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문제, 많은 주제가 있습니다. 때로는 답이 있는 문제도 있고, 답이 없는 문제도 있으며, 또한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답이 없는 문제나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이 가운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은 가치있는 의견이고,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의견은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가치있는 의견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가치관이 다르거나, 혹은 경험한 것이 다르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의견이 생기겠죠. 이런 의견은 그냥 다른 의견일 뿐이고,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흔히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다'라고 할 때는 바로 이러한 의견을 일컫습니다.

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과, 또한 명백히 답이 나와 있는 문제에 대해 답을 역행하고 정반대의 내용을 옹호하는 의견은 다를 뿐 아니라 틀린 겁니다. 세상에는 다른 의견도 있지만 틀린 의견도 있다는 겁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이 남들과 다르기만 한 의견인지, 혹은 아예 틀린 의견인지 판단할 수는 없지요. 한 명이 가질 수 있는 지식은 좁디좁은 인간의 지식 속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남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교환해 가면서 그것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짧은 말로 '토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틀린 의견은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대신 '다르기만 한', 관점이 다른 의견은 살아남고 존중받습니다. 또한 일부 틀린 의견은, 비록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틀렸음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토론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성숙하게 하고 앎의 지평을 넓히게 됩니다. 이런 경우 틀린 의견을 비록 틀렸지만 존중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존중할 가치가 없는 의견도 있습니다. 뻔하게 잘못된 논리로 구축한 의견, 너무나도 거짓임이 분명한 지식 위에 세운 의견,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의견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1+1=3라는 주장은 다를 뿐만 아니라 틀린 주장이고, 더군다나 (논리가 있다면) 잘못된 논리 위에 세워진 의견이기 때문에 존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치즘이나 주체사상 따위를 존중할 이유 또한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모두가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한 명의 인간이 잘나 봤자, 결국 그가 주장하는 의견 중에는 틀린 것이 존재합니다. 살아가면서 토론과 대화를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우리는 틀린 의견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에 있는 잘못된 점이나 모순, 혹은 잘못된 지식을 지적하면 틀린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의견을 접게 되지요. 이러한 순간은 살아가면서 한두 번 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거치는 과정입니다.

이 때 필연적으로 자신의 주장이 공격당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기분나빠할 이유는 없습니다.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틀린 것을 틀린 것이라 인정하면 되는 겁니다. 때로는 자신이 품은 의견이 알고 보니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거나 (즉, 인간에게 많은 해를 끼치거나) 명백한 오류임을 지적받을 수도 있지요. 끔찍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말도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나치즘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당연히 이 주장은 논리적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나치즘은 끔찍한 의견이고, 사람들이 그 의견을 끔찍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끔찍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눈과 귀를 닫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대화를 완전히 거부하기 전에는 말이죠. 주장에 대한 비판과 사람에 대한 비판은 명백히 다릅니다. 전자는 논리적인 비판인 반면 후자를 일컫는 용어는 따로 있습니다. '인신공격'이죠.

어지간하면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자꾸 긁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한 번 읽어 보시고 의견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틀린 의견은 없다'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묻습니다. '다를 뿐만 아니라 틀린 의견도 있다'는 의견은 그냥 다른 건가요, 아니면 틀린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