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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01 11:03:22
Name ㅇㅇ/
Subject [일반] 커다란 친목조직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 - 경험과 소통 사이
순식간에 지나간 떡밥이 되버린 모 운영진님의 잘못과 관련하여
대형 커뮤니티와 동호회들의 운영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남겨볼까 합니다.
주로 하게 될 이야기는 PGR이 아닌 제가 활동했던 다른 커뮤니티들의 사례이지만
PGR에서도 충분히 이야기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여기저기 다양한 동호회들을 활동해 왔습니다
그중 가장 큰 규모의 동호회는 하나의 취미를 같이 공유하는 모 동호회 인데요
클럽 가입인원이 10000명에 가까우며, 실제 활동 인원도 수천명에 달하는 대형 동호회입니다.
이 동호회에서 3년쯤 활동을 하고 또 운영진이나 여러 회원활동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동호회는 처음에는 소수의 인원에서 시작했다가 급격하게 인원이 늘어
지금은 동호회 자체적으로 강습도 체계적으로 잡혀있고, 자체적으로 대형 행사를 치룰 수 있는 수준도 됩니다.
그러는 동안 동호회를 오랫동안 활동해온 소위 올드멤버들이 동호회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호회가 생긴지 9년이 다되가고 저는 3년쯤 활동했지만 저보다 더 오래 활동한 분들이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다년간 다양한 경험과 행사준비를 하고, 커뮤니티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노하우가 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이런 역할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동호회가 중소 규모가 아닌 대형 규모이기 때문에
수시로 활동 인원들이 유입되고 교체되어 동호회가 다이나믹하고 다원화 된 방향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동호회의 운영을 담당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일 처리방법에만 몰입을 한다는 것입니다.
회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회원들이 요구하는 방향은 회원들 사이의 커뮤니티에서 생성되고 있는데
운영진측에서는 주로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동호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동호회를 오래 활동해온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이 활동해온 기간에 비쳐 보았을때 지금 동호회에 필요한 행사나 체계들을 설정하는데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이나 만족하는 방향과는 달라서 실제로 기대되는 효과를 발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나 정책이란건 존재치 않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친목조직은 그 조직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친목조직의 방향은 그 조직 내의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은 어떤 방식이던 간에 그 조직을 구성하는 회원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실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입하고 고민하여 조직의 다양한 활동과 정책등을 기획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운영진들이 회원들의 의견만 받아주는 우체통 역할만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은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과 철학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만을 가지고 폐쇠적으로 발현하는것이 아닌
회원들과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그것이 적절하게 발현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러한 가치관과 철학역시 회원들에게 공개가 되고 공개적으로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여
종국에는 회원들이 원하는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동호회운영의 큰 방향을 정해야 하겠지요.

제가 언급한 동호회는 운영진 회의록이 전혀 공개되지 않으며, 공식적인 회칙도 존재하지 않고,
동호회 정책설정에서 회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루트가 존재치 않으며, 민주적인 의사결정체계도 존재치 않습니다.
운영진들이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하고,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 다양한 논의끝에 결정을 하며,
진행은 운영진 일부와 회원들에게서 도우미를 신청받아 진행합니다.
운영진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원들은 이들이 어떤 논의를 하는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전혀 알길이 없으며
그들이 일하는 모습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일하는지도 알길이 없습니다.
즉 그들은 안보이는 뒤에서 권력을 가지고 조직을 움직이는거처럼 느끼게 되고, 그들의 수고로움은 주목하지 않게 됩니다.
맘에 안드는 정책이 나오면 그 이면을 알길이 없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욕부터 나오게 되죠.
결국 열심히 일하지만 욕만먹는 운영진의 박탈감과 원치않는 결정들을 수동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 회원들의 불만이 공존하고
서로 양 조직의 불신감만 깊어지는거 같더군요.

물론 운영진들도 운영진이기 이전에 한 회원이기 때문에
그런 불신감이 동호회의 존폐에 영향을 끼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그 폐쇠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불신은 깊어지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반대가 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거 같았습니다.

비록 온라인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피지알도 제가 언급한 모 동호회와 유사한 점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커뮤니티가 대형화되었다는 점, 운영진의 활동이 비교적 폐쇠적이라는 점, 회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점
운영진들이 아무 이익없이 봉사하고 있다는 점, 회원들이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점 등이 말이죠.
그래서 일련의 사태와 회원들의 불만점들이 이런 연유에서 발생한것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절대적인 사례로 언급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한번쯤은 고민해볼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파이어 되지 않고 다양하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이 계속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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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1/08/01 21:2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해서 오프라인 모임과 별다를 건 없죠. 그냥 만나는 형태가 다를 뿐... 얼굴도 모르고 아이디만 아는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온라인에서 만나는 가상의 아이디를 하나의 인격대 인격의 만남으로 여긴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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