변태 장면에 신경을 쓰지 않은
당시 옵저버의 멋진(!) 실수가 만들어 낸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제가 그 장면을 본다면
'온게임넷 옵저버 또 놓쳤어!!! 저런 #%^&&@#~~~ -_-+'
아마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네요 ^^;
이 장면 이외에도, 온게임넷의 경기에선 상당히 극적인 장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기나긴 서론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게 뭐였느냐,
어느 측면이든 만족시키는 그런 건 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
악명높은 온게임넷의 옵저버는 역설적으로 수많은 극적인 깜짝쇼를 연출해 냅니다.
누가 출연할지 뻔히 알고 있는 공개방송과 갑자기 깜짝 벌어진 스쿨 오브 락에서의 학생들의 놀라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일성 전 KBS해설위원이 절대적인 위치라고 해서 허구연 해설위원의 해설이 재미없거나 떨어지는 건 아니겠죠.
실례로 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은 온겜의 해설을 엠겜보다 훨씬 선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칼날같은 딱딱집는 본좌해설이 누구에게나 선호받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쓰잘데기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무도 체크하지 못하는 그런 것까지 조사해서 나오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해설이 더 선호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게임 내적인 면을 집어내는 건 떨어지더라도 말이죠.

모든 사람에게의 호불호는 절대로 일치할 수 없습니다.
백전백패의 게이머가 프로리그에 출전한다고 생각해보죠
어느 사람에게는 '저 허접한 게이머 왜 자꾸 나오느냐' 라는 시선을 주는 그 게이머의 출전이
다른 사람에게는 '저 게이머의 끝없는 도전정신' 내지는 '선수를 끝까지 믿고 기회를 주는 믿음의 감독(김인식 감독? ^^;)' 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마음대로 평가할 권리도 있고, 욕할 권리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세계는 그런 우리의 기반에 의지한 것이니깐요. 프로의 세계는
(개인적으로 저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의견에 '네가 해봐라, 그정도 할수 있나' 라는 대답을 가장 싫어합니다. 만약 그게 맞는 논리라면
지구에서 축구에 대해 평가할수 있는 사람은 호나우딩요밖에 없겠죠. ^^;)

전 아직도 황선홍 선수를 아주아주 싫어합니다. 94년 미국 월드컵.
스페인과의 극적인 무승부, 1승만 하면 16강이 보이는 상황. 그리고 볼리비아전
그 건곤일척의 경기에서 보여준 수많은 대공포화. 사이드 와인더(옆으로 벗어나는 슛;)....
진짜, 중1이라는 어린나이에 아는욕 모르는욕 다 섞어가며 친구들과 분노했죠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기였더라도 아마 전 게시판에 글같은걸 써놓진 않았을 겁니다.
그 개인의 기호를, 욕을 공개된 공간에서 표현한다는 것은 더이상 그게 개인의 기호나 생각이 아닌 것이니깐요.

해설이든, 맵이든, 밸런스든, 사람이든 어떻다 어떻다 생각하는 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욕하는 것도 자유고, 집에서 다트에 사진을 달아놓고 가이디드 애로우를 날리든, 피규어 얼굴에 사진 붙여놓고 체어샷을 날리든
그건 민주 국가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개인의 자유입니다(....좀, 아닌가요? ㅋ)
하지만 어느 해설에 비해서 타 방송 해설이나 다른 해설이 너무 못한다든가,
맵 밸런스가 너무 이상해서 제대로 된 게임이 안나오는 것 같다든가,
뭔가 선수 플레이가 너무 안좋다며, 프로게이머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실망스럽다던가,
그런 말들을, 애정섞인 질책이나 격려조차 곁들이지 않고 여과없이 게시판에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머리 속에선 반대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혹은 우리가 모르고 있는
다른 사정이나, 숨겨진 얘기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깐요.
더군다나, 그 게시판이 그 당사자들이 드나들고, 보는 그런 게시판이라면요.
(예전의 김진태씨의 글이나, 김동준 해설의 글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죠)

기나긴 글을 쓰든, 자그마한 댓글을 달든 그 공간이 PGR21이라는 공개된 공간이고,
자신의 비난이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write 버튼을 누를 때, 다들 한번만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그 비난이 1+1=2처럼, 반드시 정답이고 옳은 의견이 아닐 수 있다면, 최소한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해 주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원래는 프로리그 시합간의 잠시 사이에 글을 쓰려 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팬택과 이네이처의 시합 2차전이 시작되었네요 하핫. 시합 보러 가야겠습니다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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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엠바르
06/05/14 17:53
수정 아이콘
최근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써주시네요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Silent...
06/05/14 18: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봤습니다..^^
06/05/14 20:50
수정 아이콘
동감!!
본 글(글쓴이의 생각)과 관련없는(또는 파생된) 일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 너무 지겹습니다.
당사자들이야 발끈 또는 억울한 측면이 있어서 주위 눈치는 아랑곳없이 논쟁을 벌이겠지만 갑갑 답답합니다.
자기가 맘에 안 든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알려야 된다는 투철한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분이 이곳에도 의외로 많은 것에 놀랍니다.
개인의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으로 이해 좀 해 주시고, 경기에 관한 평(잘했다는 점) 또는 선수 응원글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논란이 될 지 안될지는 글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잘 알것 같은데 너무 생각없이 쓴다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요 아래도 몇개의 글이 있네요^^
가끔은 운영자님들께서 주제와 상관없이 흐르는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질때는 댓글은 잠시 잠궈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글루미선데이
06/05/14 23:49
수정 아이콘
10배의 조회수가 올라있는 글과 참 비교됩니다....
정말 좋은 글이라는 생각만 드는데요
이런 글도 에이스가면 안되나요? ^_^
06/05/15 00:09
수정 아이콘
음...역시나 예상했던 무관심이...하하핫 ^^;
06/05/15 00:1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좋은 답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
Timeless
06/05/15 00:16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은 에이스로 갑니다^^;

이런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회원 중에 문제 일으키는 회원은 별로 없습니다. 공지 안읽고, 자제나 부탁들 안읽는 회원들이 주로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가끔 그런 글을 쓰면서도 '어차피..' 하는 생각도 드네요. 휴우
솔로몬의악몽
06/05/15 01: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최소한 추게로 한 번 보내주세요.
하지만 이런 글이 이미 이 게시판에는 소용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 약간은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06/05/15 01:21
수정 아이콘
황선홍 선수의 일화와 관련되서...
94년 월드컵 당시 황선홍의 개발(?)만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하석주 선수의 실수는 황선홍 선수의 실수보다 더 컸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하석주 선수는 킥의 정교함을 가다듬어 한국 최고의 프리키커가 됐습니다. 물론 98월드컵에서 첫골의 흥분을 참지 못해 백태클에 이은 레드카드로 한국 축구사에 첫 선제골의 기록만 남기고 멕시코에 패배를 하게 됩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왜곡되어 재생산됩니다. 황선홍 선수의 개발(?)사건만 기억하지 하석주 선수의 실수는 황선홍의 실수에 묻혀 혹은 황선홍 선수의 실수로 둔갑하여 황선홍 선수는 매장되었습니다.
그와 유사한 사건이 e-스포츠에서도 없지 않을 겁니다. 황선홍 선수야 2002 월드컵에서 명예회복하여 국민적 영웅이 되어 과거의 불명예를 씻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판의 잣대에 엄격해 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06/05/15 09:47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에겐 관대해지면서 타인에겐 엄격해지는 이중적인 잣대는 영원히 풀어야할 숙제인것도 같아요. 글에 매우매우매우 동감을 표하며 사실 저도 늦게 클릭해서 되게 죄송스럽고 스스로 민망하고 또 섭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글 많은분들이 읽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06/05/15 11:03
수정 아이콘
한페이지 넘어갔으니 곧 에이스 게시판으로 가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구김이
06/05/15 11:22
수정 아이콘
에이스 게시판으로 가서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봤으면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두미키
06/05/15 13:24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이네요.
아마 다들 생각하시는 내용을 '옮겨준' 것에 불과(?) 한 것이겠지만
이렇게 글로 쓰고 또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죠.. 아니 어렵죠
대단하십니다 ^_^
전 아직도 댓글을 제외하고는 Write 를 누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PGR.. 무겁네요.. 그리고 전 '글'을 보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
06/05/15 16:07
수정 아이콘
역시 좋은 글엔 리플은 적군요.
앞으로 리플이 적은 글부터 봐야겠습니다.^ ^
06/05/15 19:01
수정 아이콘
단순히 이곳에서의 글쓰는 것만이 아니라 평소의 언행에 있어서도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되네요..
엘케인
06/05/16 07:52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추게로~
06/05/16 20:28
수정 아이콘
에이스게시판에 올 글까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얘기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글루미선데이
06/05/16 21:36
수정 아이콘
웃으면서 그리고 동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꽤 잘 쓰셨어요 좋은 글 읽어서 감사한건 접니다 ^_^

ps:특히 앞부분 사자 이야기는 다시 봐도 웃기네요 후하하
(뭔가 교훈적이기도 하고 하하)
non-frics
06/05/20 00:06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정말 write버튼누를 때 한 두번씩만 생각한다면,서로 상처받을 일은 없을텐데요..
06/05/24 11:19
수정 아이콘
사자의 기호품은 코끼리 똥이다.
잘 봤습니다 ' _')b
스피넬
06/05/26 23:28
수정 아이콘
늦게봐서 댓글을 달지 안달지 잠시 고민했지만,
글쓴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쓰네요 ^^
놓칠뻔 했던 글을 두고두고 볼 수있는게 이 게시판의 묘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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