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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5/06 06:16:27
Name Port
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問錄 [# 17,18회]
  - '# 16회' 의 고마운 분들께 -


  아케미 님 - "지금"은 저그가 바보가 맞습니다. -_-;;;;; 저그는 마 사라를 점령하는데 있어 주력병력을 "거의" 파견을 안했거든요. '셀러브레이트'가 없는 저그 부대에게 너무 많은것을 바라시면 안되요;;;  의회가 교육마저 독점하려드니 진통이 생기게 되었고, 결국 이것은 아이어가 저그에게 침략당했을때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앗.. 너무나도 많은 스토리를 공개했나;;;

  몰라주는아픔 님 - 헉... 제 글은 단지 소설일뿐이에요 ; 스타크 스토리는 메뉴얼이나 www.starcraft.co.kr 을 참조하세요..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vin 님 - 처음부터 몰아서 보신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헤 해드릴말이 없습니다.^^; 연재물이란게 대게 초반에 고정독자층이 결정되는데.. 게다가 제 글이 난잡하게 분량이 많다보니;;; 읽으시는데 상당히 시간의 압박(;;)이 있으셨을텐데;;;

짐 레이너의 무적모드는.. 저그의 말단병력에다가 셀러브레이트조차 없는 부대이기에 저그의 삽질에 기인...;;  아뭏튼 감사드립니다^^;  


  냉랭테란 님 - 줄라이, 옐로, 초짜등등은 부르드워 미션스토리가 끝나고나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할듯합니다. 조만간 오버마인드를 위시, 자츠등의 셀러브레이트가 등장하면 저그는 본격적으로 반격합니다. 저그가 당하기만하는건 테란미션이기때문에.. 라는 답변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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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부 아이어(West Aiur) 지도 -

   (확대해서 보세요~)





   - 바람의 언덕(Hill Of Wind)의 전투양상 -

   (13회-16회, 바람의 언덕 전투양상)









   17회 - 멩스크(Mengsk)의 야망(野望)  (6)



   8. 의혹의 증폭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2th - 사라 캐리건(Sarah Kerrigan)」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공격!”

   몰려오는 저그들을 향하여 복제 마린, 파이어뱃에게 짧고 굵게 명령을 내렸는데,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다. 잠시 눈을 감았는데 정신이 아찔했다. 럭키아이(Lucky-Eye)가 그런 내 모습을 발견했는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이봐, 괜찮은가? 식은땀이 얼굴을 뒤덮었어.”
  
   “으응, 괜, 괜찮아. 요 며칠 새 무리를 했더니 좀 피곤한가보다.”

   “그럼 잠시 쉬게. 전투는 내가 하겠다.”

   “응······. 아무래도 좀 쉬어야겠다. 멩스크의 드랍쉽이 오거든 꼭 연락해. 나만 두고 가지 말고. 하하하.”

  
   럭키아이에게 자칫 호기를 부린답시고 가벼운 농담을 하며 억지로 크게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눈앞이 컴컴해졌다. 주변이 한동안 소란스러웠으나 이내 점점 조용해지더니······.




   얼마 후, 눈을 떠보니 드랍쉽 안이었다. 옆엔 럭키아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된 거지?”

   “이제 괜찮은가? 갑자기 쓰러져서 놀랬었어.”

   “내가······.쓰러져······?”

   “응. 아까 네가 웃는 도중에 갑자기 쓰러졌었어.”

   “그렇군.”

   아직 정신이 몽롱하여 럭키아이에게 내 상태가 어땠었는지 간단히 물은 후,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것 같았는데, 눈을 떠보니 내가 쉬던 자리가 옮겨져 어느 아늑한 방의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벌써 멩스크(Mengsk)의 기지에 도착했는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니 아까와 같은 몽롱함은 싹 가셔지고 정신이 참 맑았다. 개운했다. 기지개를 쫙 펴보니 온몸에 생기가 감돌며 기분이 좋아졌다. 문 밖을 나서니 조금 더 큰 공간이 나타났는데 가운데에 커다란 소파가 있었다. 그 소파에는 검은빛 장발의 소녀와 럭키아이, 그리고 키가 제법 크고 날렵하게 생긴 여인 하나가 앉아있었다.

   “레이너. 지금 일어났나?”

   럭키아이가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말을 했다.

   “응. 이제 좀 살 것 같아.”

   “이리 와서 앉게.”

   나는 럭키아이가 권한대로 소파로 다가와 그의 옆에 털썩 앉았다. 눈앞의 여인 둘. 과연 누구일까?  

   “아······. 실례지만······. 저기······.”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직접 물어보려 하였으나 입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내 입을 제어하고 있었다. 말이 잘 안 나와서 쑥스럽고 부끄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럭키아이가 대신 말해주었다.

   “아, 내가 소개를 하지, 왼쪽의 여전사는 사라 캐리건(Sarah Kerrigan)이고, 오른쪽의 소녀는 리치아 기르지아 나르치(Richia Girgia Nal_ch)라고 하네. 리치아하고는 구면이 아니던가? 리치아는 자네를 알던데?”

   “뭐? 나르치라고? 그럼 며칠 전에 송신되었던, 그 타르소니스로 여행을 떠났던 나르치일족(Nal_ch 一族)의 생존자란 말인가?"
  
   경솔하게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무사 안일한 태도로 함부로 드랍쉽을 빌려줘서 일족 전체를 파멸로 몰아간 잘못이 있는 나는 반가움과 죄책감 등등이 복합적으로 몰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리치아는 나의 큰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지 않았는지 통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는 것만이 아니었다. 계속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했다. 자꾸 밑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리치아의 윗니는 작은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그런 리치아의 행동을 보니 내 마음은 와르르 붕괴되었다. 일족 전체에 불행이 닥친 현 시점에서 그런 불행을 만드는데 일조한 내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지금으로써는 내가 어떤 말을 하여도 어린 소녀에게 아무런 도움과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나도 리치아를 정면으로 주시하지 못한 채로, 사라 캐리건이라는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짐 레이너(Jim Raynor)보안관인가요? 아까 마 사라의 위성 하나를 해킹하여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무척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한 재능을 지니셨더군요.”

   “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러면 저들은 우리가 바람의 언덕(Hill Of Wind)에서 싸우던 것을 계속 지켜보았던 것인가?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캐리건이라는 여자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멩스크(Mengsk)는 이곳에 지금 없습니다. 잠시 순찰을 나갔지요. 그보다도 당신. 지금 마음속이 무척 혼란스럽군요?”

   “네?”

   캐리건은 뜬금없이 내 마음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불쾌하였다. 그녀는 리치아를 애틋하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며, 내게 조용히 이야기를 하였다.

   “그것은······. 지금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네.”

   참으로 묘한 여인이다.


   나의 간결한 대답을 마지막으로 하여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리치아는 계속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보고 있었다. 캐리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또 무언가에 눌려 입이 열어지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저 이만 나가볼래요. 아무래도 제가 있어서 불편하신가보네요.”


   갑자기 정적을 깬 사람이 있었으니 우리 모두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리치아였다. 리치아는 그렇게 말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나가버렸다. 그 뒤를 따라나선 캐리건. 나와 럭키아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아까부터 모든 게 슬쩍 이상한 나는, 그 두 여자가 자리를 비우자 마법에서 풀린 듯 입이 자유로워졌다.

   “레이너, 너 혹시······?!!!”

   갑자기 심각해진 럭키아이의 얼굴과 그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응? 뭐가?”

   럭키아이로부터 어떤 말이 나올까 가슴을 약간 조려가며 그를 집중하여 보았다. 한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바뀌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너 혹시······. 캐리건이라는 여자에게 반했지?”

   나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그 무슨, 얼,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 말이야. 반, 반했다니······.”

   “하하하. 너 아까 캐리건을 넋 빠지게 보고 있던데? 그리고 지금 말 더듬는 것은?”

   “장, 장난하지 마. 지금 장, 장난할 기, 기분 아니야.”

   이상하다. 내 머리에선 똑바로 말하고 있는데 자꾸 내 목에서 말을 더듬고 있다. 정말 내가 캐리건에게 반한 것인가? 잠시 전을 생각해보면 어떤 무언가에 압도되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었다. 그리고 계속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정말로 럭키아이가 말한 그대로일까?

   럭키아이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캐리건이 들어왔다.

   “잠시 실례했어요. 리치아의 방에 좀 갔다 왔지요.”

   “네.”

   캐리건이 들어오자 또다시 무언가에 압도되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리치아는 지금 정신적 상처가 너무 커요. 관심 갖고 보살펴주지 않으면 평생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지도 몰라요.”

   “네······.”

   “근데 레이너. 왜 아까부터 ‘네.’, ‘네?’ ‘네······.’만 대답하시네요. 제게 뭔가 불만이라도······?”  

   “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또다시 ‘네’가 튀어나오자 럭키아이가 앙천폭소를 했다.

   “하하하. 캐리건중령. 레이너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제정신이 아니라니요? 그럼 리치아와 나르치일족의 일 때문에?”

   “뭐 그것도 있고······. 아무튼 레이너가 그대에게 불만 같은 것은 없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말아요. 하하하.”

   럭키아이는 뭐가 재미있다고 웃어대는지, 그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쬐려보았다.

   ‘저, 저런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나를 놀리고 있어.’

   캐리건은 그런 나와 럭키아이를 한 번씩 쳐다보더니 차분하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까 경황이 없어서 차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군요. 레이너보안관은 지금 도대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모든 걸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캐리건은 내가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생기 있는 어조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캐리건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지금 레이너보안관이 있는 이곳은 멩스크장군의 배틀쿠르저(Battlecruiser)인데, 마 사라(Mar Sarah)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우주상공위에 떠있다. 현재 마 사라는 저그의 수중에 완전히 넘어갔고, 테란연합은 마 사라를 사실상 포기하여, 타르고니스로 후퇴 중에 있다고 한다.
내가 의식을 잃고 나서 정확히 30분후에 드랍쉽에서 정신을 차렸는데, 또다시 잠이 들어 3시간 후에 깨어났다. 멩스크는 자신의 비밀기지로 가기 전에 마 사라(Mar Sarah)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내가 잠을 자고 있어서 3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그 하고 싶은 일이란 테란이 저그에게 쫓겨나다시피 후퇴하는 혼란한 와중을 틈타 마 사라의 중요한 과학기지인 제이콥 기지(The Jacobs Installation)를 급습하여 연합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탈취하는 것이었다. 그 탈취한 정보를 토대로 저그와 싸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허나 ‘코랄의 아들’ 내에서는 마 사라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지라 마 사라 출신인 내가 그 일을 맡아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
]


   비록 내가 연합군에 반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엄연히 얼마 전까지는 연합군에게 월급을 받던 군인이었는데, 하루아침 만에 이런 반역과 같은 일을 저지르라고 하니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관이 들어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보고를 했다.

   “레이너 보안관님. 지금 연합에서 레이너님이 ‘코랄의 아들’과 손을 잡았다 판단하여 마 사라의 보안관직위가 해지되었습니다. 럭키아이 행정관님 역시 그 직위에서 해지되었으며, 지금 에드문드 듀크가 두 분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연합군이란 놈들.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를 전혀 모르는 것인가? 저그라는 외계생명체와 맞서 싸워 테란문명을 보존하려면 적과의 동침이라도 감내해야할 것을, 두 눈 시뻘겋게 뜨고 적에게 구원받은 우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멩스크는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 드랍쉽을 보내어 우리를 구해주었다. 허나 듀크라는 놈은 우리가 저그와 힘겹게 싸울 때도 명령불복종죄를 물었었다. 비교되지 않는가?

   정말 한심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연합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캐리건이 전한 멩스크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여 수락하였다. 부관의 보고를 받자마자 테란연합에 대한 마지막 정나미가 뚝 떨어지면서 아무런 망설임이 없게 되었다.


   제이콥 기지로 침투하여, 최대한의 많은 정보를 캐내어, 저그와 싸우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그와 싸우지도 않고 뒤꽁무니나 빼는 테란연합에게 양질의 정보가 있어봤자 그것은 돼지 목의 진주일 뿐이다. 진주란 것은 아름다운 여인네의 목에 걸려야 그 가치가 발하는 것이다.
  
   과학기지 침투작전을 수락하면서 자꾸 나르치일족과 리치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저그를 박멸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내 무슨 짓이라도 다하리라 굳게 다짐하였다.


  * * * * *


   제이콥기지의 침투는 멩스크가 순찰에서 돌아온 후 하기로 잠정 결정을 내리고, 멩스크가 올 때까지 이런저런 것을 더듬더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에 캐리건에게 나르-첼리오(Nar_Chellio) 군 기지의 드랍쉽 파일럿 ‘맥(Mac)'이 왜 안 보이는지 물어보았다. 아직까지 입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진 않았으나, 아까보다는 조금 편해져서 군데군데 더듬으며 물어보았다. 하지만 캐리건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네? 맥이라뇨? 그 사람이 누구죠?”

   분명히 맥이 메시지를 송신하였기에, 내가 멩스크와 연락이 되어 이곳에 있는 것인데 맥을 모르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코랄의 아들’에서 내가 타르소니스로 파견한 드랍쉽이 공격받는 것을 구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서 리치아가 이곳에 있는 거고?”

   “그건 맞는데요.”

   캐리건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캐리건이 잠시 잊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경청한 캐리건은 다소 의아해했다.

   “정말 그랬었나요? 이상하다······. 앗, 혹시?”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듯 무릎을 치며 놀라는 캐리건.

   “혹시?”

   하지만 캐리건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갑자기 저어하며 말끝을 흐지부지해버렸다.

   “아, 아무것도······. 아직은 추측일 뿐이라서, 섣불리 말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의혹만 증폭시켜준 캐리건의 얼굴엔 약간의 경련이. 그리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무는 것이었다.  

   캐리건의 갑작스런 그 모습에 심히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랐다. 괜한 것을 물어본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저러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표정변화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후, 캐리건은 평정심을 찾았는지, 다시 미소를 띠며 넌지시 이렇게 말해주었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흔히 목표가 있으면, 그 최종적인 목적,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죠. 전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하여도······. 하지만 후자는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과 그 수단의 단계성을 더 중시하죠. 시작이 좋아야 결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대게 이런 사람들은 본말전도(本末顚倒), 즉 삼천포로 잘 빠져서 이도저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죠.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우리 ‘코랄의 아들’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럼 전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길고 장황한 이야기를 나열한 캐리건은 이야기를 끝내더니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말한 이야기 중에 있을 텐데,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은 혼란만 가중이 되고······. 얼마 후, 멩스크(Mengsk)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18회 - 멩스크(Mengsk)의 야망(野望)  (7)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3th - 제이콥기지(The Jacobs Installation) 급습작전 (1)」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턱수염이 더부룩한 사내가 들어와 내게 가볍게, 약간 거만하게 인사를 건넸다.

   “당신이 짐 레이너(Jim Raynor)인가? 그쪽은 럭키아이 강(Lucky-Eye, Kang)? 만나서 반갑다. 나는 악투러스 멩스크(Acturus Mengsk)라고 한다.”

   예상하던 데로 멩스크가 맞았다. 하지만 예상이 전부 맞은 건 아니었다. 온 몸에서 거만함이 물씬 흘러나와, 무척 겸손하고 열정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이미지는 철저하게 깨져버렸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오히려 거만한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첫 대면이니 만큼 우리가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거만함이 좌르르 흐르는 말투에 상당히 거부감이 심했지만, 나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잡았다.

   “구지 내가 말을 안 해도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사정하여 부탁해야 할 사람의 말투가 참 뻔뻔했다. 허나 말투로 꼬리 잡으며 따지고 들 게제가 아니었다. 제이콥기지를 급습하는 것이야말로 저그와 싸우고 있는 우리에겐 최선책 중에 하나였으니까,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긴 했다.

   “레이너, 그대의 전투능력은 연합의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발군이었다. 이번 제이콥기지 작전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공을 세우도록.”

   멩스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휑하니 나가버렸다.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린 럭키아이와 할 말이 없어 어안이 벙벙한 나만 그 방에서 덩그러니 서 있었다.


   “레이너, 그 일을 하지 말게.”

   잠시 후, 럭키아이가 평정심을 찾으며 나에게 한 말이었다.

   “무슨 말인가? 제이콥기지 급습작전은 현재로써 저그에게 대항하기 위해 해야 할 최선책인데?”

   “난 저자가 싫다. 엄연히 우리는 손님인데, 손님을 자기부하 다루듯 하는 사람에게 붙어있기 싫다. 우리 그냥 이곳을 떠나자.”

   “······그래도 저자는 우리를 구해주었어.”

   “구해줬다고? 그 전투는 우리 힘으로 이겼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살아남았다. 뭐가 아쉬워서 저런 자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거야?”
  
   항상 차분한 럭키아이가 이렇게 흥분한 것을 처음 보았다. 나도 마음은 그와 똑같았다. 비록 첫인상이긴 했으나 나도 그자가 싫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공공의 적을 상대로는 원수하고도 동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저그는 보지도 않고, ‘코랄의 아들’과 관계가 있다는 우리들을, 저그를 상대로 목숨 걸고 싸운 우리들을 잡으려드는 듀크와 테란연합이 한없이 미웠다. 그래서 나는 화가 단단히 나있는 럭키아이를 설득하기로 했다.

   “나도 심정은 너와 똑같아. 저런 자를 상관으로 두고 싶지 않지.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무작정 싫다 하여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우리에겐 선택권은 없어. 공공의 적이 눈앞에 있다. 원수라도 손을 잡고 같이 싸워야할 판에, 우리가 그에게서 떠날 수 있는 권리는 우리에겐 없다.”

   “······”

   럭키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내 말에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비록 여태껏 싸워온 저그들이 보잘것없는 존재였다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존재가 우리의 고향 마 사라를 궤멸시켰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테란은 단결해야한다. 머저리 같은 연합에게 희망을 걸지 못하는 이상, 우리라도 절대로 분열이 있어서는 안 돼.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네 선조들의 고향이 한국(Korea)이라는 나라였다며······.”

   저 우리들의 진짜 고향인 지구엔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반도국가가 있다고 한다. 럭키아이의 선조들의 고향······. 그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강력했던 나라였다고 하는데, 항상 내부분열로 인해 멸망하였다고 전해졌다. 5천 년 전, 한국엔 고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옆 나라 강대국 중국과 대등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싸웠으나, 중국 측에서 내부분열을 획책하여 순식간에 멸망해버렸다고 럭키아이가 말을 했었다.
   고구려라는 나라도 있었다 한다. 그 나라도 강대국 중국의 군대를 여러 번 전멸시키며 그 위용을 과시하였으나, 그 당시 지도자였던 연개소문이 죽으면서 그 아들들의 내분으로 인하여 나라가 순식간에 멸망하였다고도 말을 했었다.

   비단 한국뿐이겠는가, 인류의 공통분모라 생각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간단하면서 불멸의 진리.

      
   “이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곧바로 하는 것이 좋겠지? 그럼 가볍게 갔다 올게.”

   “어······.”

   나는 바람의 언덕에서 같이 싸웠던 복제마린들, 복제 파이어뱃과 함께 가기로 했다.


   배틀쿠르저(Battlecruiser)에 장착된, 드랍쉽보다 작은 개인용 수송선에 나눠 탄 우리들은 재빨리 마 사라의 제이콥기지로 향했다. 평상시라면 그곳의 방비는 무척 삼엄하겠지만, 마 사라는 저그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고, 테란 연합이 후퇴하는 상황이라면, 그 기지의 방비는 구지 언급할 필요도, 그 가치도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제이콥 기지는 마 사라 상공위에 떠있는 상당한 규모의 과학연구중점의 군 기지라서, 구지 아비규환의 마 사라로 상륙할 필요가 없었다.

   제이콥 기지의 입구에 안전하게 상륙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입구서부터 삼엄한 경비로 바늘구멍만한 틈이 보이지 않았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무런 방해 없이 무사히 상륙하였다. 이제 입구로 들어서면 미로와 같은 구조로 펼쳐지는데, 이에 대해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멩스크가 구지 나를 이곳에 파견한 이유는, 내가 마 사라 출신이라서 아무런 저항 없이 정보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아니었을까?

   잠시 대열을 정비한 뒤, 제이콥 기지 안으로 들어갈 것을 명령하였다.
  
  


   9. 문(門)


   서부아이어(West Aiur), 신전 동부(Temple East), 레인보우(Rainbow)마을의 중앙 넥서스(Nexus)광장에 15명의 어린 예비전사들과 3명의 기성 전사들이 서 있다.


   “누가 레인보우마을에 대해 설명해보겠는가? 수업시간에 잘 들었다면 전혀 어렵지 않은 대답일 것이다.”

   대충 대열을 맞춘 우리들에게 인투더레인(Intotherain)이 물어보았다.

   “레인보우마을은, 젤-나가(Xel' Naga)의 신전과 가장 가까운 곳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무수히 뛰어난 용기 있는 전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배웠습니다.”

   요시(Yoshi)가 모범생답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또박또박 대답하였다.

   “그래. 맞는 말이다. 또 다른 대답은 없는가?”

   인투더레인은 요시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요시의 대답이 우리가 배운 내용인데 또 무언가의 특징이 있단 말인가? 나는 여태껏 받았던 수업들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더 이상 추가적인 답변이 없는 가운데, 더 이상 다른 대답을 기다리지 못한 인투더레인이 혀를 약간 차면서 말을 꺼냈다.

   “전사의 문(戰士의 門, Warrior Gate)라고 들어본 적 없는가? 레인보우마을엔 전사의 문이 있다. 이 문은 위대한 카스(Cas) 이전의, 영원한 투쟁시대, 아니 그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주 위대한 프로토스 전사들의 유산이다.”

   “!!!”

   모두가 놀란 가운데, 인투더레인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은 그 위대한 문을 견학할 것이다. 그 문은 너희들의 가슴에 무한한 전사의 자긍심과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자 나를 따라오너라.”

   인투더레인이 앞장을 서서 광장 왼편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뒤로 한명씩, 한명씩 장사진을 이루며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폴리가 13번째, 포트가 14번째. 내가 맨 마지막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내 뒤로는 레인보우(Rainbow)와 리치(Reach)가 걸어왔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걸어가는데 리치는 오묘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레인보우는 내게만 들릴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폴트(Folt), 너의 호기심을 믿는다.”

   호기심이라니? 레인보우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셔틀 속에서 들었던 것과 무언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사의 문’과 관련이 되 있겠지······.  

   레인보우마을은 그 규모가 리치마을보다는 컸으나, 관경은 많이 흡사했다. 다만 리치마을과는 달리 사방팔방 시야가 훤히 뚫려있다는 것만 빼놓고.
   마을의 모습을 대충 구경하면서 죽 걷다보니 꽤 널따란 광장이 하나 나왔다. 그 광장 가운데에는 상당히 높은, 아마도 넥서스(Nexus)높이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전사의 문’인가 보다.

   그 전사의 문은 첫 이미지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돌로 된 그 문은 부조 조각이 휘감고 있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 조각은 커다란 호기심이었다. 비록 견학이긴 하지만 지금 수업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곧바로 그 문으로 달려갔다. 달려가 그 조각들을 감상하는데, 뒤의 시선들이 예사롭지가 않아 돌아봤더니 리치마을의 모든 예비전사들이 모두 나의 돌발행동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아차차,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저 맨 뒤에서 레인보우가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젓고 있었다.

   ‘아하, 그렇구나. 레인보우는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

   ‘맞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이 문을 통과하면 무언가 하얀 빛이 감돈다지. 그럼 호기심을 더 부려서 이 문을 통과해볼까.’

   느긋하게 걸어가 문 아치의 정중앙에 서니, 과연 하얀 빛이 문 근처를 감돌았다. 그리고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갈 수 없었다. 몸이 그대로 정지되었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도 같이 하얗게 변하더니, 무언가 사진 같은 영상이 몇 장 스쳐지나갔다.  

   얼마 후, 그 인상적인 사진 몇 장을 머릿속에 담은 채로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의 힘에 떠밀려 반대쪽 방향으로 밀려났다.

   내가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투더레인이 급하게 큰 소리를 쳤다.

   “폴트! 지금 네가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이건 불문율이다!”

      
   이상한 체험을 한 나는 곧바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오니 완전히 영웅이 된 것 같았다. 친구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걸 보았는지 계속 물어봤지만 나는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것을 보았는지,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다만 애들의 호기심만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불문율이래.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정 궁금하거든 직접 가서 체험해봐.”

   폴리와 포트에게 살며시 눈을 찡그리니 이제야 그들도 아까 셔틀에서의 레인보우가 했던 말을 기억했는지, 곧바로 문으로 향해 달려 들어갔다.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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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5/06 07:51
수정 아이콘
허허, 이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겁니까. 설마 폴리가 의회의 끄나풀? 게다가 캐리건의 저 태도는-_-;; 한국이 나오니까 재밌기도 하구요.
몰라주는아픔
05/05/06 16:45
수정 아이콘
폴리..--;;아쒸 내요이 가물가물하네 다시읽고오겟슴다
아그리고..캐리건이 홍진호에요?
05/05/06 20:12
수정 아이콘
폴리가 의회의 끄나풀...-_-;;;인건가;;정말;;;
프로토스 애기가 왜 더 재밌게느껴지는건지..;
(테란애기는 어느정도 예측범주에 들어가서인지;;)
저그는... 조심스레
셀레브레이트 들에 인물들이 들어가는걸로 추..정(끔찍하군요 상상해도;)

홍진호 를 파괴하라~ 박태민을 파괴하라~..입니까(;;..)

죄송합니다.... 요즘 감기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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