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1/08/04 18:58:43
Name VKRKO
Subject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미소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겪은 일이다.

그 날 나는 역의 홈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홈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내 옆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한 커플이 있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아슬아슬하게 홈의 노란색 선 안 쪽에 서 있었다.

그 커플은 즐거운 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가 꽤 귀여운 인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러운 기분으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가 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시선은 저절로 열차 쪽으로 향했다.

전철이 들어오는 쪽에 그 커플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 커플도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전철이 커플 앞을 지나칠 무렵, 여자 아이가 남자 친구를 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채 전철로 뛰어들었다.

쾅하고 딱딱한 물건에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뒤를 이어 전철이 엄청난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멈췄다고는 해도 역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열차였다보니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터라 역을 완전히 통과한 후였다.



선로에는 여자 아이의 잔해 같은 것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지만, 결코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 친구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워서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거지?

아까까지 분명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뛰어드는 순간마저도 즐거워 보였는데...



전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서 있는데, 역무원 몇 명이 달려 왔다.

그 중 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사고를 목격하셨습니까?]



나는 혼란스러웠던 탓에 말을 더듬으며 [네, 네...] 라고 겨우 대답했다.

그러자 역무원은 [그러십니까... 저,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경찰이 오면 사고 상황을 증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라고 물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전철에서 인명 사고가 날 경우, 자살 사고 외에도 살인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찰의 현장 검증과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 친구에게도 역무원이 말을 걸고 있다.

남자 친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완전히 혼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증언을 하기로 하고, 역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경찰이 올 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곧 역무원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 친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대로 사무실 안 쪽으로 데려가져서, 나에게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경찰이 도착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정직하게 본 것을 그대로 말했다.

여자 아이는 자기가 열차로 뛰쳐들었기 때문에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다.

남자 친구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밀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전철로 뛰어들던 여자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이었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여자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뛰어들었다고 경찰에게 설명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듯 [네, 감사합니다.] 라고 수긍할 뿐이었다.



방 안 쪽에서 남자 친구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무나도 냉정한 경찰의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자살 사건의 경우에는 모두 이런 상황입니까?]



경찰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이런 상황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자살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갑작스레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밝은 얼굴로, 마치 산책이라도 가듯 자살해버리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죽는다고 마음 속에서 결정해버렸기 때문에 들뜨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에 홀려버린 것일까?

하지만 내가 보았던 전철에 뛰쳐드는 그 모습은 무엇인가에 끌려 들어갔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투고 받고 있습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동네노는아이
11/08/05 11:15
수정 아이콘
흠 반전이 없어서 더 씁쓸하네요.
XellOsisM
11/08/05 11:24
수정 아이콘
옥수역이 생각나네요..
neogeese
11/08/06 14:26
수정 아이콘
뭐랄까.. 반전을 기대 하면서 읽었다가 맥 빠지는 기분이었는데 미소 띈 모습으로 지하철에 뛰어 드는 모습을 상상 했다가
갑자가 오싹해지네요..;;
PGR끊고싶다
11/08/07 22:12
수정 아이콘
남자친구가 뭔가 알고있을것같은데....
11/08/09 00:5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는게 자살하는 사람은 모든것을 포기한 상태라서 편안하게 실행한다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21 VKRKO의 오늘의 괴담 - [실화괴담][한국괴담]같이 가자 [1] VKRKO 8029 11/08/05 8029
220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미소 [5] VKRKO 7118 11/08/04 7118
218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사신님 [8] VKRKO 7844 11/08/03 7844
217 VKRKO의 오늘의 괴담 - [실화괴담][한국괴담]자살한 자의 영혼 [2] VKRKO 8346 11/08/02 8346
216 VKRKO의 오늘의 괴담 - [번역괴담][2ch괴담]오스트레일리아 [8] VKRKO 9473 11/07/30 9473
214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Shame on you [12] The xian7601 11/07/22 7601
213 [스타2 협의회 칼럼] 건강이 최고의 재산입니다 The xian5590 11/07/22 5590
212 [스타2 협의회 칼럼] 프로의 가치가 위협받는 시대 The xian4750 11/07/22 4750
211 GSL 후기 만화 - July. 32강 4일차 [3] 코코슈7715 11/07/08 7715
210 GSL 후기 만화 - July. 조 지명식 <사랑의 스튜디오♡> [8] 코코슈9085 11/06/22 9085
209 백수의 배낭여행 #3-2 [7] T7666 11/06/20 7666
208 백수의 배낭여행 #3-1 [5] T6960 11/06/17 6960
207 백수의 배낭여행 #2 [10] T8327 11/06/14 8327
206 [스타2 협의회 칼럼] 리그 브레이커(League Breaker)가 되십시오. [5] The xian6803 11/06/13 6803
205 백수의 배낭여행 #1 [12] T8272 11/06/10 8272
204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Good, The Bad, The Weird The xian5920 11/05/30 5920
203 [스타2 협의회 칼럼] Next Brand, New Brand [3] The xian5868 11/05/24 5868
202 [스타2 협의회 칼럼] 30시간의 Battle.net 점검 [9] The xian7724 11/05/13 7724
201 [스타2 협의회 칼럼] 안고 갈 것, 떨쳐 낼 것(하) The xian5934 11/05/13 5934
200 [스타2 협의회 칼럼] 안고 갈 것, 떨쳐 낼 것(상) The xian6139 11/05/12 6139
199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그들만의 조지명식 The xian6230 11/05/12 6230
198 [스타2 협의회 칼럼] GSTL의 성장을 기원합니다. The xian5593 11/05/11 5593
197 [스타2 협의회 칼럼] 낮은 경쟁률이 주는 두려움과 가혹한 긴장감. 승격강등전 The xian5011 11/05/11 50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