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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7 12:00:24
Name hyoni
Subject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토요일부터 올라온 많은 글에 댓글로 달기가 어색해서 write버튼을 눌렀는데
시간만 뺏는 글은 아닌지 걱정되네요. 신변잡담+응원글입니다.^^
주변에 스타이야기를 할 친구가 아무도 없기에 pgr밖에 이야기할 곳이 없네요.


저는 임요환 선수의 팬입니다. 하지만 결승전 당일날은 이상하게 기분이 무덤덤하더군요.
1경기, 2경기를 보면서도 '그래.. 질 수도 있지. 오영종 너무 잘하잖아.'라며 경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3경기 시작할때가 되어서는 저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는 모습은 보기 싫었는가 보지요.
그런데 왠걸, 다시 온게임넷을 틀어보니 게임 스코어는 2:2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 그래도 3:0은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하며 5경기를 보았습니다. 결과는 박서의 패.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가슴이 뭉근한 게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멍한 상태였습니다.
생각했죠. '내가 왜 이러나.. 응원하는 선수가 질 수도 있는 경기에 진 것 뿐인데.'

예전에 어떤분께서 스타팬을 단계별로 분류해놓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타가 재밌고 좋아서 즐기고, 모든 게이머들이 다 좋고..
그러다가 좋아하는 게이머가 생기면 그 선수의 경기부터 챙겨보게 되고,
그 선수가 지면 화가 나고 스타가 보기 싫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서가 지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습니다.
박서가 화제의 중심에 오르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여러 게이머들 한명한명과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신인 게이머들과 붙어서 어이없이 지는 것도, 못 이길 것 같은 천적 게이머를 이기는 모습도 즐거웠습니다.

속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올드 게이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박서가 우승을 장식하며 화려하게 떠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해본면 그건 제 이기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만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던 걸까요.

인터뷰에서 박서가 말했습니다. 빠른 시일안에 3회 우승을 기원하는 응원도구가 필요할거라고. 잘 보관하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맞아, 왜 이번이 끝이겠어. 다음 결승, 다다음 결승도 있는거 아니겠어? 생각이 드니
무거웠던 가슴이 거짓말처럼 풀어지더군요.

생각해보면 웃기기도 합니다.
한빛배때 앳된 얼굴로 경기석에 앉은 그 선수를 이렇게 응원하게 될 줄 4년 전에는 알았을까요.
그 선수가 4년 후에도 결승 무대에 서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때는 상상조차 했었을까요.

다시 결승무대에 선 박서를 기다리겠습니다.
또다시 세개의 손가락이 펼쳐진 응원도구와 순금 마우스가 그를 기다릴 겁니다.
상대방이 로얄로드를 밟은 신인이던, 백전 노장의 동료 게이머이던
날카로운 눈빛으로 타임머신 안에 앉은 그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오영종 선수의 우승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다음 시즌엔 부디 우승자 징크스 없이 멋진 경기 계속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시원시원하게 썰어버리는 다크를 저도 좋아하거든요.
준결승쯤에서 박서와 다시 만나서 또다시 좋은 경기를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결과는 3:2로 이번엔 박서의 승으로요.^^;

박서, MSL에서도 명경기들만 보여주길 바라며 크게 외쳐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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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07 12:31
수정 아이콘
박서 팬분들 중에...... '이번리그가 마지막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분들을 PGR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임요환 선수가 온게임넷에서만 '최소 5회 우승'정도는 할 선수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말씀엔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이전에 30대 프로게이머의 길을 약속하였고 40대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킨다면 온게임넷에서만 최소 5회 우승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임요환 선수의 준우승으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임요환 선수가 준우승하고 팬분들에게 얘기했습니다.

'앞으로 결승전 자주 올라오겠습니다'

그런데 임요환선수 팬분들 중에서 이 말을 믿지 못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연철
05/11/07 12:38
수정 아이콘
예. 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견엔 동감 안합니다. 하하. 30대,40대까지 하셔서 프로게이머의 좋은 선례를 만드셔야죠. 그래야 후기지수들도 따라오고... 아무튼 임요환 선수 화이팅입니다.
Function
05/11/07 13:14
수정 아이콘
4thrace님의 말씀 평소에 제가 느끼던 바로 그겁니다.
작년 에버배때도 황제의 마지막을 보고 싶다 어쩌고 하던 분들
올해에도 황제는 결승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내년에도 오를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믿어주는게 진정한 팬 아닐까요?
sway with me
05/11/07 13:43
수정 아이콘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이번이 임요환 선수의 마지막 결승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조급해보이고 자신없어 보이는 임요환 선수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더랬습니다.
올해는 비록 결승에서 졌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여유롭게 승자를 축하하며 자신의 차후 행보에 대한 자신있는 이야기를 하는 임요환 선수의 모습을 보며 참 흐뭇했습니다.
언제든 다시 올라올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박서, 당신은 강하니까요^^
05/11/07 13:46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아쉽고 그랬죠. 그래서 에구, 이번에도 준우승이구나.....했는데 어라? 그럼 몇 번째 준우승이냐? 4번. 거기에 우승 두 번......6번 결승진출이었지. 어라, 이번 스타리그가 몇 번째 스타리그지? 임요환 선수가 슬럼프였다고 한 이후로도(대략 2003년 이후) 결승만 2번 간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솔직히 먹튀니, 슬럼프니, 군대 가라 등 별여별 소리를 들었지만 또 결승에 올라가고 준우승을 한 선수가 아닙니까. 아마, 다음에도 또 보란듯이 결승가고 또 가서 4-4로 50%비율을 맞춰버리겠다!라고 할 것 같습니다^^;;;(어쨌든 적어도 다음 가을 시즌에는 또 결승 갈 것 같아요......)
IntiFadA
05/11/07 13:54
수정 아이콘
그렇죠....

요환선수를 제외하고는 결승을 가장 많이 올라간 사람이 고작 2번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김동수, 홍진호, 강도경, 박성준, 이윤열 정도가 2번 올라간 듯...)

응?

줄라이는 3번인가? 누가 확인좀...^^;;
05/11/07 13:57
수정 아이콘
줄라이는 세 번입니다. 우승 두 번 준우승 한 번이죠. 우승-질레트, 에버2005 준우승-아이옵스
05/11/07 14:26
수정 아이콘
4thrace 님, // 아쉬워하지 마세요.^^; 결승 전의 업된 분위기에 휩쓸려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귀얇은 저도 무심코 거기 합류했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 하시는 분들 아무도 없을 것 같네요. 다들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르시는 듯..^^
kama님, // 다음 가을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길어요.;; 빠르면 이번 시즌 MSL, 아니면 다음 시즌 결승무대에 박서가 서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다른 선수들한테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하네요. 비록 상상 속에서지만요.^^
05/11/07 15:01
수정 아이콘
모두 생각을 군대에 맞춰놓고 계시는데요..저는 솔직히 임요환같은 선수는 전역하고도 노력으로 왕좌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 선수나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구요. 너무 군대를 초점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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