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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6 20:05:18
Name 비롱투유
Subject 탈출하고 싶다.

유목민인거 같습니다.
나란 사람은.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괜사리 답답해지고 쉽게 지루해집니다.
예전에 비해 훨씬 안락하고 안정된 삶 속에 있으면서도 나는 항상 무언가 갈구하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며 방황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누워 펄펄 내리는 은행 잎을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아니, 재작년 이맘때쯤에는..        

그렇게 하나 둘 씩 내리는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습니다.
그 웃음은 기쁨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니고 슬픔 또한 아닙니다.
그리움입니다.                              






그립습니다.
우습게도 가장 힘들고 가장 죽고 싶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죽을만큼 절박했기에 죽을만큼 치열했고 일자로 그어진 목표를 위해 내 모든 힘을 다해 뛸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그리운 그 시절을 향해 탈출 하고 싶습니다.
지금 날 둘러싸고 있는 이 안락한 울타리로 부터 탈출 하고 싶습니다.
지금 나의 신분과 나의 관계 날 좋아하는 사람 날 사랑하는 사람 날 싫어하는 사람
날.....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유없는 탈출.
갈 곳도 떠날 곳도 없는 끝없는 탈출이겠지만 그래도 벗어나고 싶습니다.
무엇에 대한 자유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자유가 좋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無를 향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가자..
딱 한 발자국만..




그렇게 힘들게 한 발자국을 걸어왔습니다.
딱 한 발자국일뿐인데 지금까지 날 둘러싸고 있던 많은 것들이 저만치나 뒤로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온 몸을 휘감는 두려움과 한기를 느끼며 뒤를 바라봤습니다.
모든 행복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그 곳을 떠나왔습니다.                            

한 발자국을 내딛었고 이젠 달리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계속해서 달리고 있습니다.                    
왜인지 모릅니다.
내 몸에 흐르는 피가 시키는 대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달리고 있습니다.












...

유목민 같습니다.
나란 사람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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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05/11/06 20:13
수정 아이콘
아......좋은 글 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slambeat
05/11/06 20:17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네요 저는 그와같은
것으로 '자유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
My name is J
05/11/06 20:26
수정 아이콘
에....확신-이 있다면 좋겠지요.
돌아가도 받아줄수 있어-
혹은 돌아가면 아무렇지 않을수 있어-
그게 안되면....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도 말이지요.
무언가 확실하게 표시 되어 있다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그치요?
05/11/06 20:47
수정 아이콘
누구나 모험을 할수있지만 아무나 모험가가 돼는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목숨을 걸지 않은 모험은 평범하고 단순한 나들이나 여행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어른들 보다 젊은이들이 더많은 모험을 할수 있는것은 자신이 정한 그곳을 향해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소진할때까지 전력질주 할수 있기때문이고 그럴수 있는 용기와 무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알아 간다는것. 그건 성인이 돼어 가고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며 모험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햇살의 흔적
05/11/06 20:48
수정 아이콘
오랜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05/11/07 10:51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하네요..그 힘든 한발을 내딛으셨으니 이제 걷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아직도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바보가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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