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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11 19:28:20
Name parting
Subject [일반] 뜬금없이 생각해본 외래어 발음에 관한 생각
이미 지나간 이슈이지만,
이경숙 인수위원이 어륀쥐 파문을 일으키신 적이 있지요.

그동안 보아왔던 몇몇 예들과 요즘 몇가지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외래어 발음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 봅니다.

우선, 이경숙 인수위원이 펼쳤던 논리는 현지어 발음(이라고 쓰고 영어지상주의라고 읽겠습니다.) 에 가깝게 발음을 해야
현지인이 알아들을 것이고, 영어에 더 익숙해 질 것이고, 그것이 국제화에 가깝다 라는 논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례 1. 학부때의 일입이니다. 저희 학교 교수님들 절대 다수가 그렇듯이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분인데,
당시 virus의 발음을 "비루스"라고 읽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 모임에 가면 전부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이걸 어떤 녀석이 "비루스"라고 외래어 발음 표기를 정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virus의 어원 자체는 독일어 "비루스"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영어권으로 건너가면서 그네들에게 익숙한 발음인 바이러스가 된 것이겠죠.

사례 2. 애플 제품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iPod의 외래어 발음 표기법이 "아이포드"라고 되어 있는 것에 대해
미국에선 다 "아이팟"이라고 읽는다. iPod이 "아이포드/아이폳"이면 God는 "고드/곧"이냐? 라고 글을 쓰신 분이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어떻게 보면 조금 다른 논지이긴 한데, 미국식 발음/미국식 억양/미국식 어휘로"만" 영어를 배우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외래어 발음 표기법이 대부분 international English = British English에 가까운
발음 표기법으로 쓰여져 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는 영국문화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미국식으로만 영어를
가르키기에 무지에서 나온 오해였다고 봅니다.
Doctor Who, IT Crowd같은 영국 드라마 몇 편만 봤어도 충분히 "아 내가 몰랐구나" 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 말입니다.

영어라는 것이 국제화가 된 가장 큰 무기가 다양한 외래어를 받아들인 데 있다는 것입니다.
게르만어계통 어휘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로마제국 시대에 국제 표준어였던 라틴어,
로마에서 학술용어로 널리 쓰이던 그리스어, 그리고 그 이후에 노르만 정복왕조시대에 프랑스어
등등 온갖 어휘를 다 받아들였다는 것이 있고.

요즘 몇가지 외국어 공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어중 하나인 Dari어, 라틴어, 프랑스어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틴어는 학부때 세학기정도 배웠고, 프랑스어는 고등학교때 배운 것이긴 하지만
세월이 지나 녹슬어서 다시 기름칠 하고 있는 것이죠.

이걸 보면서 느낀거지만, 정말 다양한 어휘가 영어로 넘어갔구나 라는걸 다시 한번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휘들이 영어에서 외래어로 받아들여 지면서, 과연 위의 이경숙 인수위원이 주장하는 데로
현지 발음에 가깝게 받아들여졌냐? 라는 것이죠.

몇가지 유명한 라틴어 어휘들이 있습니다.
e.g = exempli gratia
CV = curriculum vitae
etc = et cetera

이게 영어로 넘어가면서 영어권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고 있을까요?
위의 논리대로 하자면 라틴어 발음에 가깝게 발음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혀 아닐겁니다.
물론 라틴어는 이미 사어가 되었기에 그 발음법도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제가 학부때 배운 고전 라틴어 기준으로 위어 단어들은

익셈플리 그라~띠아..(r발음은 이탈리아어에서 보이는 그 혀를 심하게 말아 굴리는 발음입니다.)
꾸리꿀룸 위따이
에뜨 께떼라

가 원 발음에 가깝겠습니다만..

그렇게 읽고 있는 영미권 사람을 단 한번도 보신 적이 없을 겁니다.
외래어의 발음이 그네들에게 익숙한 발음으로 넘어오는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외래어를 받아들인 영어에서조차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죠.

김치 = kimchi.. 과연 그들이 우리말 "김치"라고 발음을 할까요?

제 사견으로 위 이경숙 인수위원 같은 부류가 원했던 것은 유학을 다녀온 자신과 같은 부류들의
원어민과 어울려 배운 발음을 통해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영어가 언어라는 도구가 아니라, 수능시험 마냥 줄세우기 위해 필요한 성적 쪼가리 쯤으로 취급받는 그 맥락이지요.

뭔가 논지가 좀 뒤섞였는데, 한국에서는 미국식으로만 영어를 배운다..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한번 글을 쓸 기회가
생길 거 같고…

외래어 발음에 관한한..그것이 원래 영어에어 건너온 말이고 영어로는 어떻게 발음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되는것이지
이미 외래어..그러니까 한국말처럼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원어 발음에 가깝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억지라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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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rman
11/12/11 19:35
수정 아이콘
제 짧은 경험으로는 현지인들이 알아듣는 영어의 기준은 발음이 아니라 억양이었습니다.
필리핀이나 홍콩 사람들의 말은 단번에 알아듣지만 제 말은 몇 번이나 되묻더군요.
prettygreen
11/12/11 19:36
수정 아이콘
억양, 발음 따지는게 다 부질없다고 느껴지는게... 지금 거의 2년째 원어민 영어교사 선발 인터뷰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7개국 출신 지원자들인데요. 남아공이나 아일랜드, 영국 북부 억양이 유난히 심한 경우엔 차라리 콩글리시 억양이 낫다고 느낄때도 많습니다.
남아공 억양 특유의 그 싼티와 경박함이란 참... 아일랜드는 말 할것도 없구요, but, that을 보쉬, 다쉬로 발음하고 있으면 얘네들한테 우리 학생들 수업을 시켜도 되는건가 싶고...
불패외길자족청년
11/12/11 19:38
수정 아이콘
외래어 발음은 이미 국가기관에서 정해놓은 외래어 표기법이 있지 않나요?
실루엣게임
11/12/11 19:44
수정 아이콘
사실 재밌는건 일본어를 가져다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래어 표기법이 아니라 통용 표기를 지지한다는 점인데(...) 사실 사람들에게 많이 쓰이는 표기가 우선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음에 있어서는.. 외국인하고 대화할때나 발음 신경쓰시고 한국사람들끼리 대화할때는 발음 이런건 excuse..(어?)
11/12/11 19:50
수정 아이콘
외국어도 '미국 사람과 대화 할 수 있는가'가 잣대이다보니까 그런 것이겠죠.
불패외길자족청년
11/12/11 19:52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면 사실 요즘 한국 영어 공교육에서 발음기호가 사라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글로벌한 영어환경에서 일부 발음만 정확한 발음이라 인식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인데 일견 지지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사실 모음 발음은 국가별로 다른게 아니라 지역별로 다를 지경이니까요. 물론 심할때는 자음도 달라지지만. 그런데 결국 계네들이 말하는 영어 발음이라는건 일부 미국지역의 발음일텐데... 한심하지요.

반면에 한국 영어도 분명 고칠점은 있습니다. 혀를 째야 하는게 아니라 음절에 대한 이해, 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그러니 다른나라의 '구린'발음은 잘 알아들어도 한국영어를 못알아듣지요. 그런데 맨날 혀만 굴리고 있으니... 반기문 총장님이 쓰는 영어는 고급영어지만 원어민은 선망하고 한국인은 무시하는 영어지요.
우던거친새퀴
11/12/11 19:58
수정 아이콘
제가 하나 궁금한게
현지발음과도 다르고, 우리나라 외래어표기법의 기본원칙에도 안맞는 표현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super같은게 원래 외래어표기법상 수퍼로 표기해야 맞지만 예외적으로 슈퍼로 표기하도록 되어있죠.
현지발음도 슈퍼보다 수퍼에 가깝게(적어도 제귀에는)들리는데도요.

왜 이런겁니까?
whomever
11/12/11 22:38
수정 아이콘
크크 슈퍼주니어죠.
슈퍼쥬니어도 아니고 수퍼주니어도 아니고...

이건 슈퍼마켓이 굳어져서 슈퍼(ju:)는 그대로 쓰고
주니어는 외래어 표기법 따라 주(d3u:)니어로 쓰는 겁니다.

영국은 /유우/ 사운드를 내지만 미쿡은 /우우/ 사운드만 내니까, 한국인이 듣기엔
영국인이 말하면 슈퍼주니어, 미국인이 말하면 수퍼주니어겠죠.
눈시BBver.2
11/12/11 20:07
수정 아이콘
이래저래 어려운 게 많더군요 @_@)
... 그냥 크게 헷갈리지 않은 이상 정해진대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자기가 아닌 것 같은 거야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고 쓰면 되지 바꿔야 된다고 혈압 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레지엔
11/12/11 20:10
수정 아이콘
이런 류로 제일 짜증나는건 소듐과 포타슘... 그냥 원소기호대로 좀 읽으면 안되나...
오크의심장
11/12/11 20:31
수정 아이콘
능력자시군요
라틴어,영어,불어,아프가니스탄어,한국어 5개국어!
또 다른 언어도 몇개 하실 분위기...
whomever
11/12/11 22:46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컴터쓸때 labour, programme, -ise 등등에 밑줄 좀 안 거져졌으면 좋겠어요.
큐리스
11/12/11 23:35
수정 아이콘
예전에 질문게시판에 AMOLED를 에이몰드라고 읽어야지 어떻게 아몰레드라고 읽을 수 있냐고 하신 분이 생각나네요.
그 때는 뭐 그런 주장도 있는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생각할수록 에이몰드로 읽는 것이 오히려 미국사대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독일어 외래어인 알레르기를 앨러지로 표기한다거나 해서 미국식으로 자꾸 옮겨가려고 하는데 좀 불만이 있습니다.
Je ne sais quoi
11/12/12 01:02
수정 아이콘
전 항상 그래서 발음은 영어에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네이티브들은 어차피 다 알아듣습니다 ^^; 이 나이되서 고치려고 해봐야 고쳐지지도 않구요. 일 얘기긴 하지만 회의할 때는 특별히 문제된 적도 없구요. 오히려 일상적인 얘기가 훨씬 어렵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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