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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13 02:07:09
Name Port
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2-25회]

  안녕하세요. Port입니다.
  실은 PGR엔 연재를 하지 말까 심각히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칼을 뽑은 것, 무라도 썰어야겠다는 각오하에 22-25회분량을 둠드랍하겠습니다.-_-;;;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게 생각하며..

  P.s./ 이제서야 오리지널 테란스토리가 끝났습니다. 과연 언제 질레트결승을 서술할지...;;;

  P.s.// 오리지널 테란스토리 끝나고 잠깐 쉬어갈 겸, 외전 3개를 쓰고 있습니다. ^^ 내일중에 외전1을 올리겠습니다.

  P.s./// 리얼리티즘을 위해(?) 욕설을 좀 썼지만, 역시 필터링에 걸리는군요; 욕설은 영어처리했습니다-_-; 이점 양해를..^^





   22회 - 멩스크(Mengsk)의 야망(野望) (11)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5th - 이해할 수 없는 명령」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나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는 극에 달해가고 있다. 한 모금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엔 멩스크가 호출해냈다.

   난 방금 전에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간간히 메아리치는 멩스크의 말 말 말.

   “에드문드 듀크(Edmund Duke)가 일급경보메시지를 타르소니스로 보냈는데 우리는 그것을 해킹하여 메시지를 판독하였다. 이하 전문이다.”

   [여기는 알파부대의 기함 노라드 2호의 듀크 장군이다. 저그들의 습격에 의해 추락하고 있다. 이 신호를 받는 즉시 지원군을 보내 달라. 반복한다. 이건 긴급한 조난 메시지이다.]

   듀크의 그 메시지를 접한 나는 고소한 참기름이 가슴에서 좔좔 흐르며 무언가 막혀있던 것이 뻥 뚫린 기분을 만끽하였다.

   “그놈의 자식. 잘됐네. 결국 저그로부터 학살당하는 동포들을 무시하더니 드디어 대가를 치루는 모양이군.”

   허나 멩스크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가보다.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내 별명을 친밀하게 부르며 말을 걸었다.

   “짐. 그건 아니지. 저 곳으로 가서 듀크를 구해야지.”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였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멩스크는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닌데······.”

   역시 귀를 의심한 사람은 또 있었다. 캐리건과 럭키아이였다.

   “악투러스, 제정신이에요?”

   “멩스크. 지금 한 말을 다시 해주겠소?”

   이렇게 모두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멩스크는 태연했다. 그는 자못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듀크가 냉혈한이라는 것도 알지만 모든 행성이 그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연합군의 장군이라면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된다.”

  “??????”

   “!!!!!!”

   나와 럭키아이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럴듯한 멩스크의 말에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캐리건은 할 말을 잃지 않았다.

   “전혀 맘에 들지 않는 작전이군요.”

   “캐리건. 나는 이 작전에 찬성하라는 것이 아니고, 이 임무를 수행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

   이 말에 역시 캐리건도 할 말을 잃었다. 에드문드 듀크. 그 냉혈한인 척 하는 겁쟁이. 동포가 죽어나는데 눈 하나 깜빡 안하는 냉혈한을 가장하여 저그와의 싸움을 피하려 하는 겁쟁이. 이런 자를 살려둬서 뭐하려는 건가? 행여 동료로 삼을 작정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기 싫소. 우리가 마 사라에서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그 자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오.”

   “럭키아이. 나는 그대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레이너와 캐리건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흐흐흐······.”

   “아니, 이 인간이?”

   주먹을 꽉 지어 멩스크의 면상을 향해 펀치를 날리려는 럭키아이의 제스처. 나는 그의 제스처를 가로막았다.

   “알겠소. 까짓것 금방 끝내버리지.”




    - 행성 뮤(Mu) -


   듀크가 고립되어 조난신호를 보낸 곳은 행성 뮤(Mu)라는 곳이었다. 코프룰루 섹터의 12번째 행성인데, 대부분이 황무지로 덮여있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불모의 땅이었다. 듀크는 아마도 14번째 행성인 발할라(Valhalla)로 가는 도중에 저그에게 공격을 당한 것 같았다.

   듀크의 메시지를 해독한 결과 그는 뮤 행성의 X 101 Y 2672 Z 9133 위치에서 간절히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근처에 저그들이 득실거렸다. 완전히 듀크를 중점으로 하여 동심원으로 겹겹이 포위당한 형국. 게다가 그 좌표위치 주변의 땅은 변화폭이 심하여 그를 안전하게 구하기 위해서는 드랍쉽이 필수였다. 허나 스포어(Spore)라고 불리는 저그의 대공방어타워가 지천에 깔려있는지라 우리의 상륙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저그의 크립(Creep)에 오염되지 않은 딱 한곳. 뮤 행성의 X 101 Y 2672 Z 9133 로부터 동남쪽으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안전하게 상륙한 우리는 이곳의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 답이 없군. 저그의 방어타워가 너무 많아. 엄청난 복제마린을 쏟아 붓는다 해도 엄청난 희생과 물자낭비를 감수해야하겠어.”

   “골리앗(Goliath)은 어떨까요?”

   캐리건이 조심스럽게 골리앗이 어떨지 제안을 했다.

   “그래! 골리앗이 좋겠군. 우선 이 부근을 탐색한 연휴에 기지를 세우도록 하지.”

  
   이번 전투에서 저그상대로 최초로 골리앗을 사용할 것을 합의한 우리는 이 지역 주변에 기지를 세우기에 쓸 만한 땅을 찾아보았다. 동북방으로 1킬로미터 정도 걷자 커맨드센터로 추정되는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 커맨드센터가 있군요!”

   캐리건이 외쳤다.

   “기다려봐. 저그가 득실대는 이 땅에 커맨드센터가 덩그러니 혼자 있다는 건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걱정 마세요. 제 시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저 커맨드센터는 감염되지 않았어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나는 이미 블랙 워터 스테이션 지역에서 저그 속에 홀로 고립된 커맨드센터가 오염된 것을 이미 보았었기에 경계심이 들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캐리건은 고스트(Ghost)였다. 시력이 무척 뛰어나서, 괜한 걱정을 하는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누구의 기지였을까?”

   점차 그 기지가 가까워졌다. 이제는 내 눈에도 그 기지가 저그에게 전혀 공격받지 않은 채로 버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쎄요······. 들어가서 확인해볼까요?”

  
   커맨드센터에 들어온 우리는 그 기지가 듀크의 알파전대가 쓰던 기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라? 알파전대가 쓰던 기지가 여기 있는데 왜 듀크는 엉뚱한 곳에서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거지?”

   “글쎄요······.”

   약간 미심쩍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기로 하고 당장 듀크를 구원할 준비를 하였다.

   “이 기지에는 캐다 남은 미네랄과 가스가 꽤 있군. 우선은 이 자원을 바탕으로 팩토리를 건설하여 골리앗을 꽤 모아야겠어.”

  
   골리앗을 부대단위로 편성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동안에 저그의 공습이 있을지도 모르니 벙커를 군데군데 짓고 마린을 배치해놓았다. 역시 예상대로 저그의 공습이 있었다. 하지만 소규모의 공습이었기에 적절하게 막을 수 있었다.
  
   이윽고, 골리앗이 3부대정도 갖춰졌다. 듀크가 조난당한 위치로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X 101 Y 2672 Z 9133 지점은 도넛형태로 되어있다. 이 지점엔 조그마한 분지가 펼쳐져있고 그 주변으로 꽤 높다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절벽 위의 평탄한 고원들엔 저그의 방어타워가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저그의 방어타워를 피해 골리앗을 연차드랍하여 저그의 방어진을 격멸, 듀크를 구해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X 101 Y 2672 Z 9133 지점으로 가는 길이 있다.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기지 쪽에서 북동방향으로 가다보면 협곡 비스무리한 지형구조가 나오는데, 그 협곡을 통과, 계속 동쪽으로 가다보면 그 도넛형태의 지형구조물로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으로 올라가서 순차적으로 저그의 방어타워를 격멸. 듀크를 구해내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저그의 방어타워를 쓸어버려야 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전자는 위험을 감수해야했다. 저그의 방어타워 위로 유유히 날아다니는 저그의 자폭생물체에 드랍쉽을 몇 대 희생해야 그들의 방해 없이 연차드랍을 할 수 있는데, 그 마저도 스포어의 공격을 맞아가면서 드랍을 해야 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꽤 안전한 루트이며 무난한 루트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과 무수히 많은 적들과 싸워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결국 이것저것 손익을 따져본 끝에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지상으로 움직이는 것이 위험성이 적었고, 자원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골리앗은 마린과는 달랐다. 지상공격으로 저그에게 주는 타격은 마린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파괴적인 대공공격력과 튼실한 몸체. 나와 캐리건의 골리앗 3부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저그들을 쓸어버리며 진군을 계속하였다.

   성큰이라는 저그의 대지방어타워가 위력적으로 골리앗의 몸뚱이를 쑤셨지만 저그의 성큰 수직배치는 내 부대에 별 피해를 주지 못했다. 만일 수평배치였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했을 터. 아직까지는 저그는 물량으로만 상대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계속해서 저그를 쓸어버리고 듀크가 조난당한 X 101 Y 2672 Z 9133 지점에 도착했다. 듀크는 우리의 방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오호라. 이게 누구신가? 꿈에서조차 보기 싫은 얼굴이구만. 그래, 멩스크가 어떤 음모로 너희들을 파견했는가?”

   나는 듀크의 그 면상을 보자마자 속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맹렬하게 솟아올랐다.

   “음모? 너희들의 썩어빠진 연합군을 분열시키려는 계책으로······.”

   그때 갑자기 들리는 멩스크의 목소리. 어디서 들리는지 그 목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하니, 갑자기 드랍쉽 두 대가 우리가 있는 지점에 떠있고 그 위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짐. 그만해라.”

   “······”

   “듀크, 연합군은 점점 분열하고 있다.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고, 저그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우리가 널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허나 듀크는 노련했다. 보기와 다르게 직설적으로 멩스크에게 파고들었다.

   “장황한 묘사어구는 필요 없다. 요점만 말해라.”

   “그래. 요점만 말하겠다. 나는 그대에게 선택권을 주지. 연합군으로 되돌아가 패장으로 치욕을 당하던가, 우리와 힘을 합해 인류를 위해 저그와 싸우던가. 별로 어렵지 않은 선택이겠지.”

   “훗, 내가 너와 함께 싸우라고? 이런, 이런, 이런, 이런. 나는 장군이란 말이다.”

   “군대 없는 장군이라……. 나는 너에게 우리 코랄의 아들들의 상담역을 맡아 달라고 권한 것이지 전장에서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

   듀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듀크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긴 했지만, 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테란연합에서 여태껏 쌓아왔던 명예와 얻었던 권력들. 코프룰루 최강의 부대중 하나인 알파전대의 총사령관. 이것을 쉽게 버리고 역도가 되라하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부대가 고대로 살아있었다면 생각해볼 가치조차 없는 일이였을 터.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일개 장군에 불과하다.

   잠시 후, 듀크는 용단을 내렸는지,

   “좋다. 거래를 받아들이겠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먼 훗날 이 결정을 보상해주도록 하겠다.”


   누가 누구에게 보상을 해준다? 혹시 이놈……. 나는 그때서야 이놈의 야망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약간 눈치를 챘지만, 아직까지는 공공의 적인 저그를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니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다만 듀크를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아직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어 퉁명스럽게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저런 지. R. 맞은 능구렁이 같은 놈을 신뢰하다니……. 믿을 수 없군.”

   “하하하. 짐. 걱정 말아라. 이제 그 지. R. 맞은 능구렁이 같은 놈이 우리 편이니까.”

   “······”

   멩스크는 여전히 자기용건만 말하기 바빴다.

   “짐, 캐리건과 함께 타르소니스의 4번째 위성인 안티쉘로 옮겨줘야겠어. 듀크는 그대의 알파전대 기지에서 골리앗부대와 함께 잠시 대기하고 있으라.”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6th - 하기 싫은 짓」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행성 뮤(Mu)에서 작전을 끝마친 우리는 급하게 안티쉘(Anticell)로 향했다. 멩스크가 안티쉘로 옮기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했다. 얼마만의 달콤한 잠이었는가. 응당 상쾌해야 할 기분이거늘, 또다시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찝찝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방금 전에 커맨드센터에서의 멩스크의 말······. 이 인간, 하는 행동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센터에서 급박한 호출이 있어 급하게 달려가니 이런 보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멩스크님. 우리 위치가 발각되어 2시간 전에 이곳에 연합군의 폭격군이 도착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방어선 내부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습니다.”

   연합군 녀석들. 공공의 적을 눈앞에 두고서도 이런 일에는 전광석화. 하지만 멩스크는 이런 보고를 받고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이 처연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인간, 꽤나 인물인걸.

   “레이너, 럭키아이, 캐리건. 잘 왔다. 우선 원치 않던 일을 잘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 맞아. 나와 캐리건은 듀크를 구했었지. 그런데 듀크 이 작자는 어디 꽁무니 박혀 숨어있기에 모습을 보이질 않는 건가.

   “듀크는 어디 있소? 꽤나 급한 일을 놔두고?”

   “아, 듀크는 타르소니스에 가있네.”

   “당신······. 듀크를 풀어주었나?”

   “아니, 천만에. 더 중요한 일 때문이지.”

   “지금 눈앞에 있는 일은 중요하지 않은가?”

   “그거야 짐과 사라의 능력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은가.”

   태연하기 그지없는 멩스크의 행동에 무언가 기분이 울컥했으나 꾹 참았다. 옆에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럭키아이의 꽉 진 두 주먹.

   “이제 레이너 좀 그만 부려먹지? 안티건에서 내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럭키아이가 울컥 내지르자 멩스크는 참으로 묘한 표정을 지으며 차분히 응수했다.

   “아, 럭키아이. 그대는 할 일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더 중요한 일을 말이지. 흐흐흐.”

  싸움이란 건 항상 두 손이 마주쳐야 생기는 것이다. 한쪽 손이 차분히 응수를 하니 화가 났던 또 한쪽 손 역시 차분해졌다.

   “······무슨 일?”

   “그대는 지금 당장 준비하는 데로 코랄로 가주었으면 하는데······.”

   럭키아이는 코랄이라는 단어에 무언가 눈빛이 빛나는 듯 했다. 역시 럭키아이도 멩스크의 끝없는 야망을 눈치 챈 것일까? 럭키아이는 의도적으로 멩스크를 비꼬았다.

   “코랄······? 그 핵분진이 자욱한 별 볼일 없는 행성엔 무슨 일로?”

   여태껏 차분하기만 하던 멩스크. 드디어 럭키아이의 한방에 분노가 표출된 것 같았다. 멩스크는 갑자기 표정이 싹 돌변하더니, 입이 험악해지면서 울컥 내질렀다.

   “닥쳐라! 입에서 튀어나오는 데로 지껄이지 마라! 그대의 가솔이 누구 손에 있는지 명심하는 게 좋을걸!”

   드디어 두 손이 마주쳤다. 소리가 크게 났다. 멩스크는 참으로 비열하게도 럭키아이의 가족이야기를 꺼냈다. 의도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뭐야? 이 작자가.”

   커다란 기습공격을 당한 럭키아이는 드디어 멩스크에게 한방 날렸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으나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럭키아이의 행동에 나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주먹 한방을 맞은 멩스크는 비틀비틀 거리더니 오른손으로 벽을 기대어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너······. 지금 한 행동,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다시 한 번 그 주둥이를 지껄여보라지.”


   하지만 멩스크는 무언가 잠시 골몰이더니 금방 차분해졌다. 감정을 절제하다니, 참 무서운 위인이다.
  
   “좋아. 내가 잘못했다. 내 말이 다소 폭력적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하지만 럭키아이는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한 듯 했으나 상대가 고분고분 사과를 하자 거친 숨소리가 조금 잠잠해지고 목소리 역시 톤이 조금 낮아져 퉁명스러워졌다.

   “무슨 심산으로 사과하는 것인가?”

   “이런, 이런, 이런. 우리는 지금 싸워서 안 되지. 앞에 적을 놔두고 말이야. 사과라는 건 먼저 하는 게 미덕 아니겠나. 하하하.”

   “······”

   “레이너가 지금 많이 피로한건 알고 있지만 지금은 바쁘다. 그대를 쓰고 싶어도 그대는 다른 할 일이 있다. 코랄로 꼭 가주었으면 한다. 그 곳에 가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좋소. 그럼 가보도록 하지. 행여 날 속일작정이면 가만 놔두지 않겠소.”

   럭키아이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터벅터벅 나갔다. 표정이 굳은 럭키아이가 퇴장하는 동시에 캐리건이 입장했다.

   “캐리건중위. 때마침 잘 왔다. 그래, 제이콥 기지에서 탈취해온 디스크분석은 어찌되었나? 무언가 다른 정보가 있는 것 같았는데.”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연합군이 인간에게 육체적인 능력을 향상시켜 고스트라 불리는 존재로 만들려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저그의 정신파와 고스트의 정신파를 동조시킴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자못 진지한 캐리건의 말에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그래서 저그들이 고스트인 너에게 이끌려 이곳으로 온 것이군.”

   그런데 내 농담이 너무 과했는지, 내 말을 들은 캐리건은 순간적으로 표정이 돌변, 평소에 잘 내지 않는 화를 냈다.

   “닥쳐요.”

   “미안.”

   캐리건은 내 사과를 듣더니 다시 진지해졌다. 역시 고스트와 관련된 이야기 때문인가······.

  “그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고스트와 저그를 둘러싼 연합군의 연구에는 상당히 비밀이 많이 있습니다. 정신파의 발산을 이식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이 발산장치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범위에까지 고스트의 정신파를 확장시킵니다.”

   멩스크가 캐리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이어서 했다.  

   “연합군은 이 정신파 생성기를 사용하여 고립된 지역에 저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마 사라 역시 마찬가지로 그 희생양이다.”

   “뭐라고? 그 말 사실인가?”

   나는 멩스크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마 사라는 연합군의 손에?

   “끝가지 들어, 짐. 저그가 연합군에 의해 개발된 비밀무기라는 뜻이지. 너희들은 모두 새로운 무기의 실험물이 된 것 뿐이다. 코랄이 핵폭탄에 의해 파괴되었듯이 이번에는 저그라는 것을 사용하여 경쟁자들을 제거해 온 것이다.
   이번엔 우리차례다. 캐리건 중위가 정신파 생성기를 적의 기지에 가져다 놓고 오는 임무를 맡는다. 짐, 그대는 캐리건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저그가 도착하면 우리를 위해 방어시설을 파괴할 것이고 그 틈을 이용해 탈출한다.”

  
   이번에는 멩스크가 우리더러 하기 싫은 짓을 하라고 한다. 즉 연합군과 똑같은 짓을 하라는 것이다.

   “······그 말, 진심인가?”

   “가끔씩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줄 필요가 있어. 나르치일족은 누구에게 죽었지? 저그에게 죽었던가? 그 저그는 연합군의 비밀무기지?”

   내 약점을 정확히 꿰뚫는 멩스크의 능구렁이 같은 혀. 평정심을 항상 지키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이 일격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뭐, 뭐야?”

   흥분한 나는 아까 럭키아이가 했던 행동을 재현하려 하고 있었다. 이에 캐리건이 나를 말렸다.

   “레이너. 참아요. 어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죠.”





   - 위성 안티쉘의 코랄의 아들 기지 안, 어떤 서플라이 디팟 안에서 -



   “캐리건, 말해줄 수 있겠어? 왜 내가 저런 자의 명을 받들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왜 그대가 저런 자를 따라다니는지를.”

   “······.”

   “걱정 마.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할 테니까.”
    
   이에 캐리건은 크게 숨을 내뱉었다.

   “할 수 없군요. 짐도 알아둘 필요가 있겠네요. 그럼 짤막하게 이야기하죠.”

   캐리건이 들려준 이야기는 좀 충격이었다.

   [[ 어릴 때부터 동맹의 유령 양성 프로그램에서 키워진 사라 캐리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상적인 삶을 누려본 적이 없었다. 신경 조작에 의해 잠재적인 초능력을 잃어버린 그녀는 내성적인 소녀로 자랐다. 연합의 지시에 의해 수많은 적을 살해해온 그녀는 마침내 연합정부가 실시하는 일련의 비밀 실험 대상이 되었다. 변방 지구 전진 기지를 습격한 악투러스 멩스크가 동맹의 과학자들로부터 그녀를 발견하고 구출했다. 두 사람 모두 동맹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사실 덕분에 이 젊은 여인은 자신의 살인 기술을 아크투러스 멩스크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
  
   “그랬었군. 아까 내 농담이 너무 심했군. 기분 많이 나빴어?”

   “아뇨. 내가 아무리 부정해도 나는 고스트·······.”

   갑자기 어두워진 캐리건을 보니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캐리건은 다 알고 있는 듯, 처연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근데, 짐. 리치아의 사연이 궁금하죠?”

   “응?”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리치아의 알 수 없는 발언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역시 무언가 사연이 있었군?”

   “네······. 리치아와 저는 지금 처한 상황이 비슷해요. 다만 성장배경과 복수의 대상만 다를 뿐이죠.”

   “???!!!”

   “두 대의 드랍쉽을 격추한건 저그의 스콜지라는 자폭생명체. 하지만 나머지 한 대는 멩스크의 명령으로 클로킹레이스에 격추된 것이죠.”

   “무엇 때문에?”

   “제가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에 대해 말했던 거 같은데요.”

   “뭐, 뭐라고?”

   “멩스크는 머리가 무척 잘 굴러가는 사람이죠. 오래전부터 멩스크는 짐과 럭키아이를 눈여겨보고 있었지요. 그리하여······.”

   “그, 그만!”

   잠시간의 정적. 막연히 추측했던 게 사실로 들어나니 마음속 혼란은 주체할 수 없어 결국 폭발하여 그 여진이 내 머릿속을 잠재웠다. 마지막 여진이 휩쓸고 지나가자 이성을 조금씩 되찾았다. 내가 이성을 거의 다 찾았을 때, 비로소 캐리건은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 스콜지는 4마리였죠. 2마리가 자폭해야 한 대의 드랍쉽이 폭사했지요. 따라서 한 대의 드랍쉽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멩스크는 그마져도 격추시키며 레이너, 당신의 마음을 뒤 흔들었던 것이죠. 멩스크는 증거를 철저하게 없애기 위해 파일럿 맥 등, 그 드랍쉽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을 마저 죽였습니다. 리치아는 내가 재주껏 살려냈지만·······.”

   “도대체 뭐가 뭔지······.”

   “혼란스러운 것 같군요. 나머지는 이 모든 일들이 끝나면 마저 말하겠어요.”


   잠시 후,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서둘러 서플라이 디폿에서 나와 전투준비를 했다. 멩스크의 명령을 받은 SCV 한기가 정신파 생성기를 들고 있었고, 그 정신파 생성기를 본 캐리건은 마음이 또다시 흔들렸다. 멩스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악투러스, 이번 일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질 않아요. 저그를 그들에게 보낸다는 게 마음에 좀 걸립니다.”

   하지만 역시 멩스크는 단호했다.

   “이번 일에 대해 사적인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만 네 과거가 심판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명령을 수행하라, 중위!”

   “후······. 난감하네요. 뭐······. 어쩔 수 없군요.”  


   전투는 시작하였다. 연합군과의 전투는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연합군이 탱크를 주 화력으로 삼았기에 서로 자리선점싸움이 치열했다. 수십 번의 공방 끝에 우리는 비로소 연합군 기지의 한 가운데에 들어설 수 있었다. 캐리건은 정신파 생성기를 들고 있는 SCV를 몇 분간 쳐다보더니 결국 억지로 생성기를 설치하였다.

   “생성기를 제 위치에 놓았습니다. 다음부터 이런 작전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이 일은 인간성을 구하기 위한 일이다. 우리의 책임은 다른 어떤 것보다 무거운 것이다.”

   정신파 생성기가 작동하자 무수히 많은 저그들이 몰려왔다. 그 와중에 연합군의 기지는 쑥대밭이 되었다. 그 참혹한 광경을 눈뜨고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정체불명의 함대가 안티쉘에 도착하여 모든 것을 불태워 버렸다.










    23회 - 멩스크(Mengsk)의 야망(野望) (12)



   「짐 레이너의 일기(Jim Raynor's Memory) 17th - 타르소니스 대전」 - 짐 레이너(Jim Raynor) 著


   그 정체불명의 함대는 저그만 골라서 전멸시켰다. 그 정체불명의 함대가 어디 함대이며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덕분에 안티쉘의 무고한 시민들이 전멸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멩스크는 이에 전연 개의치 않고 이 승리의 파죽지세로 타르소니스를 공격할 것을 명하였다.

   멩스크의 상당수 함대는 불과 타르소니스의 지상으로부터 2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하더니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멩스크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연합군을 향한 마지막 공습이 눈앞에 다가왔다. 타르소니스를 공략하기 전에 우리는 강력한 방어시설을 돌파해야만 한다. 듀크 장군이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간략한 멩스크의 말이 끝나고 모니터가 켜졌다. 나와 캐리건은 모니터를 주시하자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듀크였다. 듀크는 그 잘난 입으로 이것저것 주절대기 시작하였다.

   “나는 서른 번이 넘게 타르소니스에서 방어전투를 경험했다. 그래서 방어시설을 속속 들이알고 있지. 연합군 함대에는 3곳의 궤도 플랫폼이 있는데 중앙의 플랫폼을 공격한다면 적은 부대로도 방어시설을 뚫고 들어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웬일로 겁쟁이 냉혈한 듀크의 입에서 정공법을 구사하자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의외였다.

   “장군, 당신이 전방에서 공격하는 타입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는 듀크에게 빈정거렸지만 그는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연합군은 오메가, 델타부대가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지만 우리의 알파부대에는 상대도 안 된다.”

   듀크의 말이 끝나자 이어 멩스크가 말을 했다.

   “짐. 타르소니스 상공에 떠있는 방어 플랫폼에 듀크와 같이 상륙하여 타르소니스의 방어병력을 전멸시켜라. 캐리건은 후속작전을 위해 여기에 남는다.”

   아무리 연합군이 밉살맞다 하여도 동족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그가 저들의 비밀병기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들을 전멸시켜야 저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힘이 무력화된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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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5/06/13 07:25
수정 아이콘
비타넷에는 올라오면서 여기는 안 올라와서 살짝 서운했습니다^^; 드디어 테란 오리지널 스토리가 끝난 것을 축하드리며, PgR 연재를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05/06/14 13:57
수정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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