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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09 02:11:54
Name 벙커구석마린
Subject 날지도 못할 날개는 꺽어버리고..그냥 걸어라.
높이 날고 싶었던 재능이 있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모두 그를 인정했습니다.
그의 실력은 모두에게 인정받기에 충분했고
그에게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기대는 그에게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게했고
그의 게임은 그 별명에 걸맞게
체계적이었고 논리적인 마법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습니다.

언제나 기대를 하고 가진 날개는
그를 멀리 멀리 날게할거라고 믿었지만

그의 날개는 한번도 높이 날게 하지 못했습니다.
매번 비상할려고 하면 쳐박히고 또 쳐박혔습니다.

하나 둘 이제 그에게 등을 돌리고
남은건 처절하게 비에 젖은 날개뿐입니다.

그 젖은 날개로 다시 날기란
요원해 보입니다.

이젠 잃어버린 힘이 없는 눈빛...
아무리 잘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사라져 버린 자신감
자기 자신조차도 이젠 믿을 수 없는 재능 ..

포기해 버리고 싶은 절망의 끝은
그의 여기를 뜻하는 것 같아 보이기만 합니다.

다시 날거라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날 수 없습니다.
다 찢겨져 버리고 헤어진 날개로 다시 쳐박힐 하늘을 향해 언제까지만
날아볼거라는 생각을 하십니까?

그 날개 따위는 그냥 꺽어서 땅에 묻어 썩게 만드십시오.
그리고는...먼길을 떠나는 과객처럼
한발자국 한발자국 걸어가십시오.

도저히 날개가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경지를 탐내지 말고
처음부터 날개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평범하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그냥 걸으십시오.

더디고 힘들고 지치더라도
한발자국만 더 한발자국만 더 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라도
하루 하루 움직이십시오.

비록 그 움직임이 하찮아서
결국 중간에서 걸음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모두 힘든길을 걸었던 당신에게 존경의 마음을 비출 것입니다.


먼 훗날 정말 아주 먼 훗날
날개를 가지고서 멀리 날아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서
천하를 군림한 자들보다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걸어갈 수 밖에 없었던...
열심히 걸었지만 어쩔 수 없이 피눈물을 삼키며 분투했던
당신을 기억하게 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지금처럼 억지로 날려고 하지만 항상 제자리인 모습인
당신을 기억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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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일이삼
05/07/09 02:1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김현진 선수 응원글이라는 것을 빼도 글 내용이 정말 맘에 듭니다. 날지도 못할 날개는 꺽어버리고...그냥 걸어라!
05/07/09 02:20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날개가 부러질 지언정 날아야합니다. 계속 걷다보면 걷는게 익숙해져서 날엄두조차 못내게되겠죠... 냉정하게 말하자면 김현진 선수는 날개짓을 할 생각조차 않는다고 봅니다... 글쓴이가 말한대로 계속 걷고만있죠... 독한마음 품고 정말 무섭게 변해버린 김현진으로 힘찬 날개짓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우울소년
05/07/09 02:27
수정 아이콘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 우습게 변해버린 김현진 ' 이란 리플이 정말 안타깝더군요.. ' 무섭게 변해버릴 김현진 ' 힘내세요!!
글루미선데이
05/07/09 02:41
수정 아이콘
팀의 문제인지...아님 스스로의 문제인지...아님 그저 운이 없는건지...
씰일이삼
05/07/09 04:02
수정 아이콘
연치//이 글쓴이 분이 말하는 날개는 그런 좋은 의미의 날개보단 의미만 남은 허영을 상징하는 날개로 보입니다-_-; 아니라면 뻘쭘 :)
체게바라형님
05/07/09 04:09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김현진 선수는 재능이 있는 선수같습니다. 데뷔 초기 주목받았던 것이나 그당시 유행되기 시작했던 더블빌드를 써서 좋은 결과를 얻어왔으니깐요. 하지만 그 특출난 재능이 마치 머리 좋은 학생이 그걸 믿고 공부 안하는것처럼 현진선수를 망친건 아닌가 싶네요. 이글에서 '날개'처럼... 처음부터 묵묵히 노력했더라면, 그 재능이 없어 그걸 보충하려울분을 삼키며 미친듯이 노력했더라면 지금쯤 머씨형제급테란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인연과우연
05/07/09 05:18
수정 아이콘
사실 지금은 김현진 선수가 주목받던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해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더 힘내셔서 다시 일어설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이솔레스티
05/07/09 08:58
수정 아이콘
후후, 현진선수가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네요. 본인도 참 많이 노력하고 속상해하고 할텐데.. 이 글 보고 꼭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는 천재가 아니라고 하는 걸 봐서는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닌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잘하는 탓도 있겠죠. 하지만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법. 김현진 선수 힘내세요~ 파이팅!
호수청년
05/07/09 09:09
수정 아이콘
이 글은 김현진선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글로써 날개는 그의 재능을,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것은 노력이라는 내재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자는 재능은 있지만 승리하지 못 하는 김현전선수에게 과거의 영광이나
재능에 연연하지 말고 노력과 성실로 과거가 아닌 미래의 영광을 만들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으며 신데렐라 라는 단어 선택으로 인해 독자에게
진한 향수를 느끼게합니다.
05/07/09 09:23
수정 아이콘
꺽어버리고..-->꺾어버리고가 옳은 표현입니다. 참고하시길.
05/07/09 10:23
수정 아이콘
날개가 부러져서 추락하느니 안전하게, 느리더라도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진 선수. 예전 2004 프로리그 2라운드 머큐리, 새턴 최하위 끼리의 대결에서 막판 승리를 안겨 줬던 경험이 있죠. 그도 곧 깨달을 겁니다. 날개가 부러져서 날아가다가 떨어지느니 차라리 스스로의 손으로 날개를 꺾고 걸어가는 것이 낫다는 것을.
05/07/09 11:41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멋진 글이네요.

김현진선수..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찾고 천천히 한걸음씩..

당신이 원하던 곳까지 걸어가면 되는겁니다.

조금 늦기는 하겠죠.

조금 멀기는 하겠죠.

그러나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kOs!! 다시 할 수 있죠?
김홍석
05/07/09 12:24
수정 아이콘
참 좋은 글입니다. 김현진 선수.. 책임감은 부담감을 낳고, 욕심은 조급함을 낳습니다. 차라리 마음을 열고, 게임 자체를 즐기십시오. 승부를 넘어 몰입을 즐기는 여유..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자신을 언젠가 발견할겁니다. 어디를 향해갈지 모르는 그때, 매일 반복하던 일상에 눈떠보세요. 그토록 갈구하던 이상은 여기, 당신의 곁에 이미 있는법이니까요. 그 지겨운 일상들이 소중하게 느껴질때, 당신의 평범함들이 모여 새로운 시작을 알려줄겁니다.
'BoxeR-Timing'
05/07/09 13:34
수정 아이콘
벙커구석마린님 첨 활동하실땐 상당한 파문들을 일으키셨는데, 요즘 글을 보면 정말 감탄사가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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