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근 6년만에 write 버튼을 누르는 것 같네요.
전 올 8월달에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고 최근에 대기업에 입사한 30대 초반의 직장인입니다.

최근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서 5년 반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난 지금에서야 연구직이 제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성에도 맞지 않고 능력에도 부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란 말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 똑똑한 사람도 많고, 똑똑하지 않아도 능력껏 인맥관리 잘해가면서 능수능란하게 직장생활해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똑똑하지도 않고 인맥관리할 능력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도 잘 들고, 하루에 몇 마디나 하고 사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말수도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벌이 조금 좋다는 것과 학위 과정동안 운좋게 결과물 몇 개가 잘 나와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자기 개발에 너무 소홀하여 학벌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심지어 친구들로부터 넌 그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그만큼의 보수를 받아가면서 직장생활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꾸 들어 우울해지곤 합니다.

사람들은 제 학벌에 맞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짐작하고 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거품도 서서히 빠지겠지요.
더 우울한 건 지금 일을 관두더라도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겁니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몇 개는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되기도 쉽지 않은 일들입니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건 부모님입니다.
제가 적지 않은 나이에 좋은 직장에 취직되었다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선한데,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면 크게 실망하시겠지요.
다른 형제들도 딱히 잘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니 저한테 거는 기대들이 크십니다.
그런 분들에 대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말할 용기가 없네요.

내일은 출근하는 날입니다.
죽기가 낫다 싶을 정도로 회사 가기 싫으네요.
배부른 소리라고 책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가진 능력으로 눈높이를 낮춰서 힘들더라도 맘편한 일을 잡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자게에 글을 남깁니다.
하소연이라도 하고 나니 어떤 댓글들이 달릴까 기대도 되고 조금 기분이 나아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