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5/21 23:55:31
Name 박영록
Subject 무엇이 승패를 가르는가..
야망 패자...란 소설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간스케: 10할의 승리는 인간의 지혜를 넘어선 일. 모든 것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신겐: 행운이라는 거냐?

간스케: 그것도 있다. 기상, 시기, 적의 강약, 아군의 강약, 대장의 기량,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야만 10할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거둘 수 있는 승리란 고작 7할, 나머지 3할은 인간의 힘이 아니다.

신겐: ...

간스케: 그러나 인간이란 10할의 승리를 얻는 순간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얻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요즘 일어나는 맵 논란, 방심 논란 등은 간스케가 말한 이런 착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승리라는 것이 원래 쌍방의 힘의 우열에다 운을 포함한 여러 환경적 요소가 조합되어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승패의 원인을 단순히 두 선수의 실력 차라고만 보는 것은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면 스타에서는 무엇이 승패를 가르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수들의 실력입니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실력도 좀더 나눠 본다면 플레이 능력, 집중력, 당일 컨디션, 끈기, 승부욕, 긴장, 방송 경기 적응성 정도가 될 수 있겠죠. 그 다음으로 전략 선택의 가위바위보 싸움, 맵에 따른 종족의 밸런스, 몇 가지 운의 요소가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이 늘 같은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 선택도 비슷하고 종족 밸런스도 비슷하고 운도 비슷하다면 실력 차가 가장 결정적인 승패 요인이 되겠지만 반대로 실력 차가 비슷하고 종족 밸런스도 괜찮은데 전략 선택이 많이 갈린다면 가위바위보 싸움이 승패를 가를 수도 있겠죠. 마찬가지로 맵 이외의 요소가 비슷할 때는 맵의 밸런스가 커다란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실력적인 요인도 평소 플레이 능력은 비슷하지만 당일 컨디션이 나쁘다거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문제로 집중을 못한다거나, 상대를 얕보는 마음으로 방심한다거나 하는 등의 세부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역시 실력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그것도 실력이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방심해서 졌다..거나, 컨디션이 나빠서 졌다..가 틀린 진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뭘 말하고 싶은 거냐 하면...

한 경기가 끝나면 그에 대한 분석이 이것저것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 분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패자의 패인 분석일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에 대한 감상으로 사람들이 각자가 패인 분석한 것들을 올리게 됩니다. 이 패인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이 다 후보가 됩니다. 그것이 실력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것이든 운처럼 실력 외적인 것이든 어쨋든 패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게 마련이죠. 맵의 밸런스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잠깐 방심한 틈을 상대가 잘 찌르고 들어와서 졌을 수도 있고 연습량이 부족해서 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지적하는 것은 결코 승자의 승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방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승리를 깎아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패자를 질책하기 위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말들을 승리를 깎아내리는 말로 이해하면 불필요한 논쟁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간혹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논리도 보이는데,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처음 이 말을 한 것이 미야모도 무사시였던 것 같은데 사무라이의 싸움은 어찌되었든 한 명이 이겨서 한 명이 죽으면 진 자가 더 강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이긴 자가 강한 거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죠. 하지만 스포츠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하지는 않습니다-_- 그러니 한 판의 승부로 강약을 말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승패를 가르는 요인은 원래 여러 가지가 있으며 패인을 분석하는 것은 승리를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바라보자..는 겁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때 좀더 과감하고 날카로운 분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패인 분석 좀 했다고 왜 내가 좋아하는 게이머의 승리를 깎아내리느냐....하는 식으로 나오면 경기에 대해 무슨 감상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어, 오늘 누구누구가 잘해서 이겼네..정도의 하나마나한 감상에 그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좀더 여유를 가지고 글들을 읽읍시다. 비판에도 관대해집시다. 여기 누구 하나 악의적인 비판을 하려는 사람도 없고 선수를 모욕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읽읍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한방이닷
05/05/22 00:25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의 승부분석이건 실생활, 대인관계이건 너무나도 쉽게 간과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군요. 좋은 글이네요.
05/05/22 03:11
수정 아이콘
>_<b
새것향해
05/05/22 09:54
수정 아이콘
제가 실질적으로 느끼기엔 실력65,기타35
실력은 컨트롤 25% 운영 35% 기타5%
기타는 긴장감10% 운수20% 기타5%
로보이고 능력에 따라 컨트롤이 영역의 범위를 침략할수도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089 제5공화국과 불멸의 이순신간의 대결 [15] 피터팬4272 05/05/22 4272 0
13088 같은 종족대결시 옵저버에게 아쉬운점 [11] 불타는 저글링5242 05/05/22 5242 0
13087 NY팬들을 경악시킨 쿠!!! 쿠 화이팅!! [14] 서녀비4892 05/05/22 4892 0
13086 You're My Best... [2] TheMarine...FlyHigh4030 05/05/22 4030 0
13085 [픽션] 안녕하세요. 여기는 T1 입니다. [9] 청보랏빛 영혼5306 05/05/22 5306 0
13084 목숨을 걸어라! [8] ryoma4532 05/05/22 4532 0
13083 PGR 오프라인 모임 후기입니다^^ [49] 새벽오빠5603 05/05/22 5603 0
13082 정모 후기입니다^^ [42] 정희석4010 05/05/22 4010 0
13081 난 플토인데 박태민이 좋소.. [30] 비엔나커피5636 05/05/22 5636 0
13080 애처로운 프로토스;; [17] swflying4166 05/05/22 4166 0
13079 PgR in IRC 두번째 이야기... [3] greatFAQ5053 05/05/22 5053 0
13078 천재왈 "괴물과 황제와 붙는게 가장 긴장되고, 재미있다."(경기결과유) [30] 한방이닷7852 05/05/22 7852 0
13077 줄기세포와 그 파장 ..... [14] 오크날다4018 05/05/22 4018 0
13076 무엇이 승패를 가르는가.. [3] 박영록3724 05/05/21 3724 0
13075 방심이나 운 다 실력입니다. [5] might4681 05/05/21 4681 0
13073 미국하고 일본 지들끼리 잘 노네 [19] 먹고살기힘들4549 05/05/21 4549 0
13069 특정팬만 방심 운운? [46] Aiur5837 05/05/21 5837 0
13068 눈을 뜨면. [2] 컨트롤황제4477 05/05/21 4477 0
13067 내가 하렘물을?? [51] goEngLanD6524 05/05/21 6524 0
13066 해킹... [12] YaKaMa4666 05/05/21 4666 0
13065 이긴 게 다 실력때문은 아닌데 왜 그럴까? [45] 잠언5963 05/05/21 5963 0
13064 장 폴 마라 [6] 총알이 모자라.4628 05/05/21 4628 0
13063 예전에 있었던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의 실력 논쟁 [66] Bless6295 05/05/21 629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