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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4/20 02:20:52
Name lunatic
Subject 이 영화 보셨나요? <아무도 모른다>
어저께 본 영환데..
주절주절 적어본 글입니다.
보신 분 있으면 감상도 남겨주세요^^
너무 기억에 남는 영화라서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어서요.
음.. 글이 좀 이상해도 이해하세요~
반말인 것도 이해하시고,,
스포일러는 아마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혹시라도 이 영화 꼭 봐야겠다고 미리 생각하신 분이라면,
보고 나서 읽으셔도 될 것 같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좀 길 수도 있어요~

아,, 그리고 첫 글입니다!!^^




  "아키라와 동생들의 새 보금자리"

어느 허름한 아파트, 엄마와 아키라가 이사를 온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싸온 이삿짐을 풀고..
어딘가 수상쩍은 트렁크 두 개가 열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트렁크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 몰래 집으로 들어온 셋째 시게루와 넷째 유키.
그리고 밖에서 이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둘째 쿄코까지.
이렇게 엄마와 네 아이의 새 집 생활이 시작된다.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 뒤에는 서글픈 과거가 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모두 다른 남자며, 아이들은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아 학교조차 갈 수 없다.
엄마는 애들이 많은 걸 들키면 쫓겨날 지도 모르기에,
'밖으로 나가지 말 것'과 '시끄럽게 굴지 말 것' 등의 규칙을 정한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즐겁게 지내는 법을 찾아내어 삶을 꾸며간다.
그리고 무책임한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어 아이들의 시간은 행복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젊은 엄마에게는 다른 남자가 생기고,
엄마는 장남 아키라에게 돈 얼마와 함께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메모만 남기고 사라진다.

이 때부터 아이들의 비밀스런 삶이 시작된다.
들키면 쫓겨나고 함께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아이들은 여전히 집 안에서 숨어지낸다.
곧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동생들.
하지만 아키라는 어렴풋이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느낀다.
남은 돈을 아끼고 아끼며 편의점 음식들로 식사하는 아이들.
엄마가 돌아오겠다던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유키의 생일날이 되어도 엄마는 소식이 없다.
엄마 역할을 하던 쿄코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아키라도 점점 지쳐간다.

결국에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아이들은 공원에 가서 세수를 하고, 물을 떠온다.
돈도 떨어지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얻어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키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사키만이 아이들의 친구가 된다.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된다.

아키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런저런 방법들을 동원해 가까스로 동생들을 챙겨가지만,
결국에는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아키라는 막내 유키에게 비행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짐을 꾸릴 준비를 한다...



  "아무도 모른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냥 보통 아이들의 모습이다.
장난감 하나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기 위해 꽃단장을 한다.
공원에서 물을 떠 집으로 나른다는 것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아이들.
오히려 이 아이들에겐 그것조차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진다.
집에서 나오면 안된다는 엄마와의 약속 때문에 나올 때마다 몰래몰래 주위를 살피면서도,
아이들은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설마 그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아키라는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책임지며 1년 가까이 분발하지만,
아키라 역시 열 두셋밖에 안된 아이.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해야할까.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난 상황.

  "가장 무서운 것은 잊혀진다는 것"

버려지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도시 한 가운데서 잊혀져가는 아이들.
너무도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아이들의 삶은
보는 이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너무나도 비참한 삶이지만, 아직 아이들이라서 그런 걸까,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배고픔을 제외하곤 괴로움의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다음날에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낸다.

아이들은 돈도, 부모도, 따뜻한 관심조차도 받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삶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것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삶이 무어니'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여주는 '삶'은,
괴롭고 힘든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의미를
오히려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 슬프다.
아이들은 너무도 빨리 '삶'을 겪어야 했다.
어른들에게도 삶이란 너무 고통스러울 터인데,
아이들은 이미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아키라와 동생들은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너무 빨리 배웠고,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도 다른 방법으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에는.."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제시되는 영상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혼자이지만, 사키와 함께다.
그리고 더이상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결국에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키 역시 따돌림당하는 '혼자', '잊혀진' 아이라는 점은 눈여겨 봐야한다)

그리고, 실제 사건은 훨씬 더 충격적이다.
(혹시나 몰랐던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 이 영화는 실화다!)

이 영화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가장 슬픈 것은 이 아이들이어야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리 슬퍼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삶의 모양이 어떠하든 그 삶을 살아가고 있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는 서글픔을 느끼게 만든다.

  "어른들은 모르는 도시의 슬픈 동화"

이 영화는 그야말로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 사회는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을 길러낸다.
그야말로 버려진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회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어른들(다른 아이들 포함)은
버려진 자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그냥 그렇게 보아넘길 뿐.

이렇듯 동정없는 세상을,
아이들은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렇다. 이 점이 바로 이 영화가 가장 슬픈 영화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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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inme
05/04/20 03:27
수정 아이콘
아직 안봤습니다.
보고 싶네요.
Driver's High
05/04/20 06:10
수정 아이콘
일제 영화기때문에 패스
이뿌니사과
05/04/20 07:07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누가 추천해주신 글을 읽고 봤습니다.
내용때문에 심히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찮더군요.
막내 유키 너무 너무 이뿌고 귀엽던데 ..
머랄까... 애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그려낸 게 참 잘 된 영화다 싶구요. (저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모든일이 잘풀리고 꿋꿋하다면 애들이 아니죠 -_-;)
@ 사키 <-- 이 역을 맡은 배우가 한국인이거나, 한국계인듯합니다. 엔딩 크레딧에 이름 올라가는걸로 봐서..
별 네개 때립니다.
카이사르
05/04/20 08:55
수정 아이콘
무료한 일상 속...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극도로 ;;) 마지막 엔딩이 끝나고 모니터를 멀뚱히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예스터데이를
05/04/20 09:58
수정 아이콘
정말 허무하면서도...현실적인 영화...실화라죠..
05/04/20 10:10
수정 아이콘
글쎄요. 본인들이 슬프지 않은데 그걸 왜 굳이 '고통'이라 하는걸까요. 슬프다는건 보는 사람들의 감정일뿐 정작 그들은 그다지 슬프지 않았을지도.
05/04/20 11:06
수정 아이콘
youreinme 님 // 여유가 있다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Driver's High 님 // 사실 저도 일본 영화를 추천한다는 게 요즘 정황상 좀 꺼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는 국경과 정치를 초월해 가치를 지닌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감히 추천했습니다~
이뿌니사과 님 // 그렇죠, 유키가 너무 귀엽죠^^ 정말 애들은 애들이구나 싶어요.. 그리고 사키 역을 맡은 배우는 (제 기억에) 한 영혜 라고 크레딧에 뜨던데, 한국인 2세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식 이름은 칸 하나에 였던 것 같네요.
카이사르 님 // 정말 처음엔 저도 너무 지루했었어요~^^;;
예스터데이를노래하며 님 // 영화를 보면서도 과연 정말 이런 일이 있었던걸까? 반문하게 되는 그런 영화네요. 그리고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토우메 케이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예요!) 다른 만화들도 보셨나요..?^^
다인 님 // 음..제 생각은..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고통인지도 몰랐던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리고 삶이란 그렇게 주어지는 것일 뿐, 아이들에게 그것이 고통이냐 즐거움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모든 상황이 아이의 눈을 통해(어른의 눈이 아닌) 보여지기 때문에 슬프게 비쳐지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아이들은 슬픔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 편이죠) 그리고 이 부분이 슬픔을 자아내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제준
05/04/20 11:27
수정 아이콘
Driver's High// 아이디가..라르깡 시엘..노래;;
05/04/20 13:43
수정 아이콘
영화속엔 슬픔과 평화가 공존하고 있죠. 저도 일제영화 안보려고 했지만, 보고나서는 보길 잘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트코베인
05/04/20 14:19
수정 아이콘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더군요. 일본영화 그동안 별로다 별로다 하고있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막판에 가서는 남자 눈에 눈물이 고이게도 하는-_-;; 하여튼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일본 영화...솔직히 요새 판국에 일본영화 추천하는게 약간 그렇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은...예술 아닙니까 으하하하하-_-;;예술엔 국경도 성별도-_-없다;
예스터데이를
05/04/20 14:48
수정 아이콘
LUNATIC/님 토우메 케이 작품 여러게 즐겨봤습니다..좀 야한것도 보고..뭐 그림체가 좀 어두운분위기가 나서 몰입도가 잘 되더군요. 제가 현실적이라고 말한 부분은 아이들이 그렇게 된 부분..세상 사람들의 외면에서 현실성을 말했습니다. 딴지 건건 아니시지만 제가 말한 현실성이 좀 쌩뚱맞아서
Has.YellOw
05/04/20 19:07
수정 아이콘
Driver's High님// '아이디'가 일본노래네요.
저도 일본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노래는 좋아합니다-_-
아이러니하네요
GreaTestConTrol
05/04/20 19:28
수정 아이콘
옛날에 한번 올라오지 않았나요? 이런글.. 보고 싶네요
너에게로날자
05/04/20 22:15
수정 아이콘
감명깊게 봤습니다.. 소리없는 끔찍..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실화라는데 더 오싹했구요. 지금은 그들이 어떤모습으로 있는지 궁금하군요. 왕때 여중생으로 나온배우는 제일교포 한영애 양이라고하네요. 1990년생
05/04/20 23:08
수정 아이콘
커트 코베인 님 // 정말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ㅁ; 그렇더군요~ 여러 사람 울리는 영화인 것 같아요.
예스터데이를노래하며 님 // 네 저도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처절하다고 느껴진다는 그런 말이었어요.^^ 음.. 글로 적을래니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이 다 표현되지 않아서 그런지 좀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GreaTestConTrol 님 // 전에 한 번 올라왔었나요..? 저도 예전에 한번 본 것 같기도 해서 검색해봤는데 없는 것 같아서 적었었는데, 왠지 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니 찾아보면 또 있을 것 같네요..^^;;
너에게로 날자 님 // 그 때 당시가 (아마도 88년인가 90년인가..) 인터넷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언론에서 다뤄지고 크게 떠들썩한 후로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네요. 실제 사건은 훨씬 끔찍하더라구요..
너에게로날자
05/04/21 00:01
수정 아이콘
방금 실화를 소개한 글을봤습니다... 모는거자체만으로도 끔찍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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