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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03 00:57:58
Name 凡人
Subject [일반] 남다르리라 생각되는 14년동안의 연애실패담.
14년 동안 겪은 연애(실패)담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습니다. 정리하고 났더니 남다르지 않을까 하는 매우 쓸모없는 자부심도 드네요. 교훈을 얻으실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고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읽어주시면 됩니다.

시작합니다.

첫사랑. 학번히 나란히 붙어있어서 대부분의 수업을 옆자리에서 듣던 과 동기. 좀 친해졌다 싶을 무렵 숨겨둔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모르고 고백. 신입생이 들을 과목은 뻔히 정해져 있기때문에 그 뒤로도 일년 넘게 수업시간마다 옆자리에 앉아야 했다. 이  .. 뭐 ... -_-

이후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 역시 학과 동기. 사귄지 넉 달 만에 교회에 좋아하는 오빠가 생겼다고 고백하길래 가시는길 고이 보내드림. 학과 활동을 접고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는 계기를 만들어줌.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다보니 후배들과 가까워짐. 개중 잘 따르는 녀석이 있어 귀여워함. 좋지 못한 전례들이 있어 고민하다 결국 관계를 발전시켜 보자고 결심. 그러자마자 한 달 후 동아리 그만두고 휴학해버림. 연락두절됨. [1]

다음은 여자쪽에서 먼저 사귀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시작했던 연애. 군입대를 앞두고 꼬박 이틀을 대성통곡하던 여자친구가 100일 휴가때 건넨 첫 마디가 "헤어지자". [2]

졸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할 무렵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는 혼담까지 오감. 연애도 오래 지속되었고, 분위기도 좋았으나 여자친구 어머니께서 반대.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실패. 결국 여자친구는 유학을 떠났고, 넉 달 동안 연락 끊겼다가 헤어지자는 메일 한통 날아옴.

이후 1년이 좀 넘는 기간동안 선과 소개팅 도합 30회 가량 시도. 개중에는 몇 번씩 만났던 사람도 있으나 결국 결과는 0. 그래도 직장인이라고 삼청동, 청담동, 압구정동 등 비싸고 양적은 곳에서 만나다보니 생활고에 시달리게됨. 금요일엔 재미 하나도 없는 대화를 하며 돈쓰고 주말에 돈없어 짜빠게티 두개 끓여먹고 하루 식사 땡치는 생활을 하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각성. [3]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중에 결혼을 아직 안한 사람을 찾게됨.

친하게 지내다 연락 끊긴 후배 물색. 사전에 남자친구는 있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등등 사전조사까지 마침. 전화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으나 이후 행방불명됨. [4]

어이 상실, 의욕 상실 상태가 되어 부모님께 결혼이고 연애고 모두 지겹습니다라고 말씀드려 명절에 집안을 발칵 뒤집어놈. 이후 두 달 가량 실랑이 끝에 마지막으로 한 명만 더 만나보라는 부모님 설득에 넘어감. 그리하여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만나기 이틀전 여자분이 암 진단을 받고 휴직 후 입원 수속 들어감. 그대로 바이바이. -_- 이후 연애/결혼 포기 모드 돌입.

읽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서 다소 과장하거나, 창작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모두 사실입니다. orz  제 친구들은 저때문에 술자리에서 연애 얘기 못합니다. 아니, 하면 클납니다. 위에서 요약한 얘기의 풀 버전을 밤새서 들어야 합니다.

좀 특이한 점을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저 위에 언급된 여자분들 모두 서른살 전까지 미혼상태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굳이 알아보지 않았습니다만 아마도 아직 결혼을 안하고 있을 것 같군요.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결혼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만한 사람들만 골라서 좋아하는 제 이성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나이먹으니 고쳐지지도 않네요. ㅠㅠ

연애가 잘되어가고 있는지 상담해드릴 순 없어도,  망해가고 있는건지는 어느분보다도 잘 알려드릴수 있습니다만 필요없는 능력이죠 ;;

[1] 훗날 알아보니 고등학교 때부터의 꿈을 쫓아보겠다며 휴학했었다고 합니다. 사귀자는 말은 고사하고, 데이트하자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휴학하겠다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못해보고 게임오버. 아직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메신저라던가, 지금처럼 카카오톡이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텐데요.
[2] 믿기 힘드시겠지만 고무신 거꾸로 신은건 아니었습니다.
[3] 그래도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싸게 카페에서 차한잔씩 마시고 땡하는 식으로도 많이 만났습니다.
[4] 말 그대로 행방불명. 처음에는 추우니 감기조심하라던가 하는 안부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길래 만나자는 약속은 인사치레였나보다, 에라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다 혹시나 해서 지인들을 동원해 3주 정도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모두에게 답이 없었습니다. 호러소설도 아니고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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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3 01:02
수정 아이콘
닉네임이 무색하네요;
네버스탑
11/08/03 01:03
수정 아이콘
인연이.. 있으시겠죠... ... ... 먼 산...
머 과거의 연애경험이야 어쨌든.. 현재의 솔로들은 무조건 솔로죠...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기세요... 후후...;;
Lovephobia
11/08/03 01:03
수정 아이콘
유머가 아닌데... 글쓴분한테 죄송할 수도 있는데... 웃겨요-_-크크크크크
키둑허허
11/08/03 01:04
수정 아이콘
음,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우시고 싹싹하시고 착하신 분을 만나려고
이렇게나 연애가 꼬이고 꼬였을까요?

는 제가 항상 안좋은 일이 많이 겹치면 생각하는 방식대로 말씀드려요 헤헤

곧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 *인에게 꼭 맞는 분을 만나실 겁니다. 늘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죠.
(죄송해요 제가 한자를 잘 모릅.......ㅜㅜ 부끄럽습니다.)
11/08/03 01:05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드물지 않은 얘기라 생각했지만
마지막의 임책트가;; 여자분에게도 안좋은 일이지만 참 일이 안되려면....;;

히...힘내세요!
11/08/03 01:06
수정 아이콘
안구에 너무 습기가 차서 참을 수 없네요.. 뭐라고 위로드려야 할지.. ㅠㅠ
지금만나러갑니다
11/08/03 01:07
수정 아이콘
호러소설도 아니고 ... -_-(2)

힘내세요 인연은 있겠죠.. ㅠ
초식남 카운슬러
11/08/03 01:10
수정 아이콘
이거 정말 박상민의 무기여 잘있거라를 들은 기분이네요.

언젠간 연이 닿을꺼예요. 힘내세요.
一切唯心造
11/08/03 01:45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이야기가 임팩트가 장난 아니네요 [m]
TWINSEEDS
11/08/03 01:52
수정 아이콘
전화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으나 이후 행방불명됨. [4]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

어쨌거나.. 힘내세요..
11/08/03 02:06
수정 아이콘
아아 슬프지만 나뿐만이 아니었어!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없...
11/08/03 02:09
수정 아이콘
확실히 범인의 연애담은 아니네요...
취향이 범인이 아니셨거나...

음...
11/08/03 02:16
수정 아이콘
저기 대학시절 활동하셨던 동아리가 혹시 어떤 종류의 동아리였나요?
hm5117340
11/08/03 02:21
수정 아이콘
범인이 아니라 사이어인 이군요.
고구마군
11/08/03 02:52
수정 아이콘
전 14년 동안 연을 이어오던 사람과 헤어진 줄 알았습니다. 햇수로 11년 만나고 결혼을 한 경험을 토대로 자그마한 위로라도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할 말이 없네요. 아무튼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Geradeaus
11/08/03 02:55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인연을 만나실 겁니다!
파르티타
11/08/03 03:34
수정 아이콘
범인님이 예전에 올려주신 꿈 속에 계속 등장하는 여인 이야기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 이후 후일담이 어떻게 되나요?
혹시 만나셨는지 무척 궁금해요
11/08/03 03:50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암진단에서 뿜었습니다........
기습의 샤아
11/08/03 07:20
수정 아이콘
저는 중간중간 연애도 좀 했습니다만...그래도 절 아는 사람들이 읽으면 제이야기를 과장해서 썼다고 믿을만큼 동질감이 느껴지는군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m]
공안9과
11/08/03 08:53
수정 아이콘
혹시 듀오 류도 이용해 보셨나요? 그랬다면 GG...
MoreThanAir
11/08/03 09:08
수정 아이콘
엇... 이게 일반적인 경험 아닌가요...???
11/08/03 09:17
수정 아이콘
박상민 - '무기여 잘있거라' 보다 심하시네요.
힘내시고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랍니다~
켈로그김
11/08/03 09:52
수정 아이콘
23세까지의 테크트리가 딱 저런 흐름이었습니다...;; 물론 본문이 더 스펙타클하지만서도;;
지아냥
11/08/03 10:57
수정 아이콘
.... 덜덜덜.. 이런 임팩트 있는 경험글은 또 간만이네요...

그래도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만나기 위한 내공쌓기... 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좋은 인연 만나실거예요. [m]
가만히 손을 잡으
11/08/03 10:59
수정 아이콘
좀, 운이 없으셨네요. 사람 만나는게 어렵기는 하지요.
11/08/03 11:16
수정 아이콘
딱 한번... 대학생때 짧은 연애를 해봤다는거 외에는, 저와 별다를 바가 없군요.... 기간도 비슷하고... ㅠㅠ
아... 범인님도 연애 자체는 몇 번 해보신거구나... 제가 더 심각한가요? ㅠㅠ
동네노는아이
11/08/03 13:28
수정 아이콘
솔로인생 30년....
나는 내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여자들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걸 깨달았다 라는
리플을 읽고 진한 공감을 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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