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지난 6년의 유학생활 기간을 잘 버티고, 지금 현재 논문을 2학기째 쓰고 있답니다.
그런데, 논문학기에는 학비만 지원되고, 코스웍 기간내내 나왔던 생활비는 중단된다네요.
저희 집에서 그렇게 넉넉하게 돈을 부칠 형편이 안 되어서, 형 혼자 알아서 해결해왔는데...
마침 저희 이모가 형이 다니는 대학 근처에 사셔서, 생활비도 줄일겸 지금은 거기에 들어가서 살고 있어요.

이모네 집이 방이 5개에 화장실도 2개라... 평소에 비워두었던 방에서 지금 생활 중인데
이모한테 생활비를 보탤 형편은 아니라, 여러가지로 눈치가 보이나봐요.
물론 저희 이모님께서 무지 착하고 그러셔서 따로 눈치를 주실 분은 절대로 아닙니다.
처음에도... 괜찮다는 저희 형을 억지로 당신 집으로 들어오게 해서 살게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형의 식생활 이야기를 듣고 울컥하더군요.
형이 학교는 자전거 타고 통학을 한다는데, 대충 20여분 걸린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형이 돈이 거의 없어 밖에서 뭘 사먹거나 그럴 형편은 안된다네요.
한달에 자신이 쓰는 돈이 대충 30 여불 내외인데, 그건 교회 헌금이랑, 비타민제 구입비용, 그리고 프리페이드 전화카드 값이라네요.
전화카드는 20불 짜리 하나 사면 4달 정도 쓴다고 그러구...

여하튼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녁에 집에 들어가 이모가 차려주는 저녁 한끼만 먹고 생활한다네요.
아침은 본래 안 먹었으니까 그렇다치고, 거의 1년 째 점심마저도 거른다는군요.

그런데, 제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저희 이모님을 본 봐에 따르면... 손이 무척 작으세요.
음식을 굉장히 조금만 만드시는데, 무슨 음식이든 두그릇 먹는 건 상상도 못할 뿐더러... 여하튼 양이 무척 적어요.
한 번은 라면 한 개 끓여서 3식구가 나눠먹는 거 보고 뜨악했단....
그래서 이모부는 틈나는대로 간식을 찾아드시고, 과자를 입에 달고 사세요.
고등학생이라 지금 한창인 사촌동생은 하루에 무려 6끼를 먹어요. 워낙 적게 차려주시니 애가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그렇다고, 저희 형이 이모집 냉장고를 뒤지거나, 뭘 달라고 할 일은 절대로 없고, 그냥 주는 대로 먹고 있는거지요.
페북에 형이... "배고프다"라는 뜬금 없는 글을 몇번 올린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무슨 일을 많이 해서 식사 시간을 앞두고 하는 잡담인 줄 알았는는데, 이제 보니 진심이었더라구요.

그렇게 하루에 한끼... 그것도 양이 정말 적은 한끼로 1년을 생활하다보니 많이 말랐더군요.
8개월 사이에 15kg이 빠졌다네요. 허리는 33에서 29로...
표준키에 보통 체형이지만, 먹는 거 무지 좋아하고 엄청난 대식가였던 형이...
김밥 12줄 정도도 가볍게 먹어대던 형이.... 저렇게 생활하는 걸 보니 짠하네요.

도시락 못 싸와서 점심에 수돗가에 물배를 채우는 이야기가... 추억 속의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현재, 그것도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그것도 다 큰 성인한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하루 빨리 마치고 직장 잡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