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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22 15:32:13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Shame on you
* 이 칼럼은 2011년 7월 22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최근 NASL에서 우승해 대한민국에 금의환향한 이호준 선수가 느닷없이 방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 역시 많이 놀랐으며, 이로 인해 현재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이번 일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을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읽을 수록 제가 느낀 놀라움은 의심으로, 그리고 의심에서 부끄러움과 창피함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러 관련 사항을 보면 이호준 선수의 일과 관련되어 EG 측에서 엄연히 감독에 대한 통보 없이 선수에게 직접 제의를 한 것은 사실이기에, 이런 EG 측의 행동이 상당히 불쾌하다는 말에 저는 처음에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인터뷰 기사에서 이호준 선수에 대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게임단과 선수 간에 계약서가 없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했다. 팀원들도 동의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진실된 열정과 가능성이 보여 당분간은 쓸 필요 없겠다란 생각을 했다. 절대 믿었다. 지금은 조금 후회된다."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을 보고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아마추어적인 마인드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의 진실된 열정과 가능성'이라니요. 프로의 세계는 철저히 계약이라는 기본적 약속에 의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과거에 이런 판이 없었던 10년 전이면 이런 사고방식이 용납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사고방식이 용납되는 시기가 아닙니다. 그런 사고방식은 팬들도 용서하지 않습니다. 계약이라는 기본적 절차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제의를 받고도 선수들이 의리로 거절하는 것이 언제까지 당연하게 여겨져야 합니까?


더욱이, 이번 일이 더욱 참담한 것은 다른 게임단도 아니고 스타크래프트 2 종목에서 최초로 연봉제를 채택했다고 알려진 게임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계약도 없이 연봉을 지급하는 프로 게임단이 어디 있느냐'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상황에 직면한 게임단 및 협의회 관계자 분들께서는 이런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분개할 게 아니라 이번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지금까지 게임단을 운영해 온 행동을 반성하며, 오늘 당장이라도 체계를 바로잡는 데에 역량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체제는 현실적으로 일부 종목과 일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선수와 게임의 권익을 억압하는 기존 e스포츠 체제의 안티테제로 인식되고 있지요, 그리고 스타2 협의회는 그에 속한 선수 및 게임단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들어 누군가가 저나 여러분들께 스타2 협의회가 게임단과 게이머의 권익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하면, 그에 대해 무슨 말을 하여야 하겠습니까?

이번 일은 입이 열 개가 아니라 백 개, 천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소홀했던 게임단의, 협의회의 잘못입니다.


더불어 곰TV 측에 요구합니다. 이미 과거 칼럼에서 주장한 바입니다만, GSL 외에 대한민국에서 다른 <스타크래프트 2> 대회를 만드는 데에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게임 방송사를 포함해 어떤 단체든지 말이지요. 이런 일이 일어났음에도 만일 곰TV 측이 지금까지 관계자 인터뷰 등에서 주장한 것처럼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단일리그로 존재하는 게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단단히 잘못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지금의 곰TV측의 행동은 GSL이라는 리그 주최자의 측면으로는 몰라도 <스타크래프트 2> 독점 사업자로서의 측면에서는 실격입니다.

과거 몇몇 외국인 선수 등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 선수들은 GSL과 GSTL이 있는 대한민국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최고 수준의 리그로 여기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GSL만큼은 아니더라도 더 많은 출전기회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10개 게임단이 있고, GSL 예선 대상자만 500명 이상인 대한민국에서 개인리그는 GSL 하나뿐인 지금의 상황. 이것이 최선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상황도 아닙니다.

GSL의 내적 변화만으로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 2> 리그의 저변이 빠르고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리그'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스타크래프트 2> 종목 체제가 정작 내적으로는 전혀 글로벌하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이호준 선수의 이적이라는 이슈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스타크래프트 2> 리그 자문위원 직에 있는 것이 이번만큼 부끄럽고 창피한 적이 없습니다.


프로의 가치는 어떤 대상을 열정과 가능성으로 바라볼 때 탄생되지만, 프로의 가치를 정립시켜야 하는 일을 열정과 가능성 때문에 머뭇거린다면 이런 일은 언제고 또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팀과 선수 관리 측면에 있어 지난 e스포츠 10년의 경험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초보적인 잘못이 빌미가 된 것이며,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스타크래프트 2 리그와 관련한 관계자들이라면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호준 선수가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기를 기원하며, 프로의 관점이 아니라 상식적인 관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이런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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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11/07/22 19:31
수정 아이콘
근데 과연 계약서가 있었어도 이호준 선수가 EG팀으로 이적하는걸 막을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계약서가 있어 EG측이 TSL팀과 접촉해 이호준 선수를 빼오는 절차가 더 들어갈 뿐이지 결국 EG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EG로 가는걸 막을 수 있는건 아니죠. 이호준 선수의 권익은, TSL에 남는게 아니라, 이호준 선수 본인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기 때문에요. 이 사건은 컬럼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선수권익이 보호받지 못한게 아니라, 오히러 선수 권익이 도의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행해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지금 계약이니 뭐니 프로적 마인드를 따지기 이전에, 과연 프로게이머가 프로게이머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가가 선행되는게 먼저가 아닌가 싶습니다. XP에서 스2의 여건이 안좋아 스폰을 한다는 업체가 없다는걸 댓글에서 강조하면서도 계약이니 FA제도니 떠드는 컬럼과 이 컬럼이 도대체 어디가 다른지 되묻고 싶네요.

협의회가 선수 권익을 포기하고, 관련 규정을 게임단이 유리하도록 짠다면, 그리고 그렇게 운영되도록 모든 게임단이 동조해 선수를 왕따시키는 분위기를 만든다면야 앞으로 선수들을 관리하는거야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게임단과 게이머의 권익보호를 위한다는 협의회 설립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이겠죠. 지금 우선 순서는 계약서 따지기 이전에 선수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선수 권익 먼저 챙겨준 후, 게임단의 권익을 챙기는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KeSPA가 요 몇일사이에 스2계 쪽에서 밴치마킹할 대상이 된 것엔 속이 쓰립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KeSPA의 힘의 원천이 어딘가 따져보면, 결국 KeSPA 산하의 게임단이 먹여살리는 선수들인 것이죠. KeSPA가 살면 선수들도 살고, KeSPA가 망하면 선수들도 망하는 환경이, KeSPA가 방송사와 척을 두고, 팬들을 이용해도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입니다. 결국 선수입니다.

또한 그래택 나름대로 GSL을 통해 한국의 스2리그 저변을 확대해 왔고, GSL리그가 점점 공고히 해지는걸 팬으로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 사건 하나만으로 GSL과 그래택이 쓴소리 듣는것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 컬럼에서 이야기하듯이 '이미 10개 게임단이 있고, GSL 예선 대상자만 500명 이상인 대한민국에서 개인리그는 GSL 하나뿐인 지금의 상황. 이것이 최선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것' 맞습니다. 근데, 이게 사실이 아니거든요. 이건 E-Sports시장을 '한국내로 한정'했을때의 이야기입니다. 컬럼에서 이야기하듯이 외국으로 시야를 돌리면 MLG, NASL, 드림핵, IEM등의 여러 대회들이 있습니다. 외국선수들이 한국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한국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GSL의 내실을 가꾸는 그래택이 문제라기 보단, 10개의 게임단을 우후죽순처럼 만들고는, 선수들의 권익보호 이전에 선수가 외부지원에 의해 갈 수 있었던 외국대회마저도 잘 알지 못한채 참가시키지 못하는 글로벌하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몇몇 팀이 더 문제인게 아닌가 싶네요.

지금 한국내 여러팀들 중에 글로벌한 모습을 보이는 팀은 oGs하나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글로벌한 마인드로 스폰을 요구했던 팀은 fou(이제는 fxo korea가 된)밖에 안보이네요. 팀 외형은 전혀 글로벌하지 않지만, 인지도 하나로 글로벌 스폰을 모은 팀은 슬레이어즈와 IM정도, 앞에 언급했던 팀들 외에 자력 지원이 확실한(혹은 확실할 것으로 보이는) Fox팀과 NS호서외에 모든 팀들은 지금 위기라 할 수 있겠네요.

위에 언급된 팀 외에 팀에서 또 해외팀에 선수를 빼앗길때, 또 그때도 계약운운, 리그 주관사 운운을 할 지 그게 걱정이네요.
파르티아
11/07/22 19:40
수정 아이콘
연봉이 없고 받는게없는데 어찌 계약서가 존재한단 말입니까..

이건 연예인 노예계약서랑 마찮가지죠..

우리가 널 키웠으니 넌 도망못가..

계약서를 쓰고싶으면 연봉(최저임금)이라도 주고 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있게
11/07/30 00:09
수정 아이콘
최소한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스타2 프로팀 체계 자체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이름만 프로라고 붙어있지, 경제적 여건이나 선수와 코치 사이의 관계는 전형적인 아마추어라는 이야기이죠. 스타1 초기 시절을 생각했을 때, 이재균 감독님 밑에서 강도경 선수, 박정석 선수 등이 컵라면 먹으면서 연습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계약서를 쓰게 하는 것도 참 웃긴 일일겁니다. "감독 본인은 선수에게 컵라면을 하루에 2끼씩 지급하겠으며, 선수들은 그 조건으로 1년간 본 감독 밑에서만 연습한다." 라고 계약서를 쓰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계약인지마저도 의심스러울 것 입니다. 이운재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보고 여러 상황을 종합한 결과, 현재의 스타2 팀 상황은 딱 요 정도에서 약간 위에 있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보수로 받은 돈을 팀 운영에 써달라고 반납했다고 나와있던데, 이런 여건을 프로 스포츠라고 부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세상 어느 프로스포츠 선수가 월급을 구단에 반납할까요? 특히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였다면 절대 그럴 일이 없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와 팀 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운게 현실이고, 그것을 계약으로 문서화 한다는 것 역시도 어불성설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체계를 바로 잡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오직 돈, 즉 스폰서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기 때무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마찬가지로 프로의 마인드로 보았을 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선수가 이적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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