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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19 23:48:42
Name 월산명박
Subject [일반]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
LG전자의 전직 연구원이 카카오톡 쪽으로 이직하면서 CEO에게 보낸 메일을 블로그에 게시한 것입니다.
제 주변에선 이 글로 나름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저도 한 IT 기업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으로서 정말,
글도 글이거니와 리플과 리플의 리플까지 버릴 게 없네요.


이런 글 읽으면, 한국이 후발주자로서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에 꼽히지만,
노동력 덤핑에 의거한 부분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네요.
잘 사는 나라 중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치안이나 의료 등은 좋습니다만)
덤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미국인 만큼의 공포심과 미국인 이상의 시기심에 쫒기는 듯하구요.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인용하자면, "(리플 포함)

“우리 주변에 innovation이 잘 없는 이유는, innovation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경영체제가 innovative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인 것 같아요.”

"CEO가 바뀌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제살 깍아먹기였죠..
식스시그마다 , 혁신, 낭비제거, 일잘법 등등….
업무의 효율을 위해 시행한다는 취지지만 결국에는.
진짜 업무보다는 그것에 매달리는 일이 더 많아지고 비효율적이 된다는 생각밖에는…"

"제가 얼마 전부터 일하고 있는 카카오는…
음.. 김범수 의장님(저희는 그냥 Brian이라고 부릅니다 ^^)께서 강조하시는 것이 있는데 다음 3가지 입니다.
신뢰, (신뢰에 바탕한) 충돌, (결정이 되었으면) 헌신.

이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충돌이라고 강조하시구요.
그만큼 조직문화도 수평적입니다.
회사내의 모든 정보가 웹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중요한 결정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됩니다.
그리고, 직급도 없고, 사내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그냥 영어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저는 2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것 한가지와, 이렇게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시키는 공부만 열심히 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학때는 학점을 위해 수업을 듣는 사람보다는, 본질을 파악하려고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관료적인 회사의 채용 시스템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 평가에 있어서도 보스(리더)가 구성원을 일방향으로 평가하다 보니, 회사를 위하고 고객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보스를 위해 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보스가 회사의 미션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라면 문제가 안되는데, 안타깝게도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좋은 글입니다.. 저도 벤처에 있다가 대기업으로 왔는데
개발환경이 너무 안좋네요.. 소프트웨어 하는 곳이 아니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던 좋은 사람들은 두드려 맞고 떠나고,
생각을 비우고 시간 때우는 사람들은 남고…
스마트폰에 대응이 늦은 것도 시장을 제대로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내외부 의견을 무시했거나,
아예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입을 막아서는 아닌가 생각합니다.
계획없이 윗사람의 던지는 말 몇 마디에 흔들리는 프로젝트 진행과정,
당연한 듯한 야근, 철야, 주말근무…
거기다 주말에 근무자가 많은지 확인을 위해 사무실을 순시하시는 임원까지..
주인의식을 가져라, 혁신을 하자..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 없습니다. 위에서 바뀌지 않으면…"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시도도 있는 모양인데,
경험 상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인재 활용 못합니다.
모시기만 하고 일을 못시키거나, 이런 저런 시도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한국 회사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대기업은 공산주의와 다를바 없습니다. 식량배급대신 월급을 주죠. 혁신보단 안짤리고 월급받는게 가장 큰 목표죠. 그래서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세상을 장악하나 봅니다."

출처:
http://ppassa.wordpress.com/2011/08/16/leaving_lg/


추신: 크롬 브라우저 강추합니다. 글 쓰다가 로그인 풀려서 날렸는데 뒤로 가기 하니까 그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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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9 23:53
수정 아이콘
오늘 최고의 충격을 주었던 글이군요.
LG주가가 헬지로 가고 있는데..
결국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이글을 계기로 위에 계신 분들도
변화의 시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랙비글
11/08/19 23:54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저도 예전에 있던 두 회사를 떠나면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메일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죠.
ArcanumToss
11/08/19 23:56
수정 아이콘
평상시에 하던 생각을 담은 평범한 글이네요.
근데 이렇게 평범한 생각을 기업은 실행해내지 못하다니...
된장찌개
11/08/20 00:33
수정 아이콘
저기에 나오는 말들은 아주 옛날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을 비판하면서 이래이래야만 한다고 나왔던 말들이라 또 보니 씁쓸하네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거자나!!!

링크의 리플들을 보니 제 생각과 똑같은 리플들이 있네요.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회사를 인수하거나 해외에서 S급인재를 들여와도 활용을 못할 것이라는 점.
(근데 CNS나 SDS를 개발위주의 회사로 보는 사람도 있네요. ㅡㅡ;)
Je ne sais quoi
11/08/20 00:37
수정 아이콘
올라온 직후에 봤는데 드디어 pgr에도 왔군요. 일단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것부터가 대단합니다. 사실 문제는 LG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그래서 뭐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필리온
11/08/20 00:55
수정 아이콘
제 동기가 쓴 글을 여기서도 보게 되네요.
시원하긴 한데 일이 너무 커져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걱정도 됩니다.;;
11/08/20 00:56
수정 아이콘
LG건 삼성이건 지금까지의 성장 동력이 저 구조였습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인것이고, 그 성공을 맛본 사람들에게 자기 공식을 버리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시간낭비하지 않고 빨리 새 구조의 회사로 (그런 회사들이 많아져야겠죠) 자주자주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리스크를 무시하고 좋은 방법은, 뜻이 맞는 사람들 끼리 창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주변 아는 사람 중 3-6명이 팀으로 하고 개인사업자/법인 등록한 팀만 저희 팀 포함 6-7개 되네요.
물론, 한해 한해를 알 수 없긴 하지만요.;
캐간지볼러
11/08/20 01:14
수정 아이콘
요새 상황을 보면, 일본 전자 대기업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들이 삼성과 LG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지 몇 년이 되지 않았는데 비슷한 상황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진짜 일본 기업들과 차별화된 모습은 지금부터 보여줄 수 있습니다.
도전을 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보다 '사고'를 안 치는 것, 안정적인 것만이 최우선인 분위기를 어떻게 현재 세계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바꾸며 대응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11/08/20 01:15
수정 아이콘
근데 저런 부분은 일단 직원이 수만명이나 되는 '대기업' 들은 고칠 수가 없는 것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일본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제 생각에는, 저런 쪽에서 많이 스트레스 받는 분들은 창업을 하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고쳐져야 하는 부분은, 벤처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겠지요.
11/08/20 01: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08/20 02:09
수정 아이콘
엘지자체가 저런 구조일지라도, 밑에 많은 밴쳐기업들을 밀어주면서 좀 더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런것도 아니고...기업자체가 커 나갈때 아무래도 M&A를 통해서 자극도 하고 밴처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서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부분을 나눠서 한다면 상생관계도 유지하고, 밴처기업들도 기술만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다 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텐데...우리나라는 M&A에 굉장히 소극적이고, 괜찮은 밴처기업이 나오면 투자를 해주거나 나중에 정식으로 합병할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대기업 마인드들은 기술을 뺏거나 핵심인력 빼오기...소송한다고 해도 밴처기업들 2-3년 걸리는 장기소송에
부도크리 맞는 경우가 꽤 많죠. 쓰다보니 약간 다른 길로 샜네요.
어쨋든 나름 대학생때 엘지하면 삼성보다 자유롭고, 혁신적인 그룹 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결국 만년 2등이란 꼬리표가 이렇게
만든건 아닌지...생각해봅니다.
불곰드랍
11/08/20 02:46
수정 아이콘
조직에 있어서 '문화가 중요하다' 라는 것은 경영학이나 행정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하신 분이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고 이는 똑똑한 사람들을 죄다 모아놓은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당연히 아는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이 왜 혁신을 할 수 없는것인지.. 오너 일가에 의한 지배구조가 문제인지 아니면 대기업이면 관료적 경직성이 너무 강해져서 불가피한 것인지..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원탑을 차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높은 이익을 올리는 시대가 될텐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너무 뒤쳐지는것 같네요.
11/08/20 10:45
수정 아이콘
블로그에서 보고 여기서도 보니지만, 현재 근무하고 있는데 공감되는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허저비
11/08/20 12:31
수정 아이콘
다 맞는 말이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말이고.
(글쓴분 탓하는게 아니라 환경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저도 IT업계 종사자지만 이말은 자신있게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IT는 앞으로도 가망 없다고.
요즘 심심하면 나오는 기사가 대한민국에서 왜 애플같은 기업 안나오냐? 라는 주제던데
이상태로는 백년이 가도 안나옵니다.
11/08/20 13:26
수정 아이콘
관료적 지배구조하에 성공을 거둔 많은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을 답습하고자 기존의 프레임이나 포맷을 바꾸기를 꺼려합니다. 굳이 새로운 혁신을 이루지 않고 관습에 의거해도 다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인데, 수직적 지배구조로 이루어진 많은 회사에서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혁신이 이뤄지길 기다리느니 통일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만 하더라도 CEO에게 조직혁신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여도 '너희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라는 리액션이 나옵니다.
방법이 없죠.
the hive
11/08/20 13:53
수정 아이콘
전경련이 괜히 국회에서 다굴맞고 있는게 아니죠..
지구사랑
11/08/20 21:49
수정 아이콘
사실 이건 엘지나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만 보면 미국도 그다지 낫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도 RCA나 페어차일드나 IBM이 스스로 혁신을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MS나 애플이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나 모두 신생(?) 업체죠.
문제는 우리 나라가 미국처럼 신생 업체가 십 년 안에 대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이냐 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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